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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아기띠의 혁명 ‘코니바이에린’의 D2C 전략

육아 불편을 아이디어로
스타일리시한 아기띠로 글로벌 맘 사로잡다

이미영 |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도전 정신 하나로 세상에 없던 아기띠를 개발, 출시해 글로벌 육아용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코니의 성장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실제 육아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시중에 있는 아기띠의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을 해소한 제품을 개발해 구매 의사가 큰 고객층을 확보했다.

2. 자사 몰을 운영하는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효율적으로 활용,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아기띠 브랜드를 구축했다.

3. 고객들이 자사 몰에 리뷰를 많이 남길 수 있도록 독려해 리뷰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4. 리뷰를 통해 추출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개선, 생산 효율화 등 경쟁력 확보에 활용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동욱(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근 ‘육아는 장비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인다. 이제 부모의 정성과 희생, 체력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편안해야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커질 수 있다’는 원리를 빨리 깨우친 젊고 똑똑한 부모들은 아이를 조금 더 안전하고 편하게 돌보기 위한 각종 육아용품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출산율이 가임 여성 한 명당 0.98명으로 저출산 시대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이크게 확대된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2019년, 이미 4조 원에 달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육아용품 디자인도 사용자인 아이 취향에서 실제 구매자인 부모로 바뀌고 있다. 뽀로로 같은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매트나 안전에만 집중해 무겁고 작동하기 어려운 유모차는 트렌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신과 아이를 멋지게 보이게 하는 동시에 육아 자체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러한 트렌드는 실제 부모들이 자신의 경험과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직접 개발•판매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 좀 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픈 마켓 위주의 대형 쇼핑몰뿐만 아니라 개인도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덕분이다. 브랜드가 매력적이고 제품이 차별화된다면 개인이 만든 쇼핑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시너지를 내며 충분히 큰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즉,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 개발, 제조, 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비즈니스 여건이 좀 더 공고히 구축되고 있다.

2017년 임이랑•김동현 부부가 창업한 코니바이에린(이하 코니)이 대표적인 예다. 랩형 아기띠 형태를 발전시켜 입고 벗을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한 코니아기띠는 부모들의 스타일을 살리면서 안전하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 출시 직후부터 화제가 된 코니아기띠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육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59여 개국에서 판매한 아기띠만 41만여 개. 두 대표를 포함한 직원 16명이서 5만9000원짜리 아기띠로 2019년 한 해 동안 144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비중은 약 80%에 육박한다.

코니는 인스타그램, 마켓플레이스, 브랜드 자체 홈페이지인 자사 몰 등 D2C를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온라인 유통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이를 통해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 제품에 대한 충성도도 높여나갔다. DBR이 코니의 D2C 성장 전략을 취재했다.

DBR mini box I

칭칭 감던 아기띠, 입고 벗기 쉬운 옷처럼 만들어

육아를 하지 않는 독자들은 아기띠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실제로 시중에는 어떤 아기띠가 있는지, 코니바이에린 아기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코니아기띠는 랩 타입의 아기띠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4∼5m 길이의 랩 타입 아기띠는 엄마가 스스로 붕대 감듯 칭칭 감으면서 아기띠 모양을 잡아가야 하기 때문에 착용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코니아기띠는 이 랩 타입의 아기띠를 실제 랩 타입의 아기띠를 착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입고 벗기 쉬운 옷 형태로 만들었다. 면과 폴리에스터 혼방으로 이뤄진 고급 원단과 잘 풀리지 않는 강도 높은 프리미엄 실인 코아사를 이용해 제품의 안전성도 보강했다. 임 대표는 최근 겨울에 쓰는 아기띠 워머, 수유를 하는 엄마가 수유가 끝나도 멋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홈웨어 등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코니의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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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면 다른 육아 맘•대디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2017년. 첫 아이가 태어났다. 임이랑 대표의 하루는 여느 초보 엄마와 다름이 없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고 이렇게 몇 번씩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내 생활을 찾는 건 사치였고, 아이를 업고 안으며 얻은 관절 통증은 훈장과도 같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한숨을 쉬기 일쑤였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나마 방긋방긋 웃으며 커가는 아이의 모습에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르다는 주변 선배 엄마들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됐다.

육아 40일째. 올 것이 왔다. 고질병이었던 목 디스크가 재발한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잦아지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아기띠가 문제였다. 예상외로 아기와 함께 외출할 때 착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육아 부모들이 권유했던 인기 모델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제품도 매한가지였다. 기다란 천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랩형’ 아기띠는 그나마 디자인이 간편한 편이었지만 착용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4∼5m에 달하는 긴 천을 칭칭 감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버클로 이뤄진 ‘캐리어형’ 아기띠는 좀 더 안전하긴 했지만 엄마가 오랜 시간 아이를 안고 있기에 너무 무거웠다. 이런 아기띠를 지속적으로 쓰다 보니 허리와 목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부피가 너무 커 외출해서 보관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폼’이 안 났다. 아기띠가 엄마의 온몸을 감싸 몸매가 둔탁해 보였다.

이런 불편과 불만은 임 대표뿐만 아니라 많은 육아 부모가 느꼈던 공통점이었다. 요즘 젊은 엄마, 아빠들의 감성에는 영 맞지 않았다. 임 대표는 이렇게 많은 부모가 육아를 하고 있는데 딱 맘에 드는 아기띠가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 아무리 예쁘게 꾸미고 외출을 해도 아기띠를 메는 순간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엄마라고 해서 스타일을 포기하는 게 당연시되는 육아용품 세계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임 대표가 이런 불만을 남편인 김동현 공동 대표에게 토로하자 그는 뜻밖의 솔루션을 내놨다. “당신이 한번 만들어봐.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다른 부모들도 다 필요하단 뜻일 거야.”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티몬을 창업한 이력이 있는 남편이야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게 쉬운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티몬에서 월급쟁이 마케터로 일했던 임 대표는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다. 그런데 동시에, 이야기를 들을수록 왠지 이 제품은 내가 만들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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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육아용품 시장만큼 제품만 확실하면 소비자들이 흔쾌히 지갑을 여는 시장도 없었다. 사업을 떠나서 내가 실제로 아이를 키울 때 만족할 만한 아기띠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명감이 커졌다. 어느새 ‘그래, 까짓것 내가 한번 만들어보지’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120일을 넘긴 2017년 4월 무렵이었다.

김 대표는 “옆에서 지켜보니 여성들이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순간에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게 수렴했다. 대부분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고, 아이를 위해 소비한다. 게다가 육아용품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후기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도 크다. 육아 부모들이 느끼는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제품이라면 분명 비즈니스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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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깨기’하듯 이어간 제품 개발

말이 좋아 제품 개발이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육아용품에 대한 지식도 수개월 남짓한 육아 경력이 전부였고, 제품디자인 경력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든가. 임 대표는 무작정 동네 수선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그림을 그려오면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수선실 사장은 고개를 흔들며 그런 일은 ‘샘플실’에서나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샘플실이라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샘플실을 수소문하던 끝에 우연히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샘플실이나 패턴실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임 대표는 이 사이트에서 소개한 샘플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아동복 전문 샘플실 사장을 찾아갔다. “아이 엄마라고 연락해 와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던 사장은 임 대표에게 우선 패턴실에 가서 제품 도면을 그려 와야 한다고 일러줬다. 패턴실에 연락을 했더니 도면을 그리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정확한 치수를 가져오라는 숙제를 줬다. 그렇게 그야말로 받은 숙제를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제품 도면을 완성해 갔다.

도면이 완성된 후에 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었다. 바로 제품에 쓸 원단을 선택하는 것. 임 대표는 아이를 안고 동대문 원단 시장을 누볐다. 정확히 어떤 원단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모른 채 처음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이런 임 대표의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 먼저 좋은 정보를 건네주는 업체 사장들을 만났다.

임 대표는 우선 7∼8종의 원단을 구매한 후 완성된 도면을 들고 다시 샘플실 사장을 찾았다. 어떤 원단이 적합한지 모르니 일단 다 만들어 전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샘플을 하나나 두 개 정도만 테스트하는 게 일반적이기에 업체 사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직접 착용을 하고, 경험도 해봐야 좋은 원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면과 폴리에스터가 섞인 스판덱스 재질의 원단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2017년 9월, 마지막으로 깐깐한 제품 테스트를 거쳐 KC 마크를 획득하고 나서야 임 대표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기띠가 탄생했다. 200g짜리 가벼운 아기띠로 20㎏까지 버틸 수 있었다. 꼬박 반년 넘게 아기띠 개발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자사 몰과 인스타그램의 시너지 효과

개발한 제품은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전 직장인 티몬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을 팔면 쉽게 풀릴 일이 아니었을까. 의아하게도 두 대표는 마켓플레이스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 대표와 김 대표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사 몰을 만들어 제품을 판매하자고 결정했다. 먼저, 브랜드를 만들고 자사 브랜드의 독립적인 쇼핑몰을 열어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것.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해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거나 자사 몰 없이 인스타그램에서만 판매하는 경우 브랜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켓플레이스에선 가격을, 인스타그램에선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코니아기띠가 저렴한 가격으로만 평가받는 제품으로 남기를 원치 않았다. 고객들이 코니를 제대로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구매하길 원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제품을 홍보하더라도 독자적인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각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천과 실로만 만들어진 아기띠이기에 카피 제품이 곧 나올 것이란 우려도 차단하고 싶었다.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한 제품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 제품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아기띠를 판매하는 만큼 제품 사용법, 제품의 성능 등을 제대로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마켓플레이스에선 다양한 제품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마켓플레이스별로 제품 설명 형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설명도 함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아무래도 마켓플레이스에선 이러한 생각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워 보였다. 브랜드를 좀 더 키운 다음에 마켓플레이스에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외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온라인 몰의 유지, 운영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도 용기를 줬다.

마지막으로, 아기띠를 구매한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자체적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 생산한 만큼 고객들의 생생한 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하고 싶었다. 직접 확보한 고객 데이터가 분명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육아 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 만큼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런 고민들의 결과로 부부의 아기띠 브랜드 ‘코니바이에린’1 이 탄생했다.

브랜드를 만든 후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겠다는 코니의 마케팅 전략은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처음 임 대표 부부가 코니바이에린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생산한 아기띠는 약 500여 개였다. 제품 개발의 기쁨도 잠시, 집 창고에 쌓아둔 제품을 볼 때마다 막막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팔지 고민이 쌓여갈 즈음이었다. 이지애 아나운서 인스타그램에서 기존 힙시트 아기띠를 착용하고 남편의 옷매무새를 힘겹게 정리하는 모습을 봤다. 임 대표는 이 아나운서에게 무작정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새로 개발한 아기띠가 있는데 한번 착용해볼 생각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이 아나운서는 흔쾌히 새 제품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고, 정성스럽게 포장해 자택으로 보냈다. 개별적인 홍보나 제품 소개는 일절 부탁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 아나운서가 인스타그램에 “오늘 이 아기띠하고 백화점에 갔는데 거짓말 안 하고 10명이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는 아주 짧은 글을 올렸다. 갑자기 이 제품을 어디서 판매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이 아나운서 인스타그램에 남겨지기 시작했다. 이 아나운서는 “곧 출시한다고 한다”는 짧은 답을 남겼다. 이 메시지를 본 김 대표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예정보다 일정을 당겨 급하게 브랜드 홈페이지를 열었다. 고민 끝에 가격도 5만9000원으로 정해 제품을 올렸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홈페이지로 몰려들었다. 500개 제품이 2주 만에 완판됐다. 이 아나운서는 출산을 앞둔 지인들에게 코니를 직접 구매해 선물해주면서 자발적인 코니 홍보대사가 됐다.

코니아기띠를 메는 법을 영상으로 간단하게 촬영한 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광고를 띄운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전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는 점, 간편하게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한 어필했다. 기존 아기띠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육아 부모의 관심을 끌었다. 이 광고를 본 고객들이 코니 자사 몰에 직접 방문해 제품 정보를 얻었다. 자사 몰로 유입되는 고객들의 구매율도 높은 편이었다. 단순히 쇼핑이나 정보 검색이라는 목적보다 실제 필요한 육아용품을 구하고자 하는 ‘진성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능뿐만 아니라 코니의 스타일에 반해 자사 몰을 찾는 고객도 많았다. 이번에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이 큰 역할을 했다. 외모에 민감한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코니아기띠를 이용하면서 이들의 팔로워들이 자연스럽게 코니 제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일반인들도 코니아기띠를 하고 예쁜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육아를 하는 중에도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젊은 엄마와 아빠의 심리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색상도 다양해 코디별로 색상을 맞춰서 착용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진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가볍고 편해 보였다. 코니아기띠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고 적합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특징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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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주문에서 배송까지…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임 대표는 코니를 접하는 고객이라면 제품을 주문해 받는 그 순간까지 기분 좋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품 생산에서 포장, 배송까지 꼼꼼하고 깐깐하게 관리한다. 특히 제품의 품질은 어떻게 해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제품 수요가 늘어나 대량 생산을 위한 대형 공장을 알아보는 데 누구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일정한 제품 품질을 유지하고, 스케줄에 맞게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찾아 나섰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공장을 찾는 게 어려울 줄 몰랐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임 대표의 말을 잘 들어주는 공장도 드물었다. 겨우 공장을 찾아 제품을 생산해보면 실망하기 일쑤였다. 제품 하자율도 높은 편이었고 제품 수정을 의뢰해도 생각만큼 반영되지 않았다. 1년간 속앓이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임 대표는 숙모가 봉제사였던 게 떠올랐다. 무작정 숙모에게 연락을 해보니 숙모의 오빠가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첫인상부터 신뢰를 주던 공장 사장은 제품 봉제 작업을 꼼꼼히 진행해줬다.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미리 임 대표에게 연락도 주면서 수정 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사를 확보한 덕에 제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임 대표가 제품에서 가장 신경 쓰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포장이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아기띠를 접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정해서 공장 근로자들에게 제공했다. 포장은 제품의 얼굴과 같기 때문에 처음 제품을 받아본 고객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예쁘게 포장된 제품을 받아본 고객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자랑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기를 위한 제품이긴 하지만 실제 착용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였다. 이들이 제품을 받았을 때 선물받는 것과 같은 기분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이런 정성스러운 포장이 코니가 다른 육아용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제품 배송 방식도 독특하다. 택배 직원에게 ‘아이가 자고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자는 아이가 초인종 소리에 깨서 난감해 하는 엄마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 이러한 작은 배려에 엄마들은 감동했고, 코니에 대한 이미지도 올라갔다. 이런 방식은 현재 다른 마켓플레이스이나 택배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집에 배달을 할 때 적용하는 하나의 에티켓이 됐다.

임 대표는 “우리 제품을 마주하는 순간순간마다 고객의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 쓰는 제품이니 세심한 배려 하나하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모델 아줌마가 일으킨 작은 바람

처음 코니를 개발할 당시, 부부 창업자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작고 가벼운 아기띠가 전 세계 육아 부모들의 관심을 받게 되리라곤.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 소비자들이 직접 코니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문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아기자기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때 마침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있던 조아라 글로벌 마케팅 이사가 일본 시장을 한번 개척해보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브랜드 홈페이지 하나만으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보였다. 주요 마켓플레이스에 동시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조 이사가 선택한 건 일본 1위 업체인 라쿠텐이 아닌 일본 아마존이었다. 라쿠텐에 입점하기 위해선 일본 법인 자격을 획득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는데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한국 법인이어도 판매가 가능한 글로벌 셀러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시간과 돈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던 만큼 망설임 없이 아마존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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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일본 시장 전용 브랜드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를 활용했다. 개발자를 따로 두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 자사의 상황이나 제품에 맞게 변형해 홈페이지를 꾸미는 게 가능했다. 이 또한 일본에서 주력으로 쓰는 툴은 아니었지만 사용이 간편하고 다른 해외 시장을 진출할 때도 동일한 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은 빠르게 왔다. 언제부터인지 코니 주문량이 확 올라간 걸 의아하게 느낀 조 이사가 원인을 찾아 수소문했다. 알아보니 모델 출신 엄마의 인스타그램이 시작이었다.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인 이 모델이 코니아기띠를 착용하고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렸는데, 이를 본 팔로워들이 코니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조 이사는 “초보 엄마도 아니고 아이를 셋이나 키운 엄마가 이 제품이 좋다고 하니 신뢰도가 더 높았다. 이 모델 엄마에게 우리 제품을 추가로 보내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이분이 마치 코니 전도사처럼 예쁜 제품 사진들을 올려줘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코니 마니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의도하지 않게 코니를 일본 시장에 확산시켜 나갔다. 그중 한 고객은 ‘코니 마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고객은 코니 제품을 꼼꼼하게 연구하며 장점과 단점, 개선할 점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아이가 침을 흘릴 때 자국이 덜 남는 색은 어떤 색인지, 아기띠를 어떻게 접어서 수납을 해야 하는지, 색상별 소재 차이는 없는지 홈페이지에 꼼꼼하게 의견을 남겼다. 제품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코니는 그저 답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코니 제품을 선물해 마음껏 제품을 연구해 달라 요청했다. 코니 마스터는 매우 기쁘게 이 역할을 수락했고 스스로 제품을 테스트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그의 콘텐츠들은 코니를 잘 모르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코니아기띠가 안전하고 유용한 제품이라고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수백 명을 팔로워로 가진 코니 고객이 만화로 코니 제품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간략하게 이런 내용이었다. 값비싼 아기띠를 하고 외출했는데 아기가 불편해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엄마가 아기를 가뿐하게 메고 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모습이 너무 스타일리시해 보였다. 제품이 너무 궁금해 그의 뒷모습을 자세히 쳐다봤는데 펭귄이 그려진 마크가 보였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코니아기띠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 사용 후기도 담았다. 코니가 직접 홍보했다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콘텐츠였다. 자발적인 후기와 콘텐츠가 일본 고객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 결과 코니 매출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일본 매출 비중이 약 60%에 이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니아기띠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부모들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했다. 홍콩의 한 유명 모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니를 착용하고 찍은 멋진 사진들을 올리자 현지 고객들이 브랜드 홈페이지로 몰렸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셀럽도, 유럽 축구선수의 부인이자 SNS 인플루언서도 코니아기띠를 메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화제가 됐다. 2018년 호주, 홍콩, 싱가포르에 영문 자사 몰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코니아기띠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육아용품 시장이야말로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이나 취향보다 제품력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조 이사는 “코니는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홍보를 부탁하지 않는다. 이들 영상이나 콘텐츠에 광고를 태우지도 않는다. 이런 인위적인 광고가 오히려 제품에 대한 신뢰도나 진정성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날것에 가까운 후기들을 토대로 고객들이 직접 판단해 제품을 구매하고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통한 미국 진출

2020년, 코니는 미국 아마존을 공략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선 낯선 해외 브랜드에 불과한 만큼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아마존에서 신뢰를 쌓은 뒤 브랜드 홈페이지로 유입하는 전략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당시 e커머스 시장 자체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크로스보더 e커머스 시장 규모는 9940억 달러(1192조)로 매년 20.3%씩 성장하고 있었다. 무역협회도 지난 4년간(2015∼2018년) 한국의 크로스보더(Cross border, 국가 간) e커머스 수출이 2015년 1조2600억 원에서 2018년 3조57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42%에 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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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에서의 아마존 진입은 일본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미국 제품 규격에 맞는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했는데 이 작업만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미국 아마존에는 일본과 달리 코니의 모티브가 된 랩형 아기띠 제품이 적지 않았다. 가격도 코니의 절반 수준이었다. 판매하는 제품 사진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가격만 비싼 제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코니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점에서 더 뛰어난지 설명해 현지 고객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임 대표와 김 대표는 코니아기띠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랩형 아기띠처럼 칭칭 감는 제품이 아니라 입고 벗기만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한 동영상을 제공했다. 이 점을 눈여겨본 소비자들은 아마존에서 곧바로 제품을 소비하지 않고 코니의 미국 홈페이지를 방문해 꼼꼼히 제품을 살펴본 후 구매를 결정했다. 이렇게 코니 제품을 착용한 고객들의 추천을 타고 제품 판매도 꾸준히 늘어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과 함께 반품량도 증가했다. 반품 사유를 살펴보니 코니 제품이 미국 현지 고객들이 착용하기에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장이나 체구가 상대적으로 큰 미국 고객들이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도 착용하지 못해 반품을 결정한 것이었다. 이 상황을 고려해 3XL까지 제품을 추가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더 큰 사이즈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됐고 4XL, 5XL 사이즈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해외 배송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코니는 처음 해외 고객에게 배송을 할 때 우체국택배를 사용했다. 우체국택배 서비스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배송도 제때 이뤄졌고 가성비도 좋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이 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제품을 주문한 지 2∼3주가 지났는데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 임 대표는 하루라도 편하게 육아를 하기 위해 제품을 손꼽아 기다릴 부모 마음을 알기에 배송을 지연시키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더 들이더라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해외 특송사를 이용해 전세기를 띄워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배송비는 두 배가 들었지만 고객 만족도는 훨씬 더 증가했다. 이외에도 아마존 창고에 제품 재고를 쌓아놓은 후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다음 날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도 도입했다. 과감한 투자는 곧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기업이 제품 배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니는 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코니아기띠는 미국 아마존에서 전체 코니아기띠 제품 중 5위를 차지하더니 최근엔 아기띠 신규 제품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코니아기띠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늘었다. 2020년 6월 기준 미국의 코니아기띠 판매 비중은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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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리뷰가 코니 성장의 밑거름으로

이처럼 코니는 오프라인 상점 없이 온라인 판매 전략을 시장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전체적으로 자사 몰 매출 비중은 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코니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을 포함한 홍콩, 호주, 동남아시아, 북미 등 50개국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한 아기띠 중 거의 90%가 자사 몰에서 거래됐다. 보통 자사 몰 직접 유입 비율이 30∼40% 정도만 돼도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업계의 상황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별도의 트래픽을 돈을 주고 사는, 이른바 ‘유가 마케팅(paid marketing)’을 크게 진행하지 않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수치였다.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 배송, 고객 관리 등 모든 비즈니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D2C 모델에서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니 자사 몰의 가장 큰 보물 역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리뷰다. 온라인 쇼핑에서 고객들의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솔직한 리뷰다. 고객들이 남긴 진심 어린 리뷰는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고, 빠르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코니도 이런 리뷰를 원동력 삼아 빠르게 브랜드 입지를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육아용품일수록 리뷰는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상에 육아용품에 대한 정보가 다른 제품처럼 많지 않은데다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필요한 제품의 구성이나 사이즈가 달라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육아 단계별로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을 위해 신속하게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리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니의 국내 브랜드 홈페이지에 고객들이 남긴 리뷰는 7000건, 영문 홈페이지에 고객들이 남긴 리뷰는 2000건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에 관련 해시태그를 남긴 후기는 6만 건에 달한다. ‘아가가 금세 잠들었다’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정말 좋아했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그뿐만 아니다. 후기를 남길 때 본인의 키와 몸무게, 구매 국가를 기록하게 해 다른 고객이 사이즈를 선택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도록 했다.

여기에는 리뷰를 독려하기 위한 코니의 세심한 노력도 있었다. 코니는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가 도착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간의 솔직한 사용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부탁 메시지와 함께 리뷰 작성 가능한 링크를 포함해서 자동 e메일을 발송한다. 고객의 구매 시점과 사용 시점을 추적해 자동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서 클릭 한 번으로 사용 후기를 올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진심어린 고객 리뷰는 제품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코니의 대표 제품인 여름용 아기띠도 고객들의 의견을 통해 나온 제품이다. 아기띠를 여름에 사용하면 땀이 차고 덥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땀 흡수율이 좋고 시원한 원단인 메시 소재로 아기띠를 개발했다. 아기들이 아기띠를 물고 빨고 하니 보다 안전한 원단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항균 작용을 하는 섬유가공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절대적인 지지는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2020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랩형 아기띠 제품군 중에서는 최초 수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단순히 아기띠가 갖춰야 할 안전성이나 품질뿐 아니라 부모의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했고 고객과 소통하며 계속해서 제품을 개선해나갔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DBR mini box II
사무실-오프라인 매장-투자자 없는 ‘3無 코니’

D2C 전략을 통해 성장했기에 가능한 코니만의 고유 특성 세 가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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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무실

코니는 100%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번째, 임 대표 부부는 그 어떤 사업가보다 육아의 어려움,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의 괴로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 육아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 못했던 능력 있는 경력단절여성(이른바 경단녀)들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 현재 코니의 CS 팀장은 넥슨 CS 팀장 출신이다. 임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하던 중 사회 활동이 그리워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하려 한다는 그의 소식을 접하고 코니로 바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전체 코니 직원 16명 중 12명이 육아 맘•대디들이다.

두 번째는 각자 맡은 업무에만 충실하다면 굳이 사무실에 모여서 일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니는 브랜드 홈페이지, 인스타 마케팅, 마켓플레이스 입점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든 비즈니스가 이뤄진다. 제품 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등 다양한 협업 툴을 적용해 업무를 진행한다.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들이 모여 일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

대신 코니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 누구든지 1) 현재 상황 2) 파악한 문제점 3) 의사결정 사항을 요약해 업무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매일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다음 실행(Next Action)이 가능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에게 한 달 동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를 내부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평가하고 미흡한 점을 채워나가도록 했다.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2. 오프라인 매장

코니는 아직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성공한 D2C 기업들처럼 유명 백화점이나 유통채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임 대표 부부를 포함한 전 직원이 현재는 코니의 내실을 좀 더 다지고 온라인 시장을 확대할 때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코니는 아기띠라는 단일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이전에 없던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직원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기엔 현 인력이 충분치 않다. 무턱대고 유통업체의 요청을 수락해 입점한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이해시키고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현시점에서는 매장 임대료를 내고, 직원도 고용하는 등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오프라인 숍을 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코니에선 맘스웨어(임신부 전용 의류와 홈웨어) 분야를 새로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아기띠를 포함, 육아용품으로 확장성이 커진 후에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다.

3. 투자자

임 대표 부부는 처음 창업을 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을 것. 투자를 받으면 보다 빠르게 브랜드를 알리고 시장도 좀 더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그런데 두 대표는 창업 초기에 받는 섣부른 투자가 오히려 창업 기반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투자자들이 경영에 깊게 개입할수록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티몬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하고 목격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제품 생산에서 기획까지 전부 두 대표가 담당했기에 생각만큼 큰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도 컸다. 두 대표가 좀 더 독립적으로 창업 기반을 닦은 후 투자자를 찾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임 대표는 “코니의 글로벌 사업을 실질적으로 조언하고 지원해줄 파트너가 있다면 기꺼이 협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데이터를 코니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자사 몰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는 코니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품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소중한 자료로 쓰인다. 한 달 동안 코니 홈페이지 평균 방문자 수는 약 33만 명. 이 중 약 3만 건이 실제 거래로 이어져 고객 데이터로 쌓인다. 코니는 이 데이터로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 했을까. 온라인 의류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구매 경험이 가장 안 좋은 순간이 언제일지 생각해보자. 자신이 산 옷이 배송 오기만을 잔뜩 기다렸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은 상황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코니도 마찬가지였다. 육아를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코니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것이라 판단했다.

최근 글로벌 업체와 손잡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사이즈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니는 고객이 리뷰를 남길 때 되도록 자세한 정보를 남겨주길 요청한다. 키, 몸무게, 배 모양, 엉덩이 모양, 가슴 사이즈, 나이, 선호하는 핏 정도,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와 사이즈 등이 여기에 전부 포함된다. 고객이 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체격 데이터와 실제 구매 사이즈, 환불한 사이즈 등을 추적해 사이즈 알고리즘을 세팅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에게 실제 배송한 제품의 교환, 반품률을 데이터로 수집해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화시킨다. 이를 통해 처음 코니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키, 몸무게, 가슴, 엉덩이 사이즈를 기입하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코니가 직접 찾아준다.

김 대표는 “사이즈 선택 실수로 인한 교환이나 반품 요청이 잦은 문제를 해결해 반품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후에는 평소와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에 대한 고객들의 고민이 큰데 이 부분을 해소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다. 구매자의 사진 착용을 통해 아기띠 원단의 품질도 관리한다. 아무리 같은 원단이라도 원단이 제작된 시기에 따라서 탄성이나 복원력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아기띠를 착용했을 때 찍은 정면, 측면, 후면을 전부 분석한다. 이때 코니가 주목하는 것은 아기띠에 앉아 있는 아기의 엉덩이 위치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 착용하기 전보다 원단이 얼마나 늘어지는지를 확인해 원단의 복원력, 신축성을 분석한다. 이때 구매자가 언제 제품을 구매했는지 시점을 역추적해 생산 이력을 확인, 당시 구매한 원단별로 데이터를 분류해 분석하는 것이다. 당시 원단의 특성에 따라 원단을 제조하는 세팅값을 조정해 비교적 균질한 원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품 생산 계획도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북미 및 유럽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코니아기띠는 기존 3개 사이즈에서 8개 사이즈로 확대됐다. 여기에 총 18가지 색상으로 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코니가 생산하는 아기띠는 총 144종까지 늘어난다. 그야말로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인 셈이다. 그렇기에 재고를 잘 관리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코니는 기존 제조 업체들이 1년 치 물량을 한 번에 생산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고객 데이터를 반영해 단기 생산 계획을 세우는 방식을 도입했다. 15일 치 판매량을 분석해 최신 판매 상황을 체크한 후 그 트렌드를 반영해 3개월 치 재고량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재고만큼을 한 달에 한 번 생산해 채워 넣는다.

이 같은 단기 생산 방식은 코니가 고객의 피드백을 유연하게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브랜드 원칙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1∼2년 치 물량을 생산해 재고로 쌓아둔다는 것 자체가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달 단기 판매량을 계산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한다. 그렇게 할 경우 고객의 의견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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