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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과 욕망

똑똑한 IT,욕망을 측정하다

김중태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스마트폰, 스마트워크, 스마트TV에 붙이는 스마트는똑똑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왜 똑똑할까? 사람의 욕구를 알아서 측정하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능과 장점은 이를 위한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스마트워크에 대해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어디서나 일한다로 설명하는 건 충분치 않다. 출근하지 않고 일했더니 생산성이 더 떨어졌다면 스마트워크가 아니다. 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걸 스마트TV로 정의하는 것 역시 충분치 않다. 앱이 수만 개 있더라도 고객이 원치 않는 앱이라면 쓸모가 없다. 스마트카도 혼자서 운전 잘하는 차가 아니라근처의 멋진 이성을 만나고 싶다. 차 안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와 같은 운전사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차로 정의하는 게 더 적절하다. 결국 스마트 시대의 스마트경제란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기업이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서 공유하며, 그 욕구에 맞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문제는 고객의 욕망을 어떻게 알아내느냐 하는 점이다. 설문, FGI(표적집단인터뷰), 블라인드테스트만으로는 고객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렵다. 이성과 본능이 다른 인간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의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 필립 짐바도르 교수가 보여줬던죄수와 교도관 실험루시퍼 이펙트’, 스탠리 밀그램 박사의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은 이성과 본능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존 방식이 고객의 거짓말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지형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조차 모르는 고객의 욕망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비인지형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의 비인지형 방식은 시각적 관찰법에 불과했지만 IT의 발전 덕분에 비인지형 측정방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고객의 욕망 측정 가능

비인지형 방식을 이용해 기업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를 꼽을 수 있다. 보험이란 99명이 낸 돈을 1명의 불량고객이 사고를 내서 까먹는 구조다. 이 불량고객을썩은 사과라고 말한다. 프로그레시브는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정책을 펴서 고객의 차에 차량 운행기록 장치 장착을 유도했다. 그리고 운행기록을 통해 A고객은 주말에만 차를 운전하는 반면 B는 매일 유흥가를 다니면서 난폭운전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보험사는 안전한 운전습관을 가진 A에게는 보험료를 30%나 할인해준 반면 B에게는 보험료를 올렸다. A는 낮은 가격에 재계약을 하며 더욱 충성도 높은 우량고객으로 남는다. 반면 썩은 사과에 해당하는 B는 오른 가격에 화를 내며 다른 보험사로 옮겨간다. , 썩은 사과가 자발적으로 경쟁사로 이적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위치기반서비스(LBS)와 결합된 비인지형 참여 시스템을 통해 프로그레시브는 사고 보상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수익률도 개선됐다. 그 결과 순식간에 미국의 600개 보험사 중에서 수익률 2위에 올랐으며 3대 보험사로 성장한다. 1991 13억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8 136억 달러로 10배 이상 늘었으며 미국에서 1040만 명의 가입자를 둔 3번째 규모의 자동차 보험사가 됐다.1)

 

프로그레시브는 IT를 이용해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했다. 애컬로프가 레몬시장이론(Market for Lemons)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보비대칭은 레몬마켓(Lemon Market)을 형성한다. 보통의 레몬마켓은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으로 저급한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반면 보험은 개인 정보를 많이 가진 소비자 쪽에서 역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비대칭 사업이다. 이를 막기 위해 보험사는 위험직군이나 병력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데 IT를 활용함으로써 이런 소비자를 판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 활용이다. 프로그레시브는 IT를 활용해 소비자의 욕망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객의 차가 주말마다 산에 주차돼 있다면 이 고객은 99.99%의 확률로 등산에 욕망이 있는 사람이다. 고객의 차가 주말마다 낚시터에 주차돼 있다면 이 고객은 99.99% 확률로 낚시에 욕망이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위치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위치정보가 욕망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고객 자신도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인지형 방식의 한계다. 하지만 30번 커피숍을 갔는데 25번을 스타벅스에 주차했다면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위치정보란 그 사람이 그 시각에 그 위치에서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표현해주는 정보다.

 

LBS가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통해근처에 순두부집이 있습니다라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정도로 생각한다면 LBS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100명의 운전자에게 순두부 광고를 할 경우 순두부를 싫어하는 99명에게는 스팸 광고가 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한 명의 고객을 찾기 위해 99명에게 노출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가 된다. 반면 차량의 평소 위치를 통해 순두부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만 순두부집 광고를 보낸다면 최적의 광고가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고객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법

고객의 위치를 수집하는 것과 반대로 자신의 위치를 제공하는 것 또한 경쟁력이 된다. 고객이 기업과 만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을 때는 둘의 만남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기비비큐(Kogi BBQ)는 자신의 위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고기비비큐는 실직한 LA 한인 요리사가 시작한 트럭 노점상으로 멕시코 음식 타코에 한식 불고기를 결합한 2달러짜리 퓨전 타코 음식이다. 한인 요리사인 로이 최씨와 캐롤라인 신씨는 점포를 구할 수 없었기에 트럭을 이용한 이동식 매장을 만들었다. 매장 운영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LA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1급 식자재를 사용해 최고급 타코를 만들었다. 1등급 고기에 파머스마켓에서 구입한 유기농 제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품질과 맛이 월등했다. 고기비비큐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단골이 될 정도였다. 문제는 이 단골이 두번 다시 고기비비큐의 타코를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하철 노점상에게 물건을 산 사람이 다시 지하철에서 같은 노점상을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 고객도 이동하고 노점상도 이동하기 때문이다. 고기비비큐 역시 단골고객 확보와 관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해결방법은 모바일 활용이었다. 고기비비큐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의 행선지와 다음 행선지를 알렸다. 트위터는 1초 뒤면 모든 팔로어에게 전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고기비비큐가 6만 명이 넘는 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0원이다. 고기비비큐 단골은 고기비비큐가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올 것인지 모두 알고 있다. 단골들은, 고기비비큐가 12시에 우리 회사 앞으로 온다고. 오늘 점심은 고기비비큐로 하자라고 생각하고 미리 가서 줄을 선다. 이렇게 고객과 접점을 제공함으로써 고기비비큐는 일반 타코 노점상의 하루 판매량 100개보다 많은 하루 800여 개를 판매할 수 있었다.

 

고객도 같은 욕망을 찾아내다. 소셜커머스와 사교앱

이제 기업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욕망을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비자도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반값택시앱은 택시를 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준다. 인천공항에서 강남이나 강북까지 택시를 타면 일반 택시가 6만 원, 모범 택시가 12만 원 정도 나온다. 그러나반값 택시앱을 실행한 다음에강남까지 같이 가실 분을 입력하면 인천공항 안에서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찾아서 표시해준다. 이렇게 생전 처음 본 네 사람이 1번 출구에서 만나 강남 가는 택시를 타면 12만 원짜리 택시비가 3만 원으로 준다. 자신처럼 강남에 택시를 타고 가려는 욕망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같은 욕망 찾아내기원리를 적용하자면 끝이 없다. 거의 모든 경제에서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루폰, 티켓몬스터,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 역시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이들을 모아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는 건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1000만 명이 사 줄 테니 로션 50%만 할인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기업이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만약 A 회사가 이 요구를 거절한다면 B 회사에 가서 로션 1000만 개를 사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상 어딘가에 분산돼 존재했던 욕망의 힘이 IT를 통해 뭉쳐지면서 오프라인을 움직이는 파워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전이현상이 정치, 문화,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면 거의 전 분야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미 소셜 커머스 열풍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반값택시, 소셜 커머스가 보여주는 것은 소비자들이 소셜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과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모아 힘을 만들어냄으로써 가격을 획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신뢰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획득하기 시작했다. 정보비대칭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신뢰와 가격 모두 IT를 활용해 얻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인간의 가장 사회적인 욕망은 남에게 잘 보이는 삶이다. 미용, 성형수술, 좋은 차, 좋은 직장이 모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다. 사치품이 명품으로 둔갑하는 이유도 남에게 잘 보이려는 과시의 욕망 때문이다.

 

미혼의 솔로들이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하자. 과거라면 주변 사람에게 소개팅을 부탁해야 했는데 몇 번 소개받으면 끝이었다. 미니홈피나 채팅방에서 친해져서 만나려고 하면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적 한계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사교앱을 이용해오늘 저녁 함께 영화보실 분이라는 조건을 주면 반경 500m 이내에서저요하고 답이 뜬다. 자신처럼 솔로를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남녀를 같은 동네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사교앱으로는뻐꾸기’ ‘부엉이’두근두근 우체통’ ‘살랑살랑 돛단배’ ‘후즈히어’ ‘1km’ ‘하이 데어’ ‘돛단배’ ‘낯선 사람과의 대화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무료채팅 프로그램인 카카오톡도 사교 앱의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다. 후즈히어, 1km 등 대부분의 앱이 LBS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곳의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들 앱을 실행하면 해당 이성이 24m 옆에 있다고 알려줄 정도로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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