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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션 디자인

기술과 공감… ‘미래의 애플’이 익는다

박영춘 | 11호 (2008년 6월 Issue 2)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를 써본 적이 있는가. 최근 국내에 시판된 이 게임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 Wii의 성공은 ‘청소년의 불량스러운 취미’인 게임을 ‘건전한 가정용 여가활동’으로 만든 데 있다. 그렇지만 디자인과 기술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Wii의 성공요인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작동방식에 있다.
 
Wii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3차원적으로 인식하는 가속센서 기술을 이용한다. 볼링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사용자가 손에 리모컨을 들고 공을 굴리는 것처럼 움직이면 화면 속의 볼링공이 핀을 향해 움직인다. 손목을 틀어 스핀을 넣을 수도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이란
Wii는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제품의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가치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이며, 새로운 기술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리(bridge) 구실을 한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제품 사용에 필요한 소비자의 학습을 최소화하고, 사용편의성과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며, 나아가 사용자에게 즐거운 감성적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는 제품의 기술적 특성을 소비자가 이용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사용자와 제품, 서비스, 혹은 시스템 간의 대화(interac -tion)를 규정한다. Wii의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동작을 3차원으로 감지하는 리모컨 센서 기술을 통해 게임기와 상호작용을 한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또 기능적인 것 이외에 사용자가 제품, 서비스, 시스템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성적 ‘경험’을 구상하고 만드는 역할도 한다. Wii가 주는 재미와 실제 운동을 하는 듯한 기분, 격하게 움직인 후 숨이 가빠오는 체험 역시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설계해 놓은 것이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분야로는 인간공학(Human Factors), 기계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사용성(Us-ability) 연구 및 디자인 리서치 등이 있다.
 
오늘날에도 인터랙션 디자인은 다소 새로운 분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 수세기에 걸쳐 진화해 온 개념이다. 미국 원주민들의 연기 신호부터 전보에 쓰이는 모스 부호, 현대의 컴퓨터 및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모든 접점이 상호작용(interaction)이고, 이와 관련한 디자인 활동은 인터랙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터랙션 디자인은 단순하게 웹사이트, 멀티미디어를 디자인하고 그림으로 된 PC의 인터페이스(GUI, Gra -phic User Interface)를 구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첨단기술에 국한된 영역도 아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서비스와 시스템 디자인 영역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이유
최근 들어 인터랙션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는 앞서 지적한 대로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각종 기기가 복잡해지고, 이들이 제공하는 기능이 많아지며, 사용자가 경험해야 하는 요소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의 소비자는 예전에 비해 취향이 한층 까다롭고 인내심이 적다. 이들은 쉽고 재미있으며 즉각적 만족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학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의 인터랙션 디자인은 인간이 기기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인간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터랙션 혁명은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통해, 인간을 기계에 봉사하게 했던 산업혁명의 독을 제거하고 인간성을 회복시켜줄 인류문화의 해독제다”라고 한 셀리아 피어스(Celia Pearce)의 말은 이런 관점을 잘 표현한다.
 
한편 기업의 관점에서는 새롭고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기존 기능을 재미있고 쉽게 쓸 수 있게끔 개선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단순히 사용에 편리한 것 이상의 각별한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사용성 향상을 넘어 소비자가 경험하는 총체적인 경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프라다- 서비스 디자인의 인터랙션
인터랙션은 서비스 기업에도 필수적이다. 은행의 경우에는 고객을 만나서 상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반적인 과정이 인터랙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고객을 만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하는 인터넷뱅킹도 일련의 과정이 홈뱅킹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와 고객의 인터랙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객이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 과정과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디자인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뉴욕 맨해튼 소호에 위치한 프라다 매장에 가면 원하는 옷을 입은 고객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기억했다가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거울이 눈길을 끈다. 거울 옆에 있는 옷장은 옷에 부착된 전자태그를 인식해 스크린에 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이런 독특한 경험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하며, 브랜드 가치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고객은 인터랙티브 거울을 보며 프라다의 실험정신에 놀라고, 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회사라는 점에 감동을 받는다.
이외에도 지하철 이용을 위한 서비스 시스템의 개발, 세금보고서의 작성방법을 혁신적으로 단순화한 사례 등 인터랙션 디자인의 영역은 차츰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애플- 제품 경험 가치를 선도하는 인터랙션
애플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이용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적인 히트제품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에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해 대성공을 거뒀다. 아이팟 사용자는 클릭휠(click-wheel)이라는 둥근 원판을 손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음악을 검색하거나 메뉴를 설정할 수 있다. 이런 장치는 기기에 사용편의성과 재미를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그 자체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데 기여한다.
 
애플은 또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손쉽게 음악을 다운로드받고 파일을 관리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아이튠즈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아이튠즈는 아이팟과 함께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해, 아이팟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아이폰은 미래 인터랙티브 디자인의 청사진으로 불린다. 아이폰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으며,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능 등은 발표 당시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아이팟과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인터랙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 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애플은 사용자 인터랙션을 통한 감성적 경험 가치를 극대화해 디자인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21세기는 시장의 변화가 예측을 불허하고 소비자의 마음이 언제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동할지 알기 어려운 시대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디자인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성공적인 디자인 경영을 위해서는 제품, 패키지, 광고, 서비스 등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이중에서도 기능적 편리와 소비자의 마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필수적인 요인이다. 인터랙션 디자인을 디자인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당신의 기업이 ‘차세대의 애플’이 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미국 필라델피아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뉴욕 파슨스대 제품디자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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