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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오래 머무는 집, 소비를 바꾸다

윤덕환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내가 정말 집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결국 올 것이 왔다. 전세금보다 매매가가 저렴한 아파트가 등장한 것이다. 2015 9, 부동산114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1291채 중 12% 155채의 전세금 가격이 매매가의 90%를 넘었고, 이 중 29채의 경우 매매최고가가 전세최고가보다 실제 낮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1 빌려서 사는 것이 구매해서 사는 것보다 더 비싸진 시대가 온 것이다. 이 통계는 집값이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심리가 전제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집은 더 이상 부를 늘리는 수단으로써의 기능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앞으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 동의 56.4%, 비동의 28.1%).2 현재 한국 사회의 소비자들은 집을 현실적으로소유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많아 보였다.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너무 높은 집값이라고 지적했고(80.7%), 85.8% 1년 이내에 주택 구입 의향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집값이 너무 비싸고(37.1%), 대출 받는 것에 대한 부담(36.1%)때문이었다.3 그렇다면 집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을까?

 

, 사용가치를 높이다: 집에 오래 머물면 변하는 것

 

직관적으로 사람들은휴식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이라는 단어를 휴식(91.4%), 가족(66.7%), 잠자는 공간(60.6%), 누울 수 있는 공간(59.9%), 사적인 공간(56.1%), 쉼터(55.9%)등과 연관해 떠올리고 있었다.4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집에서의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로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적 불안감을 높게 경험하고 있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경험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오래 집에 머물고 있었다(집에 머무는 시간 - 작년 대비 증가 23.8%, 작년 대비 감소 19.4%).5

 

집에 머무는 체감 시간의 증가는 자연스레 집안 내부 구조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있다. 2001년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진행한 CTR(Consumer Trend Report) 자료에 따르면 당시 소비자들은 집안 내부 환경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고, 특히스스로 집안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노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가구 배치나 장식을 자주 바꾼다 - 23.4%, 집안 장식은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좋다 - 15.1%,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쓴다 - 43.8%, 내가 직접 벽지나 페인트칠을 하는 것처럼 집안 가꾸기를 좋아한다 - 34.7%).6

 

하지만 이런 집안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은 과거에 비한다면 가히 폭발적인 수준으로까지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54.9%가 홈인테리어를 한 경험이 있었고, 이들은 주로집안 분위기 전환(71.9%)주거환경 향상(34.1%)을 위해 홈인테리어를 시도했다고 응답하고 있었다.7 혼자 할 수 있는 셀프인테리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1.4%향후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예쁜 집 인테리어를 보면따라 해보고 싶다고 느꼈고(83.8%), 집 인테리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87.8%).8 이런 집안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최근집방(집안 내부를 바꾸거나 꾸미는 것과 관련된 TV프로그램)’의 높은 인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인테리어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9

 

집이 더 이상 매매차익을 챙기는 교환가치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사용가치를 높이는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보는 TV가 중요해지는 이유: TV가 일상적인 경험 욕구를 대리하다

 

소비자들 중 10명 중 7∼8명은 집에 머물 동안 충분히 많은 활동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 - 75.2%).10 그리고 가뜩이나 얇아진 주머니 사정도 집에 있는 것을 부추긴다(집에 머무는 시간 증가 이유 - 2순위, 밖에 나가면 돈 쓸 일이 많아서 39.2%).11 하지만 이런다양한 활동이라는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주로 ‘TV 보기(78.6%)였다(집에서 주로 하는 활동 1순위).12 특히 선호하는 장르는 전통적인 TV프로그램의 강자인드라마’뉴스’ ‘영화가 아닌예능(76.8%)이었다(1순위).13 예능에 열광하는 이유 1위는 ‘(내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50.0%, 1순위).14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의 공통점은 뭔가일상과 유사한 형태의 친숙함을 전제로자극(활력)을 제공하고’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경험을 대리해준다는 것이다. , 현재 소비자들은 TV를 통해 내가 실제로 하고 싶은 경험들을 대리해서 경험하고, 이것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이 나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며(69.4%), 심지어 그 대리만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힐링의 경험까지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었다(리얼리티 TV프로그램은 일상생활에 힐링을 준다 - 62.7%).15 이쯤 되면 당분간을 중심으로 한, 뜰 만한 비즈니스 트렌드가 눈에 보인다. 배달, 택배, 인테리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행, 연애, 육아, /어촌체험 등을 TV를 통해서만 간접 체험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빈 주머니를 채워주지 않는 한 이 결핍들을 근본적으로 메워줄 본질적 욕구 충족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윤덕환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총괄부서장(이사)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면서 인천대 소비자ㆍ아동학과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불안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대한민국 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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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덕환dhyoon@trendmonitor.co.kr

    - (전)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
    - (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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