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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시대의 종언

신동엽 | 41호 (2009년 9월 Issue 2)
‘선택과 집중’은 경영 의사결정의 절대적 원리일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귀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음 질문들에 답해보라.
 
 

 
도요타가 GM, 포드와 같이 규모의 경제로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막강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엄청난 품질과 기술력의 벤츠나 BMW 등의 유럽 회사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한 잔에 4000∼5000원을 호가하는 고급 커피의 대명사 스타벅스가 한 잔에 1000원도 되지 않는 싸구려 커피 중심으로 전혀 다른 시장 니치(niche)에서 사업해오던 맥도널드에 의해 급속하게 시장을 잠식당한 것은 왜일까?
 
한국 기업의 예를 보자.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단기간에 수많은 선발업체들을 훌쩍 넘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업체가 됐을까? 아시아를 넘어 화장품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소비재에 관한 한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여겨졌던 일본까지 공략한 아모레퍼시픽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을 보다 일반화해 보자. 한 기업이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통제를 통해 현재 사업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창조적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 논리의 전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선택과 집중’ 논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찰해야만 찾을 수 있다. 19세기 말 현대 산업사회가 도래한 이래 기업 경영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폭넓게 절대적 신뢰를 받아온 최고의 의사결정 원칙은 단연 ‘선택과 집중’이다.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나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의 총량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여러 사업이나 전략에 동시에 투자하면 자원의 분산이 일어나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선택과 집중 논리의 핵심이다.
 
선택과 집중 논리는 대부분 상호 모순적 목표가 공존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면 2개의 시장이 모두 각기 다른 매력도(attractiveness)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공략하는 건 어렵거나, 또는 2가지 전략이 서로 다른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는 있으나 동시에 추구하는 건 어려운 상황 등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서 과욕을 부려 2가지 모두를 이루려고 하다간 자원과 역량의 분산으로 2가지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므로 선택과 집중 논리에 따르면 이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논리를 주장했던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전략 경영 분야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그는 하이엔드(high-end) 시장과 로엔드(low-end) 시장 사이의 패러독스에 주목한다. 즉 같은 산업 내에도 시장 니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는데, 이는 하이엔드나 로엔드 니치가 전혀 다른 경쟁 규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니치는 높은 품질이 경쟁의 핵심 기준이므로 ‘품질 차별화(differentiation)’ 전략을 사용해야 하고, 반대로 로엔드 니치는 싼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지므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달성할 수 있는 ‘비용 절감(cost leadership)’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포터의 주장이다.
 
포터 교수는 한 기업이 품질 차별화와 비용 절감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면, 조직 경영의 기반 논리들 간 모순으로 오히려 2가지 모두 어중간한 수준밖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 지점 고착(stuck-in-the-middle)’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별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2가지 본원적 전략 가운데 하나에만 선택과 집중을 해 모든 조직 시스템들을 자신이 선택한 특정 전략에만 긴밀하게 ‘얼라인먼트(alignment)’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택과 집중’ 룰의 파괴자들
그러나 21세기 초에 접어든 현재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포터 교수의 제안과는 정반대로 하이엔드와 로엔드의 경계를 동시에 공략하는 니치 파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포터 스타일로 한 가지 니치에 선택과 집중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어떻게 보면 변칙적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기업들의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요타다. 도요타는 벤츠급의 하이엔드 차종인 렉서스를 만들지만, 실제로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종 중 하나는 현대차의 과거 대표 차종이던 엑셀급의 로엔드 ‘코롤라’다. 즉 도요타는 전통적인 선택과 집중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하이엔드, 로엔드를 가리지 않고 동시에 모든 시장을 공략했다. 현대기아차도 세계 시장 진출 초기에 엑셀 등 가장 싼 모델들을 중심으로 로엔드 니치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요즘도 여전히 엘란트라 등 로엔드 모델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품질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벤츠 E300클래스와 같은 고가격대에 위치한 제네시스 등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하이엔드 시장도 동시에 공략하며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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