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혁신을 위한 IT 아웃소싱 전략

원승영 | 29호 (2009년 3월 Issue 2)
10년 만에 또다시 찾아온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비용 구조를 재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부분의 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IT 지출이 적정한 금액인가, 절감 가능한 부분이 있는가? △대가에 비해 적절한 품질의 IT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현 IT 운영 인력 수(생산성)는 적정한가? △공급자에 의존적인 IT아웃소싱(ITO)을 탈피할 수 있는가?
 
서비스의 범위나 수준은 제자리걸음인 데 비해 국내 기업의 IT 아웃소싱 총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늘어만 가는 IT 아웃소싱 비용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궁금해할 뿐이다. 또한 IT의 운영을 효율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IT의 효율성을 진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없고, 한국 특유의 모회사-자회사 구조의 폐쇄적인 IT 아웃소싱 운영 때문에 상호간 약속된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용 상승에 비해 서비스는 향상되지 못하고, 공급자 편의에 의한 서비스와 업체 관리의 어려움, 형식적인 서비스 수준 협약서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 등의 이유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ITO 서비스에 대해 점점 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딱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의문점과 고민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Leading Practice와 비교 분석하라
현재 많은 기업이 IT 운영의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적용해 IT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매출 대비 IT 투자 비율이나 IT 인력 생산성 등을 다른 기업과 비교해 기업의 현 주소를 파악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업의 IT 환경과 특성은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정형화된 지표를 적용해 비교하기는 힘들다. 정형화된 지표로 비교, 분석하면 단순 IT 지출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정확한 수준 진단과 개선 방안 도출에는 무리가 따른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기업이 청소용역업체를 아웃소싱하기 위해 A업체와 B업체의 생산성과 가격을 비교하고자 한다. A업체는 50평 사무실 창문 청소에 50만 원을 받고, B업체는 30평 사무실 창문 청소에 20만 원을 받는다. 업계의 평당 창문 청소 평균 가격은 8000원이다. 이를 단순 비교해 A(평당 1만 원)는 너무 비싸고, B(평당 약 7000원)는 싸다고 할 수는 없다. A와 B 가운데 어느 업체가 싸고 생산성이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사무실의 창문 개수, 창문 면적, 투입 인력 수, 청소 범위, 청소 난이도 등등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무턱대고 평당 가격만 비교하는 것은 정확한 비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IT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IT 지출 비용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범위와 난이도, 인력 구성, 회사의 상황, 생산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자체 평가를 했더라도 도출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잣대(대상)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사의 IT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동일한 IT 상황과 환경 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업(Lea-ding Practice)의 IT 운영 수준을 비교 분석해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현재의 IT 운영 현황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회사와 하위 단계에서부터 가격, 생산성, 인력 등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비효율성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기업과 정확히 일치하는 IT 상황과 환경을 갖고 있는 비교 대상은 없다. 따라서 비교 대상의 IT 범위를 고객의 범위에 적절히 맵핑(mapping)하는 작업과 각기 다른 환경을 같은 환경으로 맞추는 표준화(normalization)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표1)
 
해외에서는 비교 분석이 잘못되었을 때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서로 비교할 때의 모순을 뜻하는 말로, 적절한 맵핑과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IT 운영 수준의 비교는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진단으로 얻은 적절치 못한 개선안을 실행할 경우 막대한 자원적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2. 체계적으로 계약을 진행하라
IT
아웃소싱은 일반적으로 소싱의 전략 수립부터 아웃소싱 실행, 가치 분석에 이르는 라이프사이클의 반복이다. 이 가운데 한 단계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문제점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그림1)
 
그러므로 성공적인 ITO 운영을 위해서 제안요청서(RFP) 작성 이전 IT 전략 수립부터 계약 시점까지 공급사와의 관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공급사에 의존적인 ITO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공급사와 계약할 때 기업이 IT 현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전략과 자체 기준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계약에 임하지 않으면, 협상 시 이 분야의 전문가 집단인 공급사에 휘둘려 불리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ITO 계약을 추진할 때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 계약에 임해야 한다. 먼저 내부적으로 경영 전략과 IT 전략을 검토해 아웃소싱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와 서비스를 받을 범위, 서비스 요구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불하고자 하는 서비스 대가와 받고자 하는 서비스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계약을 추진하면 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택하게 되고, 결국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업체와 ITO 계약을 추진할 때는 많은 서비스 항목과 부가적인 조건들이 포함된 복잡한 ITO 계약의 특성을 감안해 더욱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에서는 RFP 작성 및 검토에만 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ITO 계약과 서비스에서 고려돼야 할 모든 내용들은 RFP 및 계약서 세부 항목에 포함시켜 공급사들의 정확한 입장과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또 협상 시에는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 대가뿐 아니라 R&R(Role and Respon-sibility)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지식재산권 분배, 서비스 해지, 손해 배상과 같은 민감한 사안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ITO 계약에서는 서비스 해지의 경우 ‘상대방이 계약 사항을 위반하거나 파산했을 때 해지할 수 있다’ 정도로 단순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외 계약에서는 고객이 해지 권한을 갖는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편의에 의한 해지, 소유권 이전에 의한 해지, 의무 불이행에 의한 해지, 파산에 의한 해지, 불가항력에 의한 해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해지로 인한 비용이나 손해와 관련해 어떻게 책임을 나눠 갖는지 상세히 정의해야 한다.
 
3. ITO 벤치마킹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라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IT 아웃소싱 계약을 해지하는 이유는 <그림2>와 같이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약속한 서비스 수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 공급자와의 관계 악화, 비용 부담, 공급자가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는 경우 순으로 계약 해지를 많이 한다. 

 
국내 기업들도 ITO 공급사들의 대가 산정의 투명성에 대한 불신과 공급사 편의에 의한 서비스로 인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매년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서비스의 향상도 이뤄지는지, 약속된 서비스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IT 아웃소싱 계약 체결 시 계약서 안에 계약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제3자가 공급사의 서비스 수준과 가격이 적당한지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ITO 벤치마킹’ 조항을 포함시킨다.
 
글로벌 IT 아웃소싱 계약서는 ITO 벤치마킹 조항이 필수적이며, 1∼2년을 주기로 ITO 서비스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 수준과 가격 등을 재협상할 수 있도록 한다. IT 아웃소싱 계약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많은데, 서비스 도중 정기적으로 공급사를 평가하면 서비스 수준과 가격 부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ITO 벤치마킹을 통해 기업은 공급사에서 계약 시 약속했던 서비스 수준을 지키고 있는지, 그에 대한 가격은 시장 가격과 비교해 적절한지 확인함으로써 효과적인 투자를 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 컴퍼스사의 분석에 따르면, ITO 계약 기간 중 정기적으로 ITO 벤치마킹을 수행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36% 이상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벤치마킹을 통해 정량적인 대가와 서비스 수준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관리 체계를 개선해 IT 아웃소싱 공급사와 기업의 불만을 줄여나간다. 따라서 양사 모두에 합리적인 추천을 하기 위해서는 양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실제 해외의 선도 IT 아웃소싱 공급사인 E사(社)는 호주의 최대 은행인 C사와의 계약에 ITO 벤치마킹 조항을 포함시켜 정기적인 진단을 함으로써 서로 간의 불만을 해결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를 통해 10년 장기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다시 5년 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시 C사는 벤치마킹 결과에 따라 E사에 가격 조정을 제안했다. E사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차후 계약에서도 정기적인 벤치마킹을 약속함으로써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국 ITO 시장도 이러한 ITO 벤치마킹 문화가 활성화돼야 공급사와 기업 간 신뢰를 기반으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ITO 운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은 ‘IT 비용 30% 절감’과 같은 막연한 방안만으로 불황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무리한 비용 절감 방안은 독이 될 수도 있다. IT 투자를 통한 혜택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비용 절감은 다른 비즈니스 운영 부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IT 효율화의 목표는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 개선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무리한 비용 절감에 대한 목표보다는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독자 여러분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매체입니다. 이를 위해 경영학 연구자나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Reader’s View’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컴퍼스 매니지먼트 컨설팅의 원승영 한국 대표가 불황기의 IT 아웃소싱 전략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필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과 엑센츄어를 거쳐 현재 컴퍼스 매니지먼트 컨설팅 한국 대표로 재직 중이다. 컴퍼스 매니지먼트 컨설팅은 16개국에 19개 오피스를 둔 글로벌 컨설팅사로, 풍부한 데이터와 툴(mapping, normalization)을 바탕으로 IT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향상시키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