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코로나19로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은 지속가능 발전에 영향이 큰 소비자 행동 영역을 이해하고 이를 실질적인 소비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 개선이라는 기업의 책임을 사업 목적과 일치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소시키며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는 기업, 즉 넷 포지티브 기업이 돼야 한다. 소비자 행동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이슈들을 명확히 인지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SG의 정체: 전략과 마케팅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피로감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한국에서는 ESG에 대한 기본 정의, 발전의 역사와 현재의 우수 사례에 대한 열띤 논의를 넘어 향후 우리 기업이 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관점에서 미래 방향성 예측, 즉 ESG 2.0과 그 이후라는 논의에까지 이르고 있다.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에서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개념이 정의되고 1994년 『그린 스완』의 저자 존 엘킹턴이 지속가능 경영의 3대 축으로 ‘경제, 사회, 환경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의미하는 Triple Bottom Line(TBL)의 개념을 제시한 이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요구는 관련 기관의 설립과 원칙, 표준, 지침의 개발로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한국은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관련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2010년대 초까지 지속가능 경영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고 기업의 활동에 관련된 중요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리스크, 중대성 평가를 시행했으며 관련 성과 및 목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투명성 개선에 집중하는 등 활발히 대응해 나갔다.
그런데 [그림 1]의 구글 트렌드를 보면 글로벌과 한국 모두 2010년대에 들어 2020년 이전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검색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감소량이 글로벌에 비해 훨씬 크다. 이 시기 국내 기업의 보고서 증감률을 보면 이 같은 ESG 정체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컨설팅 기업 KPMG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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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 비율은 2017년 대비 6%가량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78%만이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조사 대상이 된 전 세계 5200개(52개 국가별 상위 100대 기업 표본) 기업의 평균 수준으로 여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평균 보고율인 84%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편이다. 상위 100대 기업의 100%가 보고서를 발행하는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99%), 인도(98%), 대만(93%), 호주(92%)의 보고율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아직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최근 다시 불고 있는 ESG 열풍 직전 이처럼 오랜 기간, 지속가능 경영 관련 보고가 정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기에 다양한 지속가능성 심사와 컨설팅을 진행하며 느낀 중요 원인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2003년 이후 국내 도입이 시작된 지속가능 경영, 리스크 관리 및 보고서 발행 등의 초기 노력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10년 정도 활발히 진행됐으나 보고 중심의 반복된 활동으로 기업 경영진과 실무진 모두의 피로감이 누적됐다.
•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ISO 26000 기업 책임 국제표준이 발행됐으나 여타 ISO 경영시스템 표준과 같이 기업이 곧바로 적용해 인증 등 가시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요구사항이 아닌 권고와 가이드 수준에 머물게 돼 추가 확산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 가장 많은 자원과 돈을 들이고 가장 적은 독자에게 읽히는 보고를 위한 보고서라는 회의론,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각종 언론이 주도하는 평가와 시상의 남발에 따른 피로감이 가중됐다.
• 환경, 사회적 이슈에 대한 리스크 평가와 보고에 기울인 많은 노력과 이해가 전사적 리스크 관리 및 전략에 반영, 통합되지 않았고 최고경영진 수준의 거버넌스, 전사 사업 목적, 전략 및 마케팅으로 통합되지 못했다.
• 소비자와 투자자가 실제 체감하는 제품, 서비스 혁신 및 창의적 마케팅으로 가시화돼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규모 있는 소비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연결되지 못했다.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보고, 평가 대응 위주의 소위, ‘덜 나쁜 기업’이 되기 위한 ESG 1.0 시대는 저물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소비자 열망을 고유의 가치, 제품•서비스 혁신을 통해 실현해 주는 ‘목적지향형 브랜드’와 ‘넷 포지티브 기업’들이 ESG 2.0을 정의하고 생존, 번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