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유사성은 인간이 사물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가 나와 비슷한 구석을 갖고 있으면 호감이 가는가, 그렇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성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더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유사성효과(Similarity Effect)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동향(同鄕) 출신이거나 출신 학교가 같으면 더 가깝게 느낀다. 여자들은 클럽에서 같은 춤을 따라 하는 남자에게 더 많은 호감을 느낀다는 조사도 있다. 모두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면 끌리게 된다. 따라서 유사성은 호감도를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간이 사물을 판단하는 데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는 유사성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사성 판단이 소비자 행동 및 마케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해 보고 마케팅 측면에서 어떤 교훈이 있는지를 찾아보겠다.
Ⅰ.외모 유사성: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더 신뢰하는가?
2002년 영국 글래스고대(University of Glasgow, United Kingdom)의 리사 드브루인(Lisa M. DeBruine)은 외모 유사성이 타인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더 신뢰하는 성향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를 명시적으로 증명해보고자 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외모유사성 효과를 증명하다
드부루인은 외모유사성과 신뢰감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명료하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 드부루인은 최종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유사성 정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피험자 얼굴을 사전에 스캔한 후 컴퓨터상에서 눈, 코, 입, 외관, 피부색 등을 여러 차원으로 나눠 유사한 정도를 조절했다. 실험에 자원한 사람은 모두 24명이었고 이들 피험자에게는 2인 신뢰게임을 하게 했다.
① 2인 신뢰게임(Two person-Trust game)
피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각각에게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다. 각 피험자들은 사진 속 사람과 같이 2인1조가 돼 돈을 버는 게임을 하게 된다. 이때 피험자 팀이 무조건 돈을 따게 프로그래밍해 놓는다. 피험자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돈을 벌고 난 후 수익을 가상의 파트너와 어떻게 나누는지를 살펴보는 게 2인 신뢰게임(Two person-Trust game)의 핵심이다. 피험자는 게임에서 딴 돈을 분배할 때 본인이 직접 계산해 분배하거나 아니면 파트너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분배 방식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신뢰하느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다. 즉 자신이 직접 분배하면 상대에 대한 신뢰수준이 낮은 것이다. 반면 상대방에게 분배를 결정하게 하면 신뢰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② 유사성 정도 조정 (digital morphing)
피험자가 실험을 같이하게 될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 두 명의 얼굴을 변형해 합성했다. 이때 피험자 자신의 얼굴과 낯선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닮은 정도를 조정했다. 또한 형태와 피부색 등을 통해서도 닮은 정도를 여러 차원으로 조정했다. 예를 들면 <그림1>의 (a)처럼 형태와 피부색 둘 다를 조정(shape-color morph)하는 경우와 (b)처럼 형태만 조정(shape-only morph)하는 경우로 구분했다. 그리고 피험자들은 이들 중 한 명과 게임 파트너가 되도록 했다.
실험 진행절차
피험자에게 제시한 파트너의 사진은 디지털 합성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로 (1) 첫 번째 집단은 자신과 닮은 사람의 얼굴을 제시했으며(닮은 정도 높은 집단. 피험자 자신의 얼굴(self)과 다른 사람(unknown)의 얼굴을 합성) (2) 두 번째 집단은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의 얼굴(non-self와 unknown)을 합성해 만든 사진을 제공했다. (닮은 정도 낮은 집단. 얼굴 형태만 합성(shape-only morph)한 경우와 얼굴 및 피부색 모두를 합성(shape-color morph)한 경우로 하였음)
각 피험자들은 총 16번 게임에 참여하게 했다. 이후 같이 게임에 참여한 가상의 인물에 대한 신뢰도(trusting) 평가를 했다. 즉, 이익(sum)이 생겼을 때 ‘본인이 직접 수익을 분배하는지’ 혹은 ‘파트너를 신뢰해 파트너에게 분배 임무를 맡기는지’의 이 두 가지 행동 중 피험자가 어떤 방식을 택하는지를 통해 신뢰수준(trusting)을 측정한다. 상대방에게 맡기면 신뢰도 지수가 높은 것이다.
결과: 전체 피험자의 3분의 2가 외모유사성이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신뢰감을 느낀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자신과 얼굴이 아주 많이 닮은 파트너와 게임을 한 피험자들은 전체의 3분의 2가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 신뢰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반면 전혀 낯선 얼굴의 파트너와 게임을 한 피험자들 중에서 파트너를 신뢰한 사람들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본인 얼굴과의 유사성’이 클수록 상대방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 대해 선호도와 신뢰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수익 배분처럼 어려운 과제에 대해서도 외모유사성이 높은 사람을 선택하려 한다. 이처럼 유사성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분석 연구
Lisa M. DeBruine(2002), “Facial resemblance enhances trus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1307-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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