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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공짜 서비스, 유료로 바꿀 수는 없을까

볼프강 울라가(Wolfgang Ulaga),스테판 미셸(Stefan Michel) |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당신의 회사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무상 서비스로 흘려보내고 있는가?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한 제조사는 80개가 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중 22개가 매출 창출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였다.
2. 회사는 이 가운데 14개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3. 이 회사가 현장 장비 진단 서비스를 유료화하자 한 국가에서는 시행 첫해에만 200만 유로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겨울 호에 실린 ‘Bill It, Kill It, or Keep It Free?’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 수익과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을 찾아 나선다. 이런 탐색은 때때로 기존에 몸담았던 사업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다 보면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릴 기회는 놓치기 쉽다. 물론 무료 모델을 고수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매우 값비싼 실수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무척 어렵다. 간단히 말해 관리자들은 더 이상 공짜로 퍼주지 않을 서비스를 결정한 다음 그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 필자들은 이를 무료의 유료화(free-to-fee), 또는 F2F 전환이라 부른다. 개별 서비스를 평가할 때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 서비스에 비용을 청구해야 할까(Bill it)? 그냥 없애야 할까(Kill it)? 아니면 계속 무료로 남겨둬야 할까(or Keep it Free)?

필자들은 그동안의 연구와 여러 산업에 속한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F2F 전환을 꾀하는 기업들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했다. 지난 8년간 다양한 제조사와 전문 서비스 기업을 연구했고 관리자 수백 명과 함께 워크숍도 진행했다. (‘연구내용’ 참고.) 그 결과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발견했다. 본 연구는 B2B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행됐지만 여기서 얻은 교훈은 무료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B2C 기업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F2F 기회를 모색하는 과정은 B2B 기업들에 더욱 험난한 게 사실이다. B2B 기업들의 경우 조직문화가 대개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서비스를 나중 문제로 남겨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무료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려고 하면 안 된다. 무료 서비스 전체를 중단하거나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유통사에 모조리 넘겨서도 안 된다. 관리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들을 나름의 논리로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제품과 이런 무상 서비스를 일부러 하나로 묶은 뒤 더 나은 가격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1



그러나 많은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유는 두려움이나 관성, 혹은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들이 컨설팅했던 한 인쇄기 제조사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회사는 매달 일정 금액을 받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것을 고려했다. 그래 봤자 몇백 달러에 불과한 요금이었다. 하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한 담당 임원은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계 한 대를 팔 때 발생하는 마진을 높여 그 비용을 메우려 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기계 가격이 올라가면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가 필요 없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비용을 물게 되고 이들과의 거래가 끊길 위험에 처한다는 점이다.

필자들이 제안하는 3단계 방법론은 기업의 이런 근시안적 행동을 막고 F2F로 가는 경로를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첫 번째 단계는 현재 회사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무료 제공을 중단할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마지막은 회사 내부의 영업사원이든 고객, 유통사든 변화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무마하는 일이다.


유료 모델로 변경하기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지 살펴본 임원들은 대개 얼마나 많은 잠재 수익이 새나가고 있는지 알고는 화들짝 놀라곤 한다. 필자들은 지게차를 제조하는 한 회사의 국가별 법인 관리자 12명과 이틀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회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80여 개의 서비스를 검토했다. 그리고 수익 창출 가능성이 상당히 큰 22개 서비스를 파악했다. 회사는 6개월에 걸쳐 그중 14개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가령, 기술자가 고객사를 방문할 때 현장에서 제공했던 장비 진단 서비스에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었기에 고객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시범 국가 중 한 곳에서는 80%의 고객이 이 같은 변화를 기꺼이 수용했고 첫해에만 200만 유로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장비 진단 작업은 흔히 볼 수 있는 무료 서비스지만 이 밖에도 고객에게 제공되는 무상 혜택은 아주 많다. (표 1) 기업들은 보통 무료 서비스를 합리화하는 근거를 갖고 있다. 고객의 호감을 얻어 사업을 더 오래 지속하거나 향후 제품 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등 다른 측면에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근거들 중에는 전략적 근거가 약한 것도 많았다.

흔히 듣는 얘기는 경쟁사가 비용을 청구하지 않아 우리도 그렇게 한다는 주장이다. 고객들이 비용을 지불하려 들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서비스는 자신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기는 유통업체들이 반기를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상 서비스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서비스를 공짜로 주면 제품의 가성비가 높아지고 고객들 사이에서 회사의 명성이 높아질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무상 서비스는 매우 요긴하게 보인다. 그러나 고객들이 공짜에 익숙해지면 어떤 서비스든 비용을 청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잠재적 수익원이 하나씩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실제 가치가 낮다는 오해를 사기도 쉽다.

무상 서비스는 공급 파트너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석유·가스 업계의 한 튜브 제조사는 고도의 재료 계산 서비스를 고객사에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동종 업계 유통사들은 같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고객사에 도움을 주려 시작한 일이었지만 다른 유통사들이 이 튜브 회사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느끼면서 갈등이 생겼다.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직원들도 고객과 마찬가지로 공짜 서비스에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짜로 해주는 건데 그렇게 신경 쓸 게 뭐람?” 식의 태도를 취하기 쉽다. 게다가 요금을 매기지 않으면 경쟁사보다 뛰어나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에 투자할 만한 재원이 부족해진다. 반대로 요금을 부과하면 적당히 좋은 서비스로는 충분치 않다고 느끼고 진짜 차별화를 위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렇듯 유료화는 직원들이 탁월한 서비스를 위해 매진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DBR mini box: 연구내용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무료의 유료화(F2F)라는 주제를 가지고 많은 기업과 협력해 왔다. 해당 기업들은 건축 자재부터 데이터 보안, 금융 서비스, 물류, 장비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해 있었다. 본 연구는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무상 서비스를 더 나은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2010년 시작됐으며 본 기사에서 설명한 로드맵 개발과 함께 종료됐다.

한 기업이 고객사에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보통 수십 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필자들은 해당 기업의 관리자에게 그런 무료 서비스들을 유료화 가능성에 따라 분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기업마다 처한 난관은 달랐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통찰은 계속 유지됐고 형식을 갖추게 됐다. 2016년 필자들은 이렇게 개발된 F2F 방법론을 참여 기업들과 공유했고, 이를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튜브 제조사의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고객들에게 무료 교육을 해 주고 있었는데 많은 직원은 이를 시간만 잡아먹는 골칫거리로 여겼다. 교육 담당자들은 이미 빡빡한 업무 일정 속에서 강의 내용을 준비하고 교육을 진행하느라 고군분투했다. 당연히 교육 프로그램들은 질이 떨어졌고 회사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의 만족도도 낮았다. 그렇게 악순환이 시작됐다. 담당자들은 교육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았고 고객들은 질 낮은 수업에서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없던 직원들의 열정마저 고갈됐다.



이보다 훨씬 더 나은 대안은 고객들의 니즈와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고려해서 상황이 부합할 때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선순환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참하는 환경이 마련된다. 문제의 튜브 제조사는 무료 교육이 사실상 프로그램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객의 요구 사항들을 정확히 반영하는 유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개선된 교육 프로그램은 고객사 직원들을 위한 자격증 수료 과정으로 발전했고 교육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그림 1, 그림 2)



1. 현황 조사: 현재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가? F2F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첫 단계는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모든 무료 서비스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 외에 회사가 큰 고민 없이 도입했던 무상 서비스들의 숫자를 그대로 인식하게 된다. 포괄적인 서비스 목록을 작성하면 사업 부문이나 영역을 아울러 모범 사례에 속하는 서비스들을 파악하고 일관성 없는 것들은 추출할 수 있다.

모든 무료 서비스가 유료 전환에 적합하지는 않다. 서비스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 어떤 서비스가 유료화에 적합한지 구분할 수 있다. 모든 무료 서비스는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익 소모형’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도 선사하지 않으므로 없애야 할 서비스다. ‘유통사 유리형’은 고객은 가치를 느끼지만 유통사 같은 제3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경쟁 무기형’은 전략적 차별화를 위해 기꺼이 무료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다. 마지막으로 ‘황금알형’은 회사가 직접 제공할 가치가 있으면서 고객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말한다.

2. 계획 수립: 수익 창출이 가능한 황금알 서비스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황금알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쉽게 발견할 수 없다. 황금알을 발굴하려면 탐사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익이 나오기 전까지 알을 가공해야 한다. 서비스 구조나 가치 전달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황금알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하고, 회사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가치를 명문화하고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거나 분석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다.

유료화 서비스를 경쟁사 서비스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필자들이 컨설팅한 기업 중에는 산업용 소모품 공급사가 있었다. 그 회사는 재고 관리 서비스를 고객사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이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모든 공급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기본적인 재고 관리 서비스는 앞으로도 모든 고객사에 무료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판단한 공급업체는 고객들이 가치를 느낄 만한 추가 기능들을 유료 서비스 옵션으로 개발하기로 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프리미엄 재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료 옵션 중 최상급 서비스에는 실시간 온라인 액세스, 소모품 사용 현황 보고서, 모범사례 벤치마크 분석, 고객사 직원 개인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개인별 알람 기능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은 기본 서비스를 계속 이용했지만 최상급 서비스를 원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대다수 기업은 중급 서비스를 채택하고 중간대 가격을 지불했다. 결국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공급업체는 기본 기능만 남긴 무료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유료 서비스로 추가 매출을 거둬들여 전반적인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회사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3. 변화 주도: 이런 변화를 누가 이끌 것인가? 세 번째 단계는 실행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탁월한 가격 책정을 위해서는 훈련도 요구된다. 서비스 가격을 정하는 것과 제품 가격을 정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2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수용하지 않을 때 문제는 악화된다.

필자들은 B2B 기업들과 수년간 함께하면서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고객보다 조직 내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고객의 저항도 해결해야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 제조사의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직원들이 그런 싸움에 무작정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 에너지의 반이라도 새로운 가격 모델이 필요한 서비스들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이미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서비스 유료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저항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우리 회사는 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왔습니다. 고객들이 변화를 원치 않을 겁니다.”
● “경쟁사들은 기술 도면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습니다.”
●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면 유통사들이 저희에게 등을 돌릴 겁니다.”
● “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저희도 모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에 저항한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왜 직원들은 이렇게 자주 변명을 늘어놓는 걸까? 한 가지 이유는 관리자가 직원들이 서비스 매출을 책임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서비스는 제품 판매보다 챙겨야 할 일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들은 서비스로 인해 사업 집중력이 분산된다고 여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존 고객들을 계속 유지하려는 영업사원들 입장에서는 무상 서비스가 거래 체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F2F 전환의 기회를 가장 쉽게 접하는 현장 기술자들도 그에 대한 잠재적 혜택들을 제대로 모르고 서비스에 합당한 인센티브도 받아본 적이 없으므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그 결과 F2F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종종 ‘형식적 도입’에 그치고 만다. 다들 그 개념에는 동조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다.

영업 담당자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면 관리자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F2F를 형식적으로만 채택하지 않으려면 먼저 영업사원의 저항부터 해결해야 한다. F2F 계획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영업사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실패로 끝날 것이다.

영업사원들이 서비스 유료화를 반대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이미 꽤 높게 책정돼 있으며 고객들도 비슷한 의견일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보면 업계를 막론하고 영업사원들은 제품 가격을 전반적으로 과대평가한다. 즉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실제보다 더 비싸게 인식하는 것이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이제껏 공짜로 받아왔던 서비스가 유료화될 때 아무리 합당한 가격이라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인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일부 영업사원들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전략이 잘못된 게 아니라 제품 가격이 문제였다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관리자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고객들의 가치 인식과 경쟁사들의 서비스 현황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면 판매 계약 체결이 예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특히 유료화 초기에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판매 협상기간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면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영업 담당자들별로 판매량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너스와 수수료도 작아질 수 있다. 관리자들은 이런 자연스런 염려들을 해결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교육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또한 F2F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들을 강조해서 목표 달성에 대한 동기를 북돋아주는 전도사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은 서비스 제공, 고객들의 장기적 만족도 제고, 수익성 개선 등이 그 예다. 전반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대로 알리면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가 일단 유료화되면 고객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고객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영업사원들도 있다. 필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어떤 변화가 생길 때마다 고객과의 껄끄러운 상황은 어김없이 발생한다. 이때 고객과 어떻게 대화하는지에 따라 계약의 성패가 좌우된다. 영업사원들끼리 현실적인 협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역할극 형태로 연습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면 이런 대화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업사원들끼리 모범사례를 교환하거나 변화 초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영업사원들을 축하해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들이 참여했던 한 회사의 영업 담당들은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영업사원들을 새로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로 입사한 인력 중에는 서비스에 적정 비용을 청구하는 데 익숙한 컨설팅 직원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공급망 파트너와의 관계 관리. F2F 전환은 파트너 관계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유통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면 기업들은 변화를 추진할 때 관련 내용과 이해관계자들이 얻는 혜택을 신중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유럽의 한 제조사는 매출 정체 속에서 고객들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회를 발견했다. 부품들을 부분 조립하는 것부터 조립품을 건설 현장에 직접 배달해주는 것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문제는 유통업체들이 그중 많은 서비스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계획을 알게 된 유통업체들은 분노했고, 해당 제조사가 자신들의 사업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회사 대신 다른 경쟁사들과 사업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F2F 전환이 미칠 영향을 꼼꼼히 살피면 채널 파트너와의 관계를 오히려 강화할 수도 있다. 글로벌 물류 회사들에 상품을 공급하는 한 회사는 중간 공급업체들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 중 고객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서비스로 해외 컨설팅의 기회를 포착했다. 이 회사의 해외 고객들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길 원했다. 하지만 한 국가에서만 사업을 하는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일관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는 컨설팅 서비스의 필요성을 유통업체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변화가 시작되자 유통업체들은 그 지역에서 유료로 판매해 오던 서비스를 일부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났다. 게다가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고객 대신 공급업체에 청구했다.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는 변화가 유통업체와 공급업체의 공동 승리로 끝난 사례다.


지속적인 F2F 여정 관리하기
F2F 방법론은 기업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만 일단 적용한 후에는 관련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 변화는 보통 비용 및 가격 데이터, 공헌 이익, 시장점유율 같은 구체적인 숫자들과 함께 시작된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젝트가 진척되면 조직문화 변화의 필요성도 부각될 것이다. 가격 정책에 대한 확신, 긴박감 조성,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 등 소프트한 문화적 요인들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관리자들과 직원들에게 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변화를 이행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간과하는 기업들은 고객에게 ‘공짜 점심’을 끊임없이 사 주면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경쟁에서 금방 뒤처지게 될 것이다. 11224.png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볼프강 울라가(Wolfgang Ulaga)는 프랑스 퐁텐블로(Fontainebleau)에 있는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겸임 교수로 『Service Strategy in Action(2017)』과 『Monetizing Data(2018)』의 저자다. 스테판 미셸(Stefan Michel)은 스위스 로잔(Lausanne)에 있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최고경영자 과정의 학장이자 마케팅 및 서비스 관리 교수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michelstef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204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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