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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영 케이스 스터디 一 현대카드, 그린케미칼

파격적 자율… 신속한 결정 창의력을 키운다

김남국 | 2호 (2008년 2월 Issue 1)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창의적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성과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당면한 과제다. 두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카드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현대카드와, 사탕수수로 세제를 만들어 급성장한 중소기업 그린케미칼을 분석했다. 현대카드는 한 때 무기력한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린케미칼은 획기적 상상력을 실행에 옮겨 세제 시장에서 대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관료적 조직을 어떻게 창의적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린케미칼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교훈을 준다.
 
현대카드 >> 창의적 조직 만들기
2003년 현대카드는 시장점유율 1.8%에 적자 규모도 6000억원이 넘는 위기의 회사였다. 직원들은 선발 카드 회사의 마케팅을 따라하며 그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데다 돈도 별로 없는 조직에서 직원들은 새로운 시도를 할 의욕을 상실했다. 2003년 10월 취임한 정태영 사장은 이런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실제 직원에게 지시를 하면 “후발주자여서 곤란하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정 사장은 패배의식에 젖은 직원들에게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을 5가지씩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속도(speed)’와‘끝없는 변화(never-ending change)’, ‘전략에 집중(strategic focused)’, ‘혁신(innovation)’ 등 4대 경영방침을 발표하며 조직 문화의 변혁을 추진했다. 결국 5년이 지난 현재 현대카드는 13%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정 사장 등 현대카드 경영진은 조직문화 변화의 첫 단추로 관료주의 타파에 나섰다. 하지만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부터 모색했다.
 
사소한 관행부터 바꿔라
일례로 회의 중에 사장 호출을 받은 직원은 사장실이 아니라 자기 사무실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 양복 상의를 챙겨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런 관행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또 넥타이 착용도 자율에 맡겼다. 외부 영업을 할 때에는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내부에서는 격식을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회의 고정 좌석도 폐지했다. 사장이 회의실 중앙에 앉고 서열대로 임원들이 앉는 관료적 문화를 타파하자는 취지에서다. 각종 사내 행사에서 사장 입장 시 박수를 치던 관행도 없앴다. 시무식 같은 행사 때 직원들이 뻣뻣한 자세로 서있을 필요도 없어졌다. 지금은 회의나 행사 때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거나 걸어 다니는 직원들이 자주 눈에 띈다.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이처럼 사소한 관행에 손을 댔지만 이런 변화가 일반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일례로 사내에서 넥타이 착용이 자율로 정착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또 사장 입장 시 박수치지 않는 관행이 정착되기 까지 행사 담당 팀장은 경영진으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조직문화에 의외로 큰 영향을 끼친다. 조직 구성원들은 경영진의 변화 의지가 매우 강하고 앞으로 일관되게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또 엄격한 격식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직원들의 사고와 행동도 유연해졌다.
 
벽없는 조직을 만들어라
경영진은 작은 행동양식의 변화에 이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장벽도 허물었다.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다른 부서의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자칫 상대방을 깎아내리려 한다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또 지적당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려 ‘복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하지만 “침묵은 회사를 죽인다.”(레슬리 펠로우 하버드대 교수)
 
현대카드 경영진은 이를 인식하고 부서별 업무보고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임원회의를 아예 없앴다. 정례 업무보고는 매달 e메일로 대체했다. 대신 회사 전체적으로 중요한 3∼4개 이슈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포커스 미팅’을 매주 진행했다. 회의 안건을 내야하기 때문에 각 부서는 적어도 2∼3개월에 하나 정도는 다른 부서와 관련한 이슈를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 또 포커스 미팅에 참석한 간부들은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해야 한다. “옷벗고 싶으면 말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회의에서 침묵을 지키던 임원이 해고되기도 했다.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말문이 트이면서 다른 부서 업무와 관련해 의견을 내는 게 일반화됐고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문화도 정착됐다.
 
또 팀장급들을 위해서는 매년 ‘리더십 미팅’이 열린다. 고급 호텔에서 격조 있게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좋은 성과를 낸 팀장들은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자세히 공개하고 다른 팀원들과 공유한다. 사장도 직원들에게 2∼3개월에 한 번씩 업무보고를 한다. 사장은 보고서를 통해 경영 철학과 비전, 향후 전략 등을 알린다. 때로는 사장이 대리나 과장급 직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실무직원도 사장에게 메일을 보낸다. 회의실과 임원실에 대형 통유리를 설치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했다. 모든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며 계층간 장벽도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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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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