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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8 투자의 세계에 공짜는 없다… ‘머지포인트 파문’

대기업과 협업했다는 말에 고객들 솔깃
확증편향과 ‘귀 얇은 투자’의 종말 보여줘

곽승욱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머지포인트는 사업 모델, 사업자와 피해자 행동특성 측면에서 폰지 사업과 유사하다. 수익을 낼 만한 사업 모델이 없으며 수익을 상환받은 초기 투자자들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의 발행사인 머지플러스와 협업한 가맹점, 이커머스, 금융사 등을 신뢰해 머지포인트를 구매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과 투자 열풍은 보고 싶은 정보만 보는 확증편향, 남의 말을 쉽게 믿는 얇은 귀 성향 등 피해자들의 편향을 강화시켜 머지포인트에 대한 의심을 차단했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관용과 가혹의 원칙을 적용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 투자자들 역시 고수익 투자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재고하며 객관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기획과 윤문에는 신호영 DBR 인턴기자(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예정)가 참여했습니다.

최근 머지포인트 사태로 수십만 명의 소비자가 혼란과 불안에 빠졌다.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면 2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즉, 8000원의 머지포인트가 현금 1만 원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머지포인트는 알뜰한 소비자라면 누구나 이용하고 ‘안 사면 바보’가 되는 신종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올해 8월, 금융감독원이 머지포인트의 발행사 머지플러스에 전자금융사업자를 등록하지 않았다며 시정 권고를 내리자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를 대폭 축소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머지포인트를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무위험 고수익 투자를 빙자한 소비자 피해 사례는 20세기 초부터 ‘폰지 사업(Ponzi Business)’ 1 의 형태로 계속돼왔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금융 사기가 빈번히 일어나는데 왜 사람들은 ‘Too good to be true(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는)’ 유혹에 매번, 그리고 맥없이 넘어갈까. 공짜로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사업의 특성은 무엇일까. 폰지 사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신뢰의 상실로 그 종말을 고한다. 그 신뢰는 폰지 사업자의 영특한 설계와 투자자의 공짜 심리를 먹고 자란다. 투자자의 탐욕과 만나 빠르게 성장한 폰지 사업은 대박 사업, 혁신 사업, 미래 사업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투자의 세계에 공짜는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폰지 사업의 특징과 행동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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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에 드리운 찰스 폰지의 망령

머지플러스는 전자상품권 형태의 머지포인트를 정상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발행해 여러 제휴업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 회사다.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는 휴대폰에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바코드를 전송받아 200여 개 브랜드의 6만여 개 가맹점에서 선불현금카드처럼 사용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발발 직전까지 머지포인트 누적 발행액은 1000억 원, 누적 서비스 가입자는 100만 명, 월 거래액은 300억∼4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의 서비스가 선불식 전자 지급 수단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전자금융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머지플러스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두 개 이상 업종에서 결제 수단을 제공하려면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필요하다. 머지플러스는 8월11일 급작스러운 공지를 통해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업 1개 업종으로 축소했고 200여 개의 브랜드와 6만여 개의 가맹점이 갑자기 1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통보했다. 머지포인트 판매도 전격 중단했다. 소비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은 물론이고 남아 있던 가맹점도 사실상 머지포인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해결될 기미가 없자 환불 사태가 잇따랐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 앞에는 환불을 요구하기 위한 피해자들의 줄이 늦은 밤까지 수백 미터 이어졌고, 머지포인트 사태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피해 소비자들은 집단 분쟁을 신청했으며 수사기관까지 나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12월3일에는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금융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12월19일,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인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가 구속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배임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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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는 ‘폰지 사기’였을까. 아직까지 수사가 계속되는 중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머지플러스의 사업 모델, 사업자와 피해자의 행동 특성 등을 살펴보면 머지포인트 사태는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고 의심받을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 모델. 지난 8월의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머지포인트는 과연 쭉 승승장구했을까. 머지포인트의 사업 모델을 뜯어보면 이번 사태를 차치하고서도 머지플러스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폰지 사기를 ‘실제로 수익 창출 사업을 추진하거나 실행하지는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공언한 사업 수익을 지급하며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투자 사기’로 정의한다. 폰지 사업은 폰지 사기와 구조와 특징이 유사하지만 사기라고 판명되지는 않은 사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폰지 사업 중 일부는 수익 창출을 계획대로 운영하면서 정상적인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폰지 사기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구조와 특성상 다수의 폰지 사업은 후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폰지 사업과 폰지 사기를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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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 사기의 시초인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1920년 투자금을 45일 안에 1.5배, 90일 안에 2배로 늘려주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해 8개월 동안 1만여 명으로부터 당시 화폐 가치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에 육박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중 약 80%는 약속된 수익의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지급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투자자 그룹에 보스턴 지역 경찰의 4분의 3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공권력도 폰지 사업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투자 계획의 핵심은 해외에서 국제우편연합(International Postal Union)이 발행한 쿠폰을 구매한 후 이를 미국으로 보내 4배 비싼 값으로 상환한다는 차익 거래(Arbitrage, 위험 없이 수익을 얻는 거래)였다. 이는 순전히 교과서의 가상 사례로 나올 법한 가설적, 이론적 상황에 불과한 것이며 실제로 쿠폰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찰스 폰지가 유치한 투자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의 수는 약 1억6000만 개였는데 당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쿠폰을 모두 합쳐도 이보다 적었다. 결국 폰지의 사기 계획은 무산됐고 폰지는 자신의 집에서 고작 61달러 상당에 달하는 우표와 쿠폰을 소지한 채 체포됐다.

그렇다면 머지플러스의 사업 모델은 어땠을까. 머지플러스가 고객들에게 20% 할인을 약속하며 10억 원 상당의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고 가정하면 8억 원이 회사로 들어온다. 10억 원은 궁극적으로 구매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선수금(구매자 입장에서는 선불금)이므로 부채에 해당하고 8억 원 현금은 회사의 자산이 된다. 여기서 2억 원의 차액은 결손금(회사의 이익잉여금과 반대 개념)이 돼 자기자본을 감소시킨다. 회사가 현금 2억 원을 초기 자본(자기자본)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머지플러스는 자산 10억 원, 부채 10억 원에(초기 자본 2억 원은 모두 부채를 감당하는 데 사용돼) 자기 자본은 ‘0원’이 돼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사업을 시작한 것과 같다. 실제로 머지플러스의 전신인 머지홀딩스가 사업을 시작한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 사실상 모두 자본잠식 상태였다. 2

1000억 원 누적 판매액 기준으로 2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상실을 감당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수익 창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머지플러스에는 어떤 수익 창출 프로젝트가 있었나? 적어도 각종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이나 회사가 공개한 정보에서는 20% 할인 손실을 감당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2017년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그 액수가 2019년에는 55억8000만 원, 2020년엔 135억9000만 원을 기록해 2020년 말까지 누적 결손금이 약 200억 원에 달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는 위에서 어림짐작으로 계산한 누적 손실의 액수와 일치한다.

사업의 모델이 매우 단순한 점 또한 폰지 사업의 특징이다. 모든 정보는 이해하기 쉽고 그럴듯해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줄수록 사실로 간주될 가능성이 더 크다. 폰지 사업자들이 거래소, 재무, 금융, 지주회사 등 투자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용어들을 넣어 사업명 또는 회사명을 짓는 이유다. 또한 폰지 사업의 메시지는 매우 직설적이며 간단하다. 투자 원금의 손실이 없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수익 구조를 제시한다.

폰지 사기의 정석이 무엇이고 그 경제적,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동시에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폰지 사기의 주인공은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다. 130개국 이상에서 피해자 수는 3만7000명에 이르렀으며 사기 관련 투자액은 약 78조 원, 투자자가 돌려받지 못한 원금 손실액은 21조 원에 달했다. 2008년 12월에 사기의 전말이 드러나 메이도프가 증권 사기 혐의로 체포되기 전까지 그의 거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진 폰지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사기의 전말이 발각되기 전 13년 동안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한 실제 투자의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법원 선임 자산관리인 어빙 피카드(Irving Picard)의 증언은 실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업의 단순성이다. 메이도프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 폰지 사기의 디자이너, 사업자, 얼굴마담의 1인3역을 했다. 측근의 회계 전문가는 사업 수익과 회계장부를 전문가답게 조작했다. 뉴욕시 소재, 7평도 안 되는 사무실과 3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영세 회계법인(Friehling & Horowitz)이 수십조 원 규모의 폰지 사업을 감사했다. 투자자는 자금을 맡긴 후 깔끔히 정리된 서류상 자기자본(재산)과 수익을 보며 폰지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와 전파자가 됐다. 거대한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단순하다 못해 어설픈 영업 구조이다.

머지포인트의 영업 구조도 매우 단순하다. 핀테크(Fintech)가 적용돼 편리하기까지 하다. 가입자가 20% 할인된 가격으로 선불 결제를 하면 결제 금액이 머지포인트 앱에 전자상품권(Voucher) 형태로 저장된다. 가맹점을 이용한 가입자는 앱에 생성된 바코드(Barcode)를 제시하고 선불 금액의 한도 내에서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비상장기업인 관계로 이 밖의 회계 및 감사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업 구조만큼이나 간소하지 않을까.

전파. 이처럼 허술한 폰지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세상에 큰 파급력을 미치게 될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초기 투자자인 ‘송버즈(Songbirds)’이다. 폰지 사업은 약속된 수익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과 사업 모델이 검증될 가능성이 작은 거품 시장에서 활개를 친다. 사업 계획에는 보장, 담보, 상환 청구권과 같은 용어를 자주 사용해 전문성과 안전성을 돋보이게 하고 수익 모형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어 사업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차단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상환과 배당을 신속, 정확하게 한다. 지불 기한 전에 상환하기도 한다. 배당금은 지정한 날짜에 정확하게 지급한다. 폰지 사업자들은 사업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고 붕괴하기 직전까지 정기적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기존 투자자가 얻는 높고 안정된 수익 실적은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는 촉매제가 된다. 이익의 상환과 인출은 수년간 신속하게 처리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누그러뜨린다. 원금과 이윤을 즉각적으로 상환받은 초기 투자자는 폰지 사업의 선교사, 영업사원 역할을 자처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한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는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본성 중 하나가 정보를 끊임없이 교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폰지 사업에서 초기 투자자들이 약속된 수익을 얻었다는 뉴스는 입소문과 끊임없는 정보 교환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더 많은 투자자가 폰지 사업에 뛰어들게 돼 폰지 사업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커지게 된다.

송버즈의 활약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대표성 휴리스틱3 이 작동하고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 믿게 된다. 또한 투자 위험에 대한 내성이 생겨 받은 수익을 폰지 사업에 재투자하게 된다. 신규 투자자가 추가 자본의 유일한 원천이라면 폰지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자의 수는 천문학적일 것이고 사기의 본색도 금세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폰지 사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그 이유가 바로 재투자이다. 신규 투자자가 계속해서 참여할 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자는 비록 페이퍼 수익이지만 분배받은 수익을 다시 폰지 사업에 투자한다. 그래서 폰지 사업의 성장기에는 초기 투자자에게 지급되던 수익이 줄어들거나 중단돼도 성장세가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구성원들이 자주 접촉하고 뉴스가 빠르게 전달되는 친밀감 높은 집단이나 커뮤니티에서 폰지 사업의 전파가 자주 관찰된다. 친밀감으로 인해 폰지 사업의 성공담이 쉽게 회자되고, 이는 폰지 사업에 대한 영웅담 같은 스토리로 전파돼 투자자들의 호기심, 감탄, 찬양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머지포인트 사업의 경우 서비스 업종을 1개로 줄여 가맹점 수가 10분의 1로 급감하기 직전까지 순조롭게 진행된 소비자의 할인 혜택과 이용 고객들의 추천이나 리뷰가 신규 자금의 마중물과 모멘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머지포인트는 2018년 말부터 뽐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비슷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인 만큼 집단의 친밀감을 먹고 자라는 폰지 사업이 알려지기 맞춤이다. 뽐뿌는 핫딜, 쿠폰 등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정보가 오가는 커뮤니티다. 초기에 올라온 머지포인트 관련 글에는 사람들의 댓글이 많지 않았지만 실제 머지포인트로 쇼핑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면서부터 점차 머지포인트 관련 게시글에는 더욱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티몬, 인터파크 등 머지포인트를 핫딜로 판매하는 링크도 적극적으로 공유됐으며 1만 원 단위이던 판매 금액도 10만 원 단위로 올랐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사태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전까지 사업자인 머지플러스의 자산, 부채, 자기자본, 매출, 순이익 등 중요 기업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정보 비대칭과 무리 행동이 머지포인트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뢰. 폰지 사업에서 신뢰는 알파이자 오메가, 즉 시작과 끝이다. 신뢰를 얻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 신뢰를 받고 있는 든든한 보증인을 세우는 것이다. 폰지 사업에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상시로 사업을 모니터링하거나 검증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자금을 관리하거나 조언을 제공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대리인)가 성실하고 정직하며 약속을 지키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메이도프는 주요 국제 은행이 소유한 펀드와 후견인 역할을 했던 HSBC와 UBS와 같은 은행의 묵시적 승인을 폰지 사업의 확장에 맘껏 활용했다.

머지포인트의 구매자가 계속 늘어난 근본적 이유도 구매자들이 머지플러스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들과 금융사, 판매처들과 협력한다는 점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 가맹점에는 SPC, 롯데GRS, CJ 푸드빌, 본아이에프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계열사도 다수 포함됐고, 대형 상점이나 편의점에서도 머지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어 머지포인트가 검증된 결제 플랫폼이라는 신뢰를 심어줬다. 여기에 하나카드, KB국민카드 등 금융사들이 머지플러스와의 제휴 또는 협업을 발표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희석됐다. 11번가, 티몬, 위메프, 지마켓 등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던 이커머스가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도 문제를 심화하는 데 한몫했다.

초기 단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만큼 신뢰 관계를 지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폰지 사업자는 사업의 신뢰성을 입증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 관련 정보(경험, 헌신, 역량, 인증, 보고서 등)를 지속적으로 퍼뜨린다. 폰지 사업의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투자자들은 정보의 진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더불어 이 같은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업에 대한 친밀성이 커져 폰지 사업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업계에 잘 알려진 투자 전문가를 고용해 투자자에게 남은 의심과 머뭇거림을 제거하기도 한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몇 차례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행사의 이름이 수차례 바뀌었고, 머지플러스에 대한 정보 역시 불투명하며, 수십억 원 규모의 적자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그러나 구매자들 사이에 형성된 머지포인트에 대한 신뢰는 이 같은 의혹을 묻을 정도로 두텁게 형성된 상태였던 것 같다. 머지포인트의 가맹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며 신뢰는 지속됐다. 심지어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빠르게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혹은 적은 금액만 구매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반응도 존재했다. 자신의 신뢰에 반하는 부정적인 정보를 피하고 싶어 하는 확증편향이 작용한 것이다. 감독기관의 관심과 개입이 시작되며 머지포인트에 대한 신뢰가 심각히 훼손된 순간 구매자들도 심각한 불확실성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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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의 행동 특성. 필연적으로 폰지 사업자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 데 특화된 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유능한 기업가처럼 행동하는 데 어색함이 없고 그들의 창의적 사업 계획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택이나 부촌에 거주하며 거부와 격 없이 어울린다. 처음에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며 호의의 표시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사업의 배타성과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투자를 선택적으로 유치하기도 한다. 메이도프는 여러 비영리기관의 이사회에서 활동한 저명한 자선사업가였다. 이들 비영리기관은 메이도프에게 자금을 위탁했다. 인간적인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뢰를 주는 풍모를 소유하고 매력 넘치는 옷차림에 교양과 예의범절을 겸비한 점잖은 사업가 이미지로 중무장한다. 여기에 명성(Reputation)이 더해지면 신뢰는 더욱 공고해진다. 메이도프의 증권회사는 나스닥의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폰지 사기가 들통난 2008년에도 월스트리트에서 6번째로 큰 시장 조성자였다. 또한 메이도프에게는 나스닥의 전임 및 비상임 회장이라는 엄청난 후광이 따라다녔다.

머지플러스 경영진의 면모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전, 현 대표의 직장 및 개인 이력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확장되는 과정에는 과거보다 사업자의 특성의 영향이 크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일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머지포인트는 거대한 규모의 돈이 사적으로 오가는 형식이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포인트의 구매가 이뤄진다. 머지포인트 사업에 대한 본질적인 의심을 갖지 않는 한 구매자들이 머지플러스 경영진이 누구인지 궁금해 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피해자의 행동 특성. 누구나 폰지 사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머지포인트의 피해자들 역시 학생, 직장인, 주부, 노인 등으로 피해 집단이 누구인지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정 집단의 성격 특성과 위험에 대한 태도는 폰지 사업의 피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폰지 사업 피해자는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신을 더 낙관적이고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 투자자로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한 번 이상 피해를 당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분명했다. 피해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특성은 탐욕(Greed)이다. 투자자의 탐욕이 판단력을 저하시켜 피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관점이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더 벌고 싶어서, 불황일 때는 더 필요해서 돈에 대한 욕심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덩달아 이를 이용해 한몫을 챙기려는 폰지 사업도 기승을 부리게 된다. 아메리칸드림이 일확천금의 투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미국인들이 폰지 사업에 쉽게 설득당하고 동조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에서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다양한 식음료를 20% 할인해 구매할 수 있는 머지포인트는 구매자들의 딱한 탐욕을 자극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너무 잘 믿고 따르는 ‘얇은 귀 성향(Gullibility)’ 역시 폰지 사업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로 자주 지목된다. 미국에서는 확정 급여 연금의 단계적 폐지와 확정 기여 연금 및 개인퇴직연금의 확대 때문에 얇은 귀 성향으로 인한 폰지 사기의 피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확정 기여 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은 퇴직자들에게 더 큰 이동성, 유연성 및 선택권을 제공한다. 그러나 동시에 직접 연금을 운용해야 하는 연금 가입자 개개인들의 의사결정의 부담이 늘어났다. 이에 각종 편향과 인지적 한계에 영향을 받아 연금 관련 폰지 사기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투자 선택의 폭과 정도가 확대될수록 얇은 귀 성향을 비롯한 각종 편향에 취약해진다. 2021년 전 세대를 아울러 주식, 코인 등 투자 열풍이 일었던 한국에서 머지포인트는 현명하고 검증된 대체투자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귀가 얇아진 투자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입소문을 타게 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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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 사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

처음부터 선량한 의도가 아니었던 폰지 사업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사업을 계획했을까. 자신들을 믿고 소중한 자산을 맡기는 지인들의 삶을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양심에 거슬리진 않았을까. 피해자들은 왜 이렇게 쉽게 사업자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이들의 심리를 살펴보면 폰지 사기가 계속되는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사업자 심리. 폰지 사업자들은 마치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계획이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금융 전문 기자인 다이애나 헨리크(Diana Henriques)가 옥중의 메이도프와 인터뷰한 내용에서 약간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메이도프는 폰지 사기 초기부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드나들었다고 인정했다.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이 도둑질이라는 생각을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모든 일이 완벽히 잘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피해자를 오히려 수혜자로 인식해 매일 이들과 태연히 마주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건네는 감사의 인사는 폰지 사업자의 이러한 성향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오만하게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 심리. 반대로 폰지 사업의 마법에 걸린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공교롭게도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에 적지 않은 은퇴 자금을 잃은 심리학자 스티븐 그린스펀(Stephen Greenspan)은 세 가지 사회적 요인에 주목한다. 첫째, 상황이 주는 압박이다. 투자 의사결정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평생 모은 돈을 잃을 수도 있다. 잘 속는, 또는 지나치게 신뢰하는 투자 행동은 사회적 및 상황적 압박이 강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사회에 공헌하는 성공적인 사업가가 건네는 투자 제안이 곧 투자자들에게는 사회적, 상황적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런 경우 투자 의사결정권은 투자자 자신의 손을 벗어나기 일쑤다.

둘째, 인지적 한계이다. 아무리 지능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지능을 완전히 또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비합리적인 결정은 감정에 의해 주도되며 직관적이고 충동적이며 사려 깊지 못한 인지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반면에 생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에 따르면 생각은 두 개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신중하지 못하고, ‘시스템 2’는 신중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나지만 느리다 못해 태만할 정도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시스템 2’가 가끔 소환되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충동적인 ‘시스템 1’이 주도한다. 폰지 사업에 빠진 사람들은 금융에 대한 무지, 태만한 ‘시스템 2’의 방관과 어설픈 ‘시스템 1’에 의한 직관적 동의로 인해 금융 지식이 충만해 보이는 조언자를 찾고 그들의 판단과 추천을 신뢰함으로써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메꾸려 한다.

셋째, 감정의 개입이다. 선택을 내릴 때는 감정과 이성이 모두 개입되지만 감정의 역할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이렇게 감정이 이성을 압도함으로써 감정적 신뢰로 쉽게 발전하기도 한다. 많은 폰지 사업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하는 감정 요인은 돈을 쉽고 빨리 벌 수 있다는 기대에서 오는 흥분이다. 이런 감정에 의존하는 탐욕스러운 투자자들은 찰스 폰지와 같은 사기꾼이 제공하는 막대한 수익에 쉽게 매료당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권의 할인율이 10%를 넘는 경우가 드문 와중에 20%의 무제한 할인율을 들고나온 머지포인트 사업에 흥분하지 않을 투자자도 드물었을 것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주는 평안한 만족감을 좇는 투자자들도 있다. 은퇴 후 삶에서 경제적 위험과 불안을 제거할 기회가 이들에겐 벅찬 희망과 감동이 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폰지 사업자들이 투자자들의 감정을 조련하는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폰지 사업이 퍼뜨리는 그럴듯한 정보는 좋은 투자 기회를 찾고 있는 투자자의 기대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투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상상 편향을 보이고 자신이 선호하는 사건의 발생할 확률을 과대평가한다. 즉,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는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다.

또한 폰지 사업자에 비해 투자자는 정보 비대칭에 놓여 있다. 투자자는 정보가 불확실하고 부족할수록 다른 참여자의 행동이나 내부 정보를 알고 있을 법한 주변인의 행위를 모방하기 쉽다. 또한 주변에서 손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폰지 사업 참여 확률은 빠르게 상승한다. 여기에 폰지 사업자의 개인적 매력이나 화려한 경력, 그들이 고용한 유명인들의 눈부신 후광이 더해지면 투자자들이 스스로 수집한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정보의 폭포’에 휩쓸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사회 및 경제 현상을 명확한 인과관계로 인식하려 한다. 명확하고 간결한 인과관계를 가진 이야기나 소문을 주저 없이 받아들인다. 폰지 사업이 황당무계하고 매우 불완전한 상품이지만 이들이 가진 명쾌한 인과관계는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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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오류로부터 배우자

인간들의 복잡하고 어수룩한 사고 체계와 단순하고 명쾌한 폰지 사업은 찰떡궁합이다. 갖은 방책을 써도 둘 사이를 떼어 놓는 건 어려운 일이다. 미국 소비자사기연구그룹(Consumer Fraud Research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폰지 사업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선 재무이해력을 높이고 재무문맹률을 낮추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폰지 사업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다. 규제 강화와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고하자. 규제 기관이 생각하는 방식과 투자자가 행동하는 방식 사이에는 근본적인 단절이 있다. 규제 환경의 기본 철학은 효율적 시장 가설에 기반한다. 내부 거래나 시장 조작 등 특정 관행이 불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 정책을 시행하되 시장은 최소한의 규제로 작동하도록 둬야 한다는 무언의 동의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넛지(Nudge)』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속임수가 판을 칠 뿐이라고 일갈한다. 시장 정책의 기조를 ‘최소한의 규제’가 아니라 ‘적절한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폰지 사기에 대응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당국의 공식적인 보증을 받은 투자 리스트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제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으로 안전하게 운영되는 뮤추얼 펀드, 은행 CD, 부동산 투자 신탁(REITs)과 같은 투자처를 지정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항시 감시와 처벌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안전은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지만 투자 손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이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을 거짓말과 속임수로 탈취하고 침해하려는 행위에 대한 무관용과 가혹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아주 작은 불법 또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고 강도 높은 처벌 기준을 세워 금융권 내부에서 철저한 단속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속임수나 사기로 의심되는 사업이나 사람들을 내부 고발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폰지 사기와 같은 경제 범죄에 중형을 선고한다. 메이도프는 150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021년 4월 사망했다. 메이도프 다음으로 큰 피해를 준 폰지 사기 가해자이며 지금은 사라진 스탠퍼드 파이낸셜그룹의 전 CEO 앨런 스탠퍼드는 2012년 110년 형을 선고받고 죄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4억5000만 달러(5400억 원) 사기를 친 뉴욕의 사업가 샬롬 와이스는 845년 형을 받았다. 이에 반해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며 1조 원대 금융 사기를 저지른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2017년, 징역 15년 형이 확정됐고, 역시 1조 원대 금융 사기 사건의 주모자인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1심 재판에서 25년 형을 받았다. 수천수만의 투자자를 나락으로 내몰고 천문학적인 사익을 취한 범죄와는 어울리지 않는 처벌이다. 『블랙 스완(Black Swan)』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제시한 ‘승부의 책임(Skin in the Game,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의사결정 행위)’이 절실하다.

속임수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자. 고압적 판매 상황이나 이해가 잘 안 되는 투자설명회에는 눈길도 주지 말자. 투자에 관한 결정을 서두르지 말고 ‘시스템2’가 개입할 시간을 충분히 갖자. 적어도 투자나 재무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만사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구체적,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투자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 재무 이론과 실무, 윤리의식을 습득하자.

확증편향과 싸워라. 자신의 믿음과 선입견을 반증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이미 선택한 포트폴리오나 투자 종목이 있다면 이들이 확증편향의 비호를 받았다고 가정해야 한다. 대안 포트폴리오와 벤치마크 투자 종목을 찾아 자신이 선택한 투자 종목과의 차이점을 적시하고 그 이유를 철저히 파악하라. 확증편향으로 인해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오류가 발견되면 주저 말고 투자를 재구성하라. 이 과정을 투자가 끝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 공짜는 없다

수고 없이 결실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공짜 심리이자 탐욕이다. 공짜 심리는 폰지 사업과 같은 버블(Bubble) 사업이 자랑하는 공짜 수익을 좇고 탐욕은 영혼의 눈을 멀게 한다. 투자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필연이고 고수익이 고위험을 동반하는 것은 자연법칙이다. 폰지 사기의 핵심은 인간 본성이 가진 약점을 공격해 목표 대상의 사고 능력과 판단 능력을 무력화한 후 그들이 가진 것을 속여 뺏는 것이다. 주위에서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듯한 모습을 보면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폰지 사업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나치게 좋아 보이는 투자에 항상 의심을 품어야 하며 투자 지식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자신과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객관적, 통계적 근거는 무엇이지?’ ‘수익 사업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 ‘구체적 증빙서류는 어디에 있는지?’ ‘왜 이토록 이타적인 사업을 하려고 안달인지?’ 등 집요하게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폰지와 메이도프는 망령처럼 투자의 세계를 공포와 불안의 도가니로 전락시킬 것이다. 머지포인트와 유사한 사업 모형은 끊임없이 투자자의 인지적, 감정적 빈틈을 파고들어 언제든지 상도(商道)를 파괴하고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용감한 무지와 공짜 심리로 가득 찬 어리석고 맹목적인 사람보다는 차라리 의심으로 가득 찬 현자(賢者)가 낫다. 투자의 식탁에서 무전취식은 탐욕이요, 범죄다. 손을 꼭 쥐려고 하면 할수록 수중에 남는 게 없다. 손을 펴야 비로소 세상이 내 수중에 들어온다. 재물도 마찬가지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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