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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소비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혁신’ 선언한 현대차의 변신

“자동차는 더 이상 ‘기후 악당’이 아니다”
제조에서 리사이클까지 친환경 가속도

장재웅,서형석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표적인 탄소 배출 업종이었던 자동차 산업에 최근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선보이고 아이오닉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의 상당수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 차량 제작 및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서 나오는 폐기물까지 전체 여정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차량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상기하기 위해 ‘I’m in charge’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UNDP(유엔개발계획)과 손잡고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은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산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데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도 없다. 이동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이며 자동차는 가장 대중화된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이나 환경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혁신 기업 테슬라가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생태계를 전기자동차 생태계로 재편하는 파괴자(disruptor) 역할을 하고 나섰다. 이러한 시장의 큰 변혁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의 전환이라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놓이게 됐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에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차는 그간의 내연기관 차량 제작과 판매에서 벗어나 수소 전기차 생태계 구축, 로보틱 모빌리티, 육상용 자율주행차(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준비 중이다. 특히 단순히 전기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제조에서부터 차량 부품의 재활용(리사이클링)까지 자동차란 생산품의 생애 전 부문에서 환경 요인을 고려해 전략을 짜고 있다. 이런 변화 방향성에 대해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고객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안에서의 모빌리티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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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이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올 한 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바이러스의 원인이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인간과 자연의 균형 붕괴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최근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필환경이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밀레니얼과 Z)세대의 경우 소비를 고려할 때 환경 요소를 이미 주요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트렌드가 생활용품을 넘어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2020년 자동차 시장 최대 트렌드는 전기차 판매 급증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인해 약 480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6%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한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매년 21%씩 성장해 2030년이 되면 4000만 대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는 국가별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 정책적 요인이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용 모델 확대와 배터리 가격 하락 및 성능 향상 등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발 빠르게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특히 단순히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정도의 전환이 아닌 차를 만드는 소재 및 부품부터 시작해 차의 제작부터 차가 최종적으로 폐차되는 순간까지 ‘차의 일생’의 전 부분을 친환경에 입각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브랜드 비전하에 모든 프로세스와 전략을 여기에 맞춰 바꾸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CNN이 방영한 ‘친환경 모빌리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는 인류의 이동이라는 기본적 욕구 실현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는 모든 비즈니스가 직면한 친환경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재편하는 과정은 큰 도전이지만 현대차는 이미 그 일을 시작했다.”


DBR mini box
현대차 ‘for Tomorrow’ 프로젝트

현대자동차가 UNDP(UN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와 손을 잡고 진행하는 ‘for Tomorrow’ 프로젝트는 교통, 주거, 환경 등 오늘날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각계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모아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의 캠페인이다. 현대자동차와 UNDP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for Tomorrow(www.fortomorrow.org)’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솔루션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모은다. 누구나 이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투표하거나 의견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제안된 솔루션들은 기술, 환경,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 및 다른 참가자들과의 협업, 네트워킹을 거쳐 고도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UNDP는 구체화된 솔루션 중 일부를 선정, UNDP 산하 ‘UNDP 액셀러레이터 랩스(Accelerator Labs)’와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오닉’으로 여는 車 소비 패러다임

현대차가 그리는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의 출발점은 올해 8월 론칭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이다. 아이오닉이라는 이름은 전기적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한 용어로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차량명으로 쓰이다 8월부터 현대차의 모든 전기차 전용 브랜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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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아이오닉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첫 모델인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2년 출시 예정인 중형 세단 아이오닉 6, 2024년 출시 예정인 대형 SUV 아이오닉 7 등을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아이오닉을 별도로 만든 건 ‘전동화 경험의 진보’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전동화 기술의 진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를 넘어 로보틱 모빌리티나 육상용 자율주행차(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으로 관심을 넓힐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차량 판매만큼이나 전기차 생태계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이오닉 시리즈는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순수하고 정제된 디자인을 추구한다. 아이오닉 브랜드로 출시되는 첫차인 ‘아이오닉5’가 현대차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던 콘셉트카 ‘45’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45’는 과거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포니’를 모티브로 탄생한 콘셉트카였다.

여기에 현대차는 자사의 디자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파라메트릭 픽셀’을 제시했다. 어느 브랜드에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식으로 램프에 기하학적 형태의 픽셀들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고유의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능 측면에서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최초로 적용된다. 그동안 축적한 현대차 전동화 기술에 전용 플랫폼이 더해져 성능 개선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아이오닉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인 20분 내 충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450㎞ 이상 달릴 수 있다. 또한 탑승자의 자유로운 활동성을 위해 실내 공간도 극대화된다. ‘이동 수단’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개념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아이오닉 브랜드는 차량 제작에 쓰이는 소재부터 친환경적 소재들이 대거 들어간다는 점이다. 도어 센터 트림에는 목분이나 화산석에서 추출한 내추럴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됐다. 헤드라이닝은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합성수지(PET)를 이용했고, 일부 색상에서는 대두유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페인트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고 재활용 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 소재를 대폭 활용한다. 차량의 생산부터 고객의 이용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친환경 구현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도약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여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친환경 가치를 더하다

현대차는 또한 단순히 자동차를 잘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13일 영국 런던 ‘셀프리지스’에서 선보인 ‘리스타일’이라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는 6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만든 주얼리, 점프수트, 조끼 등이 전시됐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모두 폐차된 차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란 점이었다. 최근 제조업과 패션의 융합으로 확산 중인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폐기하기보다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이 프로젝트는 ‘리스타일 2020’으로 현대차가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6개의 패션 브랜드와 함께 자동차 폐기물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다시, 새로움을 뜻하는 ‘리(Re)’와 패션을 뜻하는 ‘스타일(Style)’의 합성어로 이름을 붙여 재활용이 힘들었던 자동차의 폐소재에 패션을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에는 폐가죽시트만 소재로 썼지만 올해는 차량 유리와 카펫, 에어백으로 소재를 확대하고 협업 디자이너도 2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올해 협업에 함께한 패션 브랜드는 알리기에리(Alighieri), 이엘브이 데님(E.L.V. DENIM), 퍼블릭스쿨(Public School), 푸시버튼(pushBUTTON), 리처드퀸(Richard Quinn), 로지애슐린(Rosie Assoulin)으로, 이들은 가죽시트처럼 기존에 재활용이 어렵고 차량 제조 및 폐차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된 소재의 새로운 쓰임을 연구, 고민해 여러 제품을 만들었다.

알리기에리는 자동차 안전띠와 유리 등을 이용한 목걸이, 팔찌 등을 제작해 자동차 폐기물이 의류 외에도 다양하게 재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엘브이 데님은 자동차의 자투리 가죽시트와 데님을 함께 사용해 역동적인 디자인의 점프슈트를 제작했다. 퍼블릭스쿨은 버려지는 에어백 소재에 안전띠를 어깨끈으로 덧댄 유틸리티 조끼를 선보였다. 푸시버튼은 에어백의 특징을 살린 독창적인 디자인의 조끼를 만들었다. 리처드퀸은 에어백 소재를 주 원단으로 사용한 코르셋에 꽃무늬 패턴을 더해 의상의 친환경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한편 로지애슐린은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동차 카펫 원단을 이용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토트백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이렇게 탄생한 제품들을 셀프리지스 런던 매장 및 홈페이지를 통해 한정판으로 전 세계에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은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를 주관하는 영국패션협회에 기부한다. 친환경 패션의 홍보를 위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9년 시작한 리스타일은 이제 첫걸음마를 뗐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차량의 연구, 생산, 마케팅 과정에서 자원 절약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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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끊임없는 여정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여정에서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최근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이 재무적 성과만큼 유의미한 가치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에 대한 투자자나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이슈는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아이오닉 브랜드 캠페인인 ‘I'm in charge(아임 인 차지)’를 통해 단순히 기업 차원의 지속가능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책임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이오닉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래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자동차의 성능과 외관만을 주요 경쟁 요소로 삼았던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전과 다른 홍보 방식이다. 해당 차량을 왜 만들고, 왜 팔고, 고객이 왜 사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차량 구입이 곧 지속가능한 사회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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