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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학원비나 벌어볼까?"밍밍한 영업사원에게 열정 불어넣기

오정환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영업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람 문제인지, 상황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황이 원인인 경우에는 리더가 나서서 상황을 바꿔줘야 한다.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영업인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려면 영업인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즉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영업인은 재능이 없거나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변화가 힘들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보험회사나 방문판매 회사에 영업을 하겠다고 오는 30∼50대 여성들은 굳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서 노느니 애들 학원비라도 벌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다. 또는 어차피 자기가 쓰는 제품을 좀 저렴하게 구매하고,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조금씩 판매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큰 욕심이 없다보니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조직을 이끄는 지점장이나 대리점 사장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속상한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들은 출근 안 할 이유가 왜 그리도 많은지. 시댁 제사, 시어머니 생일, 자녀들 유치원 재롱잔치, 아이들 시험기간, 심지어 택배 올 것 있다고 안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판매가 잘되지 않으면 그만 두기 일쑤다.

 

이런 여성들을 정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이 열정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방판 사업을 할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정신교육을 세게 하기도 하고, 세일즈 기법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고, 상품 교육을 철저히 하며 이들의 행동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 설렁설렁 일하며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영업인과 열심히 일하는 영업인 사이에 다른 점 한 가지를 찾아낸 것이다. 바로책상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영업인들 책상에는 가족사진이 붙어 있었다. 주로 아들 딸 사진이다. 그뿐 아니다. 거울이나 읽고 있는 책이 있고 꽃병에 꽃을 꽂아 두는 영업인도 있었다. 결정적인 것은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일을 할까, 말까 하는 영업인들 책상은 깨끗하다. 그 후로 신입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할 때가 되면 일단 가족사진을 한 장씩 가져와서 책상에 붙여 놓도록 했다. 대개 자녀들 사진을 가져왔다. 그리고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맙시다’ ‘쉽게 포기하는 무기력한 엄마가 되지 맙시다같은 다짐을 하도록 유도했다. 조그만 화병을 사서 꽃도 꽂아주고, 거울도 하나씩 놓아줬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확실히 정착률이 올라갔다.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할 때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자기 책상 꾸미기처럼 아주 쉬운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메시지로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꿔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상황이나 환경을 바꿔주는 간단한 방법으로 오히려 쉽게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상황을 바꿔주면 행동이 변한다

 

상황을 바꿔주면 사람들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가 나온다. 연구팀은 영화팬들이 극장으로 입장할 때 공짜로 일부러 맛없게 만든 팝콘을 대형 통과 중대형 통 2가지로 나눠서 관객들에게 한 통씩 나눠줬다. 대형 통에 팝콘을 받은 사람들과 중대형 통에 팝콘을 받은 사람들 중 어느 쪽 사람들이 팝콘을 더 많이 먹었을까? 둘 다 맛없는 팝콘이었지만 대형 통을 받은 사람들이 중대형 통을 받은 사람들보다 53%나 더 먹었다. 팝콘 맛이나 개인 취향과 별개로 더 많은 양을 받으면 더 많은 섭취를 한다는 것. 반복 실험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그러면 팝콘을 덜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작은 팝콘 용기를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기름기 많으니까 조그만 먹어.” “팝콘 많이 먹으면 살쪄.” “나트륨이나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 동맥경화, 심장병 같은 성인병에 걸릴 수 있어.” 이렇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설명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려고 하면 어려운 문제가 된다. 종종 사람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은 상황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어떻게 반응하는가? “아이고, 저 사람 엄청 바쁜 모양이네. 늦지 말아야 할 텐데.” 이렇게 너그럽게 지나가는가. 대부분 사람들이 깜짝 놀란 마음에뭐 저런 X가 다 있어!” 하며 악담을 할 것이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른 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약속을 했는데 늦을 것 같다거나 혹은 차선을 잘못 들어서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적이 있다. 인격이나 운전 습관에 문제가 있어서 끼어든 것이 아니라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일생에 딱 한번 갑자기 끼어들었는데 그것으로 인간성이 어떻고 인격이 어떻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그램을 한 번 정도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봤는데 부제가무차별 폭력걸이었다. 어느 정도 말썽을 부렸으면 5살짜리 여자애가 무차별 폭력걸이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애는 완전히 동네 미운오리새끼였다. 마을 정자에 신발을 신고 오르기에 동네 할머니가 신발 벗고 올라오라고 야단을 치자 할머니에게 욕을 하며 때리고, 슈퍼에 가서는 돈 안 내고 과자 집어 먹고, 길거리에서 자기보다 작은 애들 만나면 때리고 꼬집고…. 그러면 이게 이 아이 개인 인격의 문제인가? 전문가가 와서 관찰을 하더니 문제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고 진단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격적이고, 적대적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야단치고 욕을 하니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가 부모 행동을 교정하니 아이는 자동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아이 문제는 대부분 부모 문제인 경우가 많다. 즉 상황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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