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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이사진의 경험적 다양성이 혁신 돌파구

최병철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Based on “Board Experiential Diversity and Corporate Radical Innovation”(2023) by Genin, A., Ma, W., Bhagwat, V., & Bernile, G, forthcoming,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24.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은 이전 발명과 다르게 새로운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혁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혁신은 발명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모더나(Moderna)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들 수 있다. 이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디옥시리보핵산을 시퀀싱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비단 코로나19 백신뿐만이 아니라 미래 백신 개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급진적 혁신은 기업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급진적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은 불확실성이 높은 탐색 활동을 필요로 하지만 실패 확률도 높고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수익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진적 혁신을 추구할 때 기업의 리더십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집단인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기존의 연구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성별, 인종, 나이 등)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돼 왔다. 또한 이들 연구 대부분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다양한 이사회가 기업의 혁신 성과에 미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강화된 모니터링, 즉 다양한 관점에서의 감시 및 오류를 필터링하는 기능에서 찾고 있었다. 즉, 효율적으로 R&D(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던 것이다. 반면 본 연구는 이사진의 경험적 다양성(교육 수준, 종사했던 산업, 조직 경험)에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다양성이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급진적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탐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1996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971개의 미국 상장 기업 (금융 산업과 공공 서비스 기업 제외) 이사진의 경험적 다양성(교육 수준, 종사했던 산업, 조직 경험)을 조사했다. 다음으로 기업의 급진적인 혁신을 측정하기 위해 현존하는 기술 개발들의 궤도를 통합하거나 새로운 궤도를 제시하는 특허를 조사했다. 이후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통해 이사진의 경험적 다양성이 혁신적인 특허의 양뿐만 아니라 혁신성의 정도까지 모두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경험적 다양성은 강화된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는 인구통계학적 다양성과는 달리 건설적인 조언과 상담을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사들은 표면적으로는 연결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지식 조각들을 결합해 새로운 해석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적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새로운 관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최고경영진이 생각하지 못했던 전략적 기회를 발견하거나 급진적 혁신과 관련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사진이 보유한 경험적 다양성은 기업의 과감한 탐색 활동을 저해하는 집단 의사결정 시스템의 편향을 완화시킨다.

경험적 다양성이 높은 이사회는 경영진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감시하는 모니터링의 역할보다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조언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고, 이들의 조언은 경영진이 수용하기 쉬운 건설적인 피드백 형태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영진의 단기적 관점(단기적인 손실 회피 경향 혹은 단기이익 추구)에 대한 집착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급진적 혁신에 필수적인 과감한 탐색 활동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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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에 있어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사회의 인구통계학적 다양성과 경험적 다양성이 혁신 성과의 다른 측면에 각각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다양한 이사진은 R&D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이는 기업의 기존 사업 혹은 단기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데 기여한다. 반면,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의 전문 지식을 갖춘 이사들은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독창적인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급진적 혁신을 지원한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모더나 이사회에는 비즈니스, 의료, 과학, 경제학,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을 받은 이사들이 포진하고 있고 이들은 바이오제약, 기술, 공공 정책, 사회학 등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독창적인 관점을 모더나에 제공했다.

물론 본 연구의 발견이 이사진의 다양성(인구통계학적 vs. 경험적)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귀결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사업 분야나 산업의 특성에 맞게 성별, 인종, 나이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이 강화된 이사진 구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경영진에게 오류를 필터링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이는 R&D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다. 경험적 다양성이 높은 이사진 혹은 자문단은 과감한 탐색이 필요하거나 장기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수반하는 R&D 프로젝트가 보다 높은 확률로 급진적 혁신에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이사진 구성 시 균형 잡힌 다양성 전략을 구사하면 현재의 주주 가치 보존과 미래의 성장 기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 최병철 |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 경영전략 교수

    필자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주립대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를, 뉴욕주 런슬레어공과대학에서 기술혁신전략을 졸업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벤처링(corporate venturing)과 기술경영 (technology management)이다.
    bcho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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