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투자의 복병은 내 안의 호르몬이었네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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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On the Psychology of Investment Biases: The Role of Cortisol and Testosterone”(2021) by J. R. Nofsinger et al.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pp. 338-34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코르티솔(Cortisol)은 부신피질1 에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량이 증가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기제로 심폐 활동을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한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역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으로 근육과 골격, 목소리 변화, 두뇌 성장, 적혈구와 정자 생성 등 신체 발달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남성 호르몬이란 별칭으로 자주 불린다. 테스토스테론은 위험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 뇌의 작용에 영향을 미쳐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지고 투자 포트폴리오 내 위험 자산 보유량과 변동성도 커진다. 낮은 코르티솔 수치와 높은 테스토스테론의 불균형은 분노, 사회적 공격성, 사회적 지배 및 위험 추구 행동을 부추긴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알라스카대의 존 R. 노프싱어(John R. Nofsinger) 교수팀은 주식 거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이 투자 편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호르몬의 경제적 역할과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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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실험에는 일반인보다 금융 지식수준이 높은 재무관리 석사 과정 학생 41명(남성 28명, 여성 13명)이 참여했다. 실험의 첫 단계로 호르몬 수치의 포착이 가장 확실한 시점인 이른 아침에 참가자의 타액 샘플로부터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타액 샘플 수집 직후 참가자들은 5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가지고 투자 시뮬레이션 과제를 수행했다. 시뮬레이션 기간은 20년이었고, 투자가 끝나는 시점에 150만 달러의 포트폴리오 가치 달성을 목표로 다섯 개의 가상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를 거래했다.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와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투자 편향을 측정하는 변수로 선택됐다. 처분 효과는 투자자가 가격이 오르는 주식을 지나치게 빨리 팔고, 반대로 손해를 본 주식은 지나치게 오래 붙드는 경향을 뜻하며 실현이익 대 미실현이익의 비율(실현이익/미실현 이익)과 실현손실 대 미실현손실의 비율(실현손실/미실현손실)의 차이로 산출했다. 이익은 되도록 빨리 실현하고 손실은 가능한 한 뒤로 미루는 행위가 주식 거래의 저변에 흐르면 처분 효과는 양(+)의 값을 갖게 된다. 실제로 처분 효과의 평균값은 0.16으로 참가자가 손실을 보는 ETF보다 이익을 보는 ETF를 더 신속히 매도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포트폴리오 회전율은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의 총거래액을 포트폴리오 가치로 나눠 계산했다.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들로부터 기대되는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과 이에 따른 회전율이 상승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투자 현상이다. 그러나 체내 호르몬의 단순한 증감에 따라 포트폴리오 거래량이 요동친다면 이는 정상적인 투자 행위로 볼 수 없다. 이 경우, 호르몬으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친 의사결정을 한 결과로서 투자 편향의 대용치(Proxy)가 된다.

코르티솔을 유일한 생리적 독립변수, 투자 편향을 종속변수로 한 회귀분석 결과, 코르티솔의 증가는 예측대로 처분 효과와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현실에서 스트레스가 상승하면 판단 오류가 증가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코르티솔 수용체는 뇌 전체에 위치하지만 전두엽 피질, 편도체 및 해마를 포함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관련된 영역에 상당히 집중돼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편도체가 더 활성화하고 편도체 및 해마의 해부학적 부피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나 판단 오류를 유발하고 감정적 반응도 예민해진다. 스트레스는 만병뿐만 아니라 편향의 근원으로 보인다.

테스토스테론도 포트폴리오 회전율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 연구팀의 가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포트폴리오 회전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코르티솔의 상대적 양에 따라 급격히 변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코르티솔 수치에 비해 높을 때는 테스토스테론과 포트폴리오 회전율 간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관계가 지속됐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코르티솔 수치보다 낮을 때는 이러한 관계가 사라졌다. 코르티솔 수치가 낮을 때 테스토스테론의 위험 추구 성향이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두 호르몬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함을 암시한다. 이를 증명하듯 코르티솔을 유일한 독립변수로 포함한 분석에서 관찰됐던 코르티솔로 인한 포트폴리오 회전율 상승 효과가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을 모두 독립변수로 포함한 분석에서는 사라졌다. 호르몬이 투자 편향에 미치는 복합적 효과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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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금융시장의 생리를 더 잘 이해하려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요인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재무 의사결정과 관련된 두뇌 활동과 인지 활동에는 수많은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관여한다. 특히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은 투자 편향을 유발하는 중요한 기본 요소다. 이 두 호르몬의 증가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의 거래 빈도가 상승해 투자 손실로 이어지곤 한다. 코르티솔 분비가 많아지면 수익을 내는 자산은 너무 빨리 매도하고 손실을 보는 자산은 너무 오래 소유하는 처분 효과가 강화된다.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이 증가하면 거래를 너무 빈번하게 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더 나아가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의 상대적 비중이 거래 빈도 상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복합적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코르티솔 대비 테스토스테론의 상대적 비중이 커지면 후자로 인한 거래 증가 현상이 일어나고, 반대일 경우 포트폴리오 회전율의 상승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호르몬의 개별 효과는 여러 호르몬이 동시에 작용할 때 나타나는 복합 효과와 완전히 딴판일 수 있다. 호르몬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절실하다.

인간의 행동과 태도를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지 않는 한 경제학적 모형이나 이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형편없는 예측력을 가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재무 의사결정과 투자 성과가 호르몬과 같은 생리학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실용적인 관점이 주는 편익은 예상보다 크다. 특히 남성 중심적이고 직무 스트레스가 남다른 금융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제적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분비 기능에 대한 인식과 성찰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 가치 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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