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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여, ‘덧셈의 세상’은 갔다

조한상 | 16호 (2008년 9월 Issue 1)
*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은 어디일까요? 건설교통부의 ‘2008년 표준지 공시 지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은 2006, 2007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파스쿠치 자리(이전 스타벅스 위치)가 차지했습니다. 평당 가격이 무려 2억 1000만원이라는 이곳은 스타벅스가 입점하기 전까지 가장 비싼 땅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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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광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인 패트릭 핸론은 2006년 ‘프라이멀 브랜딩(Primal Branding)’이라는 저서를 통해 스타벅스를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최고의 로열티 브랜드”라고 극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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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직장인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 발표 자료를 보면 스타벅스는 GE나 나이키, 애플, 코카콜라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7위에 올라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순위에는 2위에 랭크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스타벅스는 단순히 한 잔의 마실거리를 파는 식음료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가장 머물고 싶어 하고, 가장 일하고 싶어 하며,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순매출 90억 달러이상에 순익이 6억 달러를 넘는 커피 전문점 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이자 세계 100대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트렌드 리더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타벅스가 미래에도 계속 눈부신 찬사를 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스타벅스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를 시작으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뉴스들이 때를 맞춘 듯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우연에 불과할까요?

1)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23% 급등했지만, 스타벅스는 자사 쇼트 사이즈 커피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을 4달러에서 1달러로 무려 75%나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공하지 않은 무료 리필도 제공키로 발표했습니다. 

2)
지난 2월 스타벅스는 미국 내 7100개 전 매장의 문을 오후 5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일제히 닫고 커피를 어떻게 만들고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면적인 긴급 직원교육을 실시했습니다. 

3)
그동안 단 한 번도 TV 광고를 하지 않은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결국 TV 광고를 결정했습니다. 하워드 슐츠 창업자는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로 긴급 복귀한 뒤 7월에는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600개를 폐쇄하고, 내년 3월까지 1만 2000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
어느 덧 서울 시내 주요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4050대 중년층이 전체 고객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는 자녀 이야기, 세금 이야기가 쏟아지는 중년층의 사랑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발표대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맛있는 커피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차분히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1)
스타벅스가 긴급하게 매장 문을 닫고 재교육을 실시한 것은 고객만족 차원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가 발표한 대로 맥도날드 커피보다 더 맛이 떨어진 위기감 때문은 아닐까요?

2)
스타벅스 TV 광고가 처음으로 집행되는 것은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반영일 수 있지만, 광고 없이도 열렬하게 지지해 주던 로열티 고객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3)
중년층 고객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언뜻 보면 고객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중년 고객의 ‘숫자’가 아니라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젊은 고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요?

아울러 결국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줄까지 서 가며 스타벅스 커피를 찾지 않기 때문이며, 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체 매출 증가와는 상관없이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예전만 못한 스타벅스’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스타벅스를 사랑하던 고객들이 왜, 어떻게 변해 가고 있느냐와 우리의 미래 고객들은 어떤 스타일과 취향을 선호하게 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럼 이제 트렌드 리더들의 커피 취향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해 나타난 미래 고객 모습과 스타벅스 사례가 주는 교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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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한상

    - (현) KT경영연구소 미래사회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전주국제영화제 큐레이터
    - 스위스 바젤 한국미디어아트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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