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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프레임 활용

심리 프레임 바꾸면 새 시장 열린다

임언석 | 16호 (2008년 9월 Issue 1)
경기 불황으로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런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늘리기는커녕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뛰어야 하는 마케터들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방법은 있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면 된다. 한마디로 지금은 슬림마케팅(slim marketing)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1970∼1980년대 미국인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 수는 평균 560여 개에 불과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인은 하루 평균 3500여 개의 광고를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광고에 점점 흥미를 잃고 있다.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고 매체에 노출되는 횟수 또한 많아지면서 광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광고 예산이 적은 기업일수록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충분한 마케팅 예산을 확보해야만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착해 기업 스스로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케팅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정된 자원으로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한정된 자원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케팅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라
물론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돈이 적게 드는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찾는 것 못지않게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은 바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방법으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브랜드 간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는 아무리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주장해 봐야 소비자를 사로잡기 어렵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90년대 초 신문 기사에 재미있는 사례가 등장했다. 한 초등학교의 저학년 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①식탁 ②침대 ③자동차 ④옷장.’ 이 문제에서 많은 학생이 ‘②침대’라고 답을 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에이스침대 광고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이 광고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침대만 생산하던 에이스침대의 목적은 분명했다. 혼숫감을 구입하는 여성들이 침대를 다른 가구와 함께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여성들이 혼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가구에 맞춰 침대를 구입했고, 다른 업체들은 여러 가구의 디자인과 컬러를 통일해야 신혼집을 세련되게 꾸밀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가구’라는 소비자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에이스침대가 보유하고 있던 인체공학과 수면과학에 대한 연구투자, 생산설비 및 시스템을 기반으로 ‘침대는 과학’이라는 메시지를 증언식 광고 형태로 전달했다. 이를 통해 에이스침대는 캠페인 기간 내내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으며, 1995년 매출액 1500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38%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가구’라고 인식하고 있던 소비자의 심리적 프레임을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바꿔줌으로써 성공한 것이다.

두산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시장 1위 브랜드인 진로 ‘참이슬’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와 비슷한 메시지로는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처음처럼이 나오기 전까지 소비자 머릿속에 소주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위기’나 ‘맛’이었다.
 
두산은 이런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했다.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처음처럼은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광고함으로써 소비자의 소주 선택 기준이 ‘물’이 되도록 심리적 프레임을 변화시킨 것이다. 두산은 처음처럼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을 환원공법으로 처리해 자연 미네랄이 많이 함유됐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 결과 처음처럼은 2006년 2월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고, 그해 12월 서울의 강남과 종로 등 핵심 상권에서 40∼50%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2006년 1월 5.2%에 불과하던 두산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올해 6월 11.4%로 올라섰다.
 
마찬가지로 1990년대 하이트맥주 또한 천연암반수를 내세우며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프레임을 ‘맛’에서 ‘물’로 바꾸며 시장점유율 1위로 자리 잡았다.
 
폭스바겐 비틀의 사례도 있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1960년대에 비틀이라는 작은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 ‘싱크 스몰(Think small)’이라는 광고카피로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며, 큰 차를 타야 성공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폭스바겐은 ‘싱크 스몰’ 광고를 통해 큰 차를 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작은 차를 타는 게 곧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전파했다.
 
광고 표현 전략을 바꿔라
에이스침대와 처음처럼, 하이트맥주, 비틀의 사례가 광고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의 심리적 프레임을 변화시킨 사례라면, 광고 표현 전략을 바꿔 소비자의 심리적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의 외출이 줄어들어 아침과 저녁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특히 실업인구가 증가하면서 TV 시청 시간이 늘어난다. 따라서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구매 행위를 직접적으로 유발시키는 직접반응광고(direct response ad)를 생각할 수 있다.
 
직접반응광고는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광고와 달리 보험광고처럼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직접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광고를 말한다. 대부분 신뢰성 있는 모델이 등장해 증언식 광고를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를 유도하고, 이성에 소구하는 광고가 많다.
 
2006년 난소암을 극복한 가수 양희은 씨를 모델로 내세워 ‘암을 겪어보니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더라’라는 메시지를 전한 AIG생명보험의 암 보험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돈이 적게 드는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찾지 않고도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또 있다. 기존 채널을 이용하면서 다른 기업과의 공동마케팅 또는 제휴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다.
 
‘HP와 만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라는 카피의 ‘+HP’ 캠페인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HP는 영화사 드림웍스가 인기 애니메이션 ‘슈렉’을 만들고, 아마존이 실시간으로 책을 판매할 수 있는 배경에는 HP의 기술이 깔려 있다는 점을 광고 시리즈를 통해 알렸다. SK텔레콤과 모토로라의 공동캠페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공동마케팅이나 제휴마케팅은 광고비를 분담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두 회사가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단독 광고보다 유리하다.
 
한 기업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결합 상품광고도 슬림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KT와 KTF가 메가패스, 집 전화, ‘쇼’를 함께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준다고 광고하고,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T’와 하나포스를 같이 쓰면 요금을 할인해 준다고 광고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도 역시 단독광고를 집행할 때보다 광고비를 절약할 수 있다.
 
불황기에도 효율적 광고로 승부
잘 구축한 브랜드 파워는 불황기에도 소비자 구매를 촉진시키는 직접적인 힘이 될 뿐 아니라 경쟁사의 세일즈 프로모션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이미지 중심의 TV 광고를 크게 줄이고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가격 전략이나 할인쿠폰, 경품과 같은 세일즈 프로모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기에 가장 먼저 절감 대상이 되는 예산 항목이 바로 광고비다. 하지만 이 경우 브랜드 파워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은 오히려 불황기에 광고할수록 시장점유율 하락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래에 다가올 호황기의 시장 선점을 대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기밥솥 브랜드 ‘쿠쿠’는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를 맞아 모든 기업이 광고비를 줄일 때 과감하게 광고비를 투입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기업은 브랜드 파워를 지속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구매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꼭 막대한 광고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소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슬림마케팅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고려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광고회사 금강기획과 오리콤의 브랜드전략연구소 부장 등을 거쳐 현재 KT 마케팅연구소 마케팅전략 연구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 임언석 | - (현) KT 마케팅연구소 마케팅 전략 연구담당 책임연구원 - (현)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강사 - 금강기획,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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