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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과 욕망

똑똑한 IT,욕망을 측정하다

김중태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스마트폰, 스마트워크, 스마트TV에 붙이는 스마트는똑똑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왜 똑똑할까? 사람의 욕구를 알아서 측정하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능과 장점은 이를 위한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스마트워크에 대해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어디서나 일한다로 설명하는 건 충분치 않다. 출근하지 않고 일했더니 생산성이 더 떨어졌다면 스마트워크가 아니다. 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걸 스마트TV로 정의하는 것 역시 충분치 않다. 앱이 수만 개 있더라도 고객이 원치 않는 앱이라면 쓸모가 없다. 스마트카도 혼자서 운전 잘하는 차가 아니라근처의 멋진 이성을 만나고 싶다. 차 안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와 같은 운전사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차로 정의하는 게 더 적절하다. 결국 스마트 시대의 스마트경제란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기업이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서 공유하며, 그 욕구에 맞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문제는 고객의 욕망을 어떻게 알아내느냐 하는 점이다. 설문, FGI(표적집단인터뷰), 블라인드테스트만으로는 고객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렵다. 이성과 본능이 다른 인간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의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 필립 짐바도르 교수가 보여줬던죄수와 교도관 실험루시퍼 이펙트’, 스탠리 밀그램 박사의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은 이성과 본능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존 방식이 고객의 거짓말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지형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조차 모르는 고객의 욕망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비인지형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의 비인지형 방식은 시각적 관찰법에 불과했지만 IT의 발전 덕분에 비인지형 측정방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고객의 욕망 측정 가능

비인지형 방식을 이용해 기업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를 꼽을 수 있다. 보험이란 99명이 낸 돈을 1명의 불량고객이 사고를 내서 까먹는 구조다. 이 불량고객을썩은 사과라고 말한다. 프로그레시브는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정책을 펴서 고객의 차에 차량 운행기록 장치 장착을 유도했다. 그리고 운행기록을 통해 A고객은 주말에만 차를 운전하는 반면 B는 매일 유흥가를 다니면서 난폭운전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보험사는 안전한 운전습관을 가진 A에게는 보험료를 30%나 할인해준 반면 B에게는 보험료를 올렸다. A는 낮은 가격에 재계약을 하며 더욱 충성도 높은 우량고객으로 남는다. 반면 썩은 사과에 해당하는 B는 오른 가격에 화를 내며 다른 보험사로 옮겨간다. , 썩은 사과가 자발적으로 경쟁사로 이적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위치기반서비스(LBS)와 결합된 비인지형 참여 시스템을 통해 프로그레시브는 사고 보상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수익률도 개선됐다. 그 결과 순식간에 미국의 600개 보험사 중에서 수익률 2위에 올랐으며 3대 보험사로 성장한다. 1991 13억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8 136억 달러로 10배 이상 늘었으며 미국에서 1040만 명의 가입자를 둔 3번째 규모의 자동차 보험사가 됐다.1)

 

프로그레시브는 IT를 이용해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했다. 애컬로프가 레몬시장이론(Market for Lemons)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보비대칭은 레몬마켓(Lemon Market)을 형성한다. 보통의 레몬마켓은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으로 저급한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반면 보험은 개인 정보를 많이 가진 소비자 쪽에서 역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비대칭 사업이다. 이를 막기 위해 보험사는 위험직군이나 병력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데 IT를 활용함으로써 이런 소비자를 판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 활용이다. 프로그레시브는 IT를 활용해 소비자의 욕망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객의 차가 주말마다 산에 주차돼 있다면 이 고객은 99.99%의 확률로 등산에 욕망이 있는 사람이다. 고객의 차가 주말마다 낚시터에 주차돼 있다면 이 고객은 99.99% 확률로 낚시에 욕망이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위치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위치정보가 욕망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고객 자신도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인지형 방식의 한계다. 하지만 30번 커피숍을 갔는데 25번을 스타벅스에 주차했다면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위치정보란 그 사람이 그 시각에 그 위치에서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표현해주는 정보다.

 

LBS가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통해근처에 순두부집이 있습니다라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정도로 생각한다면 LBS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100명의 운전자에게 순두부 광고를 할 경우 순두부를 싫어하는 99명에게는 스팸 광고가 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한 명의 고객을 찾기 위해 99명에게 노출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가 된다. 반면 차량의 평소 위치를 통해 순두부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만 순두부집 광고를 보낸다면 최적의 광고가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고객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법

고객의 위치를 수집하는 것과 반대로 자신의 위치를 제공하는 것 또한 경쟁력이 된다. 고객이 기업과 만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을 때는 둘의 만남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기비비큐(Kogi BBQ)는 자신의 위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고기비비큐는 실직한 LA 한인 요리사가 시작한 트럭 노점상으로 멕시코 음식 타코에 한식 불고기를 결합한 2달러짜리 퓨전 타코 음식이다. 한인 요리사인 로이 최씨와 캐롤라인 신씨는 점포를 구할 수 없었기에 트럭을 이용한 이동식 매장을 만들었다. 매장 운영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LA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1급 식자재를 사용해 최고급 타코를 만들었다. 1등급 고기에 파머스마켓에서 구입한 유기농 제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품질과 맛이 월등했다. 고기비비큐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단골이 될 정도였다. 문제는 이 단골이 두번 다시 고기비비큐의 타코를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하철 노점상에게 물건을 산 사람이 다시 지하철에서 같은 노점상을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 고객도 이동하고 노점상도 이동하기 때문이다. 고기비비큐 역시 단골고객 확보와 관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해결방법은 모바일 활용이었다. 고기비비큐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의 행선지와 다음 행선지를 알렸다. 트위터는 1초 뒤면 모든 팔로어에게 전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고기비비큐가 6만 명이 넘는 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0원이다. 고기비비큐 단골은 고기비비큐가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올 것인지 모두 알고 있다. 단골들은, 고기비비큐가 12시에 우리 회사 앞으로 온다고. 오늘 점심은 고기비비큐로 하자라고 생각하고 미리 가서 줄을 선다. 이렇게 고객과 접점을 제공함으로써 고기비비큐는 일반 타코 노점상의 하루 판매량 100개보다 많은 하루 800여 개를 판매할 수 있었다.

 

고객도 같은 욕망을 찾아내다. 소셜커머스와 사교앱

이제 기업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욕망을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비자도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반값택시앱은 택시를 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준다. 인천공항에서 강남이나 강북까지 택시를 타면 일반 택시가 6만 원, 모범 택시가 12만 원 정도 나온다. 그러나반값 택시앱을 실행한 다음에강남까지 같이 가실 분을 입력하면 인천공항 안에서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찾아서 표시해준다. 이렇게 생전 처음 본 네 사람이 1번 출구에서 만나 강남 가는 택시를 타면 12만 원짜리 택시비가 3만 원으로 준다. 자신처럼 강남에 택시를 타고 가려는 욕망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같은 욕망 찾아내기원리를 적용하자면 끝이 없다. 거의 모든 경제에서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루폰, 티켓몬스터,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 역시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이들을 모아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는 건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1000만 명이 사 줄 테니 로션 50%만 할인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기업이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만약 A 회사가 이 요구를 거절한다면 B 회사에 가서 로션 1000만 개를 사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상 어딘가에 분산돼 존재했던 욕망의 힘이 IT를 통해 뭉쳐지면서 오프라인을 움직이는 파워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전이현상이 정치, 문화,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면 거의 전 분야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미 소셜 커머스 열풍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반값택시, 소셜 커머스가 보여주는 것은 소비자들이 소셜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과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모아 힘을 만들어냄으로써 가격을 획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신뢰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획득하기 시작했다. 정보비대칭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신뢰와 가격 모두 IT를 활용해 얻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인간의 가장 사회적인 욕망은 남에게 잘 보이는 삶이다. 미용, 성형수술, 좋은 차, 좋은 직장이 모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다. 사치품이 명품으로 둔갑하는 이유도 남에게 잘 보이려는 과시의 욕망 때문이다.

 

미혼의 솔로들이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하자. 과거라면 주변 사람에게 소개팅을 부탁해야 했는데 몇 번 소개받으면 끝이었다. 미니홈피나 채팅방에서 친해져서 만나려고 하면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적 한계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사교앱을 이용해오늘 저녁 함께 영화보실 분이라는 조건을 주면 반경 500m 이내에서저요하고 답이 뜬다. 자신처럼 솔로를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남녀를 같은 동네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사교앱으로는뻐꾸기’ ‘부엉이’두근두근 우체통’ ‘살랑살랑 돛단배’ ‘후즈히어’ ‘1km’ ‘하이 데어’ ‘돛단배’ ‘낯선 사람과의 대화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무료채팅 프로그램인 카카오톡도 사교 앱의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다. 후즈히어, 1km 등 대부분의 앱이 LBS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곳의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들 앱을 실행하면 해당 이성이 24m 옆에 있다고 알려줄 정도로 정교하다.

 

텔레프레즌스를 이용해 물리적 한계 뛰어넘어

거리의 한계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사람의 욕망은 온라인 만남에서 진일보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원격실재) 기술로 나타나고 있다. 공간 개념에서 텔레프레즌스는 현실공간의 본체를 전자적 실재로 변환시켜 이동시킴으로써 공간을 초월하는 기술을 말한다. 텔레프레즌스를 가장 앞서 구현하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대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다. 시스코는 2006년부터 텔레프레즌스 룸을 갖추고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폴리콤, 화웨이 등도 텔레프레즌스 기술에 뛰어들고 있으며 2010 6월부터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표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화 속에서나 봤던 텔레프레즌스가 대중에게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07 10월이다. 당시 시스코의 CEO인 존 체임버스 회장과 마틴 드비어 부사장이 함께 인도 방갈로르 행사장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틴 드비어 부사장은 사정이 생겨 인도에 올 수 없었다. 그래서 시스코가 개발 중이던 온스테이지 텔레프레즌스(On-stage Telepresence)를 대중에게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마틴 부사장을 무대로 불러냈다. 마틴 부사장이 무대가 있는 중앙으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면서 걸어 나오자 현장의 관객이 경악하면서 환호성을 지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당시 마틴 부사장은 1400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텔레프레즌스 기술은 계속 발전해 좀 더 뚜렷하고 실감나는 영상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 흩어진 사람이 한 무대에 모여 공연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설치해놓은 무대 위에 영국 런던에 있는 밴드가 등장해 공연하는 식이다.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NRJ Music Awards 2011’ 공연을 보면 두 가수 사이로 두 명의 남녀가 무대 위로 등장해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그러다가 두 남녀가 네모난 벽돌조각처럼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무대의 두 남녀는 실제 남녀가 아니라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이용해 무대로 불러낸 홀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욕망은 이제 물리적인 장벽마저 뛰어넘기를 원하고 있고 IT는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상황인식컴퓨팅으로 욕망 측정과 만족 향상

모바일시대가 열리면서 사람의 욕망을 비인지형으로 측정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 욕망에 맞춰 불편함을 해소하는 기술 역시 날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상황인식 컴퓨팅(Context Aware Computing) 기술은 비인지형 욕망 측정에서 중요한 기반 기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스마트폰 하나만 보더라도 다양한 상황인식기술이 접목돼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장갑을 빼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야했지만 이제는 기기에 얼굴만 대면 주인얼굴을 알아보고 잠금 해제까지 된다. 전화가 왔을 때 장갑을 빼고 손가락으로 통화 아이콘을 끌어내야 하는 것도 옛말이 됐다. 그냥 전화기를 귀에 대면우리 주인님이 전화기를 귀에 댔구나. 통화하고 싶은가보다라고 인식하고 통화모드로 전환이 된다. 바로 통화하고 싶다는 욕망을 알아내고 만족시키는 것이다. 물론 전화를 걸 때도 사람의 이름을 선택하고 통화 아이콘을 눌러야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갤럭시S3에서는 귀에 폰을 대기만 해도우리 주인님이 전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바로 전화를 걸어준다.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전기능에 의해 화면이 꺼져서 불편했는데 갤럭시S3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됐다. 아이트래킹 기술 덕분이다. ‘스마트 스테이기능은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의 눈동자를 추적한다. 사용자가 계속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주인님이 계속 화면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구나라고 판단해 화면이 꺼지지 않는다.

 

아이트래킹 기능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던 기능이다. 시선추적장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포털 화면을 어떤 순서로 읽어나가고 어떤 정보에서 얼마나 머무르는지를 파악해서 최적의 콘텐츠 배치와 광고 배치를 한다. 물론 DB 분석을 통해 어떤 계층이 몇 시에 어느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조사하는 것 역시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지는 비인지형 욕망 측정법이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비인지형 방식을 통해 창발(創發)이 이뤄지기도 하며, 이러한 비인지형 창발을 사업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네이버의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사람들이 특정 키워드를 평소보다 많이 입력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그 키워드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싶은 욕망이 급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알고자 하는 욕망이 급상승하는 키워드를 보여주는 게 고객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라고 보고 이를 서비스로 구현한 게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소비자는 단순히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키워드에 대해 검색한 것이지만 일정한 양이 모이면 여기에서 창발이 이뤄지면서 무의 상태에서 유형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물론 아이폰의 음성비서인시리나 갤럭시S3 ‘S보이스등은 사용자의 욕망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충족시켜주는 기술이다. ‘내일 서울 날씨는 어떤가?’ ‘홍길동한테 연락해달라고 문자 보내줘’ ‘7시에 깨워줘등의 명령만 내리면 기상정보를 알려주고, 문자를 보내주고, 알람을 설정해준다.

 

IT는 욕망 변화를, 욕망의 변화는 IT의 보급으로 선순환

이처럼 역사를 돌이켜볼 때 IT의 발달은 사람의 욕망변화를 이끌고 욕망 변화는 다시 IT의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보였다. 문자의 발명은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욕망을 충족시켰고 활자는 정보의 대량 복제와 공유를 이끌며 역사를 바꿨다. 최근 1000년 기준으로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활자를 꼽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인류 정보혁명의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 됐다. 인쇄를 통해 시민들의 언어로 된 성경이 수십만 권씩 대량으로 복제되고 배포됐다. 지배계층만이 소유했던 정보의 대량 복제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지배층의 정보가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된 첫 번째 문화적 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통해 인쇄된 최초의 책이 42행 라틴어 성경이라는 점은 그런 관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기존 지배층은 성경 공유를 막으려고 했고 평민은 정보를 공유하려고 투쟁했다.

 

틴들역 신약전서(Tyndale New Testament)는 윌리엄 틴들이 번역한 최초의 영어역 신약 인쇄본으로 1525년 독일의 퀼른에서 4절판으로 출판된 성경이다. 틴들은 루터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루터의 반대파인 코클래우스가 성경 번역을 반대하자 이를 행정당국에 고발하다 쫓겨난다. 그후 보름스에서 8절판 신약 인쇄본을 출판해 영국에 3000부를 배포한다. 영국의 평신도들은 틴들의 성경을 읽기 위해 열심히 성경을 구입했다. 그러나 영국의 대감독 워햄은 틴들의 성경을 사들여 불태워버린다. 틴들은 구약성경 번역에 착수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신의 말을 함부로 번역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해 죽임을 당한다. 이처럼 정보를 지키려는 기득권 상류층과 정보를 복제하고 공유하려는 평민의 싸움은 소설 <장미의 이름>에나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라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역사였다.

 

<장미의 이름>에서 다루는 소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인 희극이지만 정작 소설의 내용은 시학 1편인 비극이 펼쳐진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비극이 서사시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이는 비극이 가진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 무지에 의한 행위는 불행을 불러오고 이러한 비극은 인간의 약점이기에 관객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미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기호학자이자 미학자인 움베트토 에코는 형이상학적인 에네르게이아관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지적 쾌감을 <장미의 이름>에서 구현했다. 결국 인쇄기 덕분에 성경은 수도 없이 복제되고 공유된다. 그 결과 루터의 종교 혁명이 일어난다. 또한 억눌렸던 욕망이 해방되면서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신본위에서 인본위로 르네상스 문화혁명, 마법이던 과학을 발달시켜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이처럼 IT 덕분에 욕망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의 욕망에 의해 기술 발전이나 보급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경우 올림픽을 시청하기 위한 열망 덕분에 컬러TV의 보급은 빠르게 증가했다. 컬러TV 1980년 가구당 0.03대에 불과했으나 ‘88 서울올림픽이 끝난 1989년에는 가구당 1.04대로 30배 이상 증가했으며 ‘1 1컬러TV’ 시대를 연다. 컬러TV 외에도 올림픽을 기록해 보존하려는 욕구에 힘입어 캠코더, 카메라, VCR 등 다양한 정보기기들이 보급됐다. VCR의 경우 1982년에는 보급률이 0.9%에 불과했으나 1988년에는 21.2% 20배 이상 급격하게 성장한다. 성장세를 탄 VCR 1993년에는 80%의 보급률을 보이며 VCR 문화를 꽃피운다.

 

올림픽은 육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축제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 욕망의 구현조차 IT와 함께한다.(1)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디카로 촬영한 사진을 SNS를 통해 공유할 것이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 과정과 결과에 대해 토론할 것이다. 관중은 자신이 움직이는 동선을 LBS 기반의 SNS를 통해 기록할 것이다. IOC 역시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IOC는 런던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SNS를 한곳에 모아 ‘hub.olympic.org’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선수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올림픽 팬과 선수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가장 단순한 육체적 활동의 향연인 동시에 최첨단 IT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IT의 향연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런던올림픽부터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번역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구글에서 만든 크롬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전 세계 모든 페이지를 자동으로 번역해 볼 수 있다. 파이어폭스나 IE는 툴바, 플러그인을 이용하거나 구글번역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네티즌이 브라우저를 이용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경기결과나 뉴스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볼 수 있다. 인류 소통의 최대 장벽인 언어장벽이 무너진 것이며 전 세계인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감성IT 시대의 도래로 욕망 표현과 공유가 쉬워져

역사적으로 볼 때 IT의 발전은 사람들의 욕망을 변화시켜왔고 사람의 욕망은 IT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라고 말할 때 I는 인터넷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고, C는 통신기술(휴대폰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스마트IT 시대로 접어들면서 I는 이름 그대로정보, C도 이름 그대로소통을 의미하는 변화로 진행 중이다. 이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I에 해당하는 분야는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결국 C를 담당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사람끼리 진실된 소통이야말로 향후 사람들이 원하는 가장 궁극적인 사회적 욕망인 동시에 소통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감성 IT의 발전은 결국 우리의 감성과 욕망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측정하고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자신의 감성에 맞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감성경제 시대를 연다는 뜻과 자신의 감성을 타인에게 전달하기가 좀 더 쉬워짐으로써 감성교류의 확산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연인의 심장 박동을 전달해주는 허그셔츠(hug shirts)와 같은 제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심장 두근거림을 스마트폰을 통해 연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ICT 산업의 미래는 감성ICT산업에 있고 일반 기업의 경쟁력도 감성IT의 빠른 도입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욕망을 측정하고 만족시키는 감성IT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handal@gmail.com

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정책 자문위원, IT포럼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5 IT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하이퍼세대> <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 2.0시대의 기회, 시맨틱웹> 등 활발한 저술 활동과 함께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IT 문화 및 비즈니스, 창업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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