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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종합

“당신이 행복해질 때 우리가 발전합니다” 힐링마케팅은 목표부터 달라야한다

에린 조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힐링(healing)’ 코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힐링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특히 힐링 코드가 어떻게 시장 수요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해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힐링의 영어 정의는 ‘to repair or restore something damaged to get well again’, 즉 무언가 상처 입은 것을 원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상처 입은 대상은 육체가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문제점을 치유해 균형 잡힌 원래 상태로 복원시켜 놓는 게 힐링이 추구하는 목표다.

 

힐링과 유사한 코드로 웰빙(well-being)이 있긴 하지만 그 기준점이 현재라는 측면에서 힐링과 차이가 있다. , 웰빙의 경우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앞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데 초점을 둔다. 심리적 측면보다 육체적 측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힐링과의 차이점이다. 먼저 몸이 맑고 건강해지면 그에 따라 마음도 맑고 건강해진다는 게 웰빙의 원리다.

 

힐링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성취 결과의 기준이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시계상(time-horizon) 필연적으로과거와 연결돼 있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힐링이 한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힐링 코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identity)을 규명할 때 과거를 통해 정의 내리려는 경향이 매우 크다. , 현재 나의 모습은 내가 과거에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내 미래의 정체성도 과거에서 그려온 직선상에서 투영하려 한다. 전통적으로 뿌리를 중시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생활을 할 때 본인이 객관적으로 갖추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만큼 인척과 지연의 연결고리가 중시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과거는 한국인의 현재를 결정하고 미래를 투영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서구문화에서는 힐링이라는 코드를 찾기 어렵다. 힐링 산업, 힐링 마케팅 등의 키워드를 미국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주로 병을 치유하는 병원기관 아니면 요가나 침술 등 동양 철학에 바탕을 둔 서비스 산업에 관한 결과들이 나온다. 이것을 보아도 힐링이라는 코드는 동양에서 더 뿌리가 깊은 듯하다.

 

어떤 현상을 사회 안에서 일반화시키는 건 어렵고 옳지도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서구에서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이 과거보다는 현재 나의 모습과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경향이 크다. 현재 상황과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과거로 되돌아가 자신의 실수를 되새김질하는 것을 그리 올바르게 보지 않는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실수와 아픔을 겪으며 살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낳은 현재 결과와 이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에 좀 더 중점을 둔다. 즉 경험의 가치는 미래의 결정을 도울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에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크며, 과거의 실수는 훌훌 털고 전진하려는 태도(move on)가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지는 대응 메커니즘(socially accepted coping mechanism)으로 통한다.

 

이를 종합한다면 서구인들의 경우 대체로 자신을 규정하는 분석틀의 기준점(framework reference)미래지향적 현재(present to forward)’로 웰빙코드가 잘 맞는 문화라 하겠다. 반면 한국인들은 조금 더과거지향적 현재(past-dependent present)’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현재 자아에 대한 인식(self-perception)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에, 또 내가 나에 대한 현재 정체성을 남과 소통하고 재수립하려는 노력에 과거로의 여정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유독 한국에서 힐링 코드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힐링이 각광받고 있는 건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한다는 것처럼 남과의 비교를 중시하는 뿌리 깊은 문화 탓도 있겠지만 빈부 격차와 실업 문제, 부와 복지의 비이상적(non-ideal) 분배에 따른 세대 간/계층 간 갈등도 사람들이 더욱 힐링을 갈망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수준은 자꾸만 높아지는데 실패에 대해 용인하고 재도전(second-chance)을 격려해주는 문화도 확립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을 때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과 고통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힐링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힐링과 마케팅의 접목

전통적인 상품개발과 마케팅 프레임워크에서의 목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이런 접근법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전달/소통할 것인가였다. 이를 통해 마케팅 ROI(투자수익률)는 얼마만큼의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획득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로 측정했다.

 

반면 힐링 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개발과 마케팅 프레임워크는 목표부터가 달라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힐링은 과거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처 전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것은 상처 입기 전의 상황과 상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현재 니즈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세대에 대한 총체적이고 인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을 형성해 진정한 도움을 베풀려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림 1)

 

 

또한 전통적인 마케팅 프레임워크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미충족된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회사의 역량 분석(capabilities analysis) 및 전략적 일치성(strategic alignment) 등을 고려해 제품/서비스를 개발한 후 고객들의 지불용의수준(willingness to pay)에 맞춰 최적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마케팅 활동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힐링 프레임워크하에서는 미충족된 욕구가 있다면 그것이 왜 아직까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의 과거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과거를 소비자가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고찰함으로써 현 사회 안에서 어떤 가치를 부가해야 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힐링 코드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노력은 좀 더 인간중심적인 접근이며내가 당신의 아픔을 보듬고 다스려 당신이 좀 더 행복해질 때 나도 사회도 함께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지속성이 강조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힐링의 접근 방법은동병상련의 태도가 중요하다.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그 치유를 제공하는 개체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해 냈던 과정을 소통하고 녹여낼 때 가장 효과적이다. 모든 문제를만약 이게 나의 문제라면 그냥 내버려두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검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객과의 연결고리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치 소비자의 어릴 적 죽마고우처럼 그들이 과거에 겪었던 아픔을 함께하고 보듬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림 2)

 

 

 

 

 

 

감정에 따라 달리 접근해야 할 힐링 마케팅

마케팅 관점에서 힐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넓다. 트라우마(trauma·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극심한 충격)처럼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에서부터 과거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후회 혹은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regret), 또는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鄕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당연히 감정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림 3)

 

 

극심한 트라우마의 경우엔 원상태로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고통의 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났지만 그 생존자와 유가족들 상당수가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 2년 전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지진·쓰나미의 직접적인 여파로 사망한 이들 외에 생존자 중에서도 트라우마 등으로 괴로움을 겪다 사망한 사람이 지금까지 약 2300명에 달한다. 이처럼 참혹한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은 이들에게 적절한 힐링은 무엇일까. 이때는 환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며 섣불리 상처를 헤집어 놓기보다는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고 슬픔과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Forget & Let Go) 유도하는 게 적절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인간의 기억 중 특정 시간이나 사건과 관련된 기억만 없애버리는 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흔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아픈 기억은 쳐다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기만 하는 트라우마와 달리 부정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감정도 있다. 자신이 과거에 행한 잘못이나 실책에 대한 후회, 혹은 자신이 과거에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그것이다. 이런 감정은 대단히 미묘한 제3의 감정이다. 100%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뤄졌다고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인 감정이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후회나 아쉬움, 미련과 관련된 감정은 과거 내 자신이 내렸던 선택과 결정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진취적인 일을 당장 행하는(Accept & Act-on) 노력이 치유에 다다르는 효과적인 길이다.

 

마지막으로지나간 아픔은 아름답다는 말도 있듯이 어떤 경험은 분명히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리움마저 갖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경험들과 관련된 감정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의 스펙트럼 끝단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노스탤지어다. 물론 노스탤지어와 연관된 경험들이 반드시 아픈 기억일 필요는 없다. 애틋함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노스탤지어는 긍정적인 느낌의 감정인만큼 잊어버리거나 묻어 둘 대상이라기보다는 동경과 재연(Yearn & Relive)의 대상이다. 이렇게 힐링의 대상이 감정의 스펙트럼상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접근 방법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치유 감정별 힐링 마케팅 사례

트라우마: 트라우마는 병원이나 의료 장비 업체, 혹은 명상을 유도하는 힐링 캠프 등환자에 대한 치유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산업 영역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직접적인 상품 개발의 예는 의족(prosthetics) 같은 의료 보조기구다. 예전엔 대부분 의족들이 실제 팔다리와 비슷하게 보이는 디자인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요즘은 기술 발달 덕택에 각 개인의 요구에 맞는 맞춤 디자인 콘셉트가 받아들여지면서 의족의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다. 의료보조기 회사 오서(Ossur)가 만든 탄소섬유재질의 보철 의족인치타 플렉스 풋(Cheetah Flex Foot)’이 대표적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의족 스프린터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착용했던 바로 그 제품이다. 런던올림픽 당시 피스토리우스는 튼튼한 두 다리 대신 치타의 뒷다리 모양과 흡사한 특수 의족을 달고 트랙을 질주하며나는 남들과 다른 신발을 신었을 뿐이다라고 말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겉보기엔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배경은 제각각 다르다. 그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힐링 포인트와 니즈도 다르다. 예를 들어,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연예인이 직업인 사람들이라면 실제 다리와 구별할 수 없는 의족을 갖는 게 중요하겠지만 축구 선수나 육상 선수들이 다리를 잃었다면 아름다운 의족보다는 격렬한 운동도 너끈히 해 낼 수 있는 경기용 의족을 갖는 걸 더 원할 수 있다. 외견상 동일한 장애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의족을 만든다고 할 때 각 개개인의 과거와 현재의 니즈가 무엇인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없었다면 아마 치타 플렉스 풋 같은 디자인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치타 플렉스 풋은 절대 이전과동일한상태(실제 다리 모양)로 원상복구해 주진 못하지만 개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성취시켜주는 도구가 돼 치유가 필요한 이에게 트라우마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치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산업이 아니어도 상품 기획 과정에서 얼마든지 힐링 마케팅을 접목시킬 수 있다. 한때 GM에서는 끔찍한 자동차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소비자들에게 다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을 연구한 적이 있다. 미국은 영토가 매우 넓지만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운전을 하지 못하면 생활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GM은 비록 교통사고로 몸을 다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운전대를 잡기가 힘든 사람에게 정신적 안도감과 자신감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동차 시트의 촉감이나 색상부터 내부 인테리어 장식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디자인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에 대해 연구했다. 아쉽게도 경제성 분석 결과 상업화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프로젝트를 접긴 했지만 힐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시도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회/미련: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 또는 선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달래고자 하는 상품디자인의 예는 교육산업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과거에 생활이 어려워 원하는 만큼 학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양 강좌 등이 좋은 예다. 이런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OO를 못했으면 지금 해라” “OO를 못 배워 후회가 되면 당장 배워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등이다. 다이어트 업체나 헬스 업체도 이런 접근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실제로 ‘Do It Now’라는 상표를 가진 헬스클럽이 있다. 미국 나이키(Nike)의 슬로건인 ‘Just do it’이라는 메시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 후회되는 과거를 붙잡고만 있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이 밖에 미국 금융회사인 찰스슈워브(Charles Schwab)의 신상품 ‘Ask Chuck’의 광고 캠페인도 ‘Accept & Act on’의 접근 방식을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형태로 진행되는 이 광고 캠페인에선 친근한 보통사람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나와나와 내 아내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금융위기 등으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지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그동안 잃은 손실을 생각하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라고 걱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척(Chuck)이라는 친절하고 능력 있는 재무 컨설턴트가 나와당신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믿고 투자를 다시 시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과거에 입은 손실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소심해져 있지만 말고 제대로 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다시금 투자하라는 게 핵심 메지시다. (그림 4)

 

 

노스탤지어: 상품 디자인과 마케팅에서 노스탤지어 코드로 성공한 대표 케이스는 폴크스바겐의 비틀이다. 원래 비틀은 1960년대 히피들이 많이 몰던 차였다. 그때 비틀이 상징했던 건 자유분방함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를 넘어 1980년대로 들어오며 비틀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져 갔다. 그러다 1990년대 말에 폴크스바겐이 다시 비틀의 디자인을 꺼내오며 대대적으로 노스텔지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제는 50대가 된 히피세대들을 향해네가 젊었을 때, 네가 이혼하지 않았을 때, 네 머리에 머리카락이 더 많았을 때, 네가 즐겨 탔던 차가 다시 나왔다라는 메시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예전의 추억을 되새김질(relive)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젊은 시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자식들과 공유하라고 부추겼다. 당신의 대를 잇는새로운 너인 당신 자식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 덕에 1990년대 말 비틀 판매의 상당 부분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사준 물량이었다고 한다. 당시 비틀의 자동차 디자인과 폴크스바겐의 마케팅 접근방식은 큰 사회적 공감을 얻었고 그 결과 1998 3월 호 미국 <비즈니스위크>의 커버페이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그림 5)

 

 

코카콜라의 뉴코크 사례는 노스탤지어를 외면했기에 화를 자초했던 케이스다. 뉴코크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며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함께 나누어 마셨던 코카콜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중한 추억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금 코카콜라가 원통형 알루미늄 캔에도 병 모양의 비주얼을 넣고 심지어 알루미늄으로도 예전의 유리병 모양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건 바로 뉴코크 사태 때 크게 느꼈던 교훈 덕택이다. 과거와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요소는 과거의 향수를 일으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 질 때 유행하는 복고 스타일도 좋은 예가 되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경제가 많은 타격을 입었고 그 회복세도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 이럴 때일수록 예전에 조금 더 나았던 시절의 좋은 기억들이 더 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코드를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접목한 게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들의 2012년 복고 트렌드다. 예를 들어 프라다의 2012년 콜렉션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패션의 재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림 6)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

힐링 마케팅은 일시적인 트렌드로 그쳐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힐링 마케팅은 궁극적으로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이슈와 맞물려 기업 문화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통적 마케팅 원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프레임워크하에서 절대 선으로 여겨왔던 쾌락제일주의에 소비자들은 점점 싫증을 내고 있다. 예전에 물자가 부족할 때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본원적 기능(function) 자체가 중요했다. , 손빨래를 대신해 줄 세탁기, 설거지를 대신해 줄 식기세척기, 이동 중에도 통화할 수 있게 해 주는 휴대전화기 등 소비자들은 당장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줄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며 소비자들의 만족과 행복을 극대화시키는 데 힘썼다. 하지만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기능에서의 차별화를 확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이는 소비자들 스스로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끝없이 쳇바퀴를 달리듯 결코 도달하지 못할 목표를 향해 더 큰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 속성)’의 허망함을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장 골치 아픈 내 문제를 해결해 만족과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만 몰두해봤자 계속 더 많은 것을 원할 뿐이며 화려한 기능에 잠시 눈을 빼앗겨 봤자 복잡하기만 할 뿐 실속은 별로 없다는 걸 터득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똑똑하고 현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신 기능은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더라도 내가 과거 경험을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는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슈즈(TOMS shoes)에 공감하는 소비자들,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회사에 반대해 불매 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힐링 마케팅은 앞으로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중시하는의미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에게 중요한(relevant) 것이다. 과거 어떠한 이유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이뤄질 때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에린 조 파슨스 전략디자인경영학 교수 choje@newschool.edu

필자는 전략 디자인 경영과 브랜딩, 기업 혁신을 연구한다.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위스콘신대 메디슨 캠퍼스에서 글로벌 공급망관리(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워싱턴 주립대, 컬럼비아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뉴욕 파슨스에서 테뉴어를 받고 전략 디자인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파슨스 최고교수상(University’s Distinguished Teaching Award)을 수상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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