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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쉬-아마존-월마트의 물류 전략

‘빠른 배송’ 넘어 ‘고객 경험 향상’으로

황지영,정리=강지남 | 408호 (202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테일 테크가 고도로 발전한 현시점에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여전히 ‘더 빠른 배송’이다. 이에 아마존과 월마트는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상품을 자동 적재하고 AI가 주문과 동시에 최적의 배송 루트를 도출하도록 하는 등 스마트 물류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품까지 편리하게 처리하도록 풀필먼트 서비스 고도화 또한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초저가 판매(아마존), 중국으로부터의 빠른 직배송(월마트) 등 새로운 실험도 시도되고 있다. 이 같은 물류 혁신은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공습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유효하다. 스마트 물류 혁신으로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개선하고 소비자 리텐션을 높이는 글로벌 리테일 리드 기업들의 전략에 국내 이커머스도 주목해야 할 때다.



여전한 핵심은 ‘더 빠른 배송’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공 조건은 물류 혁신과 그에 기반한 빠른 배송이다. 미국에서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IT(정보통신)를 이용한 물류 혁신을 통해 ‘2일 배송(two-day delivery)’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을 하면 배송받기까지 길게는 일주일이 걸리는 미국에서 주문 이튿날까지 배송해주는 아마존 서비스를 소비자가 혁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오프라인은 어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부상한 보피스(BOPIS, Buy Online Pickup in Store) 역시 물류 혁신 없이 불가능한 서비스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집 주변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하는 보피스는 고객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미국 대형 마트에는 으레 매우 널찍한 주차장 공간이 있다. 대형 마트들은 보피스 서비스의 일환인 이 공간을 활용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한 뒤 주차장에서 대기하면 직원이 주문 상품을 가져다주는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타깃과 베스트바이는 보피스와 커브사이드 픽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팬데믹 위기에도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리테일러에게 온오프라인 채널을 넘나들며 더 빠른 배송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이다. 근본적으로 다양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물류를 최첨단화함으로써 최종소비자의 불편한 점(pain point)을 해결하는 한편 그 효과를 여러 방면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개선해 최종소비자의 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중국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을 지켜보고 있는 국내 리테일러들에게 2025년에 주목해야 할 가장 시급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집 안’ 배송에 더해 ‘상품 보충’까지

물류를 자세히 살펴보자. 리테일과 물류 모두 ‘상품의 흐름’이 핵심이다. 생산자·물류창고·매장·최종소비자를 잇는 리테일 공급망 사슬에서 과거엔 리테일과 물류가 분리돼 생각되곤 했다. 하지만 상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프로세스의 고도화가 리딩 기업들의 특장점으로 부각되자 물류는 기계화·자동화를 통해 첨단 산업과 접목되며 빠르게 리테일 및 제조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리테일러가 직접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물류 서비스 자체가 리테일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가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에서 스마트 물류(Smart Logistics)의 중요성은 높아졌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스마트 물류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상품 운송, 창고 관리, 재고 관리 등의 움직임을 조직화하고 효율적으로 실행해 고객에게 상품을 더 빨리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는 물류를 말한다.

스마트 물류는 최종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까? 월마트의 2024 CES 기조연설은 이를 그려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리테일러가 CES 기조연설을 맡은 것은 월마트가 최초로 이는 리테일러가 IT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월마트가 이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인홈딜리버리(InHome Delivery)’ ‘디지털 환경 속 소셜 쇼핑(Shop with Friends Digitally)’, GenAI(생성형 AI) 기반 검색이다. 이 중 인홈딜리버리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고객의 집 안(in home)으로 들여놓는다는 개념으로 2019년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서비스는 월마트 직원이 몸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고객의 집 안으로 들어와 상품을 냉장고에 넣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은 앱으로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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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직원이 고객의 냉장고에 식료품을 정리해주는 인홈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CES에서 월마트는 인홈딜리버리의 업데이트된 버전을 소개했다. 개별 고객의 상품 주문 주기에 기반해 상품 주문을 리마인드 시켜주는 ‘상품 보충(replenishment)’이 그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개별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을 파악, 구입 주기 및 구매량에 기반한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주문이 예상되는 아이템을 미리 고객의 인홈 주문 목록에 넣어둬 구매를 장려하는 서비스다. 월마트는 2024년 4월 상품 보충 서비스의 초기 테스트를 진행해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1

인홈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19.95달러 혹은 연 148달러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2024년 6월 기준 이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 규모는 4500만 가구에 이른다. 이 멤버십은 연 99달러의 월마트 플러스 멤버십2 혜택을 포함하며 기존 월마트 플러스 회원이라면 월 7달러 또는 연간 4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홈딜리버리 서비스가 라스트마일(last mile, 물류창고부터 고객에게 이르는 물류의 마지막 단계)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라면 미들마일(middle-mile, 물류창고/풀필먼트센터에서 물류 허브로 이동하는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도 있다. 월마트는 라우트 최적화(route optimization) 적용에 나섰다. AI 알고리즘으로 상품 운반 트럭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고 날씨와 교통 흐름까지 분석에 적용해 상품을 예정된 시간에 매장으로 배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수많은 상품을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이동 경로로 매장에 배송해 재고 관리의 효율성 또한 높여가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의 진화

한편 월마트와 아마존은 자신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셀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표 1) 풀필먼트 서비스는 상품의 피킹과 패키징, 배송, 상품 리턴 시 발생하는 역물류(Reverse Logistics)까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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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닷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는 재고 관리 및 주문, 배송 처리를 해주는 월마트 풀필먼트 서비스(WFS, Walmart Fulfilment Services)를 이용할 수 있다. 월마트가 물류를 담당해주는 덕분에 셀러는 상품 기획이나 마케팅 등 중요한 부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월마트는 WFS의 비용이 타사 대비 평균 15% 낮고 투명한 가격 구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월마트는 2025년까지 매장의 65%를 자동화한다는 목표하에 소매 공급망 주문 처리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얼럿 이노베이션(Alert Innovation)’을 인수했다. 얼럿이 개발한 로봇은 스스로 상품을 입고받고 주문에 따라 상품을 적재-픽업-배출한다. 그 덕분에 월마트는 매장 공간을 상품 보관 및 주문 처리에 활용할 수 있어 온라인 주문에 따른 상품 픽업 및 배송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월마트는 ‘프로젝트 P.I.(Project P.I.)’라는 AI 모델을 적용해 풀필먼트센터로 입고되는 상품에 하자가 있는지를 검사한다. 생성형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이 마치 사설탐정(private investigator)처럼 상품의 컬러, 사이즈 등이 고객이 주문한 게 맞는지 뿐만 아니라 상품의 하자 유무를 배송 전에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물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에러를 줄여 고객의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한편 아마존은 풀필먼트 서비스(FBA, Fulfilment by Amazon)를 월마트보다 훨씬 더 글로벌한 규모로 제공해왔다. 풀필먼트 서비스에 더해 아마존 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통합, 배송 라벨링 등을 제공해 셀러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가 용이하다. 아마존은 FBA를 이용하면 타 풀필먼트 서비스 대비 70% 정도 비용 절약 효과가 있으며 효율화된 배송 시스템 덕분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한다.

아마존은 로봇 등 신기술을 도입해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최근 도입한 시스템으로는 세쿼이아(Sequoia)와 디짓(Digit)이 있다. 아마존에 따르면 세쿼이아라는 로보틱스 시스템을 텍사스 휴스턴 물류창고에 적용한 결과 재고 파악 속도는 75%, 주문 처리 속도는 25% 향상됐다.3 아마존은 2023년 10월 시애틀 물류창고에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들였다. 디짓은 이전에 배치한 로봇 시스템 키바(Kiva)와는 차원이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 로봇은 두 팔로 상품을 나르고 주문 프로세싱 담당자들을 도와준다. 이동 방향을 바꿀 때는 눈을 깜빡깜빡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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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마존은 미들마일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적응형 운송 최적화 서비스 아트롭스(ATROPS, Adaptive TRansportation OPtimization Service)를 개발했다.4 (그림 1) 아트롭스는 고객이 ‘지금 구매하기(Buy Now)’ 버튼을 클릭하는 즉시 해당 상품에 대한 최적의 배송 경로를 할당한다. 미국 전역을 8개 지역군으로 나누고(regionalization) 주문에 맞는 단거리 루트를 할당해 배송 속도를 향상시켰다. 그 결과 한 지역군에서 고객 주문을 완성할 수 있는 비율이 62%에서 76%로 향상됐다.

한국의 쿠팡 역시 물류네트워크와 풀필먼트 서비스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의 특징 중 하나는 벤더 플렉스(Vender Flex) 모델이다. 이는 쿠팡 직원이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포장과 배송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쿠팡 직원이 셀러의 물류센터에 파견돼 포장과 배송 등의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에 더해 셀러의 물류센터를 활용함으로써 물류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고 물류센터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요 변동에 따라 물류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셀러와의 돈독한 관계를 강화하며 더 많은 신규 셀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배송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배송 속도를 높이고 쿠팡의 표준화된 물류 프로세스를 셀러의 물류 프로세스에 적용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결과적으로 쿠팡은 벤더 플렉스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물류 네트워크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반품하고 커피 배송받고

앞으로 리테일러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그 자체로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월마트보다 훨씬 앞서 FBA에 집중해온 아마존은 풀필먼트 서비스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할 정도로(2023년 기준) FBA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5

리테일러가 상품·서비스 판매 외에도 풀필먼트 서비스에 집중하는 궁극적 이유는 자사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 고객 경험을 향상시킴으로써 고객 보유율을 높일 수 있고 풀필먼트 서비스의 매출 또한 주요 매출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도 빼놓을 수 없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잘 팔리는 상품 정보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큰 장점이다. 자사 플랫폼/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보다 훨씬 더 방대한 외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PB 상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향후 풀필먼트 서비스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까? 첫째, 풀필먼트 서비스에도 AI와 자동화 기술 적용이 늘어나며 로봇의 피킹, 패킹, 분류 등 작업 참여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문 처리 속도 개선 및 전반적인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AI 기반 예측 분석에 의해 재고 또한 더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2024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관리와 재고 관리’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본 영역 2위로 나타났다.

둘째, 혁신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풀필먼트센터가 확장되며 배송 시간 단축 등 고객 경험이 향상될 것이다.

월마트의 차세대 풀필먼트센터는 크냅(Knapp), 심보틱(Symbotic), 위트론(Witron) 같은 자동화 로봇과 협업해 고도의 자동화 기술 및 고밀도 적재 시스템을 장착한다. 일명 3PL(Third Party Logistics)을 통해 기존 12 단계의 물류센터 프로세스를 5개(unload, receive, pick, pack, ship)로 축소한다.6 월마트는 4개의 차세대 풀필먼트센터만으로도 미국 소비자의 75%에게 익일 또는 2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기존 풀필먼트센터와 합치면 미국 소비자의 95%에게 익일 또는 2일 배송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한다.

아마존은 최근 매사추세츠주에 로보틱 풀필먼트센터 ‘BOS3’를 오픈했다. 10만 평이 넘는 면적에 5층 규모로 지어진 이 시설은 전자레인지 같은 최대 18.5인치 상품까지 분류와 적재/보관 등을 자동으로 처리한다.7 모든 패키지에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고객 배송 정보가 표시되지 않은 라벨이 부착된다. 이후 고객의 데이터를 ‘SLAM(스캔·라벨·적하목록 적용)’이라는 기계로 전송해 자동으로 배송 라벨을 부착한 다음에 배송을 위한 특정 트레일러로 패키지가 이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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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풀필먼트 서비스의 성장과 차세대 풀필먼트센터의 확장은 결과적으로 옴니채널 풀필먼트를 정교화해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타깃은 팬데믹 시기부터 톡톡한 효과를 본 커브사이드 픽업에 이어 2023년 4월 상품의 반품에도 커브사이드 픽업 개념을 적용한 ‘드라이브 업 리턴(Drive Up Return)’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앱으로 도착 신호를 누르면 타깃 직원이 나와 반품할 상품을 가져가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현재 1700여 개 매장에서 제공되고 있다. 또한 타깃은 2023년 10월 드라이브 업 리턴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고객이 타깃 내 입점한 스타벅스의 음료와 식품을 차에 앉아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차에서 내려 매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품 픽업/반품은 물론 스타벅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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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 중심으로 최신 물류 트렌드와 풀필먼트 서비스 등을 살펴봤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이 급격하게 부상하며 글로벌 리테일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 소비자 5명 중 1명이 중국 쇼핑몰 애용

알테쉬로 대표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 Cross-Border Ecommerce)는 과거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보다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미국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 미국에서 현재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창출되는 소매 매출은 5164억 달러(약 600조 원)로 전체 커머스의 약 39%를 차지한다. 이 중 아마존의 비중이 70%다.8 그런데 알테쉬의 등장으로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아마존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을 정도다.

중국 기반 CBE는 미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광고를 투하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쉬인은 2023년에만 3억 달러(약 4000억 원)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했고 테무는 2022년 9월에 미국에 상륙한 이후 1년 반 동안 무려 24억 달러(3조 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특히 테무가 2023~2024년 진행한 광고 캠페인 ‘백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Shop like a billionaire)’가 큰 반향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공격적인 광고 진행과 입소문을 통해 많은 소비자가 초저가를 표방하는 CBE를 경험했다. 이마케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지난 6개월간 이커머스 상품 구매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미국 소비자가 이용한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에서 테무(46.4%)는 2위, 알리익스프레스(13.9%)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림 2) 특히 테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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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의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 현황(2024년 4월)9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재구매율이다. 쉬인은 34.6%, 테무는 24.4%의 고객 리텐션 비율을 자랑한다.10 옴니샌드(Omnisend)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5명 중 1명이 일주일에 한 번 테무, 쉬인, 틱톡 숍에서 쇼핑한다.11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테무와 쉬인이 아직 아마존이나 월마트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이베이(eBay)나 엣시(Etsy)보다 더 많은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트렌디한 의류와 뷰티, 각종 생활용품을 초저가로 판매하는 CBE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반 CBE가 미국에서 큰 변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있다. 2016년 미국 정부는 개인소비자가 해외 물품을 구매할 때 관세 면제 한도를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였다. 미국 소비자라면 누구나 알테쉬에서 초저가로 판매하는 상품을 관세 걱정 없이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알테쉬는 크게 성장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합 몰 앱 순위는 2024년 3월 기준 1위 쿠팡, 2위 알리익스프레스, 3위 테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해외 직구 거래액은 6조7567억 원이며 이 중 49%가 중국에서 구매한 금액이다. 2019년만 해도 중국 직구 거래액 비중이 18%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 기반 플랫폼을 이용한 중국 직구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알리바바는 2023년 9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2024년 4월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억 달러를 들여 축구장 25개 크기에 달하는 풀필먼트센터를 한국에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2023년부터 CJ대한통운과 함께 배송 기간을 영업일 기준 5~7일로 단축했는데 아예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더 빠른 배송으로 한국 내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24년 6월 쉬인 역시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한국의 물류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쉬인은 4월 말 한국어 웹사이트를 론칭했고 공격적인 마케팅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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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도 초저가 판매 개시

중국 기반 CBE의 선전에 위협을 느낀 미국 리테일러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취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와 선호도를 측정하고 대응하는 온디맨드 생산 모델로 성장해온 쉬인은 미국 시장에서 여러 제약과 규제가 강화되자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2024년 4월 공급망 서비스를 타 업체에 판매하는 ‘Supply Chain as s Service’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쉬인의 강점인 적은 물량, 초고속 생산, 실시간 인기도 추적, 빠른 배송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물류 시스템을 다른 브랜드에도 제공하는 것으로 아마존의 아성을 위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12

아마존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빠른 배송, 소비자의 신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선 전자제품 등의 카테고리에서 당일 배송이 가능한 제품 수를 늘리며 이를 강조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고려하고 있다. CBE의 배송 시간이 길고 제품 품질에 대한 논란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아마존의 신뢰성을 더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CBE 주문 상품을 배송받으려면 알리익스프레스 프리미엄 배송은 7~15일, 일반 배송은 10~45일이나 걸린다.

또한 아마존은 AI 검색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테이아(Project Theia)’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급 컴퓨터 비전 및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제품 검색 경험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고객에게 소비 영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초저가로만 승부하려는 CBE와 두드러지게 대조되는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상품 반품에서도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있다. 아마존은 ‘FBA Returnless Resolu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셀러들에게도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상품 반품 없이 환불을 처리해주는 권한을 제공한다. 또한 상품이 반품된 경우 아마존 웹사이트 내에 만들어둔 반품 상품을 재판매할 수 있는 공간인 ‘Grade and Resell’에서 해당 상품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3

한편 월마트는 2024년 8월부터 WFS에 중국의 3개 대형 항구에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액세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14 이는 옌톈(Yantian), 상하이, 닝보(Ningbo)의 항구에서 미국 내 WFS 시설로 상품을 운송하는 해상 화물 서비스로 중국에서 상품을 조달하거나 제조할 수 있고 컨테이너 전체를 채울 만큼 충분한 재고를 주문/제조할 수 있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셀러 고객에게만 제공된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월마트 물류 네트워크로 제품을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함으로써 고객이 구매 버튼을 클릭한 후 2일 내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중국 CBE에서처럼 상품이 중국에서 배송됨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의 최종소비자는 훨씬 짧은 기간 내에 배송받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알테쉬의 초저가 가격을 타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아마존은 2024년 11월 ‘아마존 하울(Amazon Haul)’이라는 쇼핑 섹션을 공개했다. 아마존 하울에서 판매하는 패션, 가정용품, 라이프스타일 등의 상품은 대부분 10달러 미만이다. 또한 50달러 이상 주문 시 5%, 75달러 이상 주문 시 10% 할인을 제공한다. 배송은 1~2주가 걸린다. 알테쉬 같은 초저가 리테일러와의 경쟁을 위해 아마존의 강점인 빠른 배송을 포기하더라도 가격적 이점을 강조한 전략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알테쉬 플랫폼의 판매 가격과 자사 가격을 동일하게 매칭해주는 한편15 월마트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더 빠른 배송과 더 편리한 반품, 어댑티브 리테일(Adaptive Retail, 고객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적응형 리테일)을 통한 한층 더 강화된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알테쉬와의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궁극적 종착점은 ‘고객 경험 향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3대 CBE 모두 한국에 진출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앞으로 이커머스와 물류 등의 변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해외 직구 서비스 ‘로켓직구’를 확대하며 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3조 원을 물류망에 투자해 김천과 제천 등에 8개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산간벽지와 도서에도 로켓배송을 제공하는 등 2027년까지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쿠팡 물류센터 기준 10분 거리 내, 일명 ‘쿠세권’에 위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16

알테쉬와의 무한 경쟁 상황에 이미 놓인 국내 리테일러들은 아마존과 월마트, 쿠팡 등의 사례를 참고해 편의성, 품질, 브랜드 등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경쟁 우위를 강조하며 알테쉬와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되 물류 혁신의 궁극적 종착점은 고객 경험 향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황지영jiyoung.hwang.retail@gmail.com

    노스캐롤라이나대-그린스보로(UNC-Greensboro) 부교수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그린스보로(UNC-Greensboro) 마케팅 전공 부교수는 미국 미디어 인터뷰, 미국소매협회(NRF)의 아시아 콘퍼런스 자문단(2024 NRF APAC Advisory Board)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24, 기아자동차, 아모레퍼시픽, MBC라디오, EBS 등 다수의 기업과 미디어에 강연·자문·컨설팅 및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17년간 유통 전문 월간지 리테일매거진에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DBR, 매경이코노미스트 등에도 칼럼을 기고해왔다. 저서로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잘파가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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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강지남jeenam.kang@gmail.com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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