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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의 헌신=기업의 젖줄

스콧 쿡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올해 초 필자는 인튜이트의 중역 70명과 함께 한 나절 동안 회의실에 틀어박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 목표는 회사 외부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시간과 에너지, 전문성을 투입해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좀 이상하게 들리는가. 여러분이 속한 조직에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비즈니스 판도를 바꾸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매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에서부터 컴퓨터 자원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발적인 공헌을 한다. 사용자의 자발적인 공헌은 고객과 주주에게 엄청난 가치를 안겨준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자발적인 공헌에 대해 알게 됐을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발적인 봉사는 자선단체에나 해당되는 것이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기업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며 가장 뛰어난 경쟁 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몇몇 기업들이 사용자 공헌(user contributions)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사용자 공헌이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와 산업 전체 구조를 바꾸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베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베이는 온라인 매장이지만 자체적으로 단 하나의 상품도 갖추지 않은 채 팔고 싶은 물건을 진열하는 일을 고객에게 맡겨 두고 있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는 어떨까. 위키피디아는 무보수로 활동하는 아마추어들의 도움으로 내용을 채워나가는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서비스를 통해 230년의 역사를 지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제안하는 가치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사용자의 공헌이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기업의 가치 제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의 인터넷 기반 전화 시스템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컴퓨터의 유휴 처리 역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구글도 사용자 공헌을 바탕으로 한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생성하는 웹사이트 링크의 알고리즘 집합을 기반으로 하며, 구글의 광고 시스템은 사용자의 클릭이라는 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조직을 사용자 공헌을 기반으로 하는 구글 또는 스카이프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바꿀 수 있다거나,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사용자 공헌의 막강한 위력을 이해하고 제품 개선, 더 나은 서비스 제공, 신규 사업 출범, 비용 절감, 고객 성과 개선 등 다양한 기업 활동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활용하는 혼다, 프록터앤드갬블(P&G), 베스트 바이, 하얏트 등의 사용자 공헌 시스템 도입 사례가 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기업이든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사용자 공헌이라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들과 전통적인 대기업 등 앞에서 언급한 기업들은 필자가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라 부르는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켰다. 즉 이들 기업은 사용자의 공헌 또는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모으고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여기서 사용자는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직원 및 잠재 고객, 심지어 지금까지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공헌은 일, 전문성, 정보 등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소극적인 형태 또는 거래나 활동을 통해 자동으로 수집되는 행동 데이터 등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여기서 시스템은 사용자가 공헌한 내용을 수집해 자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무언가로 변환시키는 방법을 뜻하는 것으로,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기업 측에서 직접 시스템을 통제하고 디자인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회사 측의 간섭이 전혀 또는 거의 없다 하더라도 입력된 자료를 실시간으로 유용한 결과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상품 추천, 희귀한 상품을 거래하는 판매자와 구매자 연결, 새로운 인간관계 또는 비즈니스관계, 저렴한 가격, 소속감, 흥미, 모든 종류의 정보 등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가치의 결과물로 기업의 가치 창출에 도움을 준다.(‘사용자 공헌 분류’ 참조)

최고경영자(CEO)가 직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사용자 공헌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두 번째로 가치 창출의 기회를 활용할 때 중요한 권한을 회사 외부인에게 넘겨준다는 생각으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조직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바로 이 두 번째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성공과 실패, 흥분되는 순간, 사용자의 손에 엄청난 권한을 넘겨주는 데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던 순간 등 인튜이트에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혁신적인 가능성, 힘을 잃어가는 통념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처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붉은 색의 얇은 책자를 접하면서였다. 레스토랑 안내 책자인 자갓은 한 명의 비평가가 한두 번의 방문으로 평가한 점수가 아닌 수많은 고객이 내린 평가를 근거로 평점을 매기고 필요한 설명을 곁들인다. 자갓에 기재된 내용은 돈을 받고 음식에 대한 비평을 작성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필자와 같은 평범한 고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방법이 인튜이트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수한 인터넷 기업들의 눈부신 성과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각종 언론 및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선두 인터넷 기업의 성공에 대해 지겹도록 떠들어댔다. 좋건 싫건 인터넷은 사회와 전 세계 수억 명의 선호도를 반영한다. 서적 베스트셀러 목록과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이트 순위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투에서 누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최근 위키피디아, 유튜브, 페이스북, 크레이그스리스트, 마이스페이스 등이 아마존, 이베이, 구글 등 좀 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사이트들과 더불어 인기 사이트 목록에 가세했다. 이 사이트들은 각각 정보 정리, 흥미 위주의 동영상 제공, 인맥 교류, 광고, 쇼핑, 인터넷 검색 등 서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 속해 있어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사이트 중에는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곳도 있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비영리 단체도 있고, 공개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

이런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사이트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거나 사이트의 구조 자체가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들 사이트가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본질적인 특징 때문이다. 즉 사용자 공헌 시스템은 전통적인 기업 구조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이점을 갖고 있다.
 
비용우위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백과사전의 내용을 작성하고 편집하는 사용자들에게 그 대가로 무엇을 지불할까.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이 사이트의 핵심 자산이랄 수 있는 개인정보를 채우고 업데이트하는 사용자에게 그 대가로 무엇을 지불할까. 정답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이다. 이런 사이트들의 경우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무료로 확보한다. 사용자들이 공헌하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공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업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지 않아도 될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왜 사용자들은 공헌을 하는가?’ 참조)
 
규모의 우위 값이 비싸지 않다는 것이 곧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진실은 그 반대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공헌한 내용이 모이면 기존의 서비스를 능가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탄생한다.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열 배 정도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크레이그스리스트의 무료 광고 사이트는 매달 3000만여 개의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며, 이베이의 온라인 매장에는 지구상에 있는 가장 큰 매장과 비교하더라도 몇 배나 많은 1억2000만 개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수많은 사용자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이 정도 규모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사용자 중 실제 공헌을 하는 사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위키피디아의 경우 사용자 1000명당 한 명꼴), 작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헌이 된다.(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가 대표적인 경우)
 
경쟁우위 일부 공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구조적인 경쟁우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즉 시스템에 공헌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시스템 자체의 유용성이 더욱 높아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고 공헌하게 되는 상승곡선이 나타난다. 네트워크 효과는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승자 독식 현상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네트워크 효과는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등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성공을 안겨준다.

공헌 시스템이 발달한다고 해서 기존 상품이나 기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유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이 진짜 우유나 유업을 대체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 공헌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활용할 기회조차 포착하지 못하는 기업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이런 현상이 등장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사용자 공헌 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또 기업의 중역들이 사용자 공헌을 다음과 같이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존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 1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노르웨이 신문사 십스테드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십스테드는 신문업계에 타격을 주는 온라인의 위협을 무시하는 대신 1990년대 중반에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한 결과 유럽의 선진 온라인 안내 광고 제공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용자 공헌은 기술 업체에나 해당되는 사항. 캐나다의 식료품 체인 로블로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로블로스는 온라인상에서 고객의 의견을 수집해 신제품을 홍보할 때 활용했다.

공헌의 주체가 아마추어인 만큼 사용자가 공헌한 내용은 믿을 수 없는 실수투성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내용으로 구성된 위키피디아가 전문가로 구성된 집필진이 작성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온라인 버전만큼 정확하다는 네이처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용자 공헌은 수익 창출 가능성이 부족한 또 다른 거품일 뿐. 그렇다면 비즈니스맨을 위한 사회교류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이트 광고, 좀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회원 제도, 유료 구인 광고 등의 전통적인 수익원에서부터 기업의 인사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등 참신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는 링키드인은 어떤가.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 내가 속한 조직에도 도움이 될까
필자는 독자 여러분이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현재 직면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 현재 사용 중인 다른 방법보다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장담한다. 우선 전통적인 기업들이 다양한 기업 활동 및 기능에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접목시키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접목하라’ 참조)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 및 개인용 컴퓨터 업체들은 온라인상에서 사용자 포럼을 운영해 제품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들의 질문에 무료로 답을 제공하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체 측에서조차 답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에 사용자들이 척척 답을 내놓는 광경을 처음으로 직접 목격했을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은 컴퓨터와 관련없는 업체들도 이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대표적인 경우로 통신업체 AT&T를 들 수 있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 공헌 개념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하얏트 호텔 앤드 리조트는 하얏트 고객 및 직원들이 작성한 여행 정보를 수집하고 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이 정보를 평가하게 하는 ‘야팃(Yatt’it)’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의 목적은 하얏트 직원들이 느끼는 부담을 줄이고, 여행객들에게 여행 시작 전에 종합적인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 덕에 하얏트 호텔이나 리조트에 도착한 고객들이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프런트 데스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공헌 시스템을 이용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법률 연구 서비스업체 웨스트로는 고객사인 로펌들이 핵심 전략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B2B 공헌 시스템을 개발했다. 웨스트로의 공헌 시스템인 ‘웨스트 피어모니터’는 회원 로펌들의 금융 및 운영 정보를 수집해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회원사들은 이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자사와 경쟁사의 실적을 비교하고, 다른 시장과 자사가 속한 시장을 비교한다. 이 데이터는 회원사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지, 핵심 시장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할지 등 사업상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고객 서비스는 무척 가치가 큰 편이어서 웨스트로는 이 서비스에 많은 요금을 부과한다.

마케팅
P&G, 유니레버 등 뛰어난 마케팅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도 공헌 시스템의 위력을 활용한다.

P&G
는 사춘기 소녀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성 위생용품에 관한 텔레비전 광고를 시청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탓에 위생용품 홍보에 어려움을 겪자 ‘빙걸’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맨 처음 이 사이트는 온통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로 도배되었다. 그러나 2005년 P&G는 기술업체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의 특성이랄 수 있는 공헌 개념을 도입하여 사춘기 소녀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을 통해 사용자들은 서로 질문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등 또래 여학생들로부터 도움과 조언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신설한 덕에 사춘기 소녀들은 이 사이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곳에서 조심스럽게 홍보하고 있는 위생용품 브랜드 올웨이스와 탬팩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P&G는 하나의 마케팅 도구로 봤을 때 ‘빙걸’이라는 사이트가 비슷한 돈을 투입한 텔레비전 광고에 비해 네 배 정도 높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스프린트와 유니레버의 개인용품 브랜드 수아브에서 공동 후원하는 사이트 ‘인 더 마더후드’도 고객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게시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서로 이야기와 정보를 교환한다.(이 게시판의 주 사용자는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다) 뿐만 아니라 엄마들은 온라인 시트콤의 줄거리로 사용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올릴 수도 있다.(지금까지 3000개의 줄거리가 올라와 있다) 게시판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가 올려놓은 줄거리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고, 투표를 통해 선택된 줄거리는 전문 감독과 배우들에 의해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이 사이트에 다시 공개된다.(지금까지 모두 수십 편의 시트콤이 제작되었으며, 총 시청 횟수는 2000만 회를 넘어섰다) 유니레버는 연구를 통해 이 사이트가 수아브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를 높이며, 고객들에게 수아브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고객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원들의 지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트라넷 사이트는 경영진이 회사 방침을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방적인 의사소통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의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는 ‘블루셔트 네이션’이라는 이름의 공헌 시스템을 통해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베스트 바이 직원들은 블루셔트 네이션을 통해 아이디어 및 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예를 들어 특정 업무를 수행하거나 고객들을 대할 때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며, 효과가 없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베스트 바이의 일반 사원 두 명이 회사 측으로부터 어떤 자금 지원이나 기술 지원도 없이 2년 전 선보인 이 사이트에 등록된 직원 사용자 수는 현재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베스트 바이는 인사 부서에서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내용보다 동료들이 들려주는 가감 없는 진솔한 정보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예로 블루셔트 네이션은 직원들의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대회를 개최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동영상을 구상, 제작하게 했다. 이 대회를 통해 퇴직연금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간 결과는 어땠을까. 정답은 바로 퇴직연금 가입률 30% 상승이다.
 
자본자원 거의 아무런 자본설비 없이 세계적인 통신 시스템을 구축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무료로 고화질의 영상 통화를 즐긴다? 모두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스카이프는 공헌 시스템을 이용해 이 두 가지 성과를 모두 일구어냈다.

스웨덴 출신 사업자가 에스토니아 기술진의 도움으로 설립한 스카이프는 사용자의 자본재 공헌을 유도하여 자본설비를 낮추는 방법을 잘 보여 준다. 스카이프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개인용 컴퓨터(PC)의 유휴 연산 능력을 이용하여 3억 명에 이르는 고객에게 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동시에 1200만 명에게 전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운영비용 자체가 매우 낮은 편이어서 2006년 이베이에 인수된 스카이프는 가입자 간의 컴퓨터를 이용한 고품질 음성 전화 및 영상 전화에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이프는 음성 메일과 같은 유료 서비스, 스카이프 고객이 휴대전화나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 경우 부과되는 요금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존 업체들도 고객의 공헌을 이용해 필요한 자본을 충당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는 혼다 소유주가 혼다에서 구매한 GPS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데이터를 수집한다. 혼다는 각 차량이 제공하는 속도 및 위치 정보와 기타 교통 데이터를 더해 혼다의 인터네비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교통 체증 및 기타 도로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우수한 교통 정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회사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인프라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고도 가입자를 위한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네비에 가입한 혼다 운전자들은 차내에서 다른 사용자가 입력한 인근 서비스 업체에 대한 정보 및 다양한 지역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한마디로 자갓 가이드의 자동차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혼다 시스템은 자본설비, 사용자 위치 및 자동차 운행 속도에 관한 데이터, 개인적인 평가 등 세 종류의 사용자 공헌을 모두 더해 놓은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디자인 및 개발 사용자 공헌은 기술적 부분에서부터 예술적 부분에 이르기까지 창의력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개발(R&D) 부문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헌 사례로는 리눅스 운영 시스템, 회사 측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자발적인 개발자 모임에서 개발해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팍스 웹 브라우저 등과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들 수 있다.(이 같은 저비용 모델 덕에 모질라는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특이한 비영리 단체 중 하나가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아트 부문에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는 업체로는 티셔츠 제조업체 스레들리스를 들 수 있다. 스레들리스는 자발적으로 디자인을 제공하는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 어떤 제품을 생산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고객의 공헌으로 운영되는 업체다. 이 시스템은 스레들리스와 사용자 집단 모두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준다. 디자이너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자신의 작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으며, 고객들에게 디자인이 채택될 경우 금전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스레들리스의 고객에게 디자인이 채택되면 기본적으로 2500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매출금액에 비례하여 추가로 디자인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스레들리스 고객들은 다함께 선택한 특이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얻을 수 있다. 스레들리스 입장에서는 저렴한 디자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사에서 생산하는 티셔츠를 구매하는 충성심 높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재고를 줄일 수 있으며, 가격 인하를 비롯해 이윤 감소를 초래하는 전략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레들리스 사용자 공헌 시스템은 델, 스타벅스 등 일부 기업들이 사용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크라우드소싱의 경우 경영진이 입력된 정보와 결과물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라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들은 신제품 및 서비스에 관한 고객의 아이디어를 걸러내고, 어떤 것을 채택할 지 선별한 다음 해당 아이디어를 키워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

생산
조직에서 생산 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용자에게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위키피디아는 모든 생산 과정을 위임한다. 팍스 텔레비전의 방송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은 생산 과정의 일부를 사용자에게 위임한다.

이 쇼는 투표를 통해 여러 명의 후보 중 최후의 승자 한 명을 선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그 동안 프로그램 제작자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던 의사결정권을 사용자에게 위임하였으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몸값이 비싼 스타를 영입하는 대신 아마추어 가수들을 화면에 내보낸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마추어 가수들은 방송 출연을 통해 스타가 될 기회를 얻고,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투표하는 시청자들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 인기를 반증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 시청자의 투표가 프로그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청자들의 참여의식도 높다. 팍스와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낮은 비용, 프로그램의 어마어마한 인기로 인한 광고 수익 등의 이득을 누린다.(사용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프로그램인 만큼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극적 상황이 연출되는 이 프로그램만의 특성도 인기에 한 몫 한다)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접목하라
 
공헌 시스템은 기업의 다양한 역량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헌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 안겨주는 혜택이 곧 기업의 이득으로 연결된다
 
● 고객 서비스
하얏트의 온라인 서비스 야팃 사용자들이 각 지역에 관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사용자들이 그 정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언제든 정보가 필요할 때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정보를 얻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기업이 얻는 혜택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며, 고객의 정보 요청에 응대할 직원을 상주시킬 필요가 없어 비용이 줄어든다.
 
● 마케팅
사용자 포럼 인 더 마더후드 자녀를 둔 엄마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온라인 시트콤의 줄거리를 올려 투표를 진행한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정보를 공유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으며,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기업이 얻는 혜택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사이트 후원을 통해 수아브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며,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시트콤을 시청한 고객은 무려 2000만 명에 이른다)
 
● 인재관리
직원들이 운영하는 인트라넷 블루셔트네이션 이 사이트는 업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되며, 의사결정 과정이 개선되고, 사내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
 
기업이 얻는 혜택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회사 측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하게 되는 만큼 여러 전략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 자본투자
자동차 네비게이션 및 정보 시스템 인터네비 GPS 기기를 구입하고 인터네비 시스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이 시스템이 수집한 교통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인근에 위치한 식당 및 숙소에 관한 정보에서부터 교통 및 운전 상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얻는 혜택 자본 비용의 일부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만큼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자본 비용이 낮아지며,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를 운영하여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 디자인 및 개발
디자인 선발 과정 티셔츠 제조업체가 아마추어 디자이너의 작품을 공개한 다음 투표를 통해 선정된 제품을 생산한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아마추어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고객은 선택된 디자인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기업이 얻는 혜택 사내 디자이너가 많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R&D 비용이 낮은 편이며, 고객이 직접 선택한 디자인은 대부분 매진이 되기 때문에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
 
● 생산
공헌 중심의 텔레비전 쇼 수백 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여 여러 아마추어 가수 중 신인가수를 선정한다.
 
사용자가 얻는 혜택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결과에 대해 부분적으로 주인의식을 갖는다.
 
기업이 얻는 혜택 저렴한 비용으로 인재를 얻고,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2005년이 되자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튜이트는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인튜이트가 지금껏 겪어 온 성공과 실망 등의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면 ‘인튜이트의 사용자 공헌’을 참조하기 바란다)
 
인튜이트의 사용자 공헌
 
1990년대에 이베이와 아마존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필자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와 맥 휘트먼 등이 고안해낸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러나 당시 사용자 공헌이라는 개념을 매우 특수하고 제한적인 것으로 여겼고, 결국 사용자 공헌을 포괄적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필자는 심지어 베조스에게 독자들이 설사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글을 쓴다 하더라도 누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일개 독자가 쓴 글을 믿겠냐면서 전문가가 작성한 서평 대신 책을 읽은 독자의 서평을 싣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얘기했다. 물론 제프는 현명하게도 필자의 조언을 깡그리 무시했다)

인튜이트의 고객 서비스팀에서 사용자 공헌 개념을 도입하여 온라인 포럼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무렵 필자를 비롯한 경영진은 사용자 공헌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적인 성공 사례의 근간이 되는 사용자 공헌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웹 2.0 시대에는 사용자 공헌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전해준 팀 오릴리의 말에 자극받아 필자는 인튜이트도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웹 2.0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당사자가 바로 오릴리다)
 
초창기의 성공 2005년 워크숍에서 인튜이트의 중역 300여 명을 모아 놓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인튜이트가 사용자 공헌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기존의 사업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모두 활용해야 할까.” 텍사스주에 위치한 플라노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두 중역은 전문 세무 대리인이 종종 부닥치는 문제, 즉 모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찾아낸 해결책은 바로 세무 대리인이 질문도 던지고 다른 사용자를 위해 답도 작성할 수 있는 신속한 문제 해결 사이트였다. 워크숍이 열리고 33일이 지난 뒤에 택스올머낵이 탄생했다. 현재 택스올머낵에는 세금 전문가 수천 명의 의견이 담겨 있는 17만 장의 웹페이지가 있으며, 회원 수가 미국 전역의 세무 대리인 수와 맞먹는 40만 명에 이른다. 세무 대리인은 공짜로 제공되는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인튜이트는 사이트 방문객의 인튜이트 소프트웨어 구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즉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튜이트 사내에는 공헌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택스올머낵은 무관심의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과도 같았다.
 
대실패 이후 인튜이트의 엔지니어가 몇 년 전에 제안한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사용자들이 인튜이트의 대표적인 금융 소프트웨어 퀴큰(Quicken)을 사용해 배관공, 자동차 딜러, 레스토랑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근에 위치한 각종 업체에 대한 고객의 방문 후기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며, 2005년에 대규모 팀을 꾸려 지핑고(Zipingo)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핑고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실패했으며, 결국 지난해 8월 사이트를 폐쇄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시 우리는 전통적인 상품과 사용자 공헌 시스템 간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실수를 하였다.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우선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고, 사용자 의견으로 사이트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 당시 우리는 초기 공헌자를 확보하고 충분한 의견을 끌어내는데 실패했으며, 사이트를 선보일 당시의 계획과는 달리 인튜이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업체의 주소와 같은 부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당사에서 제작한 내용으로 사이트를 채워 나갔다.

지핑고의 실패는 큰 상처가 됐다. 더 이상 인튜이트에서 새로운 공헌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팀을 동원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사용자 공헌 시스템 개발에서 필자가 한 발을 뺀 뒤에도 사용자 공헌 시스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가 사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새로운 원동력 인튜이트의 한 고위 엔지니어는 제품 자체에 Q&A 기능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즉 터보택스(TurboTax)의 페이지마다 사용자가 해당 페이지의 주제와 관련된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 아이디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심지어 적대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는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긴 했지만 몇 년 전 고객의 서평을 싣겠다는 아마존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처럼 과연 자신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계산을 멈추고 모르는 사람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해 주기는 할지 의문이 들었다.

담당 부서 책임자의 협조를 받아 아이디어를 제안한 엔지니어가 지휘하는 세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 다음 지난해 1월 터보택스 온라인 상품 중 가장 인기가 없는 버전에 이 기능을 추가했다. 이 시스템에 대한 호응도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 시작된 지 단 5주 만에 전체 질문 중 3분의 1에 관한 답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일단 누군가가 답을 입력한 뒤에 다른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내용을 수정하면서 답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으며, 인튜이트 사내의 세무 전문가들은 질문에 대한 답의 정확성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터보택스 라이브 커뮤니티’는 바로 필자가 그 동안 추구해 온 그런 종류의 성공임에 틀림이 없었다. 라이브 커뮤니티 시스템은 다른 부서로 퍼져나갔으며, 더 많은 사용자 공헌을 이끌어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순 없다. 올해 터보택스 마케팅팀에서는 고객이 남긴 평가를 전혀 수정하지 않은 채로 터보택스 홈페이지와 연동되어 있는 유명한 링크에 싣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필자는 머리가 멍해졌으며, 심호흡을 했다. 고객의 평가 내용 중 상당수가 너무도 긍정적이어서 마치 회사 측에서 좋은 것만 골라 올린 것처럼 보여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자원인 고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필자는 사용자 공헌의 패러다임이 갖고 있는 반사회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사용자 공헌 시스템은 경영진 역할, 전문가 가치, 고객 행동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 품질 보증의 중요성 등 오랫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용자 공헌이 성가시고 두려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고객에게 제품 및 기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 자칫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내게 책임을 지우지 마라’는 경영 원리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경쟁업체가 기선을 제압하여 사용자 공헌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이미 증명해 보이고 있으면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업체보다 앞서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내에 공헌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고위 경영진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고 싶으면 직접적인 경험을 활용하라 직접 공헌 시스템을 겪어보기 이전에는 생각과 마음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없는 중역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면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효용을 믿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으면 아마존 사이트의 한 페이지에 나타나는 사용자 공헌 시스템 수를 헤아려보고 종류별로 분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열심히 찾아보면 아마존의 상품 페이지 하나에 들어있는 23개의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찾아낼 수 있다)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중역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찾아본 다음 직접 사용해 볼 것을 권해 보자. 이 방법은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사내 관리자들을 여러 개의 소형 팀으로 나눠 고객 또는 직원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헌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다음 좀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수 있을 만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원형을 구상하게 해 보자.
 
소규모 시험을 지원하라 비공식적인 ‘게릴라’ 시험을 활성화시켜라. 직원들에게 경영진의 허가와 무관하게 관심 있는 분야의 공헌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라. 소규모의 직원 및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하라.(인튜이트의 경우 가장 매출이 낮은 터보택스 버전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시험을 진행한 제품은 터보택스 제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채 되지 않은 비인기 상품이었다) 대부분의 시험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시험을 시작하기 이전에 미리 실패해도 좋다고 얘기해 두는 것이 좋다. 실패로 돌아간 시험을 통해 얻은 교훈의 가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 다른 팀이 새로운 시험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열렬한 추종자와 젊은 직원들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사용자 공헌 시스템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라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관한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사내에서 가장 젊은 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만한 직원을 찾아내서 멘토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에게 회사와 고객 모두가 사용자 공헌의 이득을 누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아내는데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해 보자. 사용자 공헌 시스템의 원형을 개발한 다음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그 중 괜찮은 아이디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경계를 설정하되 그 경계 내에서 자유를 보장하라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중심으로 쇄신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진행하되 기존 사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즉 해변이라는 무한히 넓은 공간보다 넓기는 하되 범위의 제한이 있는 일정한 크기의 모래상자에서 시험을 진행하게끔 해야 한다. 이 범위 내에서는 전문가 조언으로 혼란이 가중되거나 좀 더 강력한 권한을 지닌 세력이 진행하는 규모가 큰 전략으로 인해 시험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제 본능으로 인해 시험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모래상자 내에서 시험을 진행하는데도 일부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외부인에게 넘겨준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케팅 담당자, 변호사 등 일부 전문 분야의 리더들은 특히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통제권을 잃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에 저항하려면 시험 자체를 보호하고,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했을 때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영향력을 지닌 대부나 대모를 임명하는 것이 좋다.(인튜이트는 초기 시험을 진행할 당시 두 명의 본부장과 필자 등 총 세 사람이 이 역할을 맡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기존 고객층을 이용하라 새롭게 공헌 시스템을 진행하려고 할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즉 사람들이 공헌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공헌 시스템이 텅 비어서 쓸모가 없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 텅 비어서 쓸모가 없는 상황일 때는 새로운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가 없다. 어쩌면 여러분이 속한 조직은 탄탄한 고객층, 수많은 웹사이트 방문객, 누적된 행동 데이터, 새로운 시도가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고 판단할 언론의 관심 등 여러 방면에서 신생 업체들이 부러워할 만한 우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사용자들에게 좀 더 일찍, 자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 고객들은 중역들에 비해 가능성이 있는 공헌 시스템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니 가능한 빨리 시험 내용을 진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좋다. 시장 조사, 지루한 분석,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경영진의 검토로 인해 손실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것이 좋다.(우리는 구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일반적인 제품 출시 과정을 거치는 대신 인튜이트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험 내용을 고객에게 보여 주고 고객에게 직접 시험 내용을 전달하는 공개 웹사이트 intuitlabs.com을 만들었다)

몇 차례 성공을 해야 조직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다
조직적 저항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게릴라 시험이다. 결국 사용자 공헌이 조직의 정상적인 과정 중 일부가 되기를 원하겠지만 한두 차례 정도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야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사용자 공헌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진행한 최고경영진과의 회의를 2년 전에 진행했다면 아무런 소득도 없이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당시 인튜이트는 겨우 사용자 공헌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성공적인 여러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 가동 중인 만큼 인튜이트의 신임 CEO 브래드 스미스와 필자는 이제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를 주류로 만들고, 사용자 공헌이 인튜이트의 변화하는 기업 전략의 핵심이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 회의에 참석한 모든 참가자가 이런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얘기할 순 없다. 몇몇 참가자들은 사용자 공헌 시스템이 본업과는 거리가 먼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회의실은 활력이 넘쳤다. 회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회의 진행을 멈추고 참가자들에게 질문이 있냐고 물었다. 몇몇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해 필자가 직접 답을 하는 대신 그 질문을 칠판에 적은 뒤 참가자 전원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것을 요구했다. 필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필자가 내놓으려 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답을 내놓았다.(솔직히 얘기하면 그 내용 중 일부가 이 논문을 작성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휴식 시간에 자리를 옮기면서 필자는 중역들에게 우리 모두가 방금 사용자 공헌을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회의 이후 사내의 작은 흐름에 불과하던 사용자 공헌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는 팀의 활동이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급류로 발전했다. 인튜이트는 이제 막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한 것이다.

[HBR TIP] 왜 사용자들은 공헌을 하는가
 
대부분의 공헌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실 공헌 대가로 돈을 지불할 경우 협동 및 신뢰의 감정이 줄어들어 참여도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기업들은 돈을 지불하는 대신 인류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동기에 의존하거나 사용자가 공헌한다는 사실 자체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공헌하기 때문에 공헌을 위한 동기가 필요치 않은 공헌 활동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과연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일부 시스템은 사용자가 추구하는 다른 목적의 부산물로 등장하는 자원이나 데이터를 수집한다. 아마존에서 서적을 구입하는 고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고객의 평가 및 구매 결정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아마존의 추천 엔진에 공헌하게 되는 것이다.
 
실용적인 솔루션 즉각적인 보상을 얻기 위해 공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북마크 사이트인 딜리셔스를 이용하면 웹사이트 북마크를 관리할 수 있다. 북마크 관리라는 주요 활동의 부산물이 모두 더해져서 탄생하는 인덱스는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된다.
 
사회적 보상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장점을 제공하는 공헌 시스템도 많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사회 교류 사이트는 사용자에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잠재고객을 찾고,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활성화될 수 있었다.
 
명성 아마존의 ‘최고의 리뷰 1000개’에 선정되는 것처럼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공헌하는 경우도 있고, 존경받고 싶은 마음이 공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는 해당 내용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지만 백과사전의 내용을 작성한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자기표현 기술 발달과 함께 사용자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및 창의적 표현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가 늘어나게 되었으며, 많은 공헌 시스템이 이 욕구를 바탕으로 한다. 무려 600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유튜브를 생각해 보자.
 
이타주의 자신이 남긴 맛있는 음식점에 대한 후기를 읽은 사용자들이 그 음식점을 방문할 경우 예약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음에도 온라인상에 음식점을 칭찬하는 글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칭찬 글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훌륭한 음식을 제공해 준 음식점 주인에게 보상을 해 주고픈 마음에 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오직 진실을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글을 적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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