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신화 그 속의 천국과 지옥

2호 (2008년 2월 Issue 1)

혁신적인 경영인들은 구글을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구글을 변종(變種)으로 봐야할까? 세계적 컨설팅펌인 부즈앨런해밀턴이 계간으로 펴내는 경영저널 ‘strategy+business’ 최신호는 구글의 비즈니스모델이 아직은 검증을 마친 단계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2000년 초 거품이 사라지고 잿더미만 남은 벤처 열풍에서 구글의 탄생은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드라마틱한 기업 성공스토리로 여겨지고 있다. 런던비즈니스스쿨 게리 하멜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에서 구글을 ‘21세기형 창업의 방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대 경영의 선구자’라고까지 묘사했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구글 따라잡기’를 하기 전에 최소한 두 가지 이유에서 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구글은 여전히 신생기업으로 아직 제대로 된 역경과 도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심지어 우리는 구글의 경영 방식이나 혁신에 대한 접근법이 현재 성공의 원인인지 아니면 성공의 결과물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보완서비스의 경쟁력
구글의 기업 정체성은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업종과 기업에서 각자 구글을 실질적이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유선통신업체, 신문사, 방송네트워크, 도서 출판기업, 영화기업, 신용카드 업체, 그리고 온갖 유형의 인터넷 기업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구글의 다양한 기업 활동은 핵심 비즈니스인 ‘검색’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 비즈니스를 뒷받침해주는 유투브(Utube)와 구글 어스(Google Eearth) 등 다양한 보완서비스(Complementary)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와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더욱 많은 일을 하면 할수록 그들이 볼 수 있는 광고는 많아지게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개인과 기업의 인터넷 활동이 늘면 늘수록 구글은 인터넷 사용자의 수요와 소비행태에 대한 더욱 많은 데이터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더 많이 개발하게 되면서 구글의 차별적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바로 광범위한 보완서비스와 보완서비스의 가격을 거의 제로로 떨어뜨릴 수 있는 구글의 능력이 바로 구글을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시키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실제로 구글은 신상품 개발에 있어서 다른 일반 기업들보다 훨씬 낮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 구글은 주기적으로 이른바 ‘베타 서비스’ 형태의 미완성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비록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해당 분야의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서비스에 수반되는 광고 유치와 새로운 고객 정보의 구축만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은 신상품의 출시가 실패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들 기업과 달리 구글에게 있어서 실패는 값싼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기에는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에 연동된 광고 판매로써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 구글의 모델에서 배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구글 이코노미’는 너무나 다른 모델이라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곧바로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구글플렉스의 교훈
초기 구글의 성공과 수익의 원천은 세 가지 혁신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정보 사회를 최초로 제대로 읽어낸 뛰어난 통찰력이다. 둘째 창의적인 모방이고, 셋째가 컴퓨터 시스템 구축에서 혁신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런 구글의 세 가지 혁신은 현재 구글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흘러간 레퍼토리’라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현재 구글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식화된 혁신 프로세스는 이후에 등장했다. 이 혁신 프로세스는 세 가지 주요한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 구글은 혁신활동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구글의 공격적인 인재채용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되고 있다.
둘째, 구글은 제품개발 인력을 소규모 팀으로 잘게 나눠 이들이 알아서 시간과 재원을 할당하도록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기술엔지니어들이 자기 시간의 20%를 회사에 구애받지 않고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이 회사는 고객의 서비스 이용 현황과 직원들의 업무를 모니터하고 분석하는 데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츠는 “기업 경영의 모든 측면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실적 매트릭스’를 이용하는 것이 구글의 목적”이라고 말해왔다.
 
구글의 혁신 시스템은 마치 대학 연구실과 같은 아카데믹한 환경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체 내부 개발 실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구글은 수십 가지의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구글맵을 포함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해당 서비스나 제품의 시장을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구글 앤스워스(Google Answers)와 구글 비디오(Google Video)와 같이 과대 선전된 몇몇 서비스들은 이미 철수되었거나 사업이 축소되었다.
 
사실 구글이 내놓은 유투브 등 혁신적이고도 성공적인 서비스들의 상당수는 내부에서 자체 개발된 것이라기보다 외부에서 인수한 것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관련해서 구글은 수확자(harvest)라기보다는 씨를 뿌리는 사람(sower)에 가깝다. 이는 가장 성공적인 혁신가로서의 대중적 이미지와는 상당히 모순된 것이다.
 
히트 상품을 개발하는데 ‘구글 이코노미’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도 재미난 역설이다. 즉 실패의 비용이 워낙 낮기 때문에 온갖 분야에서 신상품 개발을 시도해 볼 수 있고 개발 초기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자유는 많은 이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원칙을 갉아먹는 역효과도 갖고 있다. 즉 강력한 경제적인 압박감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공에 필요한 어려운 결정은 미루기가 쉽다.
 
실제 구글은 이런 문제점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구글 경영진은 조직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아낌없이 지출하던 연구비와 자유로운 기업 문화에 조금씩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츠는 지난해 초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에릭은 구글의 개발팀에게 몇몇 중요한 개발에 집중하고 개발 진행 중인 새로운 서비스의 숫자를 20%까지 감축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격노한 세르게인 브린은 “새롭게 개발한 서비스의 상당 부분에서 우리는 실패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구글이 지난해 2분기(4∼6월)에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자 에릭 슈미츠는 과도한 인력 채용에 그 원인을 두면서 직원 수를 늘리는 정책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확실한 것은 구글이 여전히 성장을 하고 있지만 결코 안정된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환상과 안정성
이러한 최근의 움직임은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과거 성공적인 신생기업들이 겪었던 ‘성장통(痛)’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와 언론인들은 이런 기업들의 야망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환상(fantasy)을 종종 믿는다. 하지만 기강이 약해지면서 이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고 ‘넘지 못할 선’까지 넘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구글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기업이 구글의 사례를 무조건 무시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우리는 구글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우량 기업들이 보여주는 세 가지 속성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이런 기업들은 재능 있는 인력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제도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둘째, 진척도와 결과를 엄격하게 측정하고 사업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수정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셋째, 그들의 업무와 지출액에 철저한 규율을 강조하고 일시에 한꺼번에 많은 것을 추진하려는 유혹을 잘 통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구글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성공 스토리에 쏟아지는 과장 섞인 평가들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시장과 기술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즈니스 성공의 (전통적인) 토대는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strategy+business’의 객원 편집자이다. 그는 신작 ‘대전환: 세상을 다시 짜다. 에디슨에서 구글까지’(W.W. Norton, 2008)를 통해 인터넷의 부상과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또한 ‘IT가 중요한가? 정보기술과 차별적 경쟁력의 붕괴’(하버드비즈니스스쿨프레스, 2004)의 저자이기도 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