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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캐리소프트의 IP 비즈니스 전략

깨방정 떠는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300만 꼬마들 동심 사로잡은 ‘캐통령’

장재웅,이승윤 | 247호 (2018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유튜브의 인기와 더불어 유튜브 기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장난감 언박싱(포장을 푸는 것) 동영상으로 키즈 콘텐츠 분야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캐리소프트의 성공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캐리소프트는 2014년 말에 세워진 스타트업으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동영상으로 ‘캐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창립 4년 만에 30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모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캐리소프트는 캐리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뮤지컬, 모바일 게임, 키즈카페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수익 다변화에 성공했고 중국, 러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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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어린이 콘텐츠는 있었다. 1980년대 아이들의 친구는 MBC ‘뽀뽀뽀’와 KBS ‘TV유치원’이었다. 90년대 말에는 영국산 유아 콘텐츠 ‘꼬꼬마 텔레토비’가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뽀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가 큰 사랑을 받으며 어린이 콘텐츠 시장을 평정했다. 아이들은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이 되면 TV 앞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더 이상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정확히는 부모가 허락하는 시간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골라본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기기를 통해 만화영화나 어린이용 콘텐츠를 보면서 자랐고 유튜브 방송을 보며 친구를 사귀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이들은 말은 잘 못해도 스마트폰으로 콘텐츠에 ‘좋아요’나 ‘싫어요’로 의사 표시를 할 줄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미디어 시청에 있어서 독특한 성향을 보인다. 이 세대는 본인이 흥미가 없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콘텐츠는 보지 않는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냉정하게 취사선택을 한다는 뜻. 이 세대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는 TV가 아닌 스마트폰이고, 이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이 아닌 ‘유튜브’다. 이들이 유튜브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나’를 위한 영상을 끊임없이 업로드해주기 때문. 이들은 또 더 이상 ‘시청자’에만 머물기를 거부하고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직접 해당 영상을 찾아서 채널을 구독하고, 구독한 채널의 새로운 영상을 알람을 받아 시청한다. ‘좋아요’ 버튼과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캐리소프트는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발 빠르게 이들을 공략해 국내 어린이 콘텐츠 시장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업체다. 캐리소프트의 인기 콘텐츠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진행자 캐리 언니가 진행하는 장난감 언박싱(개봉) 동영상이다. 영상은 시중에 판매되는 장난감을 개봉해 그것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른의 눈으로는 그다지 재미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 영상에 열광했다. 캐리 언니의 뛰어난 진행 실력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등장한 덕분에 지난 2014년 첫 방송 이후 폭발적으로 유튜브 구독자 수가 늘었다. 현재 캐리소프트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만 18개, 구독자 수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만 170만 명이 넘고, 다른 채널까지 다 합치면 300만 명에 육박한다. 중국에선 1년도 채 안 돼 유쿠,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등 중국 3대 플랫폼에서 460만 구독자를 확보했고 조회 수는 28억 뷰를 넘겼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로 캐리소프트는 캐릭터들의 인기를 발판 삼아 키즈카페, 프로그램 제작사 등 여러 개 자회사를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유튜브 동영상을 발판으로 뮤지컬, 모바일 게임, 완구 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고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리소프트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유튜브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촉’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끌었다. 초기 짧은 텍스트 중심의 트위터(Twiter)부터 시작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소셜미디어 이용 트렌드는 확연히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나이가 어린 세대일수록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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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이 지난 1월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의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순 이용자 수는 2334만 명으로 네이버 앱 이용자 수 2159만 명보다 많다. 이는 카카오톡 순 이용자 수(2930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쓰고 있는 셈이다. 월평균 이용시간은 유튜브가 1위였다.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하루 평균 30분꼴인 월 822분을 사용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시간 797분은 물론 네이버 앱 (654분)도 제쳤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조사와 비교하면 카카오톡과 네이버앱 이용시간은 1년 새 50분가량 줄어든 반면 유튜브 이용시간은 581분에서 822분으로 껑충 뛰었다.

유튜브의 약진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인터넷 및 모바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른바 Z세대의 사용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단연 높다는 점이다. 인터넷 미디어 리서치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앱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10∼20대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13∼24세는 유튜브 이용이 86%로, 다른 세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25∼39세는 76%, 40∼59세는 66%, 60대 이상은 57%였다. 동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유튜브 세대들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성장하면서 유튜브는 그들을 가장 잘 대변하는 소셜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TV 등 이른바 MCN(Multi Channel Network) 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캐리소프트는 이 같은 유튜브의 성장 가능성을 빨리 파악해 시장을 선점한 케이스다. 캐리소프트를 창업한 박창신 대표는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주로 뉴미디어와 IT 분야 취재를 담당했다.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대해 남들보다 먼저 눈을 뜨게 됐다.

박 대표는 “기자 생활 말년에 본사 경영기획실을 거쳐 계열사 대표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뉴미디어에 눈을 뜨게 됐다”며 “유튜브 생태계가 막 조성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유튜브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대표가 유튜브를 눈여겨본 이유는 유튜브가 가진 개방성 때문이다. 유튜브는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올릴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유명인이 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것. 실제 이런 개방성은 초기에 많은 UCC 제작자를 유튜브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고 유튜브를 동영상 콘텐츠의 보고로 만들어줬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튜브 특유의 수익 배분 구조다. 과거 국내에서 UCC 열풍이 불면서 개인 창작자들이 다수 탄생했지만 유튜브 전까지는 동영상 자체로 돈을 벌 방법이 없었다. 유튜브는 이 같은 점을 노려 초기부터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들었다. 유튜브를 활용해서 동영상을 업로드 할 경우 조회 수에 따른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수익이 100달러가 넘으면 현금화도 가능하다. 이 수익 배분 구조가 많은 크리에이터를 유튜브로 불러 모았고 캐리소프트 같은 스타트업들 역시 유튜브의 가능성에 주목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유튜브가 스타트업도 도전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고 젊은 세대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미래가 밝다는 점에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포맷을 찾아내다

유튜브를 통해 유통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큰 목표는 있었지만 창업을 고민할 당시에는 어떤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다만 유튜브에 저연령층 이용자가 많다는 것에 집중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키즈 콘텐츠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수개월간 유튜브 인기 콘텐츠를 연구하면서 시장성이 있고 스타트업이 하기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즈 콘텐츠도 종류가 다양했다. 쉽사리 무엇을 할지 정하기 어려웠다. 초기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인형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도 고민해봤지만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박 대표는 유튜브에 최적화되면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까를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가 태동한 미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며 연구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이때 몇 달 동안 미국 유튜브 랭킹 1위부터 500위까지를 다 뒤지고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며 “특히 키즈 분야나 가족 중심 콘텐츠는 거의 안 본 게 없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박 대표는 유튜브 내 키즈 콘텐츠들이 어떤 포맷을 갖고 있고, 영상 길이는 어떻게 되고, 업로드 빈도는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이었다. 언박싱 동영상은 말 그대로 장난감의 박스를 뜯고 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영상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하면 유튜브에 언박싱 동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것과 비슷하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장난감을 소개하고 가지고 노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미국 유튜브에서 ‘펀토이즈콜렉터’나 ‘에반튜브(Evantube)’라는 채널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얻은 장르다. 당시 국내에는 이 같은 동영상을 시도한 업체가 없었다. 그래서 캐리소프트는 초기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 제작에 집중했다.
DBR mini box I
캐리소프트 캐릭터 설명

캐리(장난감 친구, Car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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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는 세상에서 장난감을 가장 좋아하는 5살 당찬 꼬마 숙녀. 예쁘장한 외모와 다르게 엉뚱 발랄한 면도 있고 승부욕도 강한 왈가닥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항상 새로운 장난감을 가장 먼저 만나본다.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장난감과 노는 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말재주 덕분에 캐리네 가게는 언제나 인기다!

캐리에게는 비밀 친구가 있다. 바로 까만 색깔 때문에 아이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작은 강아지 인형이다. 이를 가엽게 여긴 캐리는 인형에게 ‘콜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평생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밤, 캐리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했는지 신비한 마법이 일어나 콜라는 말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게 됐다! 둘은 우정의 증표로 캐리는 분홍 머리띠를, 콜라는 리본 목걸이를 항상 하고 다니기로 약속했다.

캐빈(허당 꼬마, K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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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은 동그란 바퀴를 제일 좋아하는 5살 허당 꼬마다. 바퀴가 달린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데 하나둘씩 모은 자동차 장난감들은 캐빈의 소중한 보물 1호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도 동그란 공으로 신나게 뛰어노는 축구다. 덕분에 캐빈의 무릎은 성할 날이 없다.

캐빈은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푸근한 부모님, 무시무시한 형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항상 형들에게 치이며 지내다 보니 억지로 양보해야 하는 게 일상이지만 친화력 하나는 최고다. 캐빈은 매일 밤마다 몰래 만화 속 히어로의 명장면을 복습하며 형들을 이길 만한 필살기를 연마하려 노력 중이다.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영광의 상처라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엘리(이야기 친구, 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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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는 세상에서 독서를 가장 좋아하는 도도한 친구다. 동화책 작가인 아버지의 감성과 수학 선생님 엄마의 지성을 골고루 물려받아 캐리, 캐빈 3총사 중 똑순이 역할을 맡고 있다.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엘리는 평소에 책을 들고 다니며 독서를 즐겨 한다. 온갖 재미난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게 너무 즐겁나 보다.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3총사 중 가장 당돌하고 정의감이 불타는 친구다. 친구와의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해서 가장 친한 캐리와 캐빈을 열심히 챙기고 도와준다.


타미(욕심이 많은, 탐내는, T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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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학 온 만능 스포츠 소녀 타미. 반에서 축구도 1등, 오래 매달리기도 1등!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건 달리기다. 직설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타미는 1등이 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다. 축구 할 땐 패스 없이 무조건 골대로 직진 본능! 바통 달리기를 하다 친구가 넘어져 지게 되면 그 친구에게 마구 화풀이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타미와 잘 어울리던 친구들도 점차 멀리하게 되고, 타미는 내가 친구들을 따돌리는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사실은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캐빈만큼은 타미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같이 축구도 하자고 해보고 초콜릿도 줘 보지만 타미는 무시한다. 하지만 이내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즐겁게 노는 캐빈을 보며 타미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나 혼자 1등보다 모두가 즐겁게 노는 법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정말 유니크한 친구,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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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4차원, 독특하다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자칭 패셔니스타. 본인은 그렇게 자부하지만 유니의 옷 스타일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유니는 뭐든지 섞고, 휘젓고, 주무르고 바꾼다. 그 어느 것도 받은 대로 가지고 노는 법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콜릿 세 조각에 식초 한 방울, 참기름 두 스푼 넣은 비빔밥, 색깔은 딸기 맛 치약에 콜라를 섞은 색을 좋아한다.

예쁜 인형도 힘이 세지고 싶을 때도 있다며 유치원 안에 있는 모든 마론 인형에 로봇 팔이나 다리를 조립해 놓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친구들의 원성을 사기 일쑤지만 캐리 마을에서 가장 창의적인 친구다.

이든(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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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안경을 낀 고민 많고 진지한 아이 이든. 몸은 왜소하지만 IQ만은 캐리네 동네에서 가장 높고 손재주가 좋아서 각종 모형과 블록 쌓기 천재다. 무언가에 몰두하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집중력 대마왕이며 집중하게 되면 이든만의 장벽이 만들어져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게 된다.

이든의 방에는 각종 조립형 로봇, 로켓, 비행기 등 형형색색의 블록들과 관찰 일지로 가득하다. 멋진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은 이든의 다양한 로봇 스케치는 자랑거리이자 보물 1호다. 얼핏 보면 지저분한 과학자의 방에 들어온 것 같지만 본인의 외모보다는 만드는 모형의 모습이 더 중요해서 항상 까치집 머리를 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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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만으로 1년 만에 10만 구독자 모은 콘텐츠의 힘

창업을 준비할 당시 박 대표는 TCN미디어라는 조선일보 자회사의 대표로 일했다. 공동 창업자인 아내 권원숙 대표는 관광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인하고 2014년 10월 회사를 세우고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수입이 전혀 없어 부부가 회사를 계속 다니며 월급을 받아서 그 월급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박 대표는 “초기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회사를 세웠는데 방송 장비 사고, 사무실 빌리고 하니 3∼4일 만에 자본금이 다 사라졌다”며 “결국 내 월급, 아내 월급, 아파트 담보 대출 등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캐리소프트 창업 당시 직원 수는 4명이었다. 첫 동영상은 크리에이터 ‘캐리(캐리는 박 대표 딸의 영어 이름)’가 장난감을 소개하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Carrie and Toys)’이었다. 초기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손만 나와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식이었다. 그 당시 가장 유행하는 장난감을 많이 출연시켰다. 또봇, 로보카 폴리, 뽀로로와 친구들 같은 장난감이 자주 등장했다. 초창기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캐리는 특별한 대사 없이 얼굴도 나오지 않고 조용히 손으로 장난감을 조립하고 분해하고 합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당시를 박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양식을 탐구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미국 어린이용 언박싱 동영상들을 보면서 캐리소프트만의 포맷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봤다. 동영상 길이는 얼마가 적당한지, 캐리의 목소리 높낮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편집이나 카메라 구도 등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등을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연구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박 대표는 어린이 시청자들의 특징 몇 가지를 깨닫는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동영상이라면 여러 번 반복 시청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번 인기를 얻은 콘텐츠는 꾸준히 조회 수가 늘어난다. 특히 어린이들은 매회 내용은 달라지더라도 주요 대사나 등장인물의 머리나 옷차림이 동일한 것을 선호한다.

박 대표는 “어른들은 같은 것을 세 번, 네 번 보면 지겨워 하지만 아이들은 같은 동영상을 10번 넘게 봐도 볼 때마다 즐거워한다”며 “검색 기능이 강한 유튜브의 특성과 반복 시청을 많이 하는 키즈 콘텐츠의 특성이 잘 맞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동영상 길이가 길어지면 쉽게 싫증을 냈다. 지루하기 때문이다. 또, 키즈 콘텐츠는 생각보다 언어 장벽이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6개월을 버티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회사는 지속적으로 돈을 까먹었다. 처음 3개월 동안 올린 수익은 17만 원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창업 초기 멤버들을 독려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그러면서도 창업 초기 1일 1동영상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것도 매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일정한 시간에 동영상을 올렸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쉬는 시간에 캐리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문제는 제작비. 특히 1일 1 동영상을 만들려면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소개해야 했고 그러려면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구입해야 했다. 방송 장비,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이미 돈이 없어진 캐리소프트에는 이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리소프트는 한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바로 ‘무광고·무협찬’ 원칙이다.

박 대표는 “초기에 돈이 없다 보니 장난감 업체에 손을 내민다거나, 협찬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우리가 이런 홍보 영상을 만들어 줄 테니 광고비를 달라고 하거나 하는 등의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캐리소프트는 처음부터 캐릭터 IP(지적재산권)를 만들고 이를 브랜드화하려고 기획한 작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캐리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였다. 영업 활동으로 자칫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손상될까 우려했다. 초반에는 이 점보다도 직원들, 특히 캐리소프트의 가능성을 믿고 합류한 PD들의 사기 때문에라도 광고 협찬을 받지 않았다. 사실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 시장은 불합리의 극치다. 캐리소프트에 합류한 PD들도 대부분 외주 제작사에서 일하며 부당한 대우로 설움도 받고, 심지어 임금 체불을 당한 적도 있는 친구들이었다. 이런 친구들에게 ‘캐리’라는 브랜드의 가능성을 설명하며 회사에 합류시켰는데 광고나 협찬 영상을 만들라고 하면 PD들의 사기와 자존감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돈도 많이 못 주던 초기에 PD들의 자존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박 대표와 권 대표는 캐리소프트 초창기에는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작업을 지속했다. 벌어들이는 돈은 없이 계속 비용만 발생하는 기간이 6개월 정도 지속됐다. 이때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구독자 수를 늘릴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박 대표는 1년 안에 1만 구독자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빠르게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으며 6개월 10일 만에 1만 구독자를 달성한다. 이때부터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을 구독하는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루에 5명, 10명씩 늘던 구독자가 이때부터는 몇십 명 몇백 명 단위로 늘었다. 1만 구독자가 10만 구독자가 되는 데는 30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10만이 20만이 되는 데는 불과 60일 걸렸다.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투자 제의가 들어왔고 IR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닦을 수 있었다.

이후 탄력을 받은 캐리소프트는 초기 장난감 영상을 넘어 이야기(캐리앤북스), 동요(캐리앤송), 놀이(캐리앤플레이), 체험(엘리가 간다) 등으로 콘텐츠의 장르와 포맷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다양한 세부 채널들로 나뉘었고 이름도 캐리TV로 바뀌었다. 현재 유튜브에만 캐리 관련 채널이 18개에 달하고 구독자 수를 다 합치면 300만 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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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대신 캐릭터 비즈니스, 캐리소프트의 뚝심

2015년 5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손만 등장하던 기존 동영상 포맷에서 캐리 언니(캐리 역할 연기자 - 당시 강혜진 씨)가 직접 등장하는 포맷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시도가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인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캐리 언니가 등장해 ‘깨방정’을 떨며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소개하고 가지고 노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 포맷이 자리를 잡으면서 캐리소프트의 구독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즈음부터 동영상에 댓글들도 많이 달렸다. 그리고 다양한 어린이 대상 행사에서 캐리 언니를 찾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고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논의는 구독자 수 10만 명을 넘긴 2015년 9월쯤 시작됐고 투자가 이뤄진 것은 2015년 12월이다. 당시 NHN엔터테인먼트에서 18억 원, DSC 인베스트먼트에서 2억 원을 투자해 총 20억 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이 돈은 오롯이 인건비, 스튜디오 장비 구입비 등에 재투자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캐릭터의 브랜드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캐리소프트 창업자들은 애초부터 캐리소프트를 디즈니와 같은 캐릭터 IP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난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부터 자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기에 연기자가 캐리로 분장해 동영상에 등장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어린이 시청자들을 만난 것도 사실은 스타트업으로서 만들 수 있는 동영상이 딱 그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2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게 되면서 박 대표는 초기 구상했던 캐리라는 캐릭터의 브랜딩을 시작한다.

2015년 11월 사내에 기획실을 구성해 캐릭터 사업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캐릭터 디자이너를 채용해 캐리의 3D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도 시작했다. 메인 캐릭터인 캐리 외에 엘리와 캐빈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그리고 각 3D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혔다.

박 대표는 “캐릭터 비즈니스의 핵심은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며 “캐리를 필두로 엘리, 캐빈 등 캐리소프트의 모든 캐릭터는 동양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캐리소프트의 캐릭터들은 정교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꼬마 캐리와 캐빈, 엘리가 사는 캐리타운은 친구와 가족, 사회 구성원이 어우러져 사는 하나의 세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양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안나의 경우 스토리에 이들의 부모나 가족에 대한 내용이 없다. 판타지적인 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리소프트가 만드는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다 부모가 있고 캐릭터마다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어, 캐리는 장난감 가게 외동딸이고 멜빵바지를 즐겨 입는 왈가닥이다. 엄마는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고, 아빠는 전업주부다. 대형마트 집 아들 캐빈은 한쪽 무릎에 반창고를 달고 다닌다. 다소 덤벙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다. 수학 선생님인 엄마와 동화작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는 얌전해 보이지만 셋 중 제일 정의감에 찬 당찬 캐릭터다. 어린이들은 이들 캐릭터가 살아가는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의 중요성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등을 깨달을 수 있다.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욕심 ‘Fun & Healthy’

캐리소프트는 2016년부터 ‘캐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는다. 채널도 기존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넘어 놀이 채널 ‘캐리 앤 플레이’, 동화 및 스토리텔링 채널 ‘캐리 앤 북스’, 동요와 율동으로 이뤄진 ‘캐리 앤 송’, 체험 프로그램 ‘엘리가 간다’ 등으로 다양화된다. 이렇게 짧은 순간에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캐리소프트의 콘텐츠가 가진 힘 덕분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만드는 기본 원칙을 박 대표는 ‘Fun & Healthy’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회적으로 나쁜 콘텐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원칙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에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 단순히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콘텐츠에는 캐리소프트의 철학인 ‘fun & healthy’가 투영돼 있다. 재미는 당연히 있되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캐리소프트의 콘텐츠는 가족 중심적이면서 교훈적이다. 각 캐릭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살짜리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 캐릭터는 뭐든 잘하는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다. 어딘가 조금은 부족하고 덤벙대지만 사랑스러운 딱 5살짜리 아이 같은 모습이다. 캐리 앤 송에 나오는 동요 ‘부기우기 놀기먹기’의 가사 ‘덧셈뺄셈 못 해도 감기 걸리지 않고 몸은 튼튼하잖아’처럼 완벽해 보이진 않아도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캐릭터 IP를 활용한 OSMU1 전략

아무리 원칙을 지키는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도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은 영속하기 어렵다.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며 성장세에 가속이 붙은 캐리소프트에도 수익 모델 다변화는 시급한 이슈였다.

대다수의 유튜브 중심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해온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캐리소프트 역시 창업 초기 수익은 유튜브 광고 수익뿐이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편당 제작비도 나오지 않았다.

캐리소프트는 이 위기를 캐릭터의 힘으로 풀어낸다. 먼저, 캐리소프트는 장난감 유통과 판매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구로완구를 만들고 장난감과 캐릭터 인형 등 제품 제작 및 유통에 나섰다.

또 2015년 12월부터 VOD 시장에 진출해 수익 모델 다변화에 성공했다. 유료 방송사업자 중에서 SK브로드밴드와 가장 먼저 손잡고 유료 VOD 상품을 출시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을 돈 내고 TV에서 보려는 수요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같은 작은 화면이 아닌 큰 화면에서 동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었다. SK브로드밴드에서 유료 키즈 콘텐츠 수익모델에 성공한 후 KT와 LG유플러스, 케이블TV VOD에도 들어갔다. 2017년 9월에는 KT의 올레TV에 실시간 TV 채널인 ‘캐리TV(143번)’를 개국하기도 했다.

캐리소프트는 공연사업에서도 가능성을 봤다. 2016년 4월 뮤지컬 ‘패밀리쇼!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공연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뮤지컬 ‘패밀리쇼!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시즌1’은 서울, 인천, 광주, 부산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148차례 진행돼 총 15만 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진행된 시즌2 역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4월부터는 뮤지컬 ‘미운오리_너는 특별해’의 공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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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라이선스 사업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시작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은 2018년 3월 현재 약 440여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종류도 완구 및 문구류부터 식음료, 의류,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키즈카페도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최근 여의도 IFC몰에 3호점을 열었다. 1호점은 인천 청라, 2호점은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 있다. 캐리소프트만의 프로그램이 체화된 키즈카페는 쿠킹클래스, 뮤지컬, 음악가 체험, 발레 등 전담 교사가 운영하는 강좌를 통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캐리해피하우스라는 모바일 게임도 출시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초기 매출에 대부분을 차지했던 영상 콘텐츠 유통을 통한 직접 수익 비율이 지난해에 40%로 떨어지고 다른 수익 모델들이 많이 생겼다”며 “신규 사업들이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은 지난해(63억 원)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중심 해외 진출 전략

국내 시장에서 키즈 콘텐츠 분야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캐리소프트는 지난해 5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며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캐리소프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 하지만 그보다는 캐리소프트의 콘텐츠들이 갖고 있는 동양적 세계관을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캐리소프트가 중국 진출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 당시는 ‘사드(Thadd)’ 관련 이슈가 촉발되면서 한중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돼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시기이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로 비즈니스 길이 막혀 난감하던 차에 우연히 기회가 왔다. 중국판 유튜브 ‘유쿠’의 콘텐츠 수급 담당자가 한국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 이 세미나에 박 대표 역시 연사로 초대를 받았다. 발표를 위해 세미나를 찾았다 우연히 유쿠의 콘텐츠 수급 담당자를 만난 박 대표는 혼신의 힘을 다한 PT로 담당자를 설득했고 캐리소프트는 2016년 8월 유쿠와 계약을 맺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대표는 “캐리소프트의 성공 요인을 발표하러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유쿠 담당자가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담당자만을 위한 PT를 했다”며 “세미나가 끝나고 명함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리소프트의 우수성을 설명한 것이 먹혀 어렵지 않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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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쿠에 캐리 채널이 생기니 중국에서도 반응이 왔다. 5개월 후인 2017년 1월에는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와 계약을 맺고 중국어 캐리 채널을 개설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중국 텐센트와 협의해 ‘텐센트 비디오’에도 채널이 생겼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위 세 플랫폼을 통해 중국어로 캐리TV를 보는 구독자가 460만 명에 달한다. 누적 조회 수도 28억 뷰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비즈니스는 캐리소프트 중국 법인이 100% 관리한다는 점. 중국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중국 스튜디오에서 중국인 출연자가 나와 중국말로 제작된다. 또 중국 법인의 법인장과 직원 모두 중국 사람이다. 한국에서 중국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규제도 많고 중국 시장 특수성이 너무 커 어렵다는 점을 일찍 깨달은 박 대표가 과감히 중국에 회사를 세워 중국 비즈니스를 맡긴 것이다.

박 대표는 “중국에서는 관시(关系)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에 네트워크가 있는 현지인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그 인기를 캐릭터 가치로 전환시켜 캐릭터 IP 기반 비즈니스를 벌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캐리소프트는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고 중국 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어로 된 채널을 유튜브에 개설했고 이들 언어로 된 어린이 동요 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또 상반기 중 태국과 일본어로 된 채널도 선보일 예정이다.

캐리소프트의 성공 요인 3가지

캐리소프트의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선점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 ▲경험을 통한 세계관 전파가 그것이다.

우선, 캐리소프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점자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캐리소프트가 시장에 진출할 당시의 키즈 콘텐츠 시장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키즈 콘텐츠 시장은 암흑기에 접어든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키즈 콘텐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당시 미취학 자녀들을 위한 교육의 유일한 통로가 바로 TV를 통해 전달되는 키즈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TV라는 채널 이외에 키즈 콘텐츠를 담아낼 채널이 부재했다. 이런 이유로 뽀뽀뽀를 비롯한 수많은 어린이 대상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취학 자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어린이집들이 나타났다. 이때를 기점으로 미취학 아동들이 정신없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부모와 함께 출근해서 종일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각종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이 성행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통계 발표를 보면 국내 미취학 아동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키즈 콘텐츠 시장의 암흑기를 불러왔을까? 바로 2000년까지만 해도 키즈 콘텐츠들은 주로 대표적인 레거시(Legacy) 미디어2 라고 불리는 TV라는 전통적인 플랫폼 내에서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 채널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공간과 시간적인 제약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특정 TV 채널에서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려면 그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없이 바빠진 아이들은 그들의 스케줄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키즈 콘텐츠를 볼 여력이 없어졌다. 암흑기를 이끈 것은 콘텐츠의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키즈들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미디어 채널 자체였다.

캐리소프트는 이런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했다고 할 수 있다. 캐리소프트가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디지털 채널을 통해 키즈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회사는 전무했다. 캐리소프트의 성공은 시장과 주 타깃(어린이 시청자)이 원하는 채널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든 결과라고 하겠다. 운도 따랐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뽀뽀뽀’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로 시작하는 뽀뽀뽀의 주제가와 뽀뽀뽀를 진행하는 ‘뽀미 언니’ 캐릭터는 전국적인 인기를 얻으며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그런 뽀뽀뽀가 시청률 부진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이 바로 2013년이다. 캐리소프트가 시장에 진출하기 바로 직전이기도 하다. 키즈들은 그들의 상징적인 아이돌인 ‘뽀미 언니’를 대체할 그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엄마 아빠의 휴대폰으로 손쉽게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캐리 언니’의 등장은 아이들이 찾던 새로운 뽀미 언니의 탄생이었다. 캐리소프트의 첫 번째 성공 요인에는 전략적으로 시장을 읽어내고 발 빠르게 진출한 과감성과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캐리소프트는 단순하게 인기 있는 캐릭터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캐릭터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가족을 타깃으로 한 대형 SUV나 밴(Van)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누굴까? 물론 해당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SUV나 밴을 팔 때 꼭 고려하는 것이 바로 백시트 소비자(Backseat Consumer)라고 불리는 아이들의 취향이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 이동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운전을 방해하지 않고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SUV나 밴의 뒷좌석에는 어린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주는 다양한 게임 콘텐츠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된 모든 이를 고려하고 전략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키즈 콘텐츠를 시청하는 주 타깃은 당연히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이들 옆에서 콘텐츠를 함께 소비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친구와 부모다. 끝내 온라인상에서 키즈 콘텐츠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인기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러 층위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콘텐츠 소비자들이 서로 콘텐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들끼리 상호 작용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캐리소프트는 일차원적으로 보이는 직접적인 타깃 소비자들을 넘어서 그들과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며, 또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을 이룰 수 있는 대상들(부모 혹은 친구)이 스스로를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 역시 공들여 만들어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가족’ ‘친구관계’ 같은 주요한 개념들을 포함한 세계관 속에서 뛰어놀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정교한 생태계 안에서 각각의 주요 캐릭터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가족의 중요성이라는 동양적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효과도 있었다. 동시에 아이들이 주로 동년배 친구들과 함께 콘텐츠를 본다는 점에 착안해 ‘친친모(친한 친구 모여라)’와 같은 주요 캐릭터와 새로운 친구 캐릭터들이 함께 노는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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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캐리소프트는 단순한 온라인 콘텐츠만 만들어내는 기업을 넘어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했다. 캐리소프트가 처음 유튜브에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을 올리던 2014년과 현재는 시장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과 3∼4년 사이 캐리소프트와 같은 키즈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수없이 많아졌으며 ‘허팝’ ‘토이 몬스터’처럼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기업 수준의 1인 키즈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탄생했다. 한마디로 경쟁이 치열해진 것. 캐리소프트는 유튜브를 발판으로 키즈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한 이후 발 빠르게 온라인 콘텐츠의 오프라인화를 진행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점도 존재한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고 모방이 쉽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 바로, 콘텐츠에 대해 애착을 갖는 ‘팬(fan)’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요즘 기업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경험(Experience) 마케팅’이다.

경험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게 하고 콘텐츠에 담긴 기업의 핵심 가치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더 깊은 애착을 느끼고 단순히 소비자를 넘어 팬이 되게 하는 것이 기업들의 목표다. 이런 팬덤 형성은 온라인상에서의 경험으로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은 주로 시각(Vision)과 청각(Hearing)에 의지한다. 다른 오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경험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넘나들며 끊김 없는(Seamless) 고객 경험을 주는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캐리소프트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란 뮤지컬은 어린이 시청자들이 직접 캐릭터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한다. 캐리소프트가 정교하게 온라인상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들어낸 고유의 ‘세계관’을 직접 오프라인상에서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는 것. 뮤지컬을 통해 오프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한 캐리소프트는 고객들에게 더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키즈카페’다. 뮤지컬은 콘텐츠의 특성상 연기자와 관람자가 분리된다. 그 때문에 직접적인 체험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키즈카페는 다르다. 캐리소프트의 인기 캐릭터들이 뛰어노는 스튜디오와 똑같이 꾸며진 장소에서, 직접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해 영상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간직하는 직접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오프라인 공간은 수익구조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정교하게 쌓아 올린 캐릭터들이 뛰어놀고 생활하는 ‘세계관’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그들의 고객인 키즈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키즈 콘텐츠 아닌 패밀리 콘텐츠로 한국의 디즈니 꿈꾸는 캐리소프트

캐리소프트의 목표는 아시아의 디즈니다. 동양적인 세계관을 담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콘텐츠 기업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의 끝에는 디즈니월드 같은 테마파크를 짓는 것이 있다. 어린이용 동영상 콘텐츠, 뮤지컬, 키즈카페 등은 결국 최종 목표로 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캐리소프트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키즈 콘텐츠를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콘텐츠로 키우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를 넘어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캐리소프트는 ‘에이지 커버리지(Age coverage)’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단 장난감을 넘어 스토리를 들려주는 ‘캐리 앤 북스’를 시작으로 창작 동요를 율동과 함께 들려주는 ‘캐리 앤 송’, 보드게임 등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다루는 ‘캐리 앤 플레이’ 등이 있다. 최근에는 ‘엘리가 간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어린이용 예능 프로그램을 시도 중이다.

앞으론 유용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계획도 있다. 공부가 아닌 놀이로 쉽게 언어를 배우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업공개(IPO) 역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회계 기준도 IFRS로 바꾸고 상반기까지 기업공개 요건에 맞게 요건들을 갖춘다는 것이 목표다.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자본시장에서 유입되는 자금을 활용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꼬마 캐리는 영원히 5살이지만 캐리와 함께 놀던 어린이 친구들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될 것”이라며 “이들 세대가 나이를 먹어 캐리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 자녀들이 또 캐리와 함께할 수 있다면 캐리도 도라에몽이나 무민처럼 오랫동안 기억되는 국민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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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언니 사태와 그 이후

캐리소프트는 2017년 2월 큰 성장통을 겪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간판 역할을 하던 캐리 언니역의 배우 강혜진 씨가 캐리소프트를 퇴사하면서 급작스레 캐리 언니가 교체되는 일이 벌어진 것. 1대 캐리 언니에게 익숙해 있던 어린이 시청자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캐리 언니로 인해 혼란스러워 했고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많은 항의도 받았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서 강혜진 씨는 자사에 소속된 직원이고 직원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강혜진은 곧 캐리 언니고, 캐리 언니가 곧 강혜진이었기 때문에 캐리 언니 교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캐리소프트가 신생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캐리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박창신 대표와 권원숙 대표는 초기부터 캐리를 하나의 캐릭터 비즈니스로 생각했다. 두 창업자에게 캐리는 하나의 캐릭터고 강혜진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휴먼브랜드’일 뿐이다. 휴먼브랜드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뽀뽀뽀의 뽀미 언니도 총 25명의 뽀미 언니가 있었다.

문제는 과정이다. 초기 캐리소프트는 캐리 언니의 원맨쇼로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 비즈니스로 가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나 3D 인형극을 만들 능력이 안 되는 신생 스타트업 입장에서 휴먼브랜드 캐리 언니를 앞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 시청자에게는 연기자 강혜진의 얼굴, 목소리, 몸짓이 캐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연기자 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히 1대 캐리 언니 강혜진 씨가 CJ E&M과 계약을 맺고 비슷한 포맷의 ‘헤이지니’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시청률이나 상호 작용률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1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캐리라는 캐릭터의 힘으로 최고 자리를 지키려는 캐리소프트와 인기 있는 1인 크리에이터를 스카우트하는 방법으로 이 자리를 노리는 대기업 간의 대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연지(인하대 아태물류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이승윤 교수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 닐슨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의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럴-입소문을 만드는 SNS의 법칙(공저)』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 등이 있다.
  • 장재웅 장재웅 | 동아일보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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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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