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팬덤과 마케팅
Article at a Glance
현재의 한류는 ‘팬덤’과 ‘마니아층’이 형성된 ‘한류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동안 ‘한류 팬덤’과 관련해 나온 많은 연구들은 ‘한류 자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서술됐다. 하지만 이제는 각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한류 팬덤 형성 요인을 분석하고, 이미 형성된 한류 팬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다른 비즈니스 영역의 기업들이 찾아야 할 때다. 각 지역별로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과 가능한 전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중국과 동남아: ‘자아 이미지 일치성’을 활용하는 브랜딩 2)일본: ‘향수자극’과 ‘일본에 없는 것’을 채우는 전략 3)서유럽/미국: ‘오리엔탈리즘’의 긍정적 활용 4)중남미: ‘문화 접변 이론’을 활용하는 변형 전략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손지현(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장면 하나: 멕시코
2010년 여름, 멕시코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소 당황스러운, 그러나 애교 섞인 시위대와 마주쳐야 했다. 멕시코의 ‘한류 팬’이라고 밝힌 일군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다’ ‘우리는 장동건, 소녀시대의 팬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한국 초청을 요청한 것이다. 이 같은 ‘한류 시위’는 처음이 아니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 ‘멕시코에 장동건과 안재욱을 보내달라’는 30여 명의 소녀 시위대와 마주쳐야 했다. 지구 저 반대편 끝에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접한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팬덤’1 을 형성해 한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생산하며 함께 즐기고 있다. 2016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3200석은 멕시코 한류팬들로 가득 차 K태권도와 K-POP을 기립 박수와 갈채로 환호했다.
장면 둘: 중국
한류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 폭풍으로 중국과 아시아에 주인공 송중기 상사병이 퍼질 만큼 팬덤이 형성됐다. ‘태양의 후예’는 32개국에 진출해 방영됐고 중국 포털에서의 조회 수는 82억 뷰를 넘었으며 송중기와 송혜교 관련 제품을 사려는 팬들이 온라인 쇼핑몰로 몰려들어 매출이 30%에서 200%까지 증가했다. 송중기를 자국으로 보내 팬미팅을 하게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수개월 전에는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인 김종국, 유재석, 이광수 등이 전용기를 타고 중국 투어를 진행했다. 이 장면은 김종국 씨가 전용기를 타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초기에 ‘아이돌 그룹’과 ‘K-Pop’ 위주로 형성됐던 한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산된 상태다. 이광수 씨는 현재 한·중 합작 공익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한류가 만들어 낸 중국 스타’의 위상을 갖게 됐다.
한류가 세계 곳곳에서 하나의 ‘팬덤’으로 나타나고 있다.‘팬덤’은 일반 문화 소비자들에 비해 자신의 문화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자신의 팬덤 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쫓아다니며, 공공연하게 ‘열광적인 애정’을 표시한다. 한류 팬덤은 미디어 속에 비춰진 한류스타의 모습과 생활 등을 추종하고 이를 소비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류 생산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팬덤’은 ‘마니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해 자발적으로 마니아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프로슈머’이자 ‘전문가’의 영역까지 들어서게 될 경우 이는 ‘덕질’로 발전한다.2 실제 최근 들어 예전의 ‘팬클럽’은 점차 개별적인 단위의 ‘덕질’로 발전하고 있는데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 드라마와 배우의 ‘팬’이 되는 것, 즉 좋아하고 팬레터를 보내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이 ‘덕질’을 시작한 대상의 모든 인생 혹은 역사를 꿰고 그/그것에 대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으로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에 오늘부로 입덕했다’는 표현은 본격적인 팬이자 ‘덕후’로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의미다.
현재의 한류는 ‘팬덤’을 중심으로 한 ‘한류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일부 국가나 특정 팬을 중심으로 ‘덕질’로 전환되고 있다. 한류의 시기 구분부터 해보면 1990년대 말부터 서서히 시작돼 2009년까지 이어진 ‘한류 1.0’은 특정 드라마와 배우, 특정 가수나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한 ‘동경’과 ‘호감’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시기다. K-Pop 전반에 대한 인기, 특히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열풍을 타고 ‘팬덤’이 막 형성되는 시기를 ‘한류 2.0’ 시대라 구분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다소 일찍 한류가 알려지기 시작했던 중남미에 이어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일부 팬층이 형성된다. 2012년 이후 지금의 시기는 ‘한류 3.0’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드라마, K-Pop, 게임, 영화, 캐릭터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전반의 지구촌 확산기라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한류 3.0’ 시대에 접어들면서 ‘팬덤’과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한 한류의 성공요인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본 후 각각의 성공요인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시사점과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지역별로 다른 한류 팬덤과 한류 마니아
이인구 등의 연구에 따르면3 한류란 본래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화 열풍을 가리키는 말로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젊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 드라마, 패션, 게임, 음식, 헤어스타일 등 대중문화와 한국 인기 연예인을 동경하고 배우려는 문화현상이다. 앞서 언급했던 ‘한류 2.0’ 시대와 ‘한류 3.0’ 시대를 거치면서 ‘아시아’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10대를 넘어 중년에까지 확산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류가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확산되며 각기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는 만큼 지역별·국가별로 어떤 부분이 소구했는지, 각각의 마니아층이 갖는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와 같은 한류가 사실상 가장 먼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한류는 일종의 ‘선진문화’였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선진문화와 달리 ‘비슷한 외모’를 가진 배우와 가수들이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가 제공됐고, 특히 전통적으로 ‘유교문화권’ 내지는 ‘중화문화권’에 함께 속해 있던 탓에 문화 콘텐츠 자체의 수용성도 높았다. 또한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일종의 ‘발전국가 롤모델’로 여겨지던 ‘한국에 대한 나름의 동경’ 역시 ‘선진문화’로서 한류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에는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이나 계은숙 등의 인기는 ‘노래 잘하는 한국 가수’에 대한 선호와 그에 따른 인지도를 넘지 않는 선이었고, 2000년대 들어 아이돌 그룹이 끝없이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이었으나 ‘열풍’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2000년대 중반 드라마 ‘겨울연가’의 대히트로 ‘욘사마 열풍’이 불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이 ‘팬덤’의 주역인 40대 이상의 일본 여성, 이른바 ‘오바상’들은 성지를 순례하듯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남이섬을 방문했다. 이들이 열광한 건 일본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원초적 로맨티시즘’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다.4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