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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Watch

재택근무는 여성 직장인에게 득일까 독일까

박종규 | 360호 (2023년 0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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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Virtuality at work: A doubled-edged sword for women’s career equality?” (2023) by Villamor, I., Hill, N. S., Ernst Kossek, E., and Foley, K. in Academy of Management Annals,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 근무를 적극 도입해 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재택근무자의 수는 여전히 늘고 있는 추세다.1 요즘에는 재택근무 관련 정보와 매뉴얼, 관련 연구들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업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재택근무의 효용성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가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당신의 대답은 Yes인가, No인가?

기존에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원격 근무가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업무 유연성과 경력 개발의 기회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즉 ‘워라밸’을 더 잘 누릴 수 있다고 믿어왔다. BBC에 따르면 영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가 육아 등에서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2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지는 육아나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이는 남성 직장인들보다도 여성 직장인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가사와 독박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가 여성을 더 힘들게 한다는 딜로이트의 설문 결과도 있다.3

미국과 스페인의 경영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위 질문에 대해 Yes와 No 모두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문헌 연구를 통해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 근무가 경력, 급여 수준, 일가족 양립(Work-family Balance) 측면에서의 직장 내 여성 평등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1995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된 총 100개의 논문을 분석해서 원격 근무와 직장 내 여성의 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어떤 원격 근무의 특성들이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지를 구분해서 제시하고 그 특성들이 만들어 내는 세 가지 갈등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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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원격 근무는 일과 삶 모두에 대한 여성 직장인들의 통제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 원치 않는 간섭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재택근무는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통해 직무만족도와 웰빙(Well-being)을 높인다. 하지만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것은 일과 가족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서 더 많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요구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의 유연성은 자칫 잘못하면 야간 및 휴일 근로로 연결돼 일과 가정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둘째, 원격 근무는 새로운 일자리와 승진과 같은 더 나은 경력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원격 근무의 큰 장점으로 인해 여성 직장인들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인간관계 맺기가 쉽지 않은 원격 근무 상황에서는 여성의 참여적 리더십(Participative Leadership)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성은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한다는 오명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의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셋째, 여성 직장인들은 원격 근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고 통합될 수 있기도 하지만 더 배제될 가능성도 높다. 여성들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지 않을 때, 즉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성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이는 여성 직장인들이 직장 내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하고 그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SNS 역시 여성 직장인들이 좀 더 쉽게 전문 지식 및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항할 수 있는 단서들을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평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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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논문의 제목은 ‘원격근무: 여성의 경력 평등에 대한 양날의 검(Virtuality at work: A doubled-edged sword for women’s career equality?)’이다. 제목처럼 재택근무는 재택•원격 근무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여성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타인에 의한 성 고정관념 등을 강화하거나 완화시킴으로써 그들의 경력과 직장 내 성평등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이 논문의 기본 가정은 성 역할에 대한 기대와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사회와 직장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재택근무가 직장 내 성평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재택근무의 모든 특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일과 가정의 모호한 경계,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업무 가능성,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 등 여성 직장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원격근무의 특성들이 무엇인지를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의 도입 여부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CEO와 부서장들은 재택근무가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제공하는 기회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성차별을 인식하고 재택근무의 특성들이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예방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직장과 업무에서 성차별과 성 불평등이 만연하도록 만든 기존의 고정관념들이 새로운 업무 환경인 재택•원격근무 환경에서도 고착화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와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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