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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면접관이 A급 인재 뽑는다

윤광희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위기 이후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무엇일까요.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사람’을 꼽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의 채용 시스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고유의 인재관을 정립한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또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면접관이 충분히 준비한 면접자를 당해내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평판 조회와 같은 핵심 절차도 부실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인재 채용 노하우’를 집대성했습니다. 특히 스포츠계와 군에서의 인재 채용 노하우도 들어봤습니다.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활용해 기업 내부의 인재 선발 시스템을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성과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가 정착되면서 채용 면접의 주관 부서가 인사부에서 현업 부서로 이동하고 있다. 많은 사업 부서장들은 내부 인재 육성보다 경력자 채용을 선호한다. 업무 투입 후 바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기업이나 원하는 핵심 인재의 수가 전체 지원자 수에 비해 극히 적다는 점이다. 어떤 면접을 실시해도 핵심 인재는 전체 지원자의 5% 미만이다. 면접관이 인재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핵심 인재가 면접관 및 기업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이른바 ‘역(易) 면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핵심 인재를 파악하고 영입하기 위한 면접 기법 및 채용 전략을 세우려 애쓰고 있다. 면접관 교육, 모의 면접 실행, 최종 선발 시 외부 면접관 초청 등이 대표적 예다.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바람직한 면접 및 채용 전략을 살펴보자.
 

 
면접관이 자주 범하는 치명적 오류
시각적 효과 오류 많은 면접관들은 면접 시작 3분 안에 결정되는 첫인상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즉 첫인상으로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까지 결정하려는 ‘자기 확신 심리’가 강하다. 이른바 ‘첫인상 불변의 법칙’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지원자의 외모에 호감이 가면 그 사람의 내면까지도 좋게 평가하는 게 대표적이다. 채용 전문업체 헬로잡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면접에서 첫인상이 채용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려 77.8%에 달했다. 현대모비스의 면접 통계에서도 첫인상이 평가 점수를 결정하는 데 60%의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면접관이 첫인상의 오류에 빠지는 주원인은 면접 시간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5명 이내의 면접관이 5명의 지원자를 30분 이내에 평가해야 한다. 5분 남짓한 시간으로는 단 1명의 지원자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5명의 지원자를 판단해야 하니 면접관들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 기업에서 A라는 직원의 미소와 말솜씨를 높이 평가해 그를 홍보부에 배치했다. 하지만 업무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자 그를 한직으로 좌천시켰다. 이에 A씨는 강성으로 유명한 해당 기업의 노조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A씨가 사사건건 회사와 갈등을 일으키자, 결국 그를 홍보부로 발령했던 채용 면접 담당 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정보 취득 순서에 의한 판단 오류 면접관이 지원자의 긍정적 정보부터 먼저 받아들이느냐, 부정적 정보부터 먼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즉 긍정적 정보를 먼저 접하면 지원자를 후하게 평가하는 반면, 부정적 정보를 먼저 접하면 박한 평가를 내린다.
 
B라는 대기업의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의 실제 사례를 보자. 이 사람의 학점과 영어 성적이 좋지 않자 B기업의 면접관이 질문했다. “영어 성적이 별로네요. 학교 성적은 또 왜 이렇게 나쁜가요?” 지원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시험 공부보다는 실험 실습과 프로젝트 경험에 치중했기 때문에 성적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영어 역시 지금은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곧 실력이 크게 좋아질 겁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반면 경쟁사인 C사의 면접관은 이렇게 질문했다. “학과 성적과 영어 점수가 좋은 편이 아닌데, 앞으로 잘할 자신이 있어 우리 회사에 지원한 건가요?” B사에 지원할 때와 동일한 그의 답변은 경쟁사의 면접관을 만족시켰다. 결국 C사에 입사한 그는 핵심 기술 개발의 주역이 되어 회사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B기업의 면접관은 낮은 학과 성적과 영어 점수 등 부정적 요소에만 집착한 나머지 직무와 직결되는 역량을 과소평가했다. 잠재 역량이 탁월한 S급 인재를 경쟁사에 보내는 치명적 실수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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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광희kennyoun@peoplebiz.net

    - (현) 피플비즈넷 대표
    - LG화학 인사팀장, LG인화원 교수
    - 한국 맥도널드 인력 및 육성 팀장
    - 한국 노동교육원,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자문위원
    - 국가고등고시 면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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