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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ays

터치는 반승낙의 시그널 3초의 손길로 세일즈왕이 될 수 있다

허행량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세일즈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터치의 힘

1) 머그컵을 터치하면서 살펴본 소비자는 물건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보기만 한 소비자에 비해 머그컵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

2) 승무원이 스치듯 고객을 터치할 경우 해당 항공사는 물론 승무원에 대한 평가 상승

3) 지나가는 고객을 스치듯 터치할 경우 시음·시식 행사에 참여하는 고객 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시음·시식한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도 상승

4) 서점에 들른 고객을 점원이 가볍게 터치할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오래 서점에 머물며 쇼핑

 

 터치는 이성 관계는 물론 세일즈에서도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과학자들은 터치가 순응(compliance) 또는 반승낙의 시그널이라고 말한다. 터치 파워를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분야는 세일즈다. 백화점·항공사와 같은 서비스업체는 사원교육을 통해 터치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세일즈맨은 과학에 근거한 터치 기법을 습득해 활용하고 소비자는 자기도 모른 채 세일즈맨의 능숙한 터치 마법에 빠져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된다. 한마디로세일즈왕=터치 왕이다.

 우리 문화는 터치에 인색하지만 터치가 흔한 미국의 백화점에 가면 세일즈맨이 능숙하게 고객을 터치하는 경우가 많다. 갓난아기 때는 엄마나 아빠와 자녀 간 터치가 빈번했지만 자라면서 터치가 점차 사라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어떤 연유에서건 우리 문화에서 터치는 사라지고 잘못 터치하면 성추행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터치는 과학이 입증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규명한 터치의 상품 및 서비스 분야에 미치는 효과를 요약하면 터치는 소유의식, 상품 시음 및 구매, 쇼핑시간과 구매액의 증가,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 및 이미지 제고, 팁의 증가 등 다양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터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출, 고객만족도, 기업 신뢰도, , 구매, 기부금 모금, 이웃 돕기 등에 긍정적 효과를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터치는 그 부위, 상호성, 지속시간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상호성(일방적 vs. 상호적)과 지속시간(짧은 시간 vs. 긴 시간)을 기준으로 터치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그림 1) 우선 서로 터치하는 상호 터치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터치하는 일방 터치가 있다. 포옹이나 악수 같은 긴 터치가 있지만 어깨 두드리기나 하이파이브 같은 짧은 터치가 있다. 과학자들은 포옹이나 허그와 같은 상호성을 보여주는 터치는 3, 어깨 두드리기나 하이파이브와 같은 터치는 1초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터치하면 내 것

 우선 스치듯 물건을 터치하면(slight touch) 그 물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과학자들은 이 같은 가설을 실제 검증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교수인 Peck 2009년 실시한 머그잔에 대한 판매자와 구매자의 평가 관련 연구다. 머그잔을 터치한 뒤 이를 파는 판매자와 구매하는 소비자가 각각 어떻게 머그잔의 가치에 대해 평가하는지를 알아본 실증 연구다. 실험 결과 1분여 동안 머그잔을 터치하면서 살펴본 소비자는 전혀 터치하지 않고 살펴본 소비자에 비해 거의 0.61달러가량 더 높게 평가했다. 머그잔 판매자도 터치할 경우 터치하지 않은 세일즈맨에 비해 0.90달러가량 높게 평가했다. 이는 상품을 터치할 경우 소유의식을 유발해 이 같은 평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손때가 묻을 경우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들어맞는 셈이다. (그림 2)

 

 정수기 렌털 업체는 물건을 그냥 제공하는 대신 소모품을 계속해서 판매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사용하는 동안 계속된 터치로 손때가 묻어 애지중지하는 심리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소유관념을 바꿔 물건에 대한 가치를 높임으로써 가능해진다. 터치는 보유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기법이다. 보유 효과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안마기를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터치 = 장사의 신

 

한국인들은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서구 국가를 여행할 때 당황하는 사례가 많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서버는 팁을 더 많이 받는 비법을 공유하면서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그 비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서버가 고객을 터치하는 것이다. 터치할 경우 터치를 하지 않는 경우보다 팁이 훨씬 많고 해당 서버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시피대 크루스코(Crusco) 교수팀은 팁을 가장 많이 받는 경우는 여성이 남성 고객을 터치하는 경우, 그것도 여성이 남성의 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의 위팔(upper arm) 부위를 터치하는 경우임을 밝혔다. 해외여행 중 들른 카페에서 미모의 여성 서버가 자신을 터치할 경우 무의식중에 팁을 많이 준 것도 서버가 친절해서가 아니라 바로 터치의 파워 때문인 셈이다. 실제 실험에서 남성이 터치할 경우 터치하지 않는 경우보다 2달러를 더 받는 데 그쳤지만 여성이 터치할 경우 두 배인 4달러를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버에 대한 만족도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터치할 경우 훨씬 높았다.

 

우리는 팁 문화권이 아니므로 터치해도 팁을 많이 받지 못하지만 터치가 돈을 벌게 해준다는 것은 많은 증거로 드러난다. 바에서 고객을 터치하면 고객은 팁도 많이 주고 술도 많이 마시는 등 웨이트리스의 제안에 순응하는 성향을 보인다. 백화점에서 세일즈맨이 고객을 터치할 경우 상품을 더 많이 사지만 다른 고객이 터치하면 불쾌감 때문에 쇼핑하지 않고 떠난다. 누가 터치하느냐가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비행기를 탈 때 여행만족도를 좌우하는 변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하드웨어는 비행기나 기내식과 같은 유형물, 소프트웨어는 승무원 서비스 등을 말한다. 비행 중 승무원이 스치듯 고객을 터치할 경우 해당 항공사는 물론 승무원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Wycoff & Holley(1990)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비상시에 승무원의 지시에 따를 것인가?” 또는여행할 때 승무원이 중요하냐?”라는 질문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림 3)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에 가면 시음·시식 등 맛보기가 성행한다. 판매원들은 거의 시음·시식을 애걸복걸하는 수준이다. 공짜로 마시거나 먹으면 손해 볼 것이라는 문외한의 우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로 근거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나가는 고객을 스치듯 터치할 경우 고객이 시음·시식에 참여하거나 시음·시식한 음료를 구매하는 비율은 터치하지 않는 경우보다 훨씬 높았다. 구체적으로 터치할 경우 10명 중 약 8(84.6%)이 시음·시식에 참여했지만 터치하지 않을 경우 6명꼴(65%)에 그쳤다. 또한 터치할 경우 10명 중 약 6(64.1%)이 시음·시식한 상품을 구매했지만 터치하지 않을 경우 고작 4명 정도(43%)가 구매했다. 시음·시식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는 고도의 마케팅기법인 셈이다. (그림 4)

 

 

서점에서 차도 마시고 동화책도 읽어주는 등 커뮤니티 문화가 강한 서구와 달리 우리의 서점문화는 그다지 발달해 있지는 않다. 서점에 오는 고객을 점원이 가볍게 터치할 경우 고객은 터치하지 않는 경우보다 서점에서 더욱 오래 쇼핑하고 더욱 많은 책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터치하지 않을 경우 서점에 오래 머물며 책을 살펴보는 시간이 고작 13분에 그쳤지만 터치할 경우 거의 두 배인 22분으로 뛰었다. 터치는 서점에 대한 호감도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책과 같은 문화상품도 터치 기법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5)

 

 

 존경의 터치 vs. 경멸의 터치

 

같은 터치라도 그 품질은 천양지차다. 등을 두드리는 것도 그 세기나 빈도를 기준으로 볼 때 격려의 터치인지 때리는 것인지 달라진다. 같은 터치라도 존경의 마음과 경멸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터치에 존경심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이 상품을 존경하듯이 어루만지는 것과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 효과가 천양지차다. 시장에서 옷이나 잡화품을 다루는 방식이나 명품 가게에서 명품을 다루는 방식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명품 가게에 가면 세일즈맨은 고객에게 상품을 보여줄 때 상품에 대한 극도의 존경심을 보여준다. 우선 장갑을 낀 다음, 바닥에 케이스를 놓고, 상품을 보물 다루듯이 내놓는다. 그 다음에 고객이 해당 상품에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는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는 상품을 다룰 때 살 테면 사고 말 테면 말라는 식이다

 

 세일즈맨이 제품을 보물 다루듯이 소중하게 모시는 경우와 그냥 허드레 상품으로 함부로 다룰 경우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명약관화하다. 자동차, 양복점, 전자제품, 커피 등 모든 상품을 판매할 때 판매원이 상품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보물 다루듯 하는 것과 천하게 다루는 것은 고객의 상품에 대한 인상은 물론 구매 결정을 좌우한다. 이처럼 터치는 상품에 대한 판매자의 자부심이나 평가를 드러낼 수 있다. 차나 술 한 잔을 따를 때도 상대방에게 존경하듯이 따르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일회용 종이컵 문화가 확산하면서 테이블에 탁탁 놓는 문화가 침투했다고 할 수 있다. 어른에게 술을 대접하듯이 상품을 다룬다면 최고의 세일즈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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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행량

    허행량

    - (현)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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