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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이케아(IKEA)의 제품은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이케아 제품을 구매하려면 매장에 가서 직접 가구를 고르고 매장의 선반에서 제품을 꺼낸 뒤 값을 치르고 집에 가져와야 한다. 집에 와서는 직접 가구를 조립해야 완성품의 가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제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이케아의 가구를 보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이케아는 이처럼 독특한 방법으로 세계적인 가구회사로 성장했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가격을 낮췄고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제품을 생산한 업체에 제품 생산을 맡겨서 품질을 높였다. 또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이케아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
어느 글로벌 기업의 회장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기 전 사용한 물건들을 인근 슈퍼마켓에서 구입해 미니 바를 채워 놓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는 일회용 접시를 씻어서 다시 사용한단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할인 폭이 큰 제품을 산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가장 즐기는 일이 벼룩시장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 매장에서 작은 물건을 살 때도 직원 할인을 받았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230억 달러(24조6000억 원 정도)로 추산했고 세계 부호 중 6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2012년 매출은 422억 달러(45조2000억 원 정도)에 달한다. 이 회사는 미국의 홈디포(The Home Depot)와 로우스(Loew’s)에 이어 세계 3위의 가구업체다. 직원 수는 15만4000명에 이르며 2012년 매장 방문객은 무려 7억7600만 명이나 된다. 2013년 4월 현재 전 세계 41개 국가에서 34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이 46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미국(38개), 프랑스(29개), 이탈리아(20개), 스페인(18개), 영국(18개), 스웨덴(17개) 등의 순이다.
그는 누구일까? 바로 스웨덴의 가구 회사인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다. 그는 세계의 대부호들 중 개인적인 욕심이 가장 적은 사람이다. 또 가장 인색한 사람이기도 하다. 북유럽 특유의 가구 디자인으로 성공한 이케아는 스웨덴 남부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출발했다. 이름도 스몰란드다. 캄브라드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팔기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준 용돈을 모아 17세가 되던 해에 조그마한 잡화점을 열었다. 이렇게 출발한 이케아는 통신판매업체를 거쳐 세계적인 가구회사로 성장했다. 이케아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제공했다. 고객들은 평균 3시간 동안 이케아의 매장을 돌며 직접 가구를 고르고 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온 뒤 직접 조립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불편함이 회사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케아는 어떻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제품(Product), 가격(Price), 촉진(Promotion), 유통(Place) 등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4가지 핵심요소인 4P의 관점에서 이케아의 제품을 분석해보자.
Price: 가격 전략 - 싸게, 더 싸게
캄프라드는 이케아의 미래에 대한 글인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장’에서 기업의 목적으로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대를 추구한다. 또 갑자기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팔면 고객들이 즉시 지갑을 열게 만드는 ‘핫도그 전략’을 사용한다. 이케아가 저렴한 가격대를 책정할 수 있는 이유는 생산업체 선정 과정에서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가구를 한 번도 생산한 적이 없는 업체들과도 종종 납품계약을 맺는다. 이케아는 이들 업체에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을 맡기면서 이 업체들이 가진 노하우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이케아의 ‘쇠로 만든 다리가 달린 탁자’는 슈퍼마켓의 쇼핑카트를 만드는 업체가 제작했다. 1970년대 출시한 플라스틱 의자 ‘스코파’는 플라스틱 접시와 양동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만들었다. 철제 서랍장은 과거 소련군에게 캐비닛을 납품했던 회사가 맡았다. 1990년대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금속 빨래 바구니는 통조림 제조사에 납품을 의뢰했다.
이케아는 초창기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가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해외업체에 제작을 맡겼다.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전에도 폴란드의 기업에 의뢰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가구를 만들기도 했다. 페인트를 칠한 탁자는 폴란드에서 만들어졌고 사이잘 카펫은 포르투갈에서 제작됐다. 우승컵처럼 생긴 유리잔은 러시아산이며 석재 접시는 주로 루마니아에서 생산된다. 나무로 만든 ‘리바’ 사진틀 역시 루마니아 제품이다. 안쪽에 주철 균형추가 달린 철제 독서등 ‘포맷’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스테인리스 주전자 ‘레푸그’는 중국에서 제작된다. 베스트셀러 소파인 ‘클리판’의 틀은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 생산된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빌리 책장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제작됐다. 적극적으로 해외 외주업체들을 활용한 결과 2005년 스웨덴에서 생산된 제품은 전체 이케아 제품의 9%에 그쳤다.
이케아는 국가별 임금 격차를 적절히 이용한다. 제품을 저임금 국가에서 만들고 고임금 국가에서 파는 방식이다. 이케아 제품의 3분의 1은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됐다. 반면 2005년 현재 전체 매출의 97% 정도가 선진국인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이케아의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의 20% 정도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지속적인 원가 절감으로 이케아는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Product: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
이케아 제품의 디자인은 북유럽 스타일이다. 특히 스칸디나비아반도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을 잘 표현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을까? 스칸디나비아의 사람들은 길고 어두운 겨울을 보낸다. 우중충한 날씨가 많기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외딴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스웨덴에서는 집이 삶과 인간의 중심이다. 이들에게 집은 일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이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밝고 친근한 느낌의 재료와 간단한 디자인을 좋아하게 됐다. 벽과 천장에 칠한 밝은 색상은 실내를 최대한 밝게 만들도록 돕는다. 가구와 인테리어에서도 화려한 장식이 주는 우아함보다는 기능적인 단순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도 깔끔한 선이 있고 균형이 잡힌 디자인을 선호한다.
사실 스웨덴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됐다. 스웨덴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1913년 스웨덴 의회는 자국민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는 저렴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당시에 제작된 가구와 생활용품의 디자인들이 오늘날 이케아의 제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 결과 이케아는 독특한 디자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Promotion: 스웨덴을 팔다 - 이케아는 스웨덴식 디즈니랜드
이케아 로고에는 스웨덴 국기의 색깔인 파랑색과 노랑색이 사용되고 있다. 이케아의 로고를 보거나 매장을 방문하면 파랑색과 노랑색만으로도 이케아가 스웨덴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매장 직원들은 노란색 셔츠와 파란색 바지를 입는다. 매장의 벽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은 보후슬렌, 베름란드, 블레킹 등 스웨덴의 풍경을 찍은 것이다. 캄프라드는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에서 “이케아의 제품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전형적인 이케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고 스칸디나비아반도 이외의 국가에서는 ‘전형적인 스웨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케아는 철저하게 스웨덴의 분위기를 판촉과 매장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 문학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여류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 쓴 동화 <말괄량이 삐삐>는 전 세계 국가에서 출간돼 큰 인기를 누렸다. 독일에서만 2000만 권 이상 팔렸다. 그녀는 단란하고 행복한 스웨덴의 가족들을 묘사해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스웨덴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줬다. 이케아는 이런 동화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이케아 매장에 비치된 팸플릿에는 ‘스웨덴에는 분명 안전하다, 친근하다, 유쾌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은 많은 손님들에게 아무 근심걱정 없이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일깨워 줄 것이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또 이케아 매장에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동화책을 팔기도 한다. 1971년 3월 스톡홀름의 이케아 하우스가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이케아는 스웨덴 레스토랑도 함께 열었다.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케아가 시작된 고장인 스몰란드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 훈제연어를 ‘외르트락스’라는 스웨덴식 이름으로 판매하고 ‘스웨덴식 애플파이’를 제공한다. 스웨덴의 국가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Place: 유통, 적절한 불편 - 고객이 함께 일하게 만들어라
이케아는 스스로 서비스 업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구 판매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를 고객이 처리한다. 이케아 매장에서는 고객이 직접 자신이 살 가구를 찾아야 한다. 원하는 제품을 찾았으면 직접 선반에서 끄집어내고 계산대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가구를 살피며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볼 수 있다. 구매를 강요당하지도 않는다. 고객은 상담을 포기했지만 대신 판매자에게 현혹되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품의 값을 치르면 자동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서는 직접 가구를 조립한다. 프랑스의 한 여대생은 “성인을 위한 레고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의 브랜드 전문가인 엘렌 루이스는 이케아가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이유가 가구 제작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가구를 직접 조립하면서 이케아 브랜드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많은 이케아 고객들이 이케아 가구를 보며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조립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세운 거대한 가구왕국 이케아
스웨덴 남부의 조그마한 마을, 스몰란드에서 한 소년이 시작한 이케아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가구업체가 됐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과 경영 방식이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이케아는 다른 가구업체들과는 차별화가 됐고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런 독특한 기업의 사례를 보고 싶을 때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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