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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위드 코로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글로벌 경영 전략

누구와도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조직
디지털 인텔리전스 역량을 키워라

류주한 |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디지털 글로벌 전략의 등장: 과거와 같이 입지적 이점을 고려하기보다는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2. 지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팬데믹으로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은 소비자와 시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핵심 기술을 국내 산업에 내재화해야 한다.

3. 본격화된 기후변화 대응: 바이든 정부 이후 국제 정세에서 중국을 겨냥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TCFD와 같은 공신력 있는 권고안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은 글로벌화(Globalization)라는 세계 시장의 큰 흐름에 편승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기존 사업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또한 불가역적인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 같은 글로벌 환경의 대변혁은 많은 기업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글로벌 전략 전반의 논리적 근거를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고 설계해야 할 고민을 안겼다. 팬데믹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이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글로벌 산업 환경의 가장 큰 이슈로는 글로벌 디지털 전략 수립, 지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글로벌 전략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전환됐는지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고, 향후 설계해야 할 글로벌 전략의 토대와 핵심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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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한 공격적인 직접투자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왔다. 실제로 많은 거대 글로벌 기업은 지난 20년간 글로벌화의 기류에 편승해 해외 직접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 사업에서 편익을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영학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로 △독점적 우위(특히, 자본, 기술 및 경영 노하우, 브랜드 이미지 등과 같은 무형자산의 우위) △해외 시장의 지리적 특징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입지 우위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자사의 지적 자산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내재화 능력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거대 기업들은 해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직접투자나 로컬 기업 인수를 통해 현지 지식을 습득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먼저 기업의 독점적 우위 요소를 해외 시장에서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취할 수 있는 편익도 그만큼 커진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브랜드, 높은 시장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라면 공격적인 해외 직접투자는 독점적 우위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삼성, LG 등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지금까지 해외 시장을 장악해 온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글로벌 시대에 지역 간, 국가 간 더 나은 산업 환경을 제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 활동이 더욱 빈번해지면서 거래 비용이 증가했고, 이를 상쇄시킬 방안 중 하나로 최적의 입지 선택이 부각됐다. 각 지역에서는 저임금, 풍부한 노동력과 요소 자원, 우호적인 기업 정책, 세제, 높은 구매력과 소득 등 특화시킬 수 있는 강점을 부각시켜 해외 자본 유치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글로벌 기업은 생산 능력, 해외 사업 경험, 자본력을 앞세워 지역별 입지 우위를 선점해 글로벌 공급망을 설계했고, 이를 통해 사업 영토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같은 IT 산업의 경우 가치사슬상 사업 활동이 한 지역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 연구개발(R&D)은 미주, 북유럽에서, 생산은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남방 지역 중심으로 이뤄진 것도 입지 우위를 활용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사업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치러야 하는 거래 비용과 문화적, 관습적 차이에 적응해야 하는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 등 많은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잠재적 리스크가 큰 해외 사업은 높은 수준의 통제력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성이 컸다. 단지 해외 시장의 낮은 영업 비용이나 로컬 지식을 습득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엄격한 통제와 지배를 통해 고부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사의 지적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직접투자나 현지 기업 인수가 선택적 대안으로 부각됐다.

종합해 보면 코로나19 이전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독보적인 자신만의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입지적 우위가 월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활동을 배치하고, 확고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세계 시장이 확대되고 소수 거대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근원이 됐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도요타, 닛산, P&G 등의 글로벌 전략은 큰 틀에서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변화 1

디지털 글로벌 전략의 등장

코로나19가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는 디지털 글로벌화의 커다란 진전이다. 최근 10년간 4차 산업혁명과 첨단 ICT가 산업 전반에 활용되면서 무수히 많은 데이터, 아이디어, 지식, 기술이 시공간을 초월하며 이동했고 공유됐다. 플랫폼 기술이 탄생하면서 세계 전 지역 공급자와 소비자는 사이버 시장을 통해 막힘 없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글로벌화는 세계 시장의 물리적•지리적 통합과 유형자산의 자유로운 이동뿐 아니라 무형자산의 자유로운 이동과 교환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같은 무형자산의 자유로운 이동이 더욱 가속화됐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고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원격 기술을 활용한 생산과 비대면 소비 활동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사이버상의 교역, 투자, 소비가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디지털 글로벌화는 이전의 글로벌화와 비교해 몇 가지 새로운 특징을 띠고 있다. 첫째, 지식, 데이터, 정보 등 무형자산이 가상 세계를 통해 자유로이 이동 및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인 무형자산으로 재생산되는 파괴적 혁신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정보기술의 고도화된 연결 기능이 더해져 소비자, 생산자, 중간 공급자 등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산업 생태계(Ecosystem)가 형성됐다. 산업 생태계는 기존 산업의 가치 창출에 근간을 이루는 가치사슬과 일부 참여자를 훨씬 뛰어넘는 다수의 시장 참여자를 양산한다. 둘째, 지역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 지식, 기술에 대한 접근 및 확산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핵심 지식과 기술이 특정 주체에 의해 독점화되는 기간이 크게 줄고 기술과 지식의 생명 주기도 짧아졌다. 셋째, 글로벌 시장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등 디지털 인프라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를 확보하거나 선점한 기업과 국가는 정보나 기술의 신속한 공유와 확산이 요구되는 디지털 글로벌화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거대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글로벌 전략이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도 전략적 선택지로 활용될 수 있다. 페이팔(PayPal), 이베이(ebay) 같은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이 탄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영향력과 위상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기업 및 상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순식간에 세계 시장으로 전파됐다. 아마존과 메리어트처럼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에 남긴 피드백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디지털화된 글로벌 시장은 경쟁 업체, 공급자, 고객, 정책 기관이 상호 밀접하게 연계돼 경쟁과 협력, 혁신이 동시에 이뤄지는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의 사업 반경은 가치사슬 구성원 간 상호작용에 국한되지 않고 생태계 전반의 포괄적 활동이 요구된다. 따라서 신사업 진출, 신시장 개척 등 글로벌 전략 역시 독점적 우위, 통제, 조절이 요구됐던 과거와 달리 핵심 구성원들과 공동의 활동을 모색해 글로벌 생태계 중심의 포지셔닝을 할 수 있도록 기업 특유의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글로벌 전략의 초점을 △지속적 혁신을 위해 공유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인 오픈리소스(Open resource) 1 의 확보 △물리적 연결이 아닌 디지털 연계(Linkage) △내재화(Internalization)가 아닌 통합(Integration)에 둘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기업의 대응 방향은?

디지털화된 글로벌 시장에서는 물리적•지리적 입지 우위가 더이상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비즈니스 활동이 가능하며, 참여자 간 느슨한 형태의 연결성(Connectivity)만으로도 충분히 소통과 통제 및 조율이 가능하고,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데 분산과 통합의 최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글로벌 경영의 고질적 딜레마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내재화하지 않고도 오프쇼어링(Offshoring) 2 이나 플랫폼화 등 느슨한 조직 형태로도 해외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팬데믹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디지털화는 해외 사업 수행에 정보의 공유, 지식 교환,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여 기업 간 원활한 협업을 가능케 한다. 산업 생태계 내의 핵심 기업의 역할은 참여자들이 함께 진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플랫폼의 형태로 선제적으로 구축해 제공하는 일이다. 구글, 우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샤오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시장이 디지털 글로벌화돼 갈수록 입지 우위를 확보하고 내재화를 통해 거래 비용을 절감하려는 그동안의 글로벌 전략보다 연결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연계(Linkage)와 통합(Integration)에 초점을 둔 디지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글로벌 전략은 글로벌 협업을 통해 산업 간 융합과 혁신을 촉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을 통해 한층 긴밀해진 기업 간 상호의존성은 팬데믹 같은 외부 쇼크나 지정학적 파장도 견뎌 낼 수 있다. 곳곳에 존재하는 오픈소스에 접근 가능하고 누구와도 연결 가능한 민첩한 조직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전략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데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애플은 뚜렷하게 내재화된 제조 기술이나 생산 역량 없이도 지난 2020년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서며 이탈리아의 GDP를 능가하는 기업이 됐다. 애플은 팀 쿡(Tim Cook) 이후 사업 구조를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핵심 자원이 있는 생산자, 공급자, 기술 제공자, 유통업자, 아웃소싱 업체 등 누구와도 상호 접근과 협력이 가능한 생태계 형성에 주력했다. 플랫폼 기능과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된 애플은 더 이상 지역적 이점과 비용만을 고려하지 않고 자사가 구축한 생태계 내에서 보완적 역할이 가능하다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해 팬데믹에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디지털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산업 생태계의 역량 있는 참여자와의 연결을 통해 기업 고유의 기술과 지식을 창출해 경쟁 우위를 지속해 가는 데 있다. 이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참여자들과 함께 분산된 조직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식화된 루틴, 고유의 프로세스, 리스크 관리, 경험적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디지털 인텔리전스(Digital intelligence)’란 이를 총체적으로 구축, 제어, 관리, 식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 다른 참여 업체와 함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구축해 낼 수 있는 통합적 역량과 리더십을 뜻한다.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통해 조직 전체의 운영 효율성과 조직 아키텍처를 개선하고 교차 협업으로 지식을 분산할 수 있어야 한다. 타 기업과 다양한 협업을 수행하며 필요한 기술을 찾고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인텔리전스는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돼 가고 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그룹은 2025년을 목표로 세계를 선도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투게더 2025 플러스 전략(Strategy Together 2025+)’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대체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주요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구글, 바이두, 아마존닷컴까지 잠재적 경쟁 업체로 규정하고, 이들과 어떻게 협력, 경쟁,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혁신, 기술, 인공지능(AI)을 주축으로 한 전담 자회사를 설립해 총괄적인 디지털 인텔리전스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회사 내 다양한 브랜드 및 타 기업과 원활한 협업을 조율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효율적으로 상용화하는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와 정보의 보안이 글로벌 전략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기업-기업, 기업-소비자 간 거래는 개인정보 유출, 비즈니스 보안 침해, 사기, 서비스 중단, 수준 미달의 서비스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협, 해커 활동, 기업 정보 누출, 시스템 마비, 소비자 데이터 무단 접속 등 각종 침해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기업 간 협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데이터와 정보의 보안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은 곧 글로벌 협력 역량과 직결된다. 특히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사이버 세계에서의 정보 보안이 다시금 이슈화되고 있다. 북미 중심의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 보안을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 핵심 역할로 확대시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금융 산업을 중심으로 이사회의 구성원에게 정보 보안, 관련 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포진시키고, 정보 보안을 어젠다로 한 위원회를 매해 서너 차례 소집해 보안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타 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해외 협력 파트너를 물색하는 데 있어서도 유사한 활동을 개진했는지 여부가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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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변화 2

지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최근 미국, EU,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내세우며 해외 기업의 자국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4차 산업과 함께 데이터, 전기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자 주요국들은 높은 반도체 해외 의존도를 국가 안보적 위기로 인식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고 투자를 늘리는 한편 해외 기업의 인수 시도를 적극 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감지됐다. 2018년 싱가포르 브로드컴(Broadcom)의 미국 퀄컴 인수는 미국의 반대로,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3 는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팬데믹 이후인 2021년에는 중국 와이즈로드캐피털의 한국 매그나칩 인수 건에 대해 미국이 자체 조사에 나섰고, 네덜란드 넥스페리아(Nexperia)의 영국 NWF 인수 건 역시 미국 승인 이후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최근 영국 정부는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가 자국의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는 판단을 내려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 주요국 모두 반도체 확보를 국가 안보와 생존 차원에서 다루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위 사례는 주요 핵심 부품 산업 혹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반도체의 경우 통상 디자인과 설계는 영국과 미국이, 제조와 생산은 한국, 대만, 중국이, 소재와 장비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각각 맡는 방식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산돼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원활한 작동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 2차전지 등 연계 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 차질로 이어져 자칫 국가 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성을 낳았다. 미국은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 반도체 산업의 내재화를 서두르게 됐고, 영국과 기타 유럽 국가들 역시 관련 핵심 기술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글로벌 공급망이란 소재의 공급, 중간재, 완성본에 이르기까지 생산 전 과정에 최소 2개국 이상이 참여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4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공급망을 위치시키는가는 철저히 생산 비용과 시장 수요에 따라 결정됐고, 아웃소싱이 핵심이었다.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이 천재지변, 전쟁 등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이미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감지되면서 그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돼 왔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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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코로나19로 중국 등 신흥국 대부분이 봉쇄되면서 미국, EU 등 주요국들은 공급 기지의 신흥국 쏠림 현상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5 정책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움직임은 이 같은 대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자국중심주의의 결과물이다. 리쇼어링으로 자국의 신규 고용이 늘고 유턴 기업이 증가하는 등 구체적 성과가 나오면서 이 같은 자국보호주의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은 효율성과 공급 가격만을 고려해 왔던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 패턴에서 핵심 산업 활동을 모두 자국에서 수행하는 리쇼어링 패턴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 전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오프쇼어링의 최대 수혜자였던 중국의 위상은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자국 기업의 본국 귀환을 유인하는 주요국의 인센티브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발전도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더욱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 저비용, 고효율, 특정 지역, 특정 기업, 특정 물류망의 의존성에서 공급의 안정성, 유연성, 상호 신뢰로 옮겨지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 중심의 대량 생산보다는 수요처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기존 공급망의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바이든 정부는 일본, 호주, 인도 등 동맹국들과 배터리,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6G 등 핵심 산업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의 탈동조화를 선언했다. EU 역시 미국, 중국의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과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는 추세다. 미국과 EU는 2025∼2030년에 걸쳐 배터리 자립과 반도체 자체 생산을 현재의 2배로 증가시키는 구상을 내놓았으며 중국을 대체할 국가들로 제조업 육성이 가능한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배치하고 있다. 6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결국 두 가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원천 자원, 바이오 등 전략적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과 같이 충분한 수요가 있는 자국 시장을 갖춘 국가에 가치사슬을 지역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주변 동맹국들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산업의 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공표했다.

이는 연구개발과 설계는 선진국에, 중간재는 신흥국에, 생산은 개발국에 집중했던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종말을 뜻한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역할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지역화는 역내 자급률 증가, 내수 시장 증가로 이어져 권역별로 거대 소비 시장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다시 해외를 포함한 역내 생산 증가로 선순환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아시아 신흥국 역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생산 제조 기지에서 최종재 소비국으로 변하며 소비 시장으로서의 위상이 점차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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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대응 방향은?

이처럼 팬데믹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 움직임은 북미, EU, 중국을 대상으로 중간재를 수출해 온 우리 기업들에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의 주요 중간재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자체 생산 비중을 꾸준히 늘리면서 우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 최종재 역시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접 생산을 원하는 미국과 EU를 대상으로는 더 이상 수출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 움직임에 크게 3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소비자와 시장이 있는 지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근접 지원을 하는 것이다. 둘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춰야 한다. 셋째, 핵심 기술이나 지적 자산은 국내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내재화함으로써 내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먼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 움직임에 편승한다면 엄청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EU 등 두 거대 시장이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AI 등 핵심 4차 산업의 주요 중간재는 모두 우리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적 혹은 합작 형태로 현지에 진출할 경우, 복수의 공급자를 통해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현지의 요구와 맞물려 시장 선점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미국 현지에 직접 진출 또는 합작 투자로 생산 설비 확충을 준비하기로 한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 반도체 기업의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수요가 있는 시장으로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것은 그동안 효율성과 공급 가격에 따라 글로벌 단위에서 입지를 선정해오던 패턴을 벗어나 안정성, 유연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기준으로 지역, 권역, 국가 단위의 지역 완결형 가치사슬로 세팅해 나간다는 의미다. 이로써 지역별 안정적 공급이 이뤄질 경우 특정 가치사슬 고리의 문제점이 전체 생산 네트워크를 무너뜨리는 리스크도 대비할 수 있다.

둘째, 우리 산업의 대중(對中)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 기업이 생산비를 절감하고 언제든 우리 물건을 사주던 나라가 아니다. 공산품, 가전 등 중저가 제품은 물론 일부 첨단 기술 제품군에서 이미 우리의 경쟁력을 앞질렀다. 중국 역시 외국 기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업의 지배력을 70∼80%로 강화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더 이상 거대 시장이라는 허울 때문에 중국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게 됐다. 미국은 이미 S&P500 기업 총수입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이 2% 내외일 정도로 탈중국화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중국이 필요로 하는 범용 제품을 제외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나 2차전지 등 특화된 차세대 기술 상품의 판매와 공급망의 신•증설 측면 등에서 점진적으로 탈중국화해야 한다. 대신 새롭게 부상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 고도화가 진행 중인 신남방 국가가 필요로 하는 중간재와 소재를 개발해 가치사슬과 연계해 나가야 한다. 중국에 제품 생산을 올인해 신장위구르 면화 파동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필립스와 달리 세계 40여 개국에 생산 기지를 둔 덕분에 베이징의 압력에도 비교적 여유롭게 대응했던 나이키를 교훈 삼아야 한다.

셋째, 차세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간 협력을 통한 내재화를 서둘러야 한다.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가치사슬 상위 영역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 내재화해 나가야 하며, 이는 국내 관련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배터리 경우,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공격적 증설 △EU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공통 출자를 통한 증설 △미국은 기존 업체들이 주축이 돼 JV(Joint Venture)7 방식의 내재화를 추진 중에 있다. 또한 모두 합종연횡해 우리 K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초격차 전략과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가치사슬 상위의 핵심 기술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변화 3

본격화된 기후변화 대응

최근 들어 미국, EU를 중심으로 가장 뜨겁게 공론화되고 있는 글로벌 어젠다는 단연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다. 그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미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했다. EU 역시 탄소중립, 그린뉴딜, 탄소국경세를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선언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함으로써 환경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글로벌 공장으로서 군림했던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고 제조 기반을 되찾겠다는 미국, EU의 위기의식도 강하게 내재돼 있다. 2019년 기준, 중국은 미국의 두 배에 가까운 세계 온실가스의 28.3%를 배출했다. 탄소 배출로 급성장한 중국에 기후변화 책임론을 제기하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이슈로 중국의 산업 지배력을 억제하려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의도가 숨어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준수하라는 미국과 EU의 대중(對中) 압박 전략은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더욱 강경해졌으며 세계 무역 질서에도 큰 변곡점이 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미국의 민주당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사실상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화학, 에너지,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 대해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오염유발국 수입세’다.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EU 기업들은 탄소 절감에 사실상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탄소국경세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할 기회로 보고 있다.

이에 중국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지난 7월에는 상하이에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개장했다. 이 시장에 참여한 기업은 매년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정부로부터 할당받고 남은 배출권은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팔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점진적으로 감축시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인권 문제, 남중국 문제 등 각종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대응해왔으나 기후변화,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적극적인 대응으로 선회한 것이다.

기후변화, 탄소 경제는 탄소 배출로 성장해 온 우리 산업에 분명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원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탄소 감축이 가능한 공정과 아이디어로 원가를 절감시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e)도 키워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신사업을 개척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당장은 우리 기업에 위기와 위협이 되고 있다. 탄소 비용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사회적 대응에 따른 전환적 리스크 노출로 기존의 탄소 집약도가 높은 제품은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산 가치의 감소가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나 미국, EU, 중국처럼 극적인 희생과 감축을 우리도 감수해야 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국제적 압력에 동참은 해야 하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선언하는 것 역시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고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탄소 경쟁력 강화는 기업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의 탄소 정책과 제도 전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탄소국경세는 근본적으로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세수 확보가 목표인 만큼 우리에게 적합한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주장해야 한다. WTO를 통해 탄소국경세의 부정적 효과를 어필하고, 우리나라에도 환경세 관련 시스템과 탄소 배출 유무상 할당 한도 조정 등의 제도적 방안이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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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대응 방향은?

기후변화로부터 느끼는 압박은 산업별로 차이가 있고 대응 전략도 상이하다. 기후변화 압력의 주체로는 주로 규제기관, 시민사회, 투자자, 고객사 등이 주를 이룬다. 관광, 소비재, 자동차 등의 산업은 고객사의 압력이 주요하고, 에너지와 전력, 1차 금속, 화학산업은 투자자와 규제기관의 압력이 큰 편이다. 이에 비해 첨단 기술, 통신과 미디어 분야는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압력의 주체를 파악해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 경제적 실익 측면에서 포괄적이며 중장기적인 표준화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각종 매체나 문헌, 연구기관이 산업별 시장 변화를 고려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는 G20의 요청에 따라 주요 20개국 중앙은행이 주축이 된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가 2015년 설립한 글로벌 협의체다. 기후변화는 그 위기의 정도를 가시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심각성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또한 쉽지 않았다. TCFD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기업이 경제적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후변화 위기에 사전 대비를, 투자자와 소비자는 해당 기업이 기후변화에 얼마큼 노출돼 있고 대비하고 있는지 사전에 파악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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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FD 권고안은 지배구조, 경영 전략, 위험관리, 지표•목표 설정 등 4개의 틀로 이뤄져 있다. 지배구조 항목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기업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얼마큼 의사결정에 관여하며 역할과 인센티브는 명확한지를 살펴본다. 경영 전략 항목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조직의 전방위적 인식 정도를 설명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 조직의 단•중•장기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 전략과 재무 계획에 반영해 탄력적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위험관리 항목에서는 기후변화 위험을 식별•평가•관리하는 조직 내 기관이 어떤 절차를 마련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표•목표 설정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 관련 위험 수위를 공개하고 감축을 위해 조직이 채택한 목표를 기술하도록 돼 있다.

TCFD 권고안은 세계 55개국 1057개 금융•비금융 기업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우리 환경부도 공식적으로 지지 성명을 낸 바 있다. EU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고, 일본은 대기업이 중심이 돼 가장 적극적으로 권고안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기업의 참여도는 극히 저조하다. 우리 나름의 기후변화 관련 공시에 대한 유가증권공시규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등 공시 기준이 있으나 이는 TCFD 권고안에 비해 제한적이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TCFD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글로벌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기후변화와 탄소 절감에 관한 우리의 인식 정도와 대응 목표를 세계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 알려 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모든 전염병이 그러했듯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사적인 위기를 야기했고 기술, 경제, 일상, 관습, 정치 및 국제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경영 환경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탈글로벌화,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디지털화의 가속, 미•중 갈등의 심화와 함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압박이 거세지는 뉴노멀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략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입지적 우위를 확보하고 독점적 자산을 배타적으로 활용하는 시장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둔 기존의 글로벌 전략은 접근 가능한 소스를 최대한 확보하고 활발한 연결 활동을 통해 다양한 참여자와 원활한 통합을 이루는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우선적으로 디지털 인텔리전스 역량을 강화하고, 누구와도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민첩하고 융통성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효율 우위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피하고 안전성과 유연성이 확보된 지역별 공급망 구축을 하며, 고부가의 핵심 영역은 내재화를 견지해 어떤 공급망 리스크도 견딜 수 있는 내재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권고안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이해관계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기업의 가치와 소비자의 권리를 적극 보호해 나가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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