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과 무관한 리스크는 처분하라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케빈 뷸러, 앤드루 프리먼, 론 흄
 
1970
년대 기업 전략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이 일어났다. 인수합병(M&A) 붐이 일면서 M&A 금융과 M&A 법률, 전략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회사를 관리·감독하는 데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이 나타나자 기업들은 가장 매력적인 비즈니스 대신 경쟁우위를 갖는 비즈니스를 보유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경쟁우위가 없는 사업이라면 성장속도가 빠르거나 수익성이 높다 해도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고 여겼다. 반대로 경쟁우위가 있다면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도 보유해야 한다고 여겼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리스크를 이해하고 사들이고 판매하는 방식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는 리스크 거래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옵션 가치 산정을 위한 가격결정 모형을 발표했다. 컴퓨터 연산 능력이 발달하면서 금리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금융 리스크를 거래하는 옵션과 유사한 상품을 취급하는 거대한 시장이 등장했다. 뒤이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유사한 시장이 잇달아 나타났다.
 
이와 같은 두 차례의 혁신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접근 방식에서 제3의 혁신이 나타났다. 기업의 근간이 되는 운영이나 재무, 마케팅, 전략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금융 시장에 이미 뿌리를 내린 정확한 리스크 계산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 M&A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가, 수직적 통합을 줄이면 어떤 이점이 생길까, 우리가 직접 생산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가, 경쟁업체의 행동에 따라 제품 수요가 어떻게 변할까,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수요 변화는 둔화될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기업이 자사의 특성에 맞는 리스크를 적절하게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리스크 거래와 보험을 위한 다양한 툴과 시장이 등장한 덕분에 기업들은 한때 직접 감당해야만 했던 수많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가치를 측정하며,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리스크는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각종 리스크를 통합해 매각하기도 한다. 기업은 또 자사의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인수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진화하는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만을 고집하는 기업에 비해 한층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얻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업이 자사 특성에 맞는 리스크에 집중하면 전형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부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당과 달리 이자는 세금으로 인한 지출을 상쇄하는 것뿐 아니라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IT 부문을 아웃소싱한 업체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기업에 비해 지출 비용이 적다. 사실 제3의 제공자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규모 및 지식의 경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스크와 관련해 자연적으로 경쟁우위를 갖는다.
 
본 논문은 기업의 관리자들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나타난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5단계 프로그램’을 설명하고자 한다. 각 사업부서 수준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 전체 수준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단계에서 리스크에 대한 개념 전개와 관련한 유용한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래픽 ‘뛰어난 리스크 관리를 위한 5단계’ 참조) 이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이미 성공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TXU 사례
텍사스 주정부가 도·소매 전기 시장의 규제를 없앤 2002년에 TXU 코퍼레이션(과거 텍사스유틸리티에서 현재 에너지퓨처홀딩으로 이름을 바꿈)은 텍사스 북부 지방에서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TXU는 전력 생산설비를 직접 운영하고 소매용 전기 공급 네트워크를 직접 관리하는 등 전기 생산 및 판매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규제 철폐가 치열한 시장 경쟁, 과잉 설비투자, 상품가격 노출 등의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TXU는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게 되었다. 2003년 말 TXU의 시장 가치는 절반 이상 떨어졌으며, 부채는 TXU 시가총액의 70% 이상으로 치솟았다.
 
2004년 2월 TXU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존 와일더는 도매 전력 가격이 조금이라도 하락할 경우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와일더는 ‘TXU는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만 보유하고 나머지 리스크는 모두 줄인다’ ‘지불능력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리스크 역량을 적극 관리한다’는 두 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TXU의 주요 경쟁업체인 릴라이언트에너지는 여러 과정을 거친 끝에 사모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텍사스젠코를 매각하며 텍사스 전력 시장을 떠났다. 다른 전력업체들도 공급 가격을 대폭 낮춘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와일더는 주변 사례와 조언에 상관없이 TXU의 고유 특성은 전력 생산이며 도매 에너지 가격, 특히 가스 가격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전력 시장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와일더는 전력 생산이라는 리스크를 다른 업체에 넘겨주면 그 대상이 누구든 TXU가 리스크를 붙들고 있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었다.
 
와일더는 수직 통합된 TXU의 소매 부문이 회사 리스크를 분산하는 기능을 한다고 판단했다. 도매 시장이 위축된다 하더라도 강력한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를 지속한다면 가정용 소매 전력 가격을 인상해 도매 시장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가정용 전기가 전체 전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TXU는 가정용 소매 전력 가격을 조정하면 도매 전력 시장의 리스크를 약 25%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와일더는 또한 TXU의 투자 및 가격 결정이 도매 전력 시장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자사의 엄청난 시장 영향력이 리스크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와일더의 첫 번째 전략을 요약하면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끈질기게 제안한 복잡한 헤지 프로그램 및 구조화 금융 프로그램을 거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TXU가 재정적 부실을 충분히 흡수하기에는 발전 사업의 현금 흐름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와일더는 자회사 매각, 자본 구조 변화, 아웃소싱, 운영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는 취임 후 60일 동안 호주의 자회사 설비와 통신 벤처기업, 규제로 인해 TXU의 전력 운영 사업에 통합되지 못했던 천연가스 공급업체 등 총 4개의 비핵심 사업을 매각했다. 그는 70억 달러를 투자해 부채와 전환증권을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회사의 고정 부채를 낮추고, 핵심 리스크 역량을 구축했다.
 
이후 TXU의 콜센터와 요금수납 업무를 아웃소싱했다.(이는 곧 콜센터와 요금수납 업무라는 리스크가 TXU의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사 공장 운영체계를 간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TXU는 몬테카를로 기업의 시뮬레이션과 심층 신용 리스크 모형 등 정교한 리스크 관리 도구를 이용해 리스크 역량을 수치로 환산하고 리스크 수준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와일더는 리스크 역량을 활용해 TXU의 전 경영진이 채택한 값비싼 금융 헤지를 파기하고 도매가격에 대한 위험도를 예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2005년 말이 되자 도매 전력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고, 2006, 2007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헤징으로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이윤을 고스란히 벌어들였다. 도매 전력 가격이 하락했다 하더라도 소매 부문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력 가격이 올라가고 성과가 개선되자 TXU의 현금 흐름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TXU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되었다. 자본 수준을 낮추기 위해 TXU는 자사에서 발행한 주식의 거의 40%를 주당 평균 25달러를 주고 되사들였다.(지난해 초 TXU 주가는 65달러까지 치솟았다) 2004년 말에 TXU는 금융 모형을 근거로 아직 더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40억 달러의 대출을 받아 더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2년 동안 TXU는 상품 헤지와 기업 부채, 프로젝트 파이낸싱, 아웃소싱, 주식 환매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리스크 역량을 최적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2006년 TXU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각상각비 차감 이전 영업이익)는 53억4000만 달러였으며(2003년에 비해 자산이 4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EBITDA는 같은 기간 25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 EPS는 5달러 55센트(2003년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준)였다. 주가 상승으로 인해 TXU의 가치가 320억 달러 이상 늘어났으며, 주식 실적을 기준으로 S&P 500 기업 가운데 4위에 올랐다. TXU는 리스크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새롭게 창출된 가치의 약 75%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사모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45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LBO) 거래를 통해 TXU를 인수했다. LBO의 경제학은 TXU를 매수한 컨소시엄의 상품 가격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사모펀드는 TXU 인수 이후 수년 동안 부채를 충당하기에 손색이 없는 자본구조를 만들기 위해 연금화된 운영 현금 흐름을 통해 TXU의 상품 리스크 가운데 상당 부분을 헤지했다. 사실상 TXU의 소유주들이 도매 전력 가격에 대한 저비용 콜옵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LBO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장, 즉 헤지와 부채가 결합되면 상장주식에 비해 자본 비용이 낮아진다고 여겨지는 시장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 시간이 지나면 TXU의 소유주와 채권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리스크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TXU 사례를 본받아 리스크를 전략 원칙으로 세운다면 TXU와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TXU는 자사가 직면한 주요 리스크를 파악하고 어떤 리스크를 보유하는 것이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했다. 그런 다음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를 갖고 있으려면 자본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전략, 운영, 금융 결정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리스크 역량을 보유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TXU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조직 전체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과정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단계를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주요 리스크를 찾아내고 이해하라
리스크 관리는 분석에서 시작된다.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어떤 리스크가 있으며, 그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리스크를 파악한다는 것이 쉽게 들리지만 관련된 사람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할당된 예산을 지키기 위해 각 기능 및 사업부서의 책임자가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 법률부서와 재무부서가 리스크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리스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 쉽사리 공유할 수 없는 언어나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법무팀은 회사의 연간 보고서에 확실하지 않은 부채를 공개하길 꺼릴 수 있는 반면에 최고리스크관리담당자(CRO)는 기업 전체의 리스크 역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래닝을 통해 모든 리스크를 관리하려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몇몇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리스크를 거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주의해야 한다. 본 연구진이 컨설팅을 진행한 한 금속 업체는 각 사업부서에 걸쳐 모두 60개의 리스크를 찾아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기업의 현금 흐름 변동성에 영향을 주는 리스크는 46개이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리스크는 수요 리스크, 상품 리스크, 국가 리스크, 운영 리스크, 외환 리스크 등이 있다. 물론 구체적인 리스크 내용은 기업, 산업,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분석 결과 금속 업체도 상위 여섯 개의 리스크가 회사 전체의 현금 흐름 변동성 가운데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알다시피 리스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가장 문제가 될 리스크나 가장 두려워하는 리스크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탓에 특정한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을 위험천만하게 오판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많은 기업이 비용 초과분과 임의 수익 간 함수관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즉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리스크 가치를 잘못 계산하는 등 편협한 시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거래 시장을 통해 확률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상품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션의 가격 변화를 통해 내포된 변동성을 계산할 수 있다. 반면에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한 통계적 트렌드를 통해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려면 좀 더 주관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다행히 시나리오 플래닝, 에이전트 기반 모형, 델피 방법 조사 등 다양한 의사결정 도구가 마련돼 있다.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나심 탈렙이 ‘검은 백조: 결코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사건의 여파(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에서 밝힌 것처럼 확률분포상 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조차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리스크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것은 곧 이런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외부 시장에 내보낼 리스크를 찾아내는 것보다 내부에서 재배치할 수 있는 리스크를 찾아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국적 기업의 외환 관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해당 업계의 변화에 따라 리스크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업체가 알루미늄 산업에 뛰어들면 선진국 기업들은 더 이상 늘어나는 인건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게 된다. 

 
2.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판단하라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된다. 수직 통합된 석유 생산·정유 업체를 위한 상품 상쇄와 같이 인위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저절로 상쇄가 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가. 상품 거래 시장의 정보 우위나 대규모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관리 기술 등과 같은 우수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고 있는가. 또는 항공사가 항공유 가격과 관련해 정유업체에 열세를 면치 못하듯이 우위가 없는 상태인가. 접근할 수 있는 리스크 거래 시장이 효율적인가. 금리 파생상품 시장을 포함한 일부 시장은 효율성이 매우 높아서 정교한 상업은행의 자연우위조차도 상쇄시킨다.
 
어떤 리스크를 갖고 있을 때 우위가 발생하는지 분석하면 분명한 리스크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연우위가 발생하는 리스크는 높은 수준의 수익을 안겨준다.(아래에서 언급할 전반적인 리스크 역량의 제약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자연우위를 안겨주는 리스크는 헤지하거나 제3자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사실 자연우위가 있는 리스크를 다른 기업에 넘길 경우 상대가 리스크 가치를 깎아내릴 가능성이 큰 만큼 자연우위가 있는 리스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아 두어야 한다. 반대로 우위가 없는 리스크는 리스크 거래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때마다 떨어내야 한다. 리스크 거래 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에는 장기 거래 체결, 리스크 포지션을 상쇄하는 파트너와의 합작사업 등을 통해 리스크를 전가할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사례를 통해 경쟁우위 확보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를 아는 것이 전략 결정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항공업계 전체에 몰아닥친 불황을 잘 견뎌냈으며, 올해로 34년 연속 수익을 내고 있다. 1990년대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연료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정교한 헤지 전략을 고안해 냈다. 이 전략 덕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05년에만 그해 영업수익의 10%에 이르는 10억 달러를 초과 이익으로 얻는 등 지금까지 총 40억 달러의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어떤 근거로 지금과 같은 헤지 전략을 도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다. 사우스웨스트항공 간부들 입장에서 볼 때 연료비용이라는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은 비용과 서비스 수준, 요금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좀 더 넓은 의미의 전략 일부일 뿐이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중역들은 고유가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유가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계속 저가 항공사로 남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가가 올라가더라도 유가 부문의 경쟁우위로 인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 및 생산성 부문의 우위가 더욱 강화되는 만큼 헤지는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가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떨어진다 하더라도 저가 항공사의 입지를 탄탄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터였다. 결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공사라 해서 무조건 유가라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첫 번째 항공사가 되었고, 그 덕에 많은 수익을 올렸다.
 
3. 리스크 관리 역량 및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라
기업의 리스크 역량을 평가하려면 우선 운영 현금흐름 리스크를 계산해야 한다. 리스크를 계산하려면 1단계에서 시행한 리스크 확률분포를 바탕으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금융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다양한 변수를 바탕으로 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아주 효율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 연도별 현금 부족과 과잉의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리스크 수준에 따른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이 개념을 실제로 응용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많은 기업은 다른 종류의 리스크와 관련된 역량 또한 관리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에 속한 기업은 기대 주가변동성을 절대치 또는 동종업체의 기대치보다 낮추기 위해 리스크 대비 전체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관리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또는 주당 순익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치를 두고 리스크 대비 순익을 평가하고 관리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든지 확률을 바탕으로 하는 리스크 역량 관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력한 리스크 분석 과정이 없는 경우 기업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거나 리스크를 지나치게 꺼려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리스크에 대한 욕구가 터무니없이 큰 탓에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를 거의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자금줄이 마르면 중요한 현금 지출을 줄이고 부채를 제때 상환하는 데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현금 부족분이 1달러에 불과한 데도 놓친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나 금융 부담 구조조정 비용에 따라 24달러의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목표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리스크를 지나치게 꺼리거나 과도한 자본을 보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들은 보통 현금은 넘치고 부채는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자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방법은 기업의 자본 비용을 높이고 시장 가치를 무려 15%나 떨어뜨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런 부류의 기업들은 투자 자본을 사용할 때 높은 투자 거부율이나 보수적인 가격 및 이윤 예상 기법 등과 같이 리스크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기준을 적용해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리스크가 분산되는데도 불구하고 금리, 통화, 상품 가격 리스크를 헤지하는 경우도 있다. 리스크 역량을 분석하고 자사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당할 의향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전체적인 입장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4. 모든 의사결정 및 진행 과정에서 리스크를 고려하라
리스크 관리는 전문가의 도움을 한 차례 받거나 리스크 관리부서가 1년에 한 번 관리에 나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는 마음가짐이나 문화 및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과정,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올바른 방식으로 리스크를 사고 과정에 입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며, 기업은 리스크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에 리스크를 포함시킬 계획이라면 리스크 및 수익률 관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의사결정과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다음의 4개 분야는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된다.
 
투자 결정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접근 방식을 도입하면 전통적인 평가방식과 관련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값을 나타내는 순현재가치(NPV) 대신에 음의 NPV의 확률분포를 활용하면 확률의 범위(예를 들어 2575%)를 측정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프로젝트 구조를 비교해 확률 분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여러 하청업체에 발주해서 다양한 업체와 계약한 경우 및 하나의 업체와 계약을 맺어 정해진 가격,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인도받는 턴키방식의 계약 등 다양한 프로젝트 구조 아래에서의 확률 분포를 살펴볼 수 있다. 블랙-숄즈가 발표한 옵션 가격책정 모델과 기타 리스크 평가 도구는 기업이 상황에 따라 투자를 연기하거나 앞당기는 등 실물 옵션과 관련된 가치를 계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상업적 결정 본 연구진이 ‘리스크 계정’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이해하면 현물 계약이건 장기 계약이건 대부분의 구매 결정 및 가격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리스크 계정’이라는 용어는 자산 관리 및 증권 거래 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래 계정이라는 용어를 응용한 것이다)
 
리스크 계정을 활용하면 복잡한 리스크를 종류별로 나눠 좀 더 효율적으로 노출 정도를 관리하고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산음료 제조업체는 효율적인 상품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알루미늄 포장, 플라스틱 포장, 고과당 옥수수 시럽, 운송 시 발생하는 연료비용 등 구체적인 리스크를 계산한 뒤 헤지와 조달 계약 및 매출 계약을 통해 상관관계가 높은 리스크들을 관리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으면 석유 선물 헤지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회사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지를 평가한다.
 
금융 결정 대부분의 금융 정책 결정에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가치 거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리스크 거래가 포함돼 있다. 차입 능력을 늘리기 위해 리스크를 더 많이 줄여야 하는가, 현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자본 예산을 줄여야 하는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과 부채 대신 자본을 사용해야 하는가. 자의적인 부채-자본 기준에 따라 이러한 결정이 내려질 때가 너무나 많다. 심지어 목표 신용도에 도달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금융결정을 내릴 때에는 리스크 대비 현금흐름과 기타 리스크 관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운영 결정 공급망 설계, 아웃소싱, 재고 정책, 제조업체의 글로벌 운영 체계 변화 등은 모두 리스크와 수익의 상쇄 관계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관점이 운영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개발도상국으로 옮긴 글로벌 제조업체는 개도국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생산시설 다각화 차원에서 선진국에 또 다른 공장을 지어야 할지를 고민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린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제조업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납품업체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면 일부 납품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도구를 사용해 앞에서 언급한 각종 결정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각의 결정은 리스크 역량을 없애거나 만들기도 하며, 불확실성과 리스크 노출 정도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의사 결정권자의 능력으로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투자 결정 및 운영 결정은 각 사업부서의 관리자, 구매 결정은 구매 부서, 가격 결정은 영업 부서의 관리자, 재무정책 결정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각 담당한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이들 결정권자는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 또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한 다음 나머지 확률 분포는 무시한 채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자와 의사 결정권자들이 계획된 프로젝트나 투자가 기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고, 최적의 리스크 노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확한 거래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은 모든 직원에게 결정 사항을 전달하는 등 강력한 리스크 관리 문화를 갖고 있다.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개인적 이익보다 기업 전체의 리스크에 가치를 두도록 하고, 단기적 성과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효과를 중심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동기부여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대로 관리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방식대로 리스크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리스크와 수익 두 가지를 모두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는 CEO는 전체 경영진과 기업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직 전체가 리스크를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려면 직원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오랜 기간에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조직 전체가 리스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 

 
5. 리스크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조직을 정렬하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조직의 노력을 감독하려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뿐더러 이사진을 비롯한 회사의 모든 관리자가 리스크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 TXU와 같이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수한 기업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모든 것을 공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즉 이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주어진 정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유의한 정보를 추려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뚜렷한 리스크 관리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리스크의 존재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조직 전반적으로 이해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리스크 관리 노력이 일부에게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기업의 리스크 관리 문화’에서 조직 전반에 리스크 관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조직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밝혔다.
 
전략을 세울 때 그 전략을 실행할 조직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기업 전체가 핵심 리스크와 전반적인 리스크 노출 수준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할 때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각 사업부서가 리스크의 각기 다른 면만을 파악해 리스크를 낮추려고 한다.
 
리스크를 중요하게 여기고 정교한 리스크 관리 방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분산형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즉 리스크는 각 사업부서에 귀속되어 있고, 본사에서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포트폴리오 선택을 통해 리스크를 통합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복잡한 리스크가 나타나는 프로젝트 중심의 대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전반적으로 리스크와 수익의 상쇄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인 경우가 있으며, 보험 투자와 같이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보호 장치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또 각 사업부서는 리스크 관리 부서를 타 부서의 독립적인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사내 경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여러 기업을 살펴본 결과 중앙 집중 방식의 리스크 관리 모델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즉 힘 있는 CRO가 CEO에게 직접 보고할 뿐 아니라 이사회 수준에서 주기적으로 리스크에 관한 보고를 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 이런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감시와 훈련을 필요로 하는 변동성이 큰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편이다. 이런 기업은 리스크로 인해 생겨나는 기회를 얻기 위해 리스크를 보유한다.
 
기업의 전략 전문가들은 그동안 리스크를 중요치 않게 여겼다. 그러나 금융 서비스 부문과 M&A 부문에서 동시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면서 기업이 전략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일대 변화가 나타났다. 이제 자산과 자본 소유에 대해 신경 쓰기보다 적절한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물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리스크가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고사하고 리스크를 찾아내는 것 자체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리스크를 계산하려면 관리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게다가 리스크는 최고경영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리스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업은 관리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마다 리스크 평가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전체에 걸쳐 리스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층에게 직접 보고를 할 수 있는 CEO나 고위 간부가 핵심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리스크라는 도전 과제에 적극 대처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상당하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주들에게 훨씬 많은 수익을 지급하며 자본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탄생하는 자본과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거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