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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두산인프라코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제조기업과 데이터 기업의 ‘애자일 협업’
유연한 소통, 지식 내재화로 데이터 혁신에 성큼

배미정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7위 건설기계 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추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DT의 핵심이 ‘빅데이터’에 있다고 선제적으로 판단해 서로 다른 부서들이 개별 시스템으로 관리하던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 연결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결단했다. 이를 위해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했다.

2. 소규모 애자일 TF팀에서 각 영역의 현업 전문가들이 나이, 직급, 출신 같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엔지니어들과 유연하게 협업함으로써 신속하게 DI360이라는 빅테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도화했다.

3. DI360 전담팀을 따로 구성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DI360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지원, 동기부여하고 있다.

4. 기존 오퍼레이션뿐 아니라 신사업 영역으로 DI360의 활용을 확대해 업무 간 시너지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데이터 비즈니스를 창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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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건설 경기가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2011년 65만 대에 이르렀던 건설기계 시장 규모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2016년 39만 대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상위 10개 회사 중 어느 하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회사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였다. 글로벌 7위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건설기계업은 특히 경기 변화에 취약한 업종이다. 극심한 위기의 가운데 선 두산인프라코어는 남들이 아직 가지 않은 블루오션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결심한다. 다른 회사들처럼 외부 환경 요인의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로 한 것이다.

방향을 정하고 보니 신속한 DT 실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데이터’임을 알게 됐다. 40여 년 전부터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비정형 데이터가 많고 한글과 영문이 혼재돼 있는 등 데이터의 품질이 천차만별이었다. 또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MES), 글로벌제품개발관리(GPDM) 등 이미 구축한 50개 시스템을 서로 다른 부서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시스템 내 데이터가 서로 연결이 되지 못하는 사일로(silo) 현상이 발생했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인사 등 업무별로 각각의 데이터 레이크(data lake)1 를 만들어 봤다. 하지만 정해진 업무 목적에 따라 정형화된 데이터만으로 구축한 데이터 레이크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진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려면, 즉 원유(데이터)를 심해에서 뽑아 가공해 더 가치 있는 경유로 만들고, 또 이것을 가공해 휘발유, 항공유를 만들려면 오퍼레이션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솔루션이 필요했다.(그림 1)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2019년 4월 미국의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인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데이터 기반 협업 플랫폼 DI360 2 을 구축했다. 지난 40여 년간 30여 개의 별도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던 개별 데이터를 DI360이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직원들은 DI360에서 손쉽고 빠르게 필요한 데이터를 불러와 리포트를 만들고 공유함으로써 데이터 기반(Data-driven)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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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면서 DI360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DT 추진 효과가 뜻밖의 감염병 사태에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한 예로 두산인프라코어는 DI360을 활용해 전 세계에 팔린 건설 장비에 부착된 텔레매틱스 서비스(TMS)3 가 실시간 축적한 장비의 위치, 상태 등의 데이터를 시장 정보 데이터세트와 연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감염증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현장 방문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알기 어려워진 국가별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리포트를 만들었다. 센서 데이터를 통해 장비 가동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감지되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징표로 보고 영업 전략에 즉각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DT 혁신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DBR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손동연 대표와 DI360 구축 프로젝트를 이끈 변우철 데이터 인텔리전스팀 부장, 팔란티어의 에밀리 응우옌(Emily Nguyen) 사업 개발 리드, 잭 러셀(Zac Russell) 아시아평양 민간사업 총괄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DT 전략을 분석했다. 특히 DT의 실행을 도운 팔란티어와의 협력관계 전략을 중심으로 DT 전략 수립 시 유념해야 할 점들과 수립 후 내재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짚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최상의 파트너를 찾다

DT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하던 2017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결단하고 전략을 세웠다. DT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신사업의 디지털화, 둘째: 기존 오퍼레이션의 디지털화, 셋째: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였다. (DBR minibox ‘두산인프라코어의 3단계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략’ 참고.)

DBR mini box I
두산인프라코어의 3단계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략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말부터 1. 비즈니스의 디지털화, 2. 오퍼레이션의 디지털화, 3.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DT를 추진했다. 첫째, DT를 활용한 신사업 진출을 위해 미래 건설 현장의 스마트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구현하는 ‘Concept-X’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론 측량부터 장비 운용에 이르기까지 건설 현장의 전 과정에 대한 무인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건설 프로젝트와 건설 장비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효과적으로 연결, 관리하는 ‘사이트클라우드(XiteCloud)’는 2020년 9월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스마트건설 챌린지 2020’ 대회에서 최고상인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둘째, 누구나 손쉽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 기반 협업 플랫폼 DI360을 구축함으로써 기존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데이터의 통합 관리, 조회, 분석, 공유까지 가능해짐에 따라 임직원들이 데이터 활용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DI360 활용을 활성화함으로써 직원들의 디지털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DI360 시스템 교육을 강화하고 데이터 에이전트(Data Agent)를 육성해 베스트 프랙티스를 확산시킴으로써 데이터를 중심으로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DI360에서 직원들이 직접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리포트 500여 개를 공유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는 “DI360을 활용해 전통적 제조업의 오랜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제품개발, 생산, 영업, 품질, 서비스 등 밸류체인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중심의 사고와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DT 혁신의 목표는 확고했다. 2018년 봄, 데이터 플랫폼 파트와 현업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이 DT의 첫걸음인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수십 개 회사와 접촉했다. 국내 유수 컨설팅 업체와 그들 본사의 네트워크까지 동원해 수많은 솔루션 업체를 만났다. 하지만 두산이 40년 이상 축적한 방대하고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레이크, 그리고 그 이상의 플랫폼을 구축할 역량을 갖춘 회사를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셀 수 없이 미팅을 하고 파트너 찾기에 고전하던 중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사 D20캐피털 설립 작업을 추진 중이던 내부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줬다. 미국 9•11테러의 주범인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빅데이터로 찾아낸 흥미로운 회사가 있다며 팔란티어를 추천한 것이다. 팔란티어는 일론 머스크 현 테슬라 CEO 등과 더불어 페이팔(Paypal)을 공동 창업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인 피터 틸(Peter Thiel)이 주도해 2004년 창업한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회사다. (DBR minibox ‘팔란티어는?’ 참고.)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팔란티어를 검색하면 인기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미래를 보는 구슬’ 팔란티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2018년 가을, 팔란티어와 화상으로 첫 미팅을 가졌다. 30대가 채 안 돼 보이는 앳된 청년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한 아우라를 내뿜으며 여유만만하게 자사의 솔루션 파운드리(Foundry)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정말 뛰어나 보였다. 특히 글로벌 항공사 에어버스가 팔란티어와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 스카이와이즈(Skywise)가 무려 4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한 플랫폼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팔란티어는 기존에는 4, 5개 정보시스템 통합(SI) 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활용해야만 가능했던 작업, 즉 데이터를 수집, 변형, 결합, 분석, 보고하는 과정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단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에도 불구하고 낯선 스타트업이 만든 솔루션에 거액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2019년 봄, TF팀은 팔란티어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팔란티어의 사업 개발 담당 지사가 있는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4박5일간 팔란티어의 제품과 문제 해결 방법론을 집중 스터디하고, 기존 기업들의 구축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체험했다. 특히 팔란티어의 파운드리 솔루션을 기반으로 만든 에어버스의 빅데이터 플랫폼 스카이와이즈는 100여 개 항공사와 9000대 이상 항공기 운영에 관한 대규모 데이터, 즉 항공기 센서, 유지 보수 시스템, 항공 스케줄, 승객 예약 시스템 등을 한 플랫폼에 연결했다. 그럼으로써 부품 결함을 사전 예측해 보수 처리하고, 그에 따른 공급망 관리를 최적화해, 항공기 대기(Aircraft on ground) 등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였다. 굴착기와 휠로더 같은 건설기계를 생산해 80% 이상을 해외 수출하는 두산인프라코어도 이처럼 제품 생산과 유통, 고객을 아우르는 공급망 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데이터로 연결된 하나의 회사를 만들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결국 팔란티어를 낙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해 4월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DT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팔란티어로서도 한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첫 사례였다. 잭 러셀 총괄은 “손 대표는 회사를 데이터로 연결, 통합된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가 그의 비전을 실현해낼 수 있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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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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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설립된 팔란티어(Palantir)는 데이터 기반 운영 및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피터 틸(Peter Thiel)이 알렉스 카프(Alex Karp) 현 팔란티어 CEO 등 페이팔 출신 및 스탠퍼드대 동문들과 함께 창업해 화제가 됐다. 회사의 이름은 J.R.R.톨킨의 책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미래를 보는 마법 구슬 ‘팔란티어’에서 따왔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인큐텔(In-Q-Tel)의 투자를 받고 CIA의 반테러리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CIA, 미 국방부 등 정부 기관의 프로젝트를 맡으며 성장했으며 미국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도 팔란티어의 솔루션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기관과 기밀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다 보니 베일에 싸여 있는 비밀스러운 기업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정부 프로젝트에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2014년 민간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머크, BP, 에어버스, 페라리, 크레디트스위스 등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기업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테러 방지와 코로나바이러스 추적과 백신 공급에 팔란티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육군을 포함해 139개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고객이 팔란티어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상품은 크게 2가지 솔루션, 국방 정보 및 수사 기관을 위한 고담(Gotham)과 민간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로 나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DI360이 파운드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2020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2020년 기준 매출액은 10억920만 달러(전년 대비 47% 상승), 순손실은 11억660억 달러를 기록했다. 본사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있으며 20개국 25개 지사에 2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팔란티어는 최근 아시아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9년 11월 일본의 대형 보험 그룹인 손보(Sompo)홀딩스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팔란티어 일본 지사를 설립하고 2020년 6월 파운드리에 기초한 ‘안전, 건강, 웰빙을 위한 진정한 데이터 플랫폼(Real Data Platform for Security, Health and Wellbeing)’을 구축했다. 2021년 1월에는 일본의 IT 서비스 기업 후지쓰(Fujitsu)와 연간 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후지쓰는 일본에 파운드리 모듈 ERP Suite를 공급하는 첫 판매업자(distributor)가 됐다. 현재는 한국 지사나 법인이 없지만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앞으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잭 러셀 총괄은 “한국에서 글로벌 수준의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팔란티어 내부에서도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는 데이터 기반 오퍼레이션 혁신으로 차별화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기업을 파트너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 협업의 진화

1. ‘치맥 스킨십’으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

프로젝트는 파트너십을 체결하자마자 신속하게 착수됐다. 2019년 4월 공급망 관리(SCM)와 클레임과 품질 관리(FCQM, Field Claim&Quality Management) 부문을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전사적 DT의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팀인 만큼 이름을 정하는 데서부터 고민이 많았다. 양사가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와 진정성을 팀 이름에서부터 담고 싶었다. 고심 끝에 TF팀의 이름은 ‘Square’로 정했다. ‘광장’이자 ‘제곱’이란 뜻에서 착안해 플랫폼이란 광장에 데이터를 모아 제곱 비례로 기하급수적으로 집단 지성을 발전시키자는 의미였다.

이렇게 야심 차게 출발한 첫 Square TF팀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데이터 플랫폼 파트와 SCM 등 현업 전문가(Business Subject Matter Expert, BSME) 7명, 팔란티어에서 온 엔지니어 5명으로 구성됐다. 팔란티어의 엔지니어들은 하버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글로벌 최고 명문대 출신으로 크게 전략 기획 담당(DS, Deployment Strategist)과 기술 담당(FDE, Forward Deployed Engineer)으로 나뉘었다. DS가 전쟁터를 탐색해 문제를 정의하는 척후병 역할을 한다면 FDE는 최전방에 배치된 전사들로 고객의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DS와 FDE는 각각 경영과 기술 중 한쪽에 강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양쪽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문하는 데이터 컨설턴트의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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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양 팀은 출신이나 배경 등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국가와 언어는 물론 나이도 크게 차이가 났다.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령은 28살 내외로 두산 측 인력의 평균 연령인 38세보다 10세가량 어렸다. 나이가 적은 만큼 근무 경력도 짧았다. 한국 사람들끼리도 충분히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이였다. 처음에는 양쪽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처음에 자꾸만 따지듯 질문을 하는 엔지니어들의 태도가 고집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엔지니어는 오전 9시인 출근 시간을 자꾸만 어겨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첫 한 달간은 사무실에서 서로 눈치를 보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게 쌓여가던 오해는 의외의 계기로 풀렸다.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는 한 엔지니어의 얘기에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저녁 회식 자리를 갖게 되면서였다. 팀원 전체가 종로 광장시장에서 막걸리와 육전을 먹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가서 함께 어울렸다. 주고받는 술잔과 흥겨운 대화 속에서 그동안 쌓였던 오해들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날 이후 일과 후 스킨십의 시너지 효과가 국적, 세대를 가리지 않고 발휘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양사 팀원들은 주 1회 반드시 저녁 회식을 갖고 양사가 돌아가며 대접하기로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을 정했다. 그 정도로 격의 없는 깊은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 회식의 효과였다.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에밀리 응우옌 리드는 “특히 치맥 앞에서는 풀리지 못할 문제가 없었다”며 “서로를 잘 몰라 조심스러워했던 탓에 생길 뻔했던 오해를 열린 소통으로 푼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두산과 팔란티어 팀원들은 일과 후에도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문화와 생각 차이를 이해해 나갔다.

두산 직원들은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이 내놓는 결과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점점 더 그들을 신뢰하게 됐다. 한 번 문제에 몰입하면 밤새 해결하느라 다음 날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변우철 부장은 “그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면서 업무 태도나 출퇴근 시간 같은 사소한 문제보다 아웃풋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글로벌 마인드세트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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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팔란티어식 애자일을 익히다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이 일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달랐다. 보통은 두산이 사전에 구상한 그림을 요청하면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파트너가 완성본을 만들어 와 일종의 검사를 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팔란티어는 늘 질문에서 출발했다. 때론 너무 디테일하게 물어 의도가 무엇인지 오해를 살 정도였다. 팔란티어가 던진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가? 기업의 경영에 시급하고 중요한 의사결정 이슈를 파악하기 위한 단계였다. 둘째, 그 결정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가장 영향력이 큰 문제부터 우선순위로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셋째, 이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필요한 데이터를 어디에서,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파악했다. 이전까지는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지다 보니 제한된 데이터를 활용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의 수준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팔란티어는 의사결정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다음, 마지막에 데이터를 체크함으로써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사결정을 위한 워크플로(workflow)4 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떤 복잡한 비즈니스 이슈들도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단순화됐다. 두산의 현업 전문가인 BSME(Business Subject Matter Expert)가 답을 정리해 알려주면 팔란티어가 빠르게 스몰 데이터세트(small dataset)로 데이터 파이프라인(data pipeline) 5 과 워크플로를 구축했다. 즉, 두산이 비즈니스 이슈를 데이터 관점에서 정의하면 팔란티어가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두산이 팔란티어가 만든 워크플로를 활용해 실제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한 뒤 피드백하면 이를 바탕으로 팔란티어가 다시 워크플로를 수정하면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이처럼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빠르게 실험하는 스프린트(sprint)6 는 프로젝트 내내 계속해서 되풀이됐다. 스프린트의 주기는 문제의 복잡성이나 시급성에 따라 하루에도 2번 돌아갈 때가 있는가 하면 한 번에 3, 4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복잡하고 비즈니스 영향력이 큰 의사결정 문제도 반복적인 스프린트를 스케일업(scale-up)함으로써 해결됐다.

이처럼 빠른 스프린트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Square TF팀 자체가 소규모로 유연하게 운영됐기 때문이다. Square TF팀의 두산인프라코어 측 파견 인원은 고정적으로는 7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인원으로도 충분했다. 각 구성원이 해당 업무를 대표하는 전문가이자 핵심 연결자(central connector)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팀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 측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Square TF팀원이 잘 알 경우 직접 해결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내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팔란티어와 접선시켰다. 이를 통해 소규모 인원으로 TF팀의 운영을 효율화하는 한편 사내 다른 부서와도 자연스럽게 논의를 공유해 조언을 구하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Square TF팀은 조직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전문가들을 유연하게 결합시키는 핵심 노드(node)의 역할을 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내부 개발자와 두산의 IT사업 부문인 DDI(Doosan Digital Innovation) 인력도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테크니컬 세션(Technical Session)을 통해 팔란티어의 지식을 내재화했다. 이 세션에서 팔란티어의 엔지니어들은 100개가 넘는 개발 화면을 공유하며 코드와 모델링의 의미를 설명하고 두산의 개발자들과 토론했다. 팔란티어의 지식 이전을 통해 개발자들도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익히고 배울 수 있었다. 두산 측은 프로젝트와 관계없이 스스로 워크플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도 팔란티어 측에 조언을 구하고, 팀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팔란티어 내 다른 전문 인력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팔란티어는 비즈니스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원 팀(one-team)이 됐다. 전문 통역가가 중간에서 소통을 도왔지만 실제 복잡한 비즈니스 이슈를 공유할 때는 영어가 서툰 경우라도 직접 소통할 때가 많았다. 팔란티어 측이 그러길 선호했다. 팔란티어의 엔지니어들은 두산의 입장에서 비즈니스 문제를 이해하고, 고민하고, 기술적으로 치열하게 해결해 나가고자 했다. 응우옌 리드는 “실제 고객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가장 비슷한 워크플로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서로 다른 솔루션을 최대한 빠르게 반복적으로 테스트함으로써 실제 물리적인 네트워크와 가장 유사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7 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변우철 부장은 “DI360을 구축하는 과정이 곧 데이터를 활용해 애자일하게 일하는 방식과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확신을 스스로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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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대면으로 더 유연해진 협업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지만 유연하게 수용하려 노력한 덕에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6개월 만에 주요 업무 프로세스를 담은 DI360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따라서 2020년 R&D 부문 시스템을 구축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출발하기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팔란티어는 고객사가 있는 곳에 현지 파견(on site) 근무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팬데믹의 위험 앞에서 양사는 비대면 협업 체제를 실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기존 프로젝트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13주씩 2번으로 나눠서 비대면 협업 툴인 팀즈(Teams)를 활용해 진행했다. 당장 시차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팔란티어 측이 한국의 근무 시간에 맞춰 일하기로 정하면서 비대면으로도 무리 없이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오히려 비대면으로 협업할 때의 장점도 있었다. 물리적인 제약이 없어지다 보니 클라이언트인 두산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팔란티어의 전문 인력이 더 쉽고 빠르게 투입됐다. 또 별도의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도 회의 내용이 모두 녹화돼 팀원들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4. 빅데이터를 활용한 난제 해결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 내부 개발진을 활용해 기존에 구축한 DI360을 문제없이 운영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팔란티어와 협업하며 DI360의 기능을 고도화했다. 2020년 R&D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에 서로 다른 부서가 관리하던 개발 사이클 정보와 양산 데이터 정보를 결합해 통합적으로 관리,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R&D 부문의 고충 중 하나는 개발 전략을 세울 때 실제 시장 반응을 체크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개발한 제품도 양산된 이후에 얼마나 잘 판매되는지, 어느 지역에, 어떤 옵션이 더 잘 팔리는지 같은 영업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다음 제품을 개발할 때 피드백을 반영할 수 없었다. 신제품 개발이란 중요한 의사결정에 숨겨진 어려움이었다. 이런 피드백이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반영되면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선순환’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터였다. 과거에는 관련 데이터를 서로 다른 팀으로부터 취합하고, 결합, 분석 등을 하는 데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걸렸기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과 양산 사이클과 관련된 데이터 시스템이 결합돼야 한다. 두산과 팔란티어는 신제품 개발 시 수립한 판매량, 판매 가격, 수익성, 품질 수준 같은 개발 목표 항목과 더불어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시장점유율 변동 현황 및 지역별 판매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 관리’ 워크플로를 구축했다. 또 수많은 옵션과 사양의 판매 현황 및 트렌드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옵션 판매 현황 분석’이라는 워크플로를 만들어 고객들이 선호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어떤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했다. R&D 영역 제품기획 담당자 김동현 책임은 “데이터 기반의 정량적 분석을 통해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신제품을 우선순위로 개발하는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활용해 TMS가 장착되지 않은 장비의 가동 시간을 예측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설기계 장비의 가동 시간은 부품 교체 시기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다. 두산은 장비에 부착된 TMS를 통해 가동 시간 정보를 실시간 확인해 처리하는데, TMS가 장착되지 않은 채 동남아 등에 수출된 5만여 대의 장비는 가동 시간을 실시간 파악하기가 어려워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현장 정비를 나가서 체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TMS를 도입한 이래로 10여 년간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가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분석한 TMS 장비 가동 시간의 회귀분석 로직을 바탕으로 TMS가 없는 장비의 가동 시간을 예측해내는 알고리즘을 신뢰도 80% 수준까지 고도화해낸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업 전문가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문제를 정의하고,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이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나가는 협업을 애자일한 방식으로 한 결과, 단 3개월 만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점은 이례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팔란티어의 뛰어난 기술력과 영역별 현업 전문가들의 깊은 현장 지식, Square TF팀의 전적인 헌신이 어우러진 최적의 조합이 이뤄낸 결과다. 잭 러셀 총괄은 “한국 기업의 강력하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확인했다”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긴밀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었기에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두산인프라코어가 채택한 파운드리 솔루션과 DI360

DI360이 기초로 하고 있는 파운드리 솔루션은 기업의 빅데이터를 모든 사용자가 손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즉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결합,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데이터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개별 문제에 필요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과정과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운드리의 사용자는 데이터가 코딩된 방식을 몰라도 손쉽게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고,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 사용자의 세계관과 데이터를 조화시키는 ‘온톨로지(ontology)’ 방식으로 복잡한 데이터 환경을 전체 조직이 각자의 시각에서 쉽게 이해 가능한 표현으로 바꿔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톨로지는 일종의 데이터 간의 관계를 그린 지도로 특정 데이터와 연관된 데이터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결합해 유연하게 모델화함으로써 실제 조직에서 벌어지는 경험들을 인코딩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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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시각화를 통해 원천 데이터까지 데이터 로직의 근거를 눈으로 쉽게 추적할 수 있다. 또 애플리케이션으로 분석 도구를 제공해 비기술 부서 구성원들까지도 빠르게 고급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허블(Hubble)은 데이터와 리포트의 검색 창 역할을 하는 앱이며, 콘투어(Contour)는 엑셀(excel)처럼 리포트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조작, 결합,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파운드리의 차별화된 점은 그동안 여러 개 회사의 솔루션을 조합해야만 가능한 데이터 가져오기(Data ingestion), 데이터 조작(Data manipulation)과 변형(transformation), 리포트와 대시보드 생성 등의 기능을 한 플랫폼에서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DI360 이후의 변화

1. 일하는 방식의 변화:
데이터 작업의 비효율을 없애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실제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2019년 말, 1차 DI360 구축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두산이 갖게 된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직원들이 빠르게 DI360에 익숙해져서 실제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처음에는 40여 개의 과제를 주고 DI360으로 직접 해결해보라는 톱다운(Top-down)식으로 지시를 내렸다. 직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귀찮은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DI360은 IT를 모르는 사용자도 쉽게 데이터를 결합,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비즈니스의 디테일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데이터의 성격을 이해하는 담당 직원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툴에 익숙해지는 게 관건이었다. 그러려면 일방적으로 위에서 시켜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20년 10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문화를 확산시킬 목적으로 Square TF팀을 관장하며 DI360의 운영과 고도화를 전담하는 데이터 인텔리젼스(Data Intelligence) 팀을 구성했다. 초창기 Square TF팀의 현업 전문가로 참여했던 변우철 부장이 DI팀장을 맡았다. 그리고 팀 내 DI360 트레이닝 담당자를 별도로 선정, 매월 하루를 ‘트레이닝데이’로 정해 TMS, 영업, 설계 품질 등 전 부서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요 오퍼레이션 부문을 주제로 사용자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TMS 세션은 여러 부서에서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부문이다 보니 동시 접속한 인원이 100명이 넘어가 팀즈(Teams) 접속 불량으로 잠시 교육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장원 Heavy BG Global생산 인천자재계획팀 차장은 “처음에 DI360 교육을 한다고 해서 ‘아, 또 무슨 새로운 시스템이 하나 더 생겼나’ 싶어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체험을 해 보니 실무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현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직원들의 적극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대면 실습 교육이 불가능했던 게 아쉬웠던 반면 비대면 교육의 장점도 있었다. 직원들은 시간 제약 없이 녹화된 교육 영상을 반복적으로 돌려 보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자기 주도형’ 학습을 했다.

DI360을 사용해 본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은 크게 세 가지, 첫째, 보고서 작성 시간의 절약, 둘째, 실시간 업데이트와 버전 관리의 용이성, 셋째, 손쉬운 데이터 분석을 강점으로 꼽았다. 먼저, 그동안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생산, 영업, 품질 등 영역별 시스템마다 로그인해 데이터를 취합해야 했던 비효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예컨대, DI360 창에 모델명을 검색하면 관련한 각종 정보, 장비의 기본 정보, 생산량, 품질 데이터, 주요 판매 지역 및 딜러 정보, 기간별 판매 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데이터를 선택하고 연관된 데이터까지 바로 검색해 결합함으로써 개인별 분석 리포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다. 매달 SQI(서비스품질지수)를 모니터링하는 김청산 Heavy BG Global AM/PS PS팀 대리는 “최소 반나절이 걸리던 보고서 작성 작업을 30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쓰던 시스템에서는 엑셀로만 데이터가 나와서 다시 차트를 만들었는데 DI360은 데이터를 알아서 차트로도 만들어 보여줘 도표를 그리고 다듬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실히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한 번 보고서를 작성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업데이트할 수 있어 보고서의 버전 관리가 손쉬워졌다. 예컨대, 버전이 바뀔 때마다 엑셀 제목을 바꿔서 다시 저장할 필요가 없이 DI360에 접속해 ‘새로 고침’만 누르면 바로 업데이트되는 최신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오주옥 구매총괄 구매기획팀 과장은 “DI360에 한 번 로직을 세팅해 놓으면 자동으로 리포트가 구성되기 때문에 이후에 추가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파일만 업로드하면 저절로 연관 차트까지 모두 업데이트되기에 업무를 보다 손쉽게 처리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IT를 몰라도 현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면 누구든지 데이터를 활용해 인사이트를 담은 분석 리포트를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주제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불편했다. 먼저 필요한 데이터들을 서로 다른 부서들이 제각기 다른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기에 데이터를 요청하는 데만도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걸렸다. 또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데도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런데 DI360이 생기면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즉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한 플랫폼에서 마우스의 포인트와 클릭(Point and Click)만으로 검색, 변환, 결합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까지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김청산 대리는 DI360으로 딜러 기술교육 관리 시스템의 데이터를 끌어와 딜러의 기술교육레벨과 서비스 제공 시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딜러들이 서비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실제 역량이 향상돼 장비 수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을 직접 테스트해본 것이다. 이전에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게 뻔해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실제 가설이 맞았음이 데이터로 검증돼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는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직원들은 DI360에서 다른 종류의 데이터들을 결합해 ‘중국 브랜드별 MS 분석 리포트’ ‘글로벌 장비 재고 트렌드’ ‘생산 라인 비가동 원인 분석’ ‘입고 품질 트렌드 분석’ 같은 주제의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현재 이렇게 DI360에 공유되고 있는 리포트 수가 500여 개에 달한다. 이처럼 복잡한 데이터 관리와 보고서 작성 절차의 문제를 DI360이 해결해 주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임직원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2.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의 전사적 확산

두산인프라코어에 있어 2019년이 DI360 구축의 해, 2020년이 활용과 확산을 시작한 해였다면 2021년부터는 ‘내재화’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즉, 데이터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전 직원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애자일 기반의 과제 해결 역량을 습득했다. 2년 만에 30여 개의 주요 시스템을 결합한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활용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개선 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장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0년 기준 매월 꾸준히 DI360에 접속해 사용하는 인력은 접속 권한 가진 인력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월 6시간 수준으로 일평균 20여 분을 매일 시스템을 사용해 업무를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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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신호는 DI360의 효과를 체험한 부서의 접속률과 사용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 번 사용해보고 효과를 맛본 부서는 계속 사용한다는 얘기다. 2020년 DI360을 가장 많이 쓴 헤비 유저는 엔진BG의 정석규 부장인데, 엔진BG 엔진생산 파트의 월평균 인당 DI360의 사용 시간은 11.1시간으로 다른 부서 대비 압도적으로 길었다. DI360을 활용해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부서에서는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DI360이 새로운 IT 시스템인 만큼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직원의 접근성이 떨어질까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 부장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급, 연령과 무관하게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이 절실한 부서들이 DI360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품질, 제품서비스(PS), R&D, 애프터마켓(AM) 등 평소 업무 특성상 고객의 요구 사항을 기초로 복수의 시스템에서 다양한 데이터로 연결된 워크플로를 사용하는 팀들이 DI360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두산은 앞서 Square TF팀이 팔란티어와 협업하면서 학습한 데이터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 직원에게 확산시킬 방침이다. 우선 1단계로 2021년 4월 전 사업 부문에서 ‘데이터 전파자’ 역할을 하는 데이터 에이전트(Data Agent, DA) 24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Square TF팀이 팔란티어로부터 배운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수받고, 직접 현업의 문제를 도출하고 DI360의 활용 역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익힐 것이다. 그리고 2단계로 내년부터는 DA들이 팀 단위에 직접 체험한 내용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렇게 팔란티어로부터 배운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을 Square팀에 이어 데이터 에이전트, 종국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전 직원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손동연 대표는 “데이터 에이전트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실패 확률을 낮추는 업무 방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원부터 사장까지 전 임직원이 밸류체인 전 영역에 걸쳐 DI360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3. 신사업과의 연결, 데이터 비즈니스의 확대

DI360에는 현재 기존 오퍼레이션 영역의 데이터 부분만 통합돼 있다. 두산인프로코어는 향후 신사업 영역인 스마트 건설 솔루션 사이트클라우드(XiteCloud), 스타트업 클루 인사이트(Clue Insight) 등에서 산출되는 데이터까지 기존 오퍼레이션과 연결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TMS 장비를 통해 입수된 정보와 작업 현장, 드론으로 확보한 측량 정보를 결합하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효율적으로 실시간 장비 모니터링(Fleet management)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비 조합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 방식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장비에 장착된 센서 정보와 연료 소비 정보를 분석해 장비를 사용하는 기사의 운용 특성을 파악하거나 이런 데이터를 모아 하나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차후에는 보험회사에 장비 사용자의 운전 습관 및 가동 점수를 평가한 데이터를 판매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오퍼레이션에서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 장비 자동화와 스마트 솔루션을 통해 새롭게 획득한 데이터를 결합,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2021년 연내 현대중공업지주의 인수8 절차가 마무리되면 DI360을 활용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DBR mini box IV : 성공 요인과 시사점
절차•사람•조직•협업 역량 맞물려 DT혁신의 정석으로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사례의 배경과 의미

코로나19로 생산, 이동의 제한을 경험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기존의 생산, 관리, 서비스에 빅데이터와 플랫폼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 조직이 중심이 된 업무 처리 방식에서 시장에 기반한 데이터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외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실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이 기업의 이 같은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DT란 제조기업이 기존 비즈니스 방식에 정확한 수요 예측, 실시간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의 정보 분석 기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입체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미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활동을 뜻한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툴을 학습할 수 있고 이를 역량화해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DT의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으며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전략적 유연성, 타 기업과의 화학적 융합, 기업 문화의 변화, 리더십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DT의 핵심 키워드로 기술과 빅데이터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들이 아닌 내부 혁신, 사람, 애자일 조직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해외 연구들은 디지털 전략의 개념, 배경, 성패 요소 등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사례와 시사점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교훈을 유추하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한국 제조기업 특유의 특색과 전통에 따른 장단점이 뚜렷하기에 해외 사례가 국내 현실에 비춰 큰 울림을 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의 DT 사례는 전통적인 제조기업이 디지털과 정보기술을 가미해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과정과 그 실천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난관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보여준 국내 기업 사례라 더 의미 있고 반갑게 느껴진다. 전통적인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조성되기 힘든 애자일한 조직문화가 어떻게 이식됐는지,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애자일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지도 실감할 수 있다. 성향이나 일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른 실리콘밸리의 젊은 기업과 어떻게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었는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왜 DT인가?

DT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응용할 수 있도록 기업 조직을 새롭게 세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Big Data) 같은 디지털 기술이 기업 운영 전반에 도입돼 활용된다면 최종 생산물과 서비스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케아,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리테일 업체들이 팬데믹에도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이면에 DT 전략이 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 업체인 필립스(Philips)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 환자들이 사용하는 공기 청정 장치에 모니터링 센서를 부착해 환자 상태별로 요구되는 공기 처리 장치를 파악하고 해당 지역에 바로 보급하도록 했다. 일본의 건설 기계 회사 고마쓰(Komatsu) 역시 GPS와 IOT, 센서가 내장된 건설 장비를 지역별, 현장별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상황별로 요구되는 장비를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세계 각지의 자사 장비에 부착한 TMS 장비를 통해 언제 교환, 수리가 필요한지 등을 추적, 고객에게 적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이 같은 DT 전략의 최대 강점은 디지털과 플랫폼 기술을 통해 고객들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개별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DT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DT 성패의 세 가지 조건

이런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DT 전략을 도입해 본 많은 기업은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관련된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전환 전략은 수립에서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명확한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스웨덴의 엔지니어링 기업 ABB와 영국의 통신사 보다폰(Vodafone)은 업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이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 전환의 범위 선정 → 기업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연계하는 플랫폼 설계→인공지능(AI)을 통해 데이터 활용 및 재가공 방안 수립→지식과 정보의 공유 방안 수립 등 사전에 계획된 절차에 따라 디지털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나갔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단순히 업무 자동화, 지능화, 솔루션 마련이란 결과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2017년부터 3단계 디지털화 전략을 수립, 차근히 추진해 나간 점이 눈에 띈다. 비즈니스 디지털화 → 오퍼레이션 디지털화 →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 등의 3단계는 디지털 전략의 순서도나 다름없는 Digitization → Digitalization → Digital transformation의 수순을 정석대로 옮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즉 디지털 기술을 개별 상품과 서비스에 도입 적용하고, 이를 업무와 프로세스 전반으로 확대한 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디지털 기업 문화와 조직을 구축하는 점진적인 디지털화의 진행 단계를 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디지털화는 기술의 도입과 적용에 그치지 않고, 단계별 절차를 거쳐 조직과 문화가 총체적으로 전환돼야 비로소 완결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두 번째, DT는 디지털 기술 그 자체보다 소프트웨어 역량, 즉, 사람, 기업 문화, 리더십에 핵심이 있다. 원활한 부서 간 업무 활동을 통해 고객과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 역시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 도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지식을 직원들이 숙달해 더 위대한 지식이 창출되도록 하려면 상호 학습이 가능한 열린 기업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제조업의 전형적인 조직 구조와 경직된 기업 문화로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리더의 가치관과 마인드의 근본적 전환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앞서 전제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 연구들은 구성원의 지적 자극과 동기를 고취할 수 있는 변환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전제돼야 비로소 조직이 하나로 연결된 데이터 기반(Data-driven)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춰보면 본 사례의 성패를 결정한 열쇠는 두산인프라코어 Square TF팀과 경영진의 탁월한 리더십에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할 줄 아는, 모두가 연결된 디지털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이들을 변화시켰다. 팔란티어와의 협업을 통해 애자일 조직으로 과감히 개편하고, 상호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간 Square TF팀과 경영진의 리더십이 DT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세 번째, DT 성패의 관건은 경쟁력 있는 집단과의 협업을 통해 이전과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디지털 전략은 최적의 디지털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과의 협업 없이는 실행하기 어렵다. 일반 제조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낼 수 있는 플랫폼 솔루션 역량을 나 홀로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신(新)제조업 혁명은 볼보, 포드 등 전통 제조기업들이 SAP나 구글 등의 첨단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으로 생산 과정 전반을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장 자동화, 산업용 장비의 센서화, 산업용 AI 솔루션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게 된 것 역시 플랫폼 기업들의 지원을 통해서다.

문제는 전통 제조기업과 데이터 플랫폼 기업 간의 유기적 화합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하는 방법, 문제 접근 방식, 기업 문화가 상반된 두 조직이 환상의 조합을 이뤄 최적의 맞춤형 솔루션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결국 상호 간에 전략적으로 유연한 업무 방식을 체득하고 서로 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렵다. DT를 시도하는 데 있어 외부의 피드백을 유연하게 흡수하고 신속하게 전략적 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애자일 조직이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미국 IT 기업, 팔란티어와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내기 위해 기존의 틀과 루틴을 과감히 버리고 새 문화를 수용하며 적응해 나갔다.

국경, 산업에 관계없이 이종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업의 최대 고민은 (1)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내는 방법, 그리고 (2) 이렇해 찾아낸 이들과 어떻게 잡음 없이 효과적으로 일할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해 국제경영학계는 한결같이 확고한 목적, 정보의 공유, 소통을 통한 조율이라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는 이를 정확히 증명하고 있다.

본 사례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디지털 전략이 범람하는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모든 기업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수정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절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DT가 더 큰 가치로 현실화되는 데 어떤 장애물이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스토리는 아직 많이 전해지지 못했다. 디지털 전략이 제시하는 잘 계획된 절차(Process), 사람(People), 조직(Organization), 협업 역량(Collaboration capability) 등의 핵심 성패 요소를 이론만 나열하는 것은 매우 피상적이며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사례는 기존 연구들이 제시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실제로 확인시키면서 실무자들이 느꼈던 막연함을 해소하는 데 손색이 없다. 향후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제조업체와 IT 플랫폼 기업의 협업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조기업들은 본 사례에 드러난 핵심 성패 요소를 각 기업 사례에 맞춰 대입해보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계하면서 최적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할 기회로 삼길 바란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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