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성장의 열쇠 ‘통일성’

39호 (2009년 8월 Issue 2)

공항은 국가 또는 도시의 첫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첫인상이 세련되지 못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 어렵듯, 정제되지 못한 공항은 국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
 
하지만 최근 많은 국내 지방 공항들이 속속 폐쇄되고 있다. 물론 폐쇄의 배경에는 재정 문제가 자리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공항의 건립 목적에 대한 판단 착오다. 잘못된 시장 분석과 사회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대형 건축 사업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과거의 자료로 미래의 시장성을 예측하는 일이다. 시장 분석도 규모나 비용 등 양적인 면에 치중한다. 물론 면적 효율, 투입 자금, 이익 실현 등은 분명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이 건물을 이용하고 분양받기를 원할 거냐는 점이다. 그저 크고 멋지고 화려한 시설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사례가 바로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공항 이용자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공간을 기획했기에 성공했다. 인천공항의 건설에는 국제적인 스타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한국 설계 업체들의 노력으로 우수한 공간이 만들어졌고, 실제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2008년 기준으로 인천공항은 연간 운항 횟수 41만 회, 운송객 수 44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최근까지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공인받았다.
 
인천공항의 가장 큰 장점은 통일성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띤 공간들을 통일된 주제로 묶는 데 성공했다. 사실 많은 공항의 내부 시설들은 매우 산만하다. 인천공항은 ‘스타 & 스타 라이프’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공항 시설과 입주 상업 공간이 최대한 시각적 통일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거대 공간에서 느껴지는 산만함이 이용자들의 혼란스러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통 일반 사무실로 쓰이던 터미널 내 2, 3층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휴식 공간도 만들었다. 이는 공항 입주 기업들의 마케팅에 큰 도움을 줬다. 공항 내에 설치된 첨단 무료 정보기술(IT) 시설도 매력적이다. 공항 사용자들의 행태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예측하지 못했다면 이런 시설을 기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인천공항이 새로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인접 도시의 경쟁 공항들이 속속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면서, 현재 인천공항이 보유한 독보적인 장점은 인천공항만의 특성이 아니라 보편적 특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향후 인천공항이 더욱 성공하려면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이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신규 진입 업체의 위협, 공급 업체의 영향력, 고객의 영향력, 대체 서비스의 위협, 동종 업계 경쟁자의 위협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이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톰 행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생활이 가능한 일종의 도시다. 향후 공항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주는 영화다.
 
인천공항의 등장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김포공항의 보수도 필요하다. 국제 공항으로 출발한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주 기능을 이전해준 뒤 좀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포공항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이 없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건물 내부가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매력적인 경관을 만들어내려면 개별적 완성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 하지만 김포공항처럼 내부 디자인 완성도가 낮은 공간에서는 무엇보다 통일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인천공항에 비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해외 관광객, 특히 일본과 중국 관광객의 김포공항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다양한 시설과 비교하면 김포공항의 수준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페이스 마케팅 측면에서 분석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항의 기능과 소비자의 이용 형태 변화를 세심하게 분석해야 한다.국내선 이용객과 소수의 해외 이용객을 대상으로 하는 김포공항은 이용객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최대한 힘써야 한다. 공항 이용자들의 대다수는 오피니언 리더다. 따라서 소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카드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 및 단체의 임대 라운지, 쇼룸, 면세점 등이 필요하다.
 
둘째, 통일성을 중시해야 한다. 김포공항은 국내선 탑승 구역, 할인점, 멀티플렉스, 아울렛 등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김포공항의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각 시설의 시각적 통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내부 시설의 미학적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
 
셋째,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수동적으로 현재의 국내선 이용자만을 김포공항의 고객으로 한정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인천공항은 건설 전부터 환승 여행객을 최대한 배려하는 구조를 건설하려 애썼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는 인천공항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김포공항 역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해야 한다.
넷째, 김포공항만의 차별화된 공간이 필요하다.인천공항에 있는 한국문화박물관이나 전망대는 경쟁 공항에는 전혀 없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용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런 독특한 공간이 꼭 필요하다. 브랜드 가치, 마케팅, 각 시설의 기능을 극복하는 통합적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이를 실현할 수 있다. 김포공항뿐 아니라 기타 지방 공항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가시적인 변화를 이뤄내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객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홍성용 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가 공간의 경영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