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난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크게 바뀌었다. 재택근무는 이제 일상화됐고, 온라인 쇼핑은 더욱 진화하고 확대됐다. 기업과 브랜드 역시 ‘엔데믹’ 시대를 맞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에 대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일부는 오프라인 매장의 크기는 줄이되 소비자들과의 접점은 늘리는 방식으로 앤데믹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고 있으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팬데믹, 재택근무, 워케이션, 홈코노미….’
불과 3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이러한 단어들이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만 봐도 팬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자 지형을 읽을 수 있다. 집에서 일만 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하는 ‘홈코노미’ 트렌드는 더욱 확대됐고 이런 변화는 오프라인 상업 공간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는 밝다고 점쳐지지 않았다.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가 2017년 이후부터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했고, 상업 공간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끝에 ‘위드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상업 공간들도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1년 8100개의 매장이 개점했다. 이는 폐점한 매장 수인 3950개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새롭게 들어서는 상업 공간들은 분명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팬데믹 이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 또한 전략이 수정된 것이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할 상업 공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1. 분산: 크기는 줄이고 접점은 늘리다
코로나 이후 발견되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트렌드 중 하나는 상업 공간의 크기는 줄이는 대신 점포 수를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커다란 매장에 재고를 쌓아 놓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대도심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든 점 또한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최근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IT 기업 중에도 하이브리드형 근무제, 즉 재택근무와 오피스 출근을 혼합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도입한 곳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거나 집 근처의 쇼핑몰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이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마련된 대형 매장의 고객 유인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상업 시설의 감염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상업 공간에서의 체류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 변화에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들은 크기를 줄이는 대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형 매장을 여러 곳에 출점해 매장을 분산시키고 상업 공간을 ‘물건 판매’가 아닌 ‘쇼핑 체험’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설계한다. 소형 매장의 주요 목적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백화점들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명확히 포착된다.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2020년에만 42개의 점포를 폐점했으며 2021년에는 시카고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의 매장마저 철수했다. 그 대신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소형 포맷 매장인 ‘마켓 바이 메이시스(Market by Macy’s)’를 열었다. 마켓 바이 메이시스의 규모는 약 1653∼1983㎡(500∼600평)로 일반 메이시스 백화점의 5분의 1 정도의 크기이며 엄선된 제품만을 모아서 전시한다. 또한 매장 내에 카페 및 업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2022년 9월 현재까지 텍사스를 포함해 5개의 매장을 열었으며 앞으로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정희선hsjung3000@gmail.com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