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디자인 경영의 개념
거스 로드리게즈 부사장:디자인 경영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제품이나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체 브랜드 경험(total brand experience)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홍범식 대표: 1980, 1990년대 기업들은 제품의 품질, 기술, 성능, 가격 등 실질적인 가치로 경쟁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자인도 사람들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해석하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경영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철배 상무:디자인 경영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 디자인 경영은 디자이너에게 동기를 부여해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는 디자인이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를 기업 전체 활동에서 가장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는 것을 디자인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로:디자이너가 기업 조직의 모든 영역에 참여한다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 무척 흥미롭다. 디자인을 새로운 혁신이나 창조를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로 여기거나,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는 절차로 여긴다면 디자인은 기업은 물론 서비스, 정부 등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 직업(profession)에 초점을 맞춘 좁은 의미의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후 다른 영역에서 그들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스킬을 배워야 한다.
디자인이 곧 혁신이자 새로운 경쟁력
이:미국의 도블린(Doblin)이나 아이디오(IDEO)처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회사(design firm)가 이제는 혁신 기업(innovation firm)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고객 인사이트는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파악해야 할 인간 속성의 근원이며, 혁신을 위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필요한 요소다.
도블린, 아이디오는 이런 고객 인사이트를 파악하고 인간의 욕구, 니즈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둔다. 이들 기업이 원래 뛰어난 디자이너여서 찬사를 받는것이 아니라, 그 전에 고객을 통찰하는 능력을 통해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훌륭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혁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매우 다르다. 고객 인사이트와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 기업은 좋은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은 비슷한 품질과 성능, 가격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라는 가치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스스로 혁신 기업이나 브랜드 회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혁신을 위해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
이:필립스에서 혁신의 개념은?
로:필립스 디자인은 1970∼1980년대부터 이미 인간에 대한 연구,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편돼왔다. 필립스는 1982년 기업 최초로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휴먼 팩터 디비전(Human factor division)’을 디자인 조직에 설립했다.
현재 인간 공학 전문가, 인터랙션 디자이너,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디자이너,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40∼50명의 전문가들이 사회, 문화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혁신을 위해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좋은 디자인은 비즈니스, 기술, 예술 등의 다른 영역과 결합된 모든 인간 활동과 관련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립스는 혁신을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앞서 말했듯이 인간공학 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을 참여시킨다. 그리고 이른바 문화적 리더(cultural leader), 문화적 혁신가(cul-tural innovator)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시킨다. 또 웹이나 가상 플랫폼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며 디자인 컨셉트를 혁신하고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