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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ESG 2.0 경영의 지향점은 ‘넷 포지티브’

모든 이해관계자의 삶 개선이 목표
‘덜 나쁜 기업’에서 ‘더 나은 기업’으로

전민구 |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은 지속가능 발전에 영향이 큰 소비자 행동 영역을 이해하고 이를 실질적인 소비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 개선이라는 기업의 책임을 사업 목적과 일치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감소시키며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는 기업, 즉 넷 포지티브 기업이 돼야 한다. 소비자 행동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이슈들을 명확히 인지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SG의 정체: 전략과 마케팅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피로감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한국에서는 ESG에 대한 기본 정의, 발전의 역사와 현재의 우수 사례에 대한 열띤 논의를 넘어 향후 우리 기업이 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관점에서 미래 방향성 예측, 즉 ESG 2.0과 그 이후라는 논의에까지 이르고 있다.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에서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개념이 정의되고 1994년 『그린 스완』의 저자 존 엘킹턴이 지속가능 경영의 3대 축으로 ‘경제, 사회, 환경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의미하는 Triple Bottom Line(TBL)의 개념을 제시한 이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요구는 관련 기관의 설립과 원칙, 표준, 지침의 개발로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한국은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관련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2010년대 초까지 지속가능 경영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고 기업의 활동에 관련된 중요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리스크, 중대성 평가를 시행했으며 관련 성과 및 목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투명성 개선에 집중하는 등 활발히 대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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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 1]의 구글 트렌드를 보면 글로벌과 한국 모두 2010년대에 들어 2020년 이전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검색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감소량이 글로벌에 비해 훨씬 크다. 이 시기 국내 기업의 보고서 증감률을 보면 이 같은 ESG 정체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컨설팅 기업 KPMG 조사 1 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 비율은 2017년 대비 6%가량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78%만이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조사 대상이 된 전 세계 5200개(52개 국가별 상위 100대 기업 표본) 기업의 평균 수준으로 여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평균 보고율인 84%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편이다. 상위 100대 기업의 100%가 보고서를 발행하는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99%), 인도(98%), 대만(93%), 호주(92%)의 보고율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아직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최근 다시 불고 있는 ESG 열풍 직전 이처럼 오랜 기간, 지속가능 경영 관련 보고가 정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기에 다양한 지속가능성 심사와 컨설팅을 진행하며 느낀 중요 원인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2003년 이후 국내 도입이 시작된 지속가능 경영, 리스크 관리 및 보고서 발행 등의 초기 노력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10년 정도 활발히 진행됐으나 보고 중심의 반복된 활동으로 기업 경영진과 실무진 모두의 피로감이 누적됐다.

•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ISO 26000 기업 책임 국제표준이 발행됐으나 여타 ISO 경영시스템 표준과 같이 기업이 곧바로 적용해 인증 등 가시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요구사항이 아닌 권고와 가이드 수준에 머물게 돼 추가 확산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 가장 많은 자원과 돈을 들이고 가장 적은 독자에게 읽히는 보고를 위한 보고서라는 회의론,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각종 언론이 주도하는 평가와 시상의 남발에 따른 피로감이 가중됐다.

• 환경, 사회적 이슈에 대한 리스크 평가와 보고에 기울인 많은 노력과 이해가 전사적 리스크 관리 및 전략에 반영, 통합되지 않았고 최고경영진 수준의 거버넌스, 전사 사업 목적, 전략 및 마케팅으로 통합되지 못했다.

• 소비자와 투자자가 실제 체감하는 제품, 서비스 혁신 및 창의적 마케팅으로 가시화돼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규모 있는 소비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연결되지 못했다.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보고, 평가 대응 위주의 소위, ‘덜 나쁜 기업’이 되기 위한 ESG 1.0 시대는 저물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소비자 열망을 고유의 가치, 제품•서비스 혁신을 통해 실현해 주는 ‘목적지향형 브랜드’와 ‘넷 포지티브 기업’들이 ESG 2.0을 정의하고 생존, 번영할 것이다.

코로나19 리스크, 지속가능한 소비와 ESG 2.0 대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다

2021년 12월 지속가능 브랜드 커뮤니티 Sustainable Brands(SB)는 Brands for Good 프로젝트 2 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4개국에서 소비자 사회문화 트렌드(Socio-Cultural Trend Tracker)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에서도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설문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대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의 2030 세대는 고용 불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유추되는 경제적 이유에 의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추구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50세 이상 고령자들도 노후 준비 비용 고민 등에 의해 지속가능한 삶과 소비를 실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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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변화에 대한 욕망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와는 반대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적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응답한 한국 소비자도 88%에 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림 1]의 구글 트렌드 역시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관심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 비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며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바로 이 의도(Intention)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 규모 있는 변화를 유도하는 기업 간 파트너십, 협업과 창의적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이다. 단순한 보고서나 시상의 ‘팡파르’가 아닌 가시적이고 실질적 성과로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대규모 소비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며 소비자 로열티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업들이 ESG 2.0이란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마법의 열쇠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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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길 원하는 글로벌 소비자 문화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20년 미국 소비자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B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지속가능한 소비와 삶의 방식을 추구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2021년 12월 한국 소비자 대상에 대한 SB Korea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8%가 지구, 사람과 자원을 보호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3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윤리적 소비의 열망은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소비자들이 환경과 사람, 지구의 자원을 보호하는 삶을 추구하길 원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업과 브랜드가 이러한 삶을 지원하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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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소비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여는 9가지 소비자 행동 영역

ESG 2.0의 여정을 준비하는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지속가능한 삶을 열망하는 윤리적 소비자(Conscious & Mindful Consumers)의 부상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시대적 요구에 대한 명확한 이해이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피하고 성과 보고와 평가 대응을 잘하는 ‘덜 나쁜’ 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사업 목적과 전사 전략, 브랜드 마케팅에 완전히 통합해 대규모로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지향적(Purpose-Driven)이며 긍정적 영향(Net Positive)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브랜드에 더 큰 시장과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와 자본을 제공해 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데는 해당 연구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에 가장 영향이 큰 9대 소비자 행동 영역(The Nine Most Impactful Sustainable Behaviors)’이 매우 유용하다. 이들 9대 행동 영역은 지속가능성, ESG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를 배제하고 현대 소비자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이고, 그중에서도 지속가능 발전에서 긍정적 영향력이 가장 큰 영역들이 무엇인지를 소비자 관점의 행동과 용어를 통해 자세히 규정해 놓았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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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2.0을 준비하는 기업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사회•문화적 행동 변화 영역들에서 소비자의 의도와 열망을 빠르고 규모 있게 실질적인 소비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020년 글로벌 리서치 및 자문 기관인 글로브스캔(GlobeScan)의 Healthy & Sustainable Living 조사를 보면 우선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그림 5) 그런데 해당 조사에서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변화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소비자가 전체 응답자의 47∼61%에 달하는 데 비해 과거 1년 동안 환경친화적 주요 변화를 실제로 실행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그 절반 수준인 평균 24∼31% 정도에 불과해 소비자의 의도와 실제 소비 행동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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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년간 조사 통계를 봐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전반적 소비자의 의도와는 달리 책임 있는 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해당 브랜드를 지원했다는 응답은 약 25∼31%의 비슷한 수준에서 제자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B의 2021년 한국 소비자 설문에서도 이러한 의도와 실천의 격차를 단편적이지만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예가 일회용 식품 용기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63%에 달했지만 배달 음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소비자는 34%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와 행동의 격차는 글로브스캔의 조사와 거의 동일한 수치를 보인다. 특히 조사에 응한 한국 소비자 30%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71%의 소비자들은 ‘더 지속가능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브랜드가 있다면 이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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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비자 행동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의 구매 의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 반해 실제 소비자의 행동과 실천에서는 큰 진척이 없는, 소위 ‘의도(Intention) vs. 실천(Action)’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ESG 2.0을 준비하고 글로벌 경쟁력도 갖춰야 하는 국내 기업에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SG 2.0 여정의 궁극적 지향점: 넷 포지티브

세계적 베스트셀러 『Green to Gold』로 잘 알려진 지속가능성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앤드루 윈스턴이 유니레버의 전 CEO 폴 폴먼과 공저로 펴낸 최근 신간 『Net Positive: How Courageous Companies Thrive by Giving more than they take』에서는 모든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으로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를 제시하고 있다.

윈스턴과 폴먼은 넷 포지티브 기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모든 이해관계자의 삶을 개선하는 기업: 넷 포지티브 기업은 소비자는 물론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과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의 삶을 개선하고, 또 그 과정에서 장기적 주주 이익을 증가시킨다.

• 사회, 환경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적극 수용하는 기업: 기업이 사업과 관련된 사회, 환경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혁신과 비용 절감을 가져오고 목적지향적 기업 문화의 공고한 기반이 돼 준다.

•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사, 시민사회 및 정부와 협력하는 기업: 단독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윈스턴은 저서에서 최근 2년간 투자자, 기업과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과거 10년의 인식보다 더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제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제시하는 모든 주주 제안이 재무 성과보다 ESG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공동 저자인 폴먼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5000만 에이커의 땅과 100만 평방마일의 바다 보호를 선언한 월마트, 1975년 배출한 탄소를 회수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재생 가능한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을 추진하는 네슬레와 탄소 흡수 타일을 제조하는 인터페이스, 알고리즘을 사용해 기후 부정론자 또는 거짓 과학 정보들을 제거하는 구글의 노력 등을 구체적 사례를 들며 이제 넷 포지티브라는 기업의 여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 포지티브 기업은 탄소중립(넷제로), 거버넌스 개선, 보고 및 리스크 관리 등 현재 ESG 1.0 활동이 중심을 두는 소위 ‘덜 나쁜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전 세계적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긍정적 개선이란 기업 책임을 수용해 사업 목적과 일치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실제로 감소시키며, 브랜드와 제품의 영향력을 활용해 사회적 혐오와 차별을 다양성, 공존과 평등으로 개선하는 기업, 더 나아가 협력회사, 경쟁사,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해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ESG 2.0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넷 포지티브 기업인 것이다.

이미 시작된 ESG 2.0 넷 포지티브 실천 방법

전 세계적으로는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하고, 고유한 강점을 갖춘 다양한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자의 실천을 돕고 새로운 소비 시장과 시스템을 개선하며 넷 포지티브를 향해 나아가는 기업 사례는 이미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4

자원 순환 및 자연친화적 제품 선택 뉴질랜드 축구 선수가 2014년 설립한 올버즈(Allbirds)는 그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에 달한다. 2016년 설립 이후 100만 켤레 이상을 판매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B-Corp 인증 회사인 올버즈의 제품은 뉴질랜드의 양모와 사탕수수, 폐페트병 같은 천연재료와 재활용 원료만을 사용해 생산된다. 2018년 3월 올버즈는 유칼립투스 나무 섬유로 만든 신발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첫 번째 의류 라인도 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50여 협력회사를 통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 중인 올버즈는 제조와 판매 기능을 합해 가격을 낮추는 소비자 직접 판매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자원 순환 렌트런웨이(Rent Runway)사는 사용자가 디자이너 의류 및 액세서리를 대여, 구독 또는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한다. 2009년 11월 설립된 렌트런웨이는 전통적 쇼핑 방식 대신 가입자에게 4개 디자이너 제품을 월 159달러의 비용으로 무제한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2018년 기준 시간당 2000벌의 의류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클리닝 시설을 보유해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실천을 원하고 불필요한 의류 소비를 줄이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19년 3월, 10억 달러의 유니콘 수준으로 가치가 성장했다.

여성과 여아의 지원 골드만삭스는 2018년 여성이 설립하거나 소유한 회사에 5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골드만삭스 고객이 해당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여성 기업가들이 이를 통해 펀드 운영을 위한 초기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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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 제품 선택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스타트업인 에어컴퍼니(Air Company)는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 카본 네거티브 보드카를 판매하고 있다. 에탄올 1㎏당 1.5㎏의 CO2가 제거되는데 이는 보드카 한 병당 1파운드(453.5g)의 CO2를 제거하는 셈이다. 필요 수소는 태양광으로 공급해 공정의 부산물은 산소와 물밖에 없다. 에어컴퍼니는 보드카를 넘어 음료, 식품, 화장품, 의약품, 세제, 향수 등 다양한 제품 생산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NASA로부터 상을 받으며 화석연료 기반의 로켓 연료를 CO2 기반의 지속가능한 연료로 대체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래 화성 개척의 시대에 에어컴퍼니는 화성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로 로켓 연료를 생산하고 이를 지구로 귀환하는 로켓에 이용하는 비전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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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및 기회 증진 유한킴벌리 크리넥스의 ‘따뜻한 세상 이야기’의 8번째 시리즈로 진행된 ‘시인이 된 할머니’ 이야기 6 는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첫 시화전 도전을 HP 제품 포장지 인쇄 기술을 활용해 실현한 우수한 브랜드 협업 마케팅 사례다. 유한킴벌리는 번거로운 포장지 인쇄 공정 변경 없이 HP Graphic Arts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할머니가 지은 시와 얼굴을 담은 크리넥스 티슈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작해 그 감동을 널리 알렸다. 특히 이는 자사의 고유 강점을 잘 살린 사례로 들 수 있는데 유한킴벌리는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성을, HP는 최첨단 인쇄 기술을 바탕으로 협력하며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삶을 지원한 기업의 진정성을 일회성 광고가 아닌 제품 포장에 담아 소비자의 삶 속에 직접 전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많은 선도적 글로벌 브랜드는 이미 자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소비와 미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나아가 공급망 내 협력 회사는 물론 여타 브랜드와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경제 시스템 전반의 지속가능성 개선을 주도하는 긍정적 넷 포지티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소비자 시장을 여는 기업의 해법은 단순히 잘 만든 ESG 보고서와 난립한 평가기관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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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포지티브 기업을 지향하는 ESG 2.0 여정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사의 고유 가치, 자산(Equity)과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련 제품/서비스 및 시장 시스템의 혁신과 협업을 통해 MZ세대로 대변되는 윤리적 소비자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겠다는 책임을 사업 목적에 통합하고 그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B2C 기업은 물론 공급망에 속한 B2B 기업도 환경과 사회문제에 걱정과 관심이 높아지는 소비자 시장의 트렌드를 명확히 이해하고 소재와 부품 단위 혁신을 위해 고객사와 협업해야 함은 물론이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와 지속가능한 삶의 실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돼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 우위와 미래 소비자들의 로열티도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삶의 욕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보급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넷 포지티브 전략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찾는 여정의 첫걸음은 주요 장벽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는 것이다. 기업들이 소비자 행동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명확하게 인지, 해결할 수 있는 글로브스캔의 7가지 실용적 접근 방법을 해설하면 다음과 같다.

• 그린 프리미엄의 높은 가격
높은 가격이 책정된 제품과 서비스는 지속가능한 소비 시장의 변화를 방해하는 가장 높은 장벽이다.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혁신과 함께 합리적 가격(Sustainable & affordable) 달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이유이다.

• 신뢰 안 가는 기업과 브랜드
기업 ESG 정보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51%에 그쳐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신뢰의 개선은 ESG 2.0 여정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지속적 공시와 투명성 개선은 물론 공시 정보에 대한 엄격한 제3자 검증, 인증을 활용해야 한다.

• 체감되지 않는 그들만의 ESG 성과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을 묻는 질문에 SB와 글로브스캔 조사 모두에서 미국 소비자 56%, 한국 소비자 65%가 특정 브랜드나 기업을 지목하지 못했다. 그린워싱 논란이 없도록 진정성을 갖추되 소비자가 실질적 차이를 선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도 급진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제품과 서비스
전 세계 소비자 47%가 ‘자신의 소비 활동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일상적 소비 행위 자체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넷 포지티브 제품과 서비스 확대를 위한 개발과 혁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변화와 실천의 어려움
‘윤리적 소비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실천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루프(Loop)같이 기존 구매나 소비 방식의 큰 변화 없이 지속가능한 소비로 전환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 시도가 갖는 큰 강점이다.

• 어려운 목적지향형 브랜드 찾기
수익 이상의 목적과 가치를 지닌 기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특히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가치와 철학, 비전과 전략 모두에 일관되게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한다는 존재 목적을 통합하고 대내외에 선명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 눈치 보이는 행동 변화
지속가능한 소비의 주요 장벽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은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21%)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소비가 새로운 삶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민사회와의 협업, 공익마케팅과 캠페인, 브랜드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의 의도와 실제 소비 행동을 가로막는 이러한 장벽을 넘어 윤리적 소비문화 변화를 가속화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더 저렴하고 빠르게 보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과 사회의 긍정적 영향을 만드는 것, 그 결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넷 포지티브 기업 전략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자 ESG 2.0 여정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과 브랜드의 궁극적 지향점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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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2.0 대전환 속에서
더욱 성장할 목적지향형 기업

헨리 포드는 드넓은 대지를 자유롭게 누리길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던 기업가였다. 가사 노동을 줄이고 더욱 편리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920년대 이후 미국의 가전회사들은 세탁기, 청소기와 냉장고를 소비자에게 대규모로 빠르게 보급했다. 이처럼 기업은 역사적으로 그 시대의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철학과 목적을 갖고 끊임없는 창의와 혁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으며 가격을 낮추고 투자를 유치해 시장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사회와 함께 성장해 왔다.

지금은 저렴한 자동차와 편리한 가전제품이 아닌 지구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전환을 원하는 소비자 행동 문화를 이해하고 더 빠르고 쉽게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ESG 전략을 사업의 철학과 존재 목적에 통합하는 ‘목적지향형 브랜드(Purposeful Brands)’에 새로운 시장과 성장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철학과 사업 목적은 이제 헨리 포드의 “자가용 대중화와 모빌리티 편의성”에서 “기업은 자연과 사회를 위협하는 성장에서 벗어나 지구를 살리기 위한 건강한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창업자의 경영 철학 및 기업의 존재 목적(Purpose)으로 치환됐다. 이 같은 사실은 시대적 요구의 변화를 선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목적지향형 기업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 평균 3배 더 빠른 성장과 30% 더 높은 혁신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력 유지 측면에서 40% 더 높은 성과와 고객, 임직원 모두에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7

과거 저렴하고 성능 좋은 자동차를 소유해 이동의 편의성을 누리고, 가사 노동을 줄이길 원하는 소비자의 간절한 열망에 부응해 더 편리한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했듯 ESG 2.0의 장기적 여정을 준비하는 목적지향형 기업들은 현재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 행동 변화의 영역과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자사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요구에 부합하는지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과 혁신 전략이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예측하고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란 목적을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브랜드들은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 위주의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투명성을 높인 ESG 1.0의 기업들이 향후 추구해야 할 ESG 2.0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마지막으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넷 포지티브 기업이야말로 사회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임을 이미 오래전 사업 철학에 담아낸 연암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어록8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에 되는 것이어야 하는 기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기업만이 영속적으로 대성할 수 있는 기라.”


전민구 Sustainable Brands Korea 총괄이사 mingu.jun@gmail.com
필자는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커뮤니티인 Sustainable Brands의 한국 챕터를 총괄하고 있다. 15년 이상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국내외 유수 기업에 대한 자문, 평가와 검증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LG그룹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과 그룹사 평가지표 개발, 실행의 PM 역할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의 평가와 벤치마킹, 포천 100대 및 국내 유수 기업 CSR 평가 순위 발표, NIKE P2P Audit (HSE 및 노동인권 심사) 및 SA 8000 심사를 수행했다. LG, 삼성, 현대, SK텔레콤, KT 및 한국타이어 등 국내 유수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및 분쟁 광물 등 비재무 보고서 검증 PM과 AA1000 지속가능성 검증 심사원 국제 강사 자격 등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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