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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기술의 ‘마지막 숨결’ 간과하지 마라

DBR | 2호 (2008년 2월 Issue 1)
대니엘 C. 스노우 하버드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교수
 
우수한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일반적으로 옛 기술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성능이 갑자기 향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옛 기술의 수명은 연장되고, 새 기술은 점진적으로 보편화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 전 증기선이 발명됐을 때 범선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사례도 많다. 알루미늄 자전거 프레임이 발명됐을 때 강철 프레임의 사례, 전자식의 엔진 연료 분사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 자동차 카뷰레터(기화기)의 사례, 관상동맥 형성술(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졌을 때 그 부위에 풍선이 달린 특수장치인 ‘카테터’를 삽입,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확장하는 수술)이 개발됐을 때 관상동맥 우회술(다른 혈관을 관상동맥에 이어 붙여 그 혈관으로 피가 흐르게 하는 것)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신구 기술의 교차와 관련해 다른 사람들이 간과하고 넘어간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쟁력 없는 부분을 버리고, 있는 부분만 강화
옛 기술에서 새 기술로의 변화는 대부분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옛 기술은 시장의 영역(혹은 응용의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대체되는 방식으로 점점 변화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술 자체에 변화가 없더라도 옛 기술의 효율성이 향상되기도 한다.
 
범선은 항구를 오가는 짧은 항로의 운항을 빠른 속도로 증기선에 내주었다. 하지만 장거리 항로 운항은 계속해 나갔다.
 
범선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한정된 공간에서 변화무쌍한 풍향 조건에 대응하며 항만을 오가야 하는 것)에서는 손을 떼고, 경쟁력이 높은 운항(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외양을 운항하는 것)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이후 범선의 평균 속도와 화물 1톤당 비용을 측정한 결과 효율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을 사용해서 옛 기술을 향상하기
신기술의 일부를 차용해 옛 기술의 성능이 향상되기도 한다.
카뷰레터(기화기) 제조회사들은 전자식 엔진 연료 분사 시스템의 전자식 제어 장치를 제품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연료효율을 높였다.
 
옛 기술에 대한 이러한 통찰은 기술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의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주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던져 준다.
 
바로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들이 옛 기술의 ‘마지막 숨결’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과소평가한다면, 신기술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늦어질 것이란 점이다. 필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구에서 수많은 창업자들이 이런 오판으로 신기술을 개발한 후 곧바로 회사 창업에 뛰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옛 기술의 성능 향상을 맛본 적 있는 기업들 역시 개량을 통해 옛 기술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 또한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옛 기술로 만든 제품의 시장 전망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에 둔감해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옛 기술에서 신기술로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이 과정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지에 따라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과 속도, 그리고 결과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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