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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본 무의식 마케팅

가격 앵커 효과 활용한 버거킹 ‘사딸라 광고’
가격 마케팅 속에 ‘행동경제학’ 숨어 있다

정태성,어수진 | 276호 (2019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니얼 카너먼 등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행동경제학’은 휴리스틱, 심적 회계, 소유효과와 손실 회피 성향, 현상 유지 편향, 프레이밍 효과라는 다양한 이론과 개념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관성대로 예전 방식의 마케팅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거나 할인을 할 때에는 반드시 가격 앵커 효과와 가치이론을 기억하라.
둘째, 고객 품에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를 안겨서 소유효과를 활용하자.
셋째, 옵션 설계를 잘해서 고객의 만족도와 기업의 수익성을 동시에 높여보자.




버거킹의 ‘사딸라’ 마케팅과 ‘임파서블 버거’

사람들은 가격에는 예민하지만 숫자에는 둔감하다. 많은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가격 마케팅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직관적인, 무의식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기법들이 숨어 있다.

대표적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경쟁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단품 버거 하나에 3900원’이라는 마케팅을 거의 모든 햄버거 체인점에서 볼 수 있다. 뒷 세 자리 모두 0인 4000원보다 단지 100원이 더 적은 가격이지만 0의 개수를 줄여서 이것이 상품의 가치를 보다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한 가격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맨 왼쪽의 숫자를 4에서 3으로 바꿈으로써 천 원 단위의 자릿수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갖게 되는 ‘싸다’라는 느낌은 100원 차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전적 마케팅 생태계를 뒤흔든 것이 바로 버거킹의 ‘사딸라’ 광고다. 김영철 배우가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 ‘야인시대’의 대사를 패러디하면서 유머 코드를 입힌 것인데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특히 ‘$’라는 단위를 내세운 것이 눈에 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공공연하게 나올 만큼 생활 물가 수준에서 천 원 미만 단위의 실제 효용과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미 식당 메뉴판에 천 원 단위의 숫자만 표기해 놓아도 그리 낯설지가 않다. 예를 들어, 4000원짜리 커피를 4.0 혹은 4.-과 같이 표시하는 것이다. 비록 버거킹 광고에서는 ‘화폐개혁’을 통해 새로운 화폐 단위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원화와 교환비율이 약 1000대1에 가까운 미국 달러라는 잘 알려진 통화를 활용해 4000이 아닌 ‘4’라는 한 단위의 숫자로 가격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4달러가 한화로는 정확히 4000원이 아니라 4000원 하고도 몇백 원쯤 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제품을 팔면서 4달러라고 홍보하게 되면 어쨌든 고객에게 전달되는 숫자는 ‘4($)’ 하나이므로 실제 가격에서 추가될 몇백 원까지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4000원대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릴 수 있는 것이다. 광고 상세 부분에서는 몇 가지의 햄버거 세트를 각 49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광고는 또한 가격 앵커 효과(anchoring effect, 닻내림 효과) 1 라는 또 다른 행동경제학적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 경쟁사들의 햄버거 단품 3900원의 홍보에 비해 1000원이 더 비싸지만 저항감을 줄여주는 무의식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우선 김영철 배우가 단호하게 ‘사딸라’로 거래를 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결코 비싼 가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세트메뉴가 4900원이라면 여기에 “1000원 추가 시 더블 패티로 푸짐하게!”라는 문구를 보고 흔들리기 쉽다. 이미 선 제시된 4900원이 기준이 돼 1000원, 2000원대의 아이스크림이나 치킨 너겟 같은 다른 사이드 메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더 쉽게 만든다.

한국 버거킹의 ‘사딸라 광고’를 미국의 버거킹의 광고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지난 4월 버거킹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버거킹에서 시범 출시된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의 ‘임파서블 와퍼(the Impossible Whopper)’가 성공적인 테스팅 결과를 얻어내 연내 미국 전역 버거킹 체인점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임파서블푸즈는 실리콘밸리 태생의 식품회사로,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먹거리 시장을 위해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육류 대체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이번 버거킹과의 협업에서 나타난 ‘임파서블 와퍼’의 특징은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와퍼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들만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줬다. 임파서블 와퍼의 광고는 “100% Whopper, 0% Beef”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100% Whopper라는 문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버거킹 와퍼의 시각적, 미각적 가치를 그대로 재현함을 뜻한다. 그런데 보통 광고에서는 해당 제품에서 긍정적인 요소의 함량이 높고 부정적인 요소의 함량이 적음을 강조한다는 기본 원리를 떠올려보면 0% Beef임을 제시하는 것은 소고기의 함량이 (건강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것이며 그 수치가 0%인 것이 긍정적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림 1)

임파서블 와퍼에 대한 보도 자료와 마케팅에 사용된 홍보 문구를 살펴보면 이 버거가 얼마나 기존 비프 버거와 비슷한지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임파서블 와퍼의 패티가 ‘소고기 패티에서 육즙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붉은색의 즙을 머금고 있도록 했다’든가, ‘그릴에 구워진 소고기 패티의 표면과 유사하도록 시각적, 미각적 질감에도 신경을 썼다’는 부분 등이다. 채식주의자들의 신념에 대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식량자원으로서 동물들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시스템에 대한 반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2 이 식물성 와퍼가 굳이 소고기 패티와 비슷한 모양, 맛, 냄새와 육즙을 가진다고 홍보하는 것은 이들이 채식주의자들만을 위주로 한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건강과 환경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육식주의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버거킹의 임파서블 와퍼는 기존 와퍼보다 1달러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됐지만 소비자들은 거리낌 없이 구매했으며 시범 출시 기간 동안 계획한 물량이 성공적으로 팔렸다. 사실 이 와퍼의 칼로리는 690으로 기존 와퍼보다 오히려 30칼로리가 더 높다. 트랜스지방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높은 칼로리 때문인지 버거킹은 이런 영양학적 정보들은 홍보에 활용하지 않았다. 단지 100%와 대비되는 0%라는 수치로 육류가 아님을 홍보하고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략을 취했다. 기존 와퍼와 똑같은 맛을 낸 덕분에 소비자들은 1달러를 더 내고 육식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자원을 구매한다는 최신 건강 트렌드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네슬레, 그리고 행동경제학

구매 주기가 짧고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구매를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고급화 전략으로도 성공한 기업이 바로 네슬레다. 네슬레그룹이 보유한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는 각각 저렴함과 고급스러움으로 대조되는 브랜드들이다. 네스카페는 분쇄한 원두 가루를 모래 알갱이 모양으로 동결, 가공해 플라스틱통에 대용량으로 넣어 판매하거나 크림 파우더와 함께 스틱 모양으로 포장해 일명 ‘믹스커피’로 판매하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다. 네스프레소는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머신과 캡슐커피를 판매한다. (그림 2)



네스프레소가 에스프레소머신에 들어갈 커피를 네스카페처럼 한 통에 담아서 판다면 150달러 상당이 된다. 그런데 만약 네스프레소가 그런 전략을 취했다면 소비자들은 ‘네스프레소 커피 한 통 = 150달러’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즉각 기존 네스카페 한 통과 비교할 것이다. 즉, 커피 한 통에 150달러를 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스프레소는 캡슐 혹은 팟(pod)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커피를 팔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곧장 스타벅스 에스프레소처럼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값과 같은 비교할 만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커피 캡슐 하나에 0.5달러 정도가 되고,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밖에서 사 먹는 것에 비해 네스프레소 커피가 가성비가 좋다고 여기게 된다. 이렇게 절약한 금액으로 에스프레소머신을 사는 데 든 비용의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며 구매에 대한 합리화를 하게 된다.

글의 서두에서 살펴본 버거킹의 두 마케팅 사례, 또 방금 제시한 네슬레의 마케팅 사례는 계속 언급했듯 ‘행동경제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행동경제학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이 별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하는 심리기제와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거나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판단을 각각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이름 붙여 설명한다. 시스템 1은 예를 들어, 2+1의 답을 찾을 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집까지 운전하고 올 때, 어떤 사람을 처음 본 직후에 첫인상을 판단하는 등의 행동을 할 때 저절로 얻게 되는 느낌이나 인상 같은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할 때, 연말 정산 서류 작업을 할 때, 입사 면접을 볼 때, 회사 사장에게 직접 보고할 문서를 만들 때 발동한다. 그는 시스템 1에는 ‘fast thinking’, 시스템 2에는 ‘slow thinking’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보통은 이 두 시스템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두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스템 1은 주변 상황에 대한 느낌이나 직관을 끊임없이 시스템 2에 전달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하고 있으며 시스템 2는 시스템 1이 제안한 생각이나 행동을 검토하고 통제하게 되는데 게으른 시스템 2는 그러한 불편함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므로 가급적이면 시스템 1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에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다면 사람의 행동을 항상 주목해야만 하는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 왜 시스템 1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할까? 예를 들어, 저칼로리 샐러드 도시락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신제품 홍보 이전에 설문 조사나 좌담회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과 시각을 파악하려 할 것이다. 늘 하던 대로 이 기업은 표적 집단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실시했고, 당신을 비롯한 30대 직장인 몇 명이 참가해 건강을 위해 싱거운 맛의 저칼로리 음식을 선택하겠다는 답을 했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바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혹시나 거기 참가해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던 누군가가 오늘 점심으로 너무 짠 음식을 먹어서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어제 건강검진 결과로 건강식을 먹으라는 충고를 들은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 사실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말하지 않을 수도, 말과 행동은 다르게 나타날 수도, 그리고 신념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순간의 ‘진짜’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감추거나 변형하거나 꾸며낼 수 있는 영역 밖을 탐색해야만 한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시스템 1’에 해당한다. 흔히 ‘무의식적 영역’이라고도 표현하는 이 직관적인 사고의 영역에 접근하려는 시도들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 분야와 맞닿아 있다. 이는 구매자가 어떤 제품이나 홍보물에 노출됐을 때 (혹은 심지어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기만 했을 때도)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밝혀내고 그것이 어떤 감정이나 행동과 연관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신경심리학적 증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여타의 예시와 사례들은 신경과학자들에게 맡겨두고, 이 글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례들과 같이 행동경제학적 관점의 ‘무의식 마케팅’을 더 깊게 파헤쳐 보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들
1. 휴리스틱과 새마을금고
행동경제학에서 휴리스틱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휴리스틱과 편향’이라는 논문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지적 능력은 제한적이어서 사람들은 단순한 경험 법칙인 휴리스틱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휴리스틱은 일반적으로 주먹구구식 원칙, 어림짐작 등으로 정의되는데 보통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휴리스틱의 하나인 ‘대표성 휴리스틱’은 몇 가지의 잘 알려진 사실이나 대표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발생 빈도나 판단의 근거를 예측하는 데서 오류가 생기거나 전체의 속성을 파악하는 데 착오를 겪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특히나 대형 비행기 사고가 많이 일어난 것을 기억해보면 현존 교통수단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비행기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고율이 가장 높은 건 자동차임을 간과한 오류다.

이러한 대표성 휴리스틱은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기업들은 산업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의 업종에 맞는 이미지의 인물로 기업을 광고하려 한다. 물론 이미 산업의 대표성을 확보한 기업은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고객군을 넓히고자 하겠지만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산업 내에서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구현하는 게 우선이다. 예를 들자면, 새마을금고가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한다고 소비자가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전형적인 중견 은행원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 김상중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더 뱅커’라는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협찬했다. 새마을금고가 은행이라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한 셈이다.

2. ‘심적 회계’, 그리고 서점
영국 각지에 총 250여 곳의 지점을 보유한 서점 브랜드 워터스톤스(Waterstones)는 창고형 생활용품점(HOMEBASE), 마트(Morrisons, TESCO, Coop), 드럭스토어(Boots)와 제휴를 맺고, 이 가게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자사의 기프트카드를 계산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휴처들의 특징은 서점보다는 더 자주 방문하게 되는 생활필수품을 파는 곳들인 동시에 대체로 저렴한 가격대의 물건이 많은 곳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를 이용한 무의식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심적 회계란 사람들이 돈의 지출이나 수입에 관해 마음속에서 직관적으로 구분해 계산하는 것을 뜻한다(Thaler, 2008).

예를 들어, 창고형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식료품을 싸게 구매한 후 ‘오늘 장보기에 들어갈 돈을 많이 아꼈으니 집에 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사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식료품에 드는 돈과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에 들어가는 돈을 마음속의 ‘다른 계좌’에 넣어놓고, 한쪽을 절약했으니 다른 쪽은 비교적 여유롭게 사용하는 식의 활용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는 커피가 아닌 책이 역시 사람들의 심리적 계좌에서 식료품이나 생필품과는 구분되는 계좌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워터스톤스는 중저가 상품 위주의 제휴처에서 구입 가능한 기프트카드 금액을 달리하며 좀 더 과감한 전략을 쓰고 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 즉 기프트카드로 워터스톤스에서 책 등을 구입할 때는 £10(10파운드, 한화 약 1만5060원), £20, £50 단위로 충전이 가능하지만 ‘제휴 판매점 내 구입’은 £15 또는 £25 금액으로만 가능하다. 즉, 그 단위로만 충전하거나 카드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림 3) 최소 구입 가능 금액이 £5만큼 더 높은 £15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가게들에서는 단품의 소액 결제뿐만 아니라 일주일 치 장보기라든지 침구류와 인테리어 소품 구매라든지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또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구입해 최종 결제 금액이 꽤 나온다. 이렇게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의식주 중심의 소비를 하고 난 소비자가 계산대에서 워터스톤스의 기프트카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에는 아무런 지출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면서 아주 작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때 이미 몇십 파운드의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두고 있는 소비자라면 15파운드의 기프트카드 충전 금액은 추가하기에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기프트카드를 들고 서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가격 앵커 효과와 심적 회계 효과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마음의 동요다.



3. 넷플릭스와 소유효과, 손실회피 성향, 그리고 현상 유지 편향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은 소유효과에 관해서 만큼은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소유효과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혹은 공짜로 받은 것이라도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소유하기 이전보다 더 큰 가치를 두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Kahneman, Knetsch, & Thaler, 1990). 리처드 탈러 교수와 동료들은 물건에 대한 소유를 포기하는 것은 손실로 받아들여지며 사람들은 대체로 이익보다 손실을 크게 느끼고 따라서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또한 한 번 설정된 상태(이 경우에는 소유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관성과 같은 성향과도 연결돼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학자들에 의해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이름 붙여졌다(Samuelson & Zeckhauser, 1988).

사람들의 소유효과와 손실회피 성향, 현상 유지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도 주목할 만하다. 유튜브 이후 온라인 동영상 시청의 판도를 바꿔 놓으며 전 세계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의 거대 기업이 된 넷플릭스는 ‘30일 무료 이용’을 홍보 키워드로 내세우며 초기 가입자들을 많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일단 한 달 동안 서비스를 경험해 본 고객들은 대부분 무료 가입 기간이 끝난 후에 자동으로 결제되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고객 이탈률은 9% 정도로 여타의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고객 이탈율과 비슷하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손실보다는 이득이 더 큰 마케팅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상 유지 편향을 제일 잘 이용하는 곳은 역시 홈쇼핑이다. 홈쇼핑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험해보고 구매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안마의자 같은 고가의 제품부터 시작했는데 비데, 정수기 등 다른 렌털 제품들도 체험 행렬에 동참하더니 최근에는 침구류, 베개 같은 일반 소비재 제품들도 체험 후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돌려주라고 안내한다. 이는 소유효과와 이와 관련된 현상 유지 편향을 잘 활용하는 사례다.

소비자들의 현상 유지 편향을 활용하면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애초에 옵트-아웃(opt-out, 거부·불참)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옵트-인(opt-in, 수락·참여)으로 신청되도록 초기 상태를 설정해 놓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줄여준다는 편의성을 강조하며 실시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이익을 기본적으로 마련해두는 장치이기도 하다.

올해 5월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들에게 ‘국민연금 모바일 통지 서비스 사전 안내문’을 문자로 배포해 “국민연금법상의 공단 업무에 따른 안내문 등을 모바일 기기로 보다 편안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모바일 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렸다. 공단 측은 이를 위해 안내문 등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만약 종이 우편으로 받기를 원하시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등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덧붙였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종이 우편물의 사용 빈도가 극히 적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안내문이나 온라인 고지서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디지털화로 인해 종이 사용을 줄이게 되므로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한 번 설정된 옵션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옵션이 아니라 기업이 배정한 경우에라도 말이다. 국민연금공단 사례에서도 종이 우편물을 받기 위해 일부터 해당 링크에 접속해 본인 인증을 받고, 주소를 작성하는 등의 수고를 할 만한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온라인 유료 회원 시스템들은 이런 현상 유지 편향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결제 수단을 등록해 놓고 무료로 일정 기간 이용하다가 그 기간이 종료됐을 때에는 자동적으로 결제가 되도록 한다. 이 결제 수단이 카드일 경우 꽤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귀찮을 수 있지만 모바일과 연동돼 손쉬운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면 초기 정보 기입이 매우 쉬우므로 선뜻 진행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종료된 후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서 해지하고 무료 체험을 끝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필자 중 1명 역시 1년 무료 체험 혜택으로 음원 사이트에 몇 년 전 가입했는데 현상 유지 편향 때문에 아직도 한 달에 1만 원 이상의 금액을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소비자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생기는 ‘낙전수입(breakage income)’을 스스로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4. 부킹닷컴 사례로 보는 프레이밍 효과
같은 얘기라도 어떻게 꾸며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얘기하는 ‘조삼모사’ 우화도 바로 그런 얘기다. 행동경제학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조삼모사와 같은 현상을 정리한 바 있는데 이를 ‘프레이밍 효과’라 한다. 프레이밍 효과란 의사결정에서 몇 가지 옵션이 주어졌을 때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 것일지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 호텔 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booking.com)은 몇 년 전부터 프레이밍 효과를 이용한 간단한 ‘너지’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일정을 입력한 후, 몇 군데의 상세 페이지를 보고 있다 보면 “현재 ××명이 이 호텔을 확인 중입니다” “지난 10분 동안 ××명이 같은 일정으로 이곳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이틀간 ××명이 같은 일정으로 이곳을 예약했습니다”는 식의 실시간 메시지가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마음속으로 찜해둔 두 군데 호텔 중 한 곳에 객실이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10명이 접속 중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서둘러 예약을 해버리는 게 사람 심리다. 필자들도 그랬다. 이런 결정을 내려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프레이밍 효과를 경험한 것이다. 특정 날짜의 객실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고민하던 때에는 온라인 예약의 특성상 같은 일정의 객실을 예약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접속 중인 사람이 몇 명인지를 환기하게 되면서 이들을 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당신과 경쟁하는 ‘특정 몇 명의’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또한, 이미 같은 일정으로 예약한 고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결정을 신뢰하게 되는 현상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프레임에 반응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적 증거 프레임은 점차 온라인 광고에 넘치도록 활용되고 있다. 이베이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물건을 검색하는 순간 비슷한 사용자가 관심 있어 하는 제품들을 주변에 띄워준다. 물론 해당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판매량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제품 정렬 기준 중에서도 ‘낮은 가격순’ ‘높은 가격순’ ‘신제품순’과 함께 ‘판매인기순’이 꼭 포함돼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준다.

프레이밍 효과를 찾아내기 위한 실험 연구 사례가 한 가지 더 있다. 필자들이 대표와 연구진으로 있는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는 ‘서울시 아파트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운영 개선 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베란다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지 않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태양광 미니 발전소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무작위로 그룹을 나눠 [그림 4]와 같은 메시지를 각각 제시했다.

이 외에 응답자들에게 공통으로 제시된 설문 문항 중 하나는 향후에 자신의 아파트에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할 의향이 있는지를 9점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9=매우 그렇다)로 물은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는 자유롭게 작성하도록 했다. 여기서 ‘통제집단’으로 부를 수 있는 집단은 설문 조사의 공통 문항(설치 의향을 묻는)과 정보 이외에는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던 ‘그룹 4’가 해당된다. 우리 연구소의 가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프레임이 있을 때(그룹 1, 그룹 2, 그룹 3)가 그렇지 않을 때(그룹 4)보다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에 더 긍정적인 의향을 보일 것이다.

둘째, 프레임의 종류에 따른 그룹별로 설치 의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설을 세워놓고 다른 인구사회학적 변수들을 통제한 후 프레임 조건이라는 독립변수가 설치 의향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지를 몇 가지의 회귀분석 모형을 통해 검증했다.

첫 번째 가설 검증 결과, 미니 발전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를 선택한 응답자, 즉 ‘사전 지식’ 변수가 함께 작용하면 프레임이 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설치 의향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가설 검증 결과, ‘이득’(그룹 1) 프레임은 사전 지식수준이 높을 때, ‘손실’(그룹 2) 프레임은 연령이 높을 때 상호작용으로써 긍정적인 설치 의향이 나타났다. 그룹 1과 그룹 2가 제시받은 프레임은 사실 동등한 내용이지만 서로 다른 표현법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때 응답자들이 같은 내용일지라도 다르게 받아들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이 경우에는 다른 변수와 상호작용을 한 경우에 가능했지만) 밝혀낸 셈이다.



행동경제학 활용 마케팅을 위한 조언
1. 유의점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사례는 사람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행동경제학 이론 활용 마케팅 기법들이다. 시스템 1을 주축으로 하는 ‘무의식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여러 가지 편향과 휴리스틱은 대부분 영미권에서 연구돼 온 결과의 산물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국민 혹은 각 기업의 타깃 고객들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지는 검증한 뒤에 적용하는 게 좋다. 보통 이러한 연구는 무작위 대조연구라 일컫는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방법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 연구의 결과로 대상이 어떤 프레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야만 비로소 결과물로서 가치를 지닐 것이다.

둘째, 이러한 방법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기대효과 측정이다. RCT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 (소비자에게 어떠한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할지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이 기존 마케팅 방법과 비교해 효율성이 높아야만 한다. 만약 예상 효과가 유사하다고 하면 조직 내에서도 현상 유지 편향이 나타나 하던 방법 그대로 하자고 주장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러한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역량이 필수다. RCT로부터 나오는 데이터가 비정형 데이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수 있어야지만 제대로 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끝난 후에 나온 결과는 기존 담당자와 의사결정자가 생각했던 대상 고객에 대한 가설과는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가 수행한 가부장적 태도와 관련한 한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들이 자기 보고식 설문 조사에서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재적(암묵적) 연관 검사(Implicit Association Test, IAT)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미세하게 남성 지도자를 여성 지도자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됐다(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2019). 3

이는 설문 참여자에게 직접적으로 물어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암묵적 의미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요컨대,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마케팅에 대해 관심 있는 기업이나 정부가 ‘무의식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한 관념들이 겉으로는 종종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과 이를 엄밀한 조사 분석을 통해 검증해 반영해야 할 것이다.

2. 한국 기업들을 위한 행동경제학 마케팅 활용법
앞서 살펴봤듯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와 실행 사례들은 굉장히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만큼 행동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다. 기존 관행대로, 관성대로 하는 마케팅에 익숙한 탓이다. 결국 본격 도입해 광범위하게 적용할지, 말지는 각 기업의 선택이겠으나 필자들은 이 글에서 기업들이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기억했으면 한다. 바로 가격, 체험, 옵션이다.

첫째,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거나 할인을 할 때는 가격 앵커 효과나 가치이론을 기억하자. 반품매장 사례처럼 한 상품의 기준 가격을 상식 이하로 싸게 책정함으로써 나머지 상품도 싸게 느껴지게 해서 타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 4 라든지 마트에서 과일을 5개, 10개 등 1개가 아닌 묶음으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 등은 가격이나 기준에 닻내림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치 이론’에 따르면 10만 원에서 느끼는 가치와 20만 원에서 느끼는 가치의 합은 30만 원에 대한 가치보다 크다. 이를 고려하면 ‘20% 할인에 30% 할인을 더하다’라는 세일 전략이 ‘50% 통 큰 할인’보다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고객 품에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를 안기자. 소유효과에 따라 고객들은 한 번 품에 안으면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돼 체험 전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두게 된다. 최근 마케팅의 흐름은 고객 체험을 강조해 체험단을 모집한다거나 브랜드별 체험존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걸 당연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고객 체험에서 더 나아가 ‘고객 소유 마케팅’으로 나가면 분명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품에 따라서는 ‘환불 보장 제도’도 적극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환불을 하기보다는 ‘귀찮아서’라도 그냥 쓰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이 소유한 이후 회수, 지불 불이행 등에 따르는 비용 책정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앞서 본 것처럼 소유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은 많은 소비재 산업에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셋째, 옵션 설계를 잘하자.

기본 상품, 서비스에 따라, 어떠한 옵션을, 어떻게 추가 혹은 제거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크게 달라지면서 회사의 매출에 큰 영양을 끼치게 되는데 행동경제학은 ‘옵션을 어떻게 추가하느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옵션을 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마케팅은 주로 자동차 회사에서 해왔다. 자동차를 판매할 때 기본 모델의 가격을 제시하고 거기다가 후방 카메라, 선루프, 가죽 시트, 고급 오디오 등 옵션으로 점차 가격을 올려간다. (물론, 가격 앵커 효과로 인해 우리는 같은 차종 내 몇 가지 가격 모델 중 중간 정도를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풀옵션 모델을 제시하고 옵션을 제거할 때마다 가격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옵션 추가와 옵션 제거에 대해 행동경제학 관점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얘기를 할 수 있다. 우선 옵션 추가의 경우, 똑같은 소비자가 고가의 차량에서 50만 원의 옵션을 추가하는 것은 저가의 차량에서 50만 원의 옵션을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된다. 따라서 고객이 고가의 차량 기본 모델에서 옵션을 추가하는 것에 크게 주저하지 않는다.

옵션 제거의 경우, 이미 풀옵션 모델을 제시받은 고객은 거기서 옵션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에 매우 큰 손실을 감정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소유효과와 손실 회피 성향에 따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그냥 풀옵션을 사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제시하는 제품의 가격대, 경쟁사 제품군 상황 전반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기반한 것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무작위 대조군을 설정해 엄밀하게 진행하는 연구(RCT)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이사 jts@kberi.re.kr
정태성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000년부터 경영 전략,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해 왔다. 현재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인 에이치앤컨설팅과 행동경제학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행동경제학 연구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재무금융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어수진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 dr.fish@kberi.re.kr
어수진 선임 연구원은 고려대에서 역사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영국 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에서 응용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University of York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사회심리학자다. 실험을 통해 사회·문화 현상들을 밝혀내는 것에 큰 흥미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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