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아날로그 기업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프로세스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디지털 피버팅을 통해 ‘실시간’ ‘글로벌’ ‘맞춤형’이라는 고객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새로운 고객 가치는 디지털 기술에서 비롯한 ‘네트워크 효과’와 ‘가치사슬 재편’에 기인한다. 디지털 피버팅을 위해선 첫째, 업의 본질을 재해석해야 한다. 둘째, 목표로 삼을 비즈니스 모델(인프라 사업자, 플랫폼 조직자, 정보 제공자)을 정해야 한다. 셋째, 추진 방안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아날로그 세계로 조용히 스며들던 디지털 전환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AI(인공지능)가 접목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디지털 전환은 아날로그 기반의 기업들에 최우선 과제가 됐고, 현장에서도 디지털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세스의 일부를 디지털로 재편해 코로나로 마비된 비즈니스를 복구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영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기존의 아날로그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디지털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은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오프라인 시장은 위축되기에 현재 상태의 아날로그 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기존 사업을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정립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날로그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방향 전환, 즉 ‘디지털 피버팅(Digital Piv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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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취할 수 있을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에서 생기는 기회아날로그 시대의 기업 활동은 기본적으로 원재료에서 최종 제품이 산출되는 물리적 과정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 자산을 투입하고 알고리즘을 거쳐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프로세스로 중심이 이동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규정하고 가치사슬을 구성함에 있어 전 과정이 디지털로만 이뤄지는 비즈니스도 나타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온라인 게임,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투입과 산출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체가 디지털 구조다. 소비자들이 서버에 접속하면 탑재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라서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영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날로그 기업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면 전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디지털 프로세스는 아날로그 프로세스와 결합될 수 있다. 예컨대, 소매유통산업은 물리적 상품의 이동을 전제로 한다. 온라인 사업자라도 주문 이후에 상품 조달과 배송은 물리적 경로를 타야 한다. 하지만 조달, 판매, 배송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체 가치사슬을 구성하면 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피버팅은 기존의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켜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인 셈이다.
디지털의 새로운 가치는 연결과 재구성에서 창출디지털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핵심적 고객 가치는 ‘실시간’ ‘글로벌’ ‘맞춤형’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이 형성됐다. 공급자들은 실시간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개별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 이들 개개인에게 딱 맞는 가치를 제안한다. 이 같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은 디지털 기술에서 비롯한 ‘네트워크 효과의 이용’ 및 ‘기존 방식의 해체와 재구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