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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회 × DBR 공동 기획 - ESG를 둘러싼 논란과 대응 방향

ESG 투자, 계속해야 할까요?

문정빈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향방을 이해하려면 국제정치의 리얼라인먼트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정치적 구도가 ‘민주당 주류 대 공화당 주류’로부터 ‘자유주의 주류 대 현실주의/고립주의 비주류’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ESG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ESG 경영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발전뿐 아니라 기업의 고유한 목표 달성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담고 있다. 기업은 ‘파이 키우기’의 정신을 기억하고 ESG 경영을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의 ESG, 여러분의 생각은?

최근 각종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들어간 상황 속에서 ESG 경영에 대한 회의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여러분이 기업의 CEO라면 앞으로 ESG에 대한 투자를 줄이시겠습니까, 반대로 늘리시겠습니까?

2013년부터 ESG연구회를 운영하며 경제학, 법학, 정치학 연구자들과 ESG의 함의를 논의해온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최근 ESG를 둘러싼 국제 정치경제적 흐름과 더불어 각종 논란과 그에 대한 대답을 정리한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고 여러분이 CEO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지 위 QR코드를 통해 의견을 남겨주세요. 상세한 의견을 남겨주신 분들 중 일부를 선정해 소정의 상품을 드리고 DBR에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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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라인먼트의 시대

전 세계적으로 리얼라인먼트(Realignment)가 화두다. ‘재정렬’로 번역할 수 있는 리얼라인먼트는 정치학에서 기존 세력 구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선거에는 기존의 대립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엎는 재정렬 선거(realignment election)가 존재한다. 미국 현대사에서 리얼라인먼트가 일어났던 대표적인 사례는 1964년, 1980년, 2016년 대선을 예로 들 수 있다.

1964년 이전 민주당은 남부 농장주와 북부 엘리트의 연합체로서 인종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정당이었다.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이 시대를 읽는 혜안으로 민권 운동의 흐름을 포착했고, 영리한 정치인이었던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 대통령은 평등에 기반한 민권 운동이 앞으로 민주당의 주류가 될 것을 알아챘다. 그 결과 1964년 대선에서 역대급 압승을 거둔 존슨 대통령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라는 어젠다로 이후 두 세대(60년)를 좌우할 큰 그림을 그렸다.

1980년, 배우 출신의 아웃사이더 로널드 레이건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의 약점인 복지병을 파고들어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때 민주당원들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레이건 민주당원(Reagan Democrats)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선출직 정치인 경력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가 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때 트럼프는 장기간 민주당 우세주였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체 득표수에서 지고도 대통령에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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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은 주류 자유주의(liberalist)에 대항해 현실주의(realist) 또는 고립주의(isolationist) 세력이 승리한 선거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2016년 이전의 미국 정치 구도에서 민주당-공화당의 대립 구도는 경제적, 국제정치적 사상의 차이보다는 낙태나 소수자 인권과 같은 사회 이슈에 기반한 성격이 컸다. 사실상 현재 민주당 주류(클린턴-오바마-바이든) 와 2000년대 초반 공화당 주류(부시-체니-럼스펠드)는 자유주의 정치사상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자유주의는 보편적 인권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서구화(미국화)를 추구하는 2차 대전 이후 주류 정치 외교 사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던 1992년, 세계는 냉전의 종식과 미국 주도의 세계화 물결에 휩쓸릴 참이었다. 2차 대전 전후 베이비붐세대의 맏형1 이라고 할 수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전임자인 레이건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설계한 냉전 이후의 미국 일극 체제에서 본인의 이상이었던 자유주의를 마음껏 펼친 대통령이다. 인권의 원칙을 기반으로 코소보 내전과 르완다 내전 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했으며 부인인 힐러리는 유엔에서 “여성 인권이 곧 인권(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이라는 연설을 통해 전 세계에 여성 인권의 중요성을 각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유주의는 서구의 인권 개념을 바탕으로 자유, 평등, 인류애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 사조로, 유엔 인권 헌장과 그 계승자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 그리고 지속가능발전목표 (SDG)에서 그 핵심 이념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가신들인 체니, 럼스펠드, 파월 등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치하의 2000년대 초반에 전성기를 누리는데 소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불리는 이들은 국제정치 측면에서는 자유주의 사상의 충실한 계승자들이다. 무력 개입을 통해서라도 세계의 불의와 인권 침해를 교정해야 한다는 이들의 입장은 결국 중동 지역에 대한 무리한 군사적 개입을 낳았고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으로 미국의 국력을 소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상극일 것 같은 민주당과 공화당, 그러나 사실은 자유주의 국제정치 사상을 공유한 두 세력의 동침은 2016년, 트럼프라는 영리한 사업가에 의해 깨지게 되는데 평생 민주당 지지자였던 뉴요커 도널드 트럼프는 어프렌티스 TV 쇼의 명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야심을 키우던 중 미국 기층 유권자들의 터질 듯한 불만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챈다. 공화당의 소위 주류들이 관성 때문에 차마 주장하지 못했던 것들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나토나 한미 동맹과 같은 기존 동맹 무용론과 미국 일방주의 노선의 외교 정책을 주장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일극 체제와 자유주의 외교 노선이 한계에 달했다는 징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국제정치학의 쌍두마차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현재 이를 대중들에게 가장 잘 설명하는 학자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다. 현실주의에서는 각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을 민족주의(nationalism)로 명명한다. 그리고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가치와 규범을 내세우는 자유주의는 실리를 중시하는 민족주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일갈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추상적인 자유, 평등, 인류애와 같은 가치를 논하는 쪽보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실리를 제안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가능성이 높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자유주의 외교 정책은 미국 주도 일극 체제라는 특수한 상황이 낳은 부산물이며 중동에 대한 자유주의적 개입의 실패, 그로 인한 미국 국력의 쇠퇴, 중국이라는 역대급 라이벌의 등장으로 사실상 파산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중국의 WTO 가입과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편입 또한 자유주의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들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 수준이 상승하게 되면 결국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욕구가 분출해 중국이 서구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체급을 올린 중국의 선택은 더욱더 봉건적인 민족주의적 일인 지배 체제로의 회귀였고, 이 또한 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생각이 순진했음을 보여준다고 현실주의자들은 주장한다.

현실주의가 각 나라와 민족 고유의 전통과 이익을 존중하는 절충적인 견해라면 자유주의의 반대편 극단에 고립주의의 전통도 존재한다. 일례로 미국의 지정학적 분석가인 피터 자이한의 경우 현재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다른 모든 경쟁 국가는 결코 패권 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입장, 즉 부재지주와 같이 한발 물러서서 혼란스러운 세계를 관조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고립주의는 먼로주의로부터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기층에 흐르고 있던 피로감, 곧 자유주의 주류에 대한 반감을 정확히 포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 정치의 대립 구도가 자유주의적 관점을 공유하던 ‘민주당 주류 대 공화당 주류’ 로부터 ‘자유주의 주류 대 현실주의/고립주의 비주류’로 재편되는 리얼라인먼트의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공화당의 주류 중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부시 가문과 체니 가문의 후계자 젭 부시와 리즈 체니는 현재 공화당에서 완전히 비주류로 밀려난 상태이며 공화당은 트럼프로 대변되는 현실주의/고립주의 세력의 정당으로 재편이 된 상태이다.

‘자유주의 대 현실주의’와 ESG

이와 같은 글로벌 정치에서의 자유주의와 현실주의의 충돌은 ESG 경영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E, S, G 각각의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E 삼성, LG, SK는 우리나라에 공장을 더 지을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맞닿아 있는 ESG 경영은 자유주의 국제정치 사상의 기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영미권 주도의 ESG 평가 기준을 들여다보면 제조업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눈에 띈다. 예컨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RE100과 같은 제안들은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기반의 경제를 가진 한·중·일이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은 탄소 중립 이니셔티브 넷제로에 참여해 공정에서의 직접 배출, 전력 사용으로 인한 배출은 물론 출장, 통근, 공급망 전체에서의 배출을 포괄하는 scope 3 기준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의 주요 공급 업체인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은 기적과 같은 탄소 포집 기술 혁신을 달성하지 않는 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국내에 새로 공장을 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ESG 경영과 선진국의 직접 투자 유치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제조업 중심 경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목표에 동참하면서도 국가별 현실을 감안한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는 현실주의적 접근이 절실하다.

S 깨시민주의(Wokeism)와2 그에 대한 반발

사회(S) 영역은 가장 다양하면서도 정치적으로 견해 차이가 큰 영역이다. 예를 들어,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2022년 여권에 남녀가 아닌 제3의 성별 ‘X’를 명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양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를 제도화했다. 미국에서 다양성 논의는 성별, 인종별 구분을 넘어 성적지향성 측면으로 강조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의는 매우 초보적인 단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미국에서 정치적으로도 첨예한 이슈인데 예를 들어 2022년 플로리다주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주 공립 교육 과정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진보적인 자유주의자들이 많은 디즈니는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주지사의 입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와 같은 기업 행동주의(corporate activism)는 최근 점점 흔한 일이 되고 있는데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은 환경보호의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 원주민 보호 구역을 해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를 연방 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기업은 사회정의를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MZ세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정의는 정부에 맡기는 것이 옳으며 소수의 기업 임직원이 경제적 권력을 빌려 본인들의 가치관을 다수에게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반기를 든 디즈니의 경우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자신감에 넘치는 젊은 주지사 디샌티스는 디즈니의 항의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고 디즈니에 제공하던 세제 혜택과 토지 사용 관련 혜택을 회수하겠다고 겁을 줘 결국 디즈니가 이에 굴복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2022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전통적인 접전 주 플로리다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19% 차의 압승을 거두면서 재선돼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됐고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는 깨시민주의, 특히 기업 행동주의와 결합된 움직임에 많은 유권자가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이 같은 현상은 ESG에 대한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성 인권과 같은 사회 분야의 중요 이슈가 있을 때 중동 국가 같은 곳에서 일방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현지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대국의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하는 현실주의적 감각이 필요하다.

G 유럽의 지속가능성 공시 법제화

EU는 지속가능금융공시법을 기반으로 2022년 2월,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을 의결했는데 이는 EU에 소재한 현지 기업이나 해외 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환경오염이나 직원 인권 등의 ESG 관련 사항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실사(Due Diligence)란 기업 활동이 환경, 인권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이슈에 끼치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관리, 통제하는 활동을 말한다. 실사 전략에는 첫째, ESG 관련 부정적 영향을 감지·평가하는 것, 둘째, 부정적 영향을 중지·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한 조치들의 이행 성과를 점검하는 것, 셋째, 관련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실사 결과를 문서 등으로 공개·설명하는 것, 넷째, 실사 결과를 이후 사업 전략에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포함된다. 예컨대,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을 사용하거나 직원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발견, 피해 구제 및 감독, 언론 및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소통, 재발 방지 대책과 향후 경영 전략 수립 등이 포함돼야 한다.

CSDD의 적용을 받는 1만7000여 개의 기업은 자사는 물론 공급망의 모든 협력업체에 대해 실사를 수행해야 하며 기업의 ESG 지침을 협력업체와의 계약에 반영하고 거래 관계 일시 중지 혹은 단절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

EU의 CSDD는 단순 공시에 그치지 않고 이사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활동, 당국의 감독 및 민사 소송 강화 등 실효성 제고 수단을 함께 도입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력한 ESG 관련 법제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유럽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하거나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은 실사 및 제재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EU의 ESG 강화 노력은 코끼리 곡선과 관련해 해석해볼 수 있다. 월드뱅크 출신의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신흥국 중산층과 선진국 부유층의 소득은 크게 증가한 반면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했다고 밝혔다. 이를 글로벌 소득 분위별로 그려 보면 마치 코끼리가 코를 들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 코끼리 곡선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유명해졌다.3 이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세계화가 신흥국 중산층에는 기회였지만 선진국의 중산층에는 큰 위협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반작용이 브렉시트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같은 세계화에 대한 거부라는 정치적 선택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EU ESG 법제는 유럽 내부의 정치적 불만을 완화하려는 보호무역 도구로서의 성격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ESG 경영은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ESG 경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큰 그림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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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에 대한 비판

올해 3월17일에 공개된 투자자들에 대한 서한에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의장은 예년과 달리 주주(shareholder)라는 단어를 이해관계자(stakeholder)보다 6배나 많이 사용했다. 이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해관계자라는 용어가 주주보다 많이 등장하던 경향을 뒤집은 것으로 이해관계자에 대한 관심을 핵심으로 하는 ESG에서 다소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1년이 넘어가지만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고물가, 고이자율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긴축 경영을 하고 있는 현재,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 투자해야 하는 ESG 경영이 다소 위축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알렉스 에드먼스 교수의 파이 키우기 아이디어에 비춰 봐도 파이, 즉 기업이 생산하는 가치의 총합이 오히려 줄어들 상황에 처한다면 주주들은 물론 각각의 이해관계자는 자신의 몫이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파이 나누기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위험기피적이기보다 손실회피적(loss-averse)으로 행동하며 확실한 손실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다. 따라서 자신의 몫을 양보해서 줄이기보다는 그 몫을 지키는 도박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ESG 경영에 대한 반작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ESG 경영을 지나간 유행으로 보고 잊어버려야 할까? 다음에서 그동안 ESG 경영에 제기된 비판들을 요약, 분석하고 기업들이 ESG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그동안 ESG 경영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비판을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의 비판

오랜 자유주의 전통을 가진 영국의 경제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7월 발간한 ESG 특별 호에서 ESG 경영이 추구하는 목표는 너무나 많고 복잡하며, 이와 같은 복잡한 목표를 갖고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ESG가 다루는 다양한 비재무적 성과 중에서도 e, 즉 에미션(emission)에 집중해 현재 전 지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저감에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낫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2. 지배구조 학자들의 비판

ESG 경영의 이론적 기반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는 자체의 모순을 품고 있어 실현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선언에 참여한 기업들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ESG 경영은 언어의 향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4 루시안 벱축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이런 주장의 대표 주자인데 전통적인 주주 중심주의를 강조하며 ESG 중에서는 G, 즉 지배구조가 단연 가장 중요하다고 보며 ESG 평가기관들이 측정하는 G는 전통적 지배구조 평가 기관들이 측정하는 G와 괴리돼 있으며 따라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3.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비판

ESG를 자유주의, 진보파(liberal-progressive) 정치사상에 물든 기업 엘리트들의 비민주적인 의제 추구라고 폄하하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보수 정치인들도 있다. 최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모두 ESG 경영을 비판하는데, 특히 라마스와미는 저서 『Woke Inc.』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투자는 정부에 맡기고 기업은 본업인 이윤 추구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E는 물론, 특히 다양성, 노동권, 중소 협력업체의 권리 보호와 대기업의 횡포 견제 등 S 이슈에 관해 깨시민주의(wokeism)라는 용어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4. 진보주의 정치인들의 비판

한편 정치 스펙트럼의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진보주의 정치인들은 보수주의자들과는 반대의 이유로 ESG를 비판하는데 이들에 따르면 ESG는 자본주의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이들도 ESG가 추구하는 다양성, 노동권, 공정 경쟁 등의 목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ESG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투자자들은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슈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한다.5

5. ESG 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

마지막으로 실무적인 입장에서 ESG 평가기관들의 난립을 지적하며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는데 글로벌 대표 평가기관들 사이에도 평가 등급의 상관관계가 낮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ESG 평가와 성격이 유사한 회사채 등급 평가를 실시하는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기관들 사이에 동일한 회사채에 대한 등급 평가가 95% 이상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ESG 평가는 30~40% 정도의 상관관계만을 보여주고 있다.6 전 세계에 수백 개의 평가기관이 존재하는 현 상황을 고려해 보면 기업 입장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평가기관을 취사선택해 홍보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그렇다면 투자자와 여타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ESG 평가의 정보 가치가 매우 낮다고 할 것이다.

ESG 비판에 대한 응답

이코노미스트, 지배구조 학자,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비판은 각각 E, G, 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세 가지 분야가 현재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들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각각의 분야에서 상반되는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는 있으나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이슈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업 활동을 ESG 측면에서 평가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주의 정치인들의 비판도 반박이 가능한데 기업 활동을 개선하는 방식의 ESG 경영이 아니라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되물을 수 있다. 정부의 작동 방식과 효율성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한계점이 드러났으며 정부가 가진 자원만으로는 인류 문명에 중대한 도전이 되는 글로벌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문제에 충분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음이 입증됐다. 그렇다고 정부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시민사회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진보주의 관점에서 ESG 경영을 부정하는 태도는 불가능할지 모르는 궁극적인 이상을 핑계로 현실의 명백한 개선을 도외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비판에는 뚜렷한 당파성과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ESG 경영이 실익이 없다면 투자 포트폴리오 선택을 통해 이를 입증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비판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예외가 있다면 『Woke Inc.』의 저자 비벡 라마스와미인데 그는 투자회사를 만들어 ESG를 일절 고려하지 않고 수익성만을 좇는 주가지수연계펀드(ETF)를 출시했다. 그의 회사 이름을 딴 The Strive 500 ETF(STRV)는 2022년 9월 출시한 이래 S&P 500지수와 거의 유사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대형 정유회사 중심의 에너지 산업 포트폴리오인 US Energy ETF(DRLL)는 2022년 8월 출시 이후 블랙록의 친환경 에너지 펀드인 iShares 펀드(IYE)보다 약간 적은 손실을 기록 중에 있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아 투자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지금까지의 수익률 움직임으로 봐서는 두드러지는 성과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현재 모든 기업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ESG 경영에 일정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따라서 ESG를 배제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의 ESG 경영 흐름에 도도하게 반기를 든 이단아 라마스와미 또한 책 출간과 이에 따른 인지도를 곧바로 본인의 정치적 야심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ESG 경영에 반대하는 쪽이야말로 정치적 의도와 편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역공을 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ESG 평가의 신뢰성은 앞으로 ESG 경영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현재 ESG 평가가 중구난방이며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대해 두 가지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평가기관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협력해 평가 기준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의 경우 적어도 통시적 안정성, 다시 말해 하나의 대상 기업에 대한 ESG 평가에 있어서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Markov 행렬(matrix)은 직전 기간과 현재 사이에 확률 변숫값의 변화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행렬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ESG 평가에 적용해 보면 [표 1]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첫 번째 열에 있는 전년 등급을 받은 기업들 중 몇 %가 올해 각각의 등급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이 Markov 행렬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주대각선(전년과 올해의 등급이 같은 경우)에 항상 50% 이상의 기업들이 위치한다. 둘째, 전년과 올해 등급이 다를 경우 그 분포는 정규분포와 같은 모양을 따른다. 다시 말해, 전년 등급과 가까운 곳에 더 많은 기업이 위치하고, 멀어질수록 소수의 기업만이 남는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ESG 등급은 상당히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확률적으로 과반수의 기업이 전년도의 ESG 등급을 유지하며 2등급 이상의 급격한 변동은 10% 정도의 낮은 확률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ESG 등급을 급격히 올리는 것도 힘들지만 일단 좋은 ESG 평가를 받게 되면 다년간 유지도 가능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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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결과는 동일한 기업에 대한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매우 다르다는 ESG 평가 일반에 대한 문제 제기에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다양한 가치 기준을 가진 평가 기관들의 평가를 횡단면으로 비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평가기관 내 평가의 일관성이며 그 점에 있어서 전통 있는 평가기관의 ESG 평가는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은 통시적 안정성 기준을 적용해 ESG 평가기관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SG는 경영의 ABC

ESG 경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기업이 추구하는 지향과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향한 포괄적, 체계적인 관리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처한 환경은 복잡다기한 비시장 환경을 포함하므로 이 같은 관리를 하는 데 비재무적 요소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ESG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평가기관 중 본인들의 철학과 가장 부합하는 하나의 평가기관을 기준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평가 및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남의 장단에 춤을 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지향을 갖고 스스로의 과거와 비교하며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성 평가가 매우 중요한데 중대성 평가란 다양한 ESG 항목 가운데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하며 사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가진 항목들을 식별해 경영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분석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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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패션 브랜드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가 파악하는 중대성 높은 이슈들을 매트릭스로 정리한 것이다. 가로축을 이해관계자들이 파악한 이슈 영향력, 세로축을 기업에 미치는 이슈 영향력으로 두고 20가지의 ESG 및 경영 이슈를 정리한 결과, 기업과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공히 큰 이슈 여섯 가지가 도출이 됐는데 이들은 매트릭스의 가장 오른쪽 위에 위치하는 윤리적 행동과 지배구조(1번), 인권(12번), 환경 영향 최소화(17번), 기후변화 대응(16번), 소비자 지향(9번), 가치사슬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5번)이다. 이렇게 결정된 중대성 높은 이슈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심과 자원을 투입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재무 성과와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며 중대성이 낮은 이슈들에 대해 과도한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7

특히 글로벌 대기업이 된 우리나라 선도 기업들은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중대성 평가와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 지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의 조업 환경과 정치, 규제 환경을 종합해 환경, 노동, 제품 안전, 작업장 안전, 고객 보호, 반부패, 세금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지역별로 다른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관심과 경영 자원을 배분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SG 경영은 성장이 더디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유타대 린스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 지속가능 경영에 노력한 기업들의 회복 속도가 더 빨랐고 성과도 좋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8 기업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ESG 경영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의 유혹을 뿌리치고 파이 키우기의 정신을 기억하며 ESG 경영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 문정빈 문정빈 |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jonjmoon@kore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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