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해법, 위험 전문 회계, 경쟁력을 높이는 투명성….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인 앤드류 로는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가 전대미문의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버블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 외에도 역사상 수없이 많은 버블이 나타났다. 지난 10년간만 해도 닷컴 버블이 무너졌고, 미국 주택 가격이 폭락했으며, 신용 경색으로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세계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금융위기가 남긴 잔해를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경제가 유동성 부족에 빠지기 전에 미리 위기관리 시스템이 발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각국 정부는 왜 사전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를 알아내려 골몰하고 있다. 재계 역시 금융위기가 기업 경영 방식에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나섰다. 그야말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금융위기 타개책을 찾고 있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놀라워하는 상황에서 앤드류 로만큼은 이번 금융위기에 매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다채로운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제학자이며,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해리스&해리스 기금 교수이자 MIT 금융공학 연구소장이다. 또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투자회사 알파심플렉스 그룹의 자문도 맡고 있다.
앤드류 로는 경제 관련 의사결정, 신경과학, 진화심리학 간의 상호 관계를 10년 넘게 연구했다. 특히 인간 행동이 금융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춰왔다. 현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미래의 대란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최근 그의 이론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금융위기는 현대 자본주의가 빚어낸 필연적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 하원의 금융감독 정부개혁 위원회에서 지난 35년간 신용위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또 신용위기는 당국의 개입 없이도 해소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을 단행할 때는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위기를 잘못 평가할 때는 시장 혼란 및 이탈 현상이 극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행동의 맹점(behavioral blind spots)’이 버블 생성 및 붕괴처럼 극한 상황에서 맹위를 떨친다고 덧붙였다.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의 마이클 홉킨스 편집장과 브루스 포스너 기고편집인은 지난 1월 MIT 내의 연구실로 방문해 앤드류 로와 대화를 나눴다. 이번 금융위기가 어떠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며, 경영자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주 내용이다. 이 글에 대한 의견 제시나 저자와의 연락은 smrfeedback@mit.edu로 가능하다.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번 금융위기가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현황을 낱낱이 드러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대다수의 위험 노출도(risk exposure) 평가 및 관리도 형편없었다. 최신 경영 전략을 도입한 회사들까지도 1분기 만에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3개월 동안 400억 달러를 날린 회사가 무슨 낯으로 ‘우리는 위험관리를 제대로 했지만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주장을 한단 말인가? 일부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가 예측 불가능한 ‘검은 백조(black swan)’였다며 어물쩍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검은 백조 탓을 하려면 하얀 백조 무리를 모조리 검은 백조로 만든 주범부터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