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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관점에서 반성하라, 못팔 물건은 없다

DBR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마이애미의 콘도 리조트 시설, 전통적인 음반 매장, 연료비가 턱없이 많이 드는 자동차, 언론의 공세를 받고 있는 의약품들, 트랜스지방 함유 음식들…. 마케터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제품 판매가 극히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한다. 이런 시기에 마케터들은 시장이 회복되거나 회사가 전략을 바꿀 때까지 창의력을 발휘해 제품을 판매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와튼스쿨의 교수진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케터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특정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고객이 존재하며 바로 그런 사람들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와튼 스쿨 마케팅 교수 존 장의 말이다.
 
고객들이 더 이상 구매 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 회사가 타깃 고객을 잘못 선정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어떤 사람의 쓰레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잘 아실 겁니다. 즉 당신의 쓰레기를 보물처럼 여길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고 장 교수는 부언했다. 그 고객을 찾기 위해서 회사는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하고 자신의 제품이 왜 특정 고객에게 환영을 받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낸 후 타깃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고객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단지 자신의 경험과 직감에만 의지해 예측을 내린다면 판매활동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이걸 싫어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싫어할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마케터들에게 고객의 처지가 돼보고 비판적 사고를 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면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살아남은 최후의 험머 딜러십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인 스티븐 호크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가 어려워진 것은 고객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분명한 거부감(objections)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런 거부감을 제거할 수 있는 판촉안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가솔린 무료 공급이라는 전략을 세운 자동차 딜러는 SUV를 창고에서 팔아치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SUV를 사지 않으려는 이유가 고유가 때문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호크는 지적했다. 환경문제를 고려해서 SUV를 사지 않는 고객에게 이 전략은 효과가 없다.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신형 및 중고 H1 험머(미국 GM의 대형 SUV) 판매사이자 험머 부품을 단독 판매하는 두 딜러 중 하나인 ‘린치험머’의 전략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동차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새 상품라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부품제조부서 팀장인 짐 부시아트는 1994년 H1을 시장에 출시한 이래 험머가 여러 차례 불황과 활황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이런 변동의 원인은 불규칙적인 생산량에 있었다. 그 결과 린치딜러는 공급량이 부족할 때든 풍부할 때든 고객들을 세심히 파악하고 관리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부시아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고객서비스나 고객만족을 희생시키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자문했지요.”
 
린치딜러는 현재 중고 험머 이외에도 다른 자동차나 트럭의 부품, 액세서리 판매로 사업을 확장했다. “해당 상품을 밀고 나갈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면 그것을 확실히 추진해야 합니다. 경쟁 속에서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독보적 특성을 강조해야지요.” 부시아트의 말대로라면 린치험머는 업계에서 생존한 유일한 험머 딜러가 될 것이다. “모든 제조사가 철수한다 해도 우리는 분명 마지막까지 남아서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자신이 보유한 상품이 여전히 쓸 만하다고 판단, 동종의 새 상품 구입을 주저하는 것도 판매자들을 어렵게 한다. 자동차 판매 업체들은 여타 상품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보상판매(trade-in)제도를 도입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최근 와튼스쿨 학생이 실시한 조사에서 사람들은 같은 할인율로 보상제도 없이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보상 할인을 적용받아 새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호크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카메라보다 더 많은 기능을 보유한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해보자. 현명한 판매자라면 그 사람이 보유한 구형 카메라에 대해 보상판매 할인을 받아 신형 카메라를 구입하라고 권할 것이다. 그 구형 카메라가 시장에서 더 이상 매매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 경우 보통 소비자는 ‘내 카메라는 여전히 쓸 만한데다 또한 구매하면서 지불한 값만큼 아직 충분히 사용하지 못했어’라는 거부감을 품고 있다. 이때 소비자가 보유상품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가치를 새로운 상품 안으로 밀어넣으면 이런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다.

최근 바이어 찾아내기
산업 사이클로 인해서 특정 상품들은 재고 과잉이 해소되거나 시장의 구매 의지가 회복될 때까지 판매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현재 부동산이 주기에 따라 침체를 겪고 있으며 언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레오나드 로디쉬는 이런 경우 마케터들은 시장이 다시 회복될 때까지 가격 조정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정 수준의 가격대에서는 개발업자들이 마이애미의 모든 콘도를 팔아치울 수도 있습니다.” 가격전략은 불황이든 활황이든 그 어떤 시기에도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가격을 조절하는 데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로디쉬는 첨언했다.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상업 및 거주용 부동산 브로커인 존 폴 로서는 콘도 시장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판매자들은 가장 최근에 구매활동을 한 사람들-비록 그 수가 적을지라도-을 알아낸 후 동종업계에서 활동하는 다른 고객을 찾아내야 한다고 그는 권고한다. 예를 들어 남부 플로리다 콘도산업에 관여하는 벤처 자본가들은 콘도 블록 전체를 살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구매를 고려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바이어들이 누구인지만 알아내면 그것을 기초로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라고 로서는 진단했다.
 
로디쉬 교수는 SUV나 부동산 같은 상품은 급변하는 시장의 수요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사가 변화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대략 4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 동안에 마케터들은 가격 전략과 섬세한 고객 세분화 작업을 통해 사양제품에 여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구매자를 찾아야 한다.
 
마케터들이 직면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정부가 새로운 규제정책을 통해 시장 규율을 바꿀 때 발생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시장에는 사업자의 수가 감소한다. 전략적으로 정부의 규제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한 회사는-사업을 유지하고 고객층을 확대할 수만 있다면-경쟁사들이 줄어들면서 실로 큰 혜택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담배 홍보를 금지했을 때 말보로는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당시 말보로는 동종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였고 다른 담배제조사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광고의 힘을 더 이상 빌리지 못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일인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트론과 로버트 트론 형제가 소유하고 있는 ‘토털 와인&모어(Total Wine&More)’는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트론 형제는 1991년 댈러웨어에 체인을 설립하고 이후 이스트코스트지역과 캘리포니아로 확장해 총 10개의 체인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판매업자도 알코올의 판매를 규제하는 각 주의 복잡한 규제 정책을 만족시키며 섬세한 전략을 통해 전국적인 체인을 형성, 광범위한 지역에서 주류 판매권을 얻어낸 사례는 없었다. 트론 형제의 주류회사는 일부 주에서 알코올 판매를 규제하는 ‘선데이 블루’조항을 철회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는 해당 산업 전체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지만 만일 어떤 사람이 이를 극복할 방법을 알아낸다면 정부의 규제는 사실상 그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호크 교수는 설명했다.
 
이른바 ‘죄악 상품(sin product)’으로 불리는 트랜스지방 함유 음식들도 판로를 찾을 수 있다고 로디쉬 교수는 말한다. “음식에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는지 없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어떤 가격에도 그런 상품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건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 있는 고객을 분류해서 그런 상품을 절대 구입하지 않을 사람을 배제하고 대신 구매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주력하는 것입니다. 판매회사는 고객들이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않는지를 잘 관찰한 후 구매자 분류 기준이 되는 다른 변수들-예를 들어 고객의 사회경제적, 인구통계학적 정보, 사람들이 쇼핑하는 매장 등-에 그것을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상품을 홀푸드(Whole Foods, 미국의 유기농 상품 판매 업체) 매장에 갖다 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와튼스쿨의 ‘Jay H. Baker 유통연구소’의 관리부 팀장인 에린 아멘딩거는 마케터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는 언제나 기꺼이 즐길 준비가 돼있다고 지적했다. 의류 및 신발 디자이너인 케네스 콜은 와튼스쿨에서 가진 최근 발표회에서 미국인 중 새로운 신발이 필요한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신에게 약간은 이롭지 않은 상품-예를 들어 실제로 별로 필요 없는 옷-이라 할지라도 사실 필요성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바로 욕구와 바람이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상품의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은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도입되고 기존 상품이 쇠퇴할 때다. 음반매장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CD와 앨범을 구입하던 고객들이 이제는 온라인으로 음악을 공유하고 구매함에 따라 과거 음반매장은 점차 소멸해가고 있다. “다행히도 너무 늦기 전에 해당산업이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멘링거는 이어 코닥의 사례를 언급했다. 코닥은 자신의 브랜드상품-카메라 필름-의 쇠퇴를 내다보고 동시에 디지털 영상 상품과 서비스로 영역을 이전시키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상품이 쇠퇴기에 접어드는 시기를 잘 알아서 사양산업을 접고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함께 다시 떠오를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현명한 회사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한 세대가 걸린다고 교수는 부언했다. 판매가 어렵거나 저조해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경쟁사들이 일제히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비록 작아진 시장이지만) 보다 큰 점유율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다.
 
월마트가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면서 많은 개인 소매업자가 상업중심가에서 밀려났다. “월마트로 인한 소규모 소매업자들의 몰락 속에서 살아남았다면 다른 소규모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사업입지를 점하게 될 것입니다.”
 
효과적인 마케팅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그것의 출시에서 쇠퇴기까지의 과정을 고려할 줄 아는 것이라고 장 교수는 설명한다. 쇠퇴기에도 마케터들은 계속해서 수입을 올리기를 원하지만 해당 브랜드에 부가적으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사양상품에 더 투자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가치를 최대한 짜내야 할 것입니다.” 

홍보와 기만 사이
문제를 겪고 있는 상품들을 위한 마케터들의 창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판매원들은 홍보와 기만의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고 와튼스쿨 교수진은 지적했다. 회사가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돕거나 해당 상품의 단점을 상쇄시켜줄 장점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로디쉬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인식작용은 그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신의 메시지가 현실과 달라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판매원의 관점에서 전문적 사실을 말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 견해로 그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입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특정 약품이 알려진 것보다 더 해로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거나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나 잡지기사의 보도로 인해 의약품 산업은 종종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기도 한다. 최근 이런 문제를 겪은 상품으로는 항콜레스테롤제인 바이토린(Vytorin)과 진통제인 바이옥스(Vioxx), 여성들의 폐경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 대체제품 등이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기사나 연구결과로 인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리사 볼튼은 지적했다. 해당 약품을 사용하는 환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언론·보건 전문가들, 정부의 규제정책 담당자, 해당 회사 내의 판매원들과 피고용인 및 투자자들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부류를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관여 정도, 관심 수준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부류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법도 같지 않을 것이다.
 
“이런 뉴스들은 특히 일반인에게 매우 복잡한 내용일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은 명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설명하는 태도를 피하고 고객을 최대한 안심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볼튼 교수는 지적한다. “물론 제약회사들은 홍보 내용에 신중해야 하는데 의약품 홍보물은 정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약회사들은 윤리를 저버려서는 안 되며 속임수를 멀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명성이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한 제약 컨설팅 회사의 사장인 리사 A. 바사라는 회사가 취해야 할 구체적 대응방식은 해당 상품이 안전하지 않다거나 문제가 있음을 입증할 증거의 성격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만일 안전성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증거가 제시됐을 때 가장 합리적인 첫 대응은 환자와 약품처방자 두 부류가 느끼는 두려움과 염려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해서 약품 사용자나 처방자에게 온전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바사라는 지적한다. 만일 특정 환자들에게 그 약품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때 회사에서는 이메일 또는 서신을 보내거나 약품의 라벨을 바꾸는 등 환자를 위한 세세한 약품선택 기준을 배부해 환자들을 안전한 상태로 관리해야 한다. 바사라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정직과 충실함, 또한 즉각적인 행동 여부야말로 분명 이런 종류의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회사들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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