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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경영

직원과 고객, 마음을 알면 성공이 보인다

천성현 | 8호 (2008년 5월 Issue 1)
환경가전제품 판매로 크게 성공한 중견 그룹의 회장에게 자수성가의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내가 돈을 잘 몰라요. 그저 사람은 잘 알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영업 노하우를 기대했는데 이런 답이 오니 선문답처럼 느껴졌다. “가정주부들이 불편해하는 점이 무엇인지, 영업사원들을 어떻게 교육하면 열정을 갖게 되는지를 남들보다 좀 더 아는 편이죠. 그러다 보니 개발한 제품이 히트를 하고, 직원들이 장사를 잘하게 되더군요”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사업부장을 누구로 해야 할까?’ ‘이번에 시판할 신제품을 요즘 신세대가 과연 좋아할까?’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경영자를 골치 아프게 하는 숙제들을 살펴보면, 결국 사람의 마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심리학은 사람의 행동과 사고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심리학적 지식은 여러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경영자의 눈으로 보자면, 심리학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회사의 성과 창출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다.
 
잭 웰치의 혁신도 심리학에서 나와
먼저 심리학은 기업이 구성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수한 인재가 활력 있게 일하는 조직은 모든 경영자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삼고초려(三顧草廬)해 모셔온 인재가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직원들의 역량이 경쟁사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새로 인수한 회사의 직원들이 의기소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은 이런 과제를 연구하고 해법 도출을 거듭해왔다.
 
산업심리학은 월터 스콧(Walter Sco-tt)이라는 심리학자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지원자 중 능력 부적격자를 골라내기 위한 선발 기법을 개발한 데서 유래했다. 스콧의 이 방법론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사람 가운데서 학습과 전투 수행에 부적합한 사람을 가려내 각광을 받았다.
 
이후 심리검사는 거의 모든 기업이 필수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 되면서 그 효용성을 증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생명보험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여 문항의 간단한 검사를 도입한 이후, 이 시험을 통과한 보험 설계사들의 근무 기간은 이전 인력에 비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이로 인해 설계사 교육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매출도 늘어났다. 현재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에 SSAT 검사를 적용하는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채용 과정에 심리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 관리자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도 심리학의 영역이다. 그 시초는 1970년대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가 심리학자들과 함께 개발한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라는 심층 면접 프로그램이다. AT&T와 심리학자들은 평가센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리더들이 현장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거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평가센터 기법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됐다. 현재 KT,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도 이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 혁신을 위해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을 도입하는 사례도 많다. ‘혁신 전도사’로 유명한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심리학의 도움으로 GE 조직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했다. 100여 년의 역사를 보유한 GE는 부서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한 품질불량 문제가 빈번히 일어났다.
 
잭 웰치는 노엘 티치(Noel Tichy) 와 같은 학자들을 초빙해 혁신의 심리 메커니즘을 연구하게 하고 ‘워크아웃(workout)’과 같은 조직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워크아웃은 특정 사안에 관련된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안을 도출하고, 리더가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즉석에서 내리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GE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스폰서(sponsor)라 불리는 리더가 미팅의 처음(취지 설명)과 마무리(의사결정)에만 참여하게 하는 등 다양한 심리학적 장치를 마련했다. 잭 웰치는 훗날 “내가 만약 워크아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대규모 감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 효과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의 지식은 조직과 리더십의 현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노하우를 제공하기도 하고, 동기 이론을 적용해 각종 보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외면 당하던 물건도 팔리게 해
다음으로 심리학은 소비자(Consu-mer)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서점에 들러 마케팅과 관련된 서적을 들춰보면 심리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들로 꽉 차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는 더 좋게 느껴지는지, 세대별로 제품 컨셉트를 어떤 식으로 달리 해야 하는지와 같은 소비자의 요구를 깊이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심리학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
 
요즘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눈물겹기만 하다. 최근 LG전자가 북미 세탁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것은 앞선 기술력과 높은 생산성 이외에도 미국 주부들의 생활을 깊이 연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가상의 주방, 거실, 세탁실을 꾸며놓고 미국 주부들을 불러와 생활하는 장면을 녹화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LG전자는 기능이 뛰어나고 소음이 적어 주방에 설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세탁기 분야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심리학적 연구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소비자가 외면하던 제품을 다시 찾게 하기도 한다. 켈로그의 시리얼은 과거 미국인들이 어렸을 때 즐겨 먹던 아침식사였다. 하지만 이 제품은 어느 새 비만의 주범으로 몰렸다. 시리얼은 1990년대 초만 해도 ‘건강을 해치는 식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산업 전체가 퇴출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켈로그는 경쟁사들이 제품 생산을 줄이고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켈로그는 시리얼이 햄버거에 비해 칼로리도 낮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또 섬유질이 많은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식품회사의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소비자의 요구를 오판하면 히트는 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에 도전했던 초기에 자사 제품의 맛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브랜드를 가린 채 시음테스트를 한 결과 대다수 소비자가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경영진은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공격적인 판촉활동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에는 맛을 보지 않고 친숙한 코카콜라 브랜드를 선택했다.
 
이외에 기업은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인지심리학을 동원한다. 광고 회사에서는 심리학자들의 소비자 리서치 결과가 광고 최종 시안을 판가름 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심리학은 직원과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모름지기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의 지혜와 마찬가지로, ‘고객을 알고, 직원을 알면 언제나 성공의 길을 가는 회사’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선진 심리학의 지혜를 경영에 활용해 글로벌 선도 기업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 천성현 | - (현) 포스코 인재경영실 그룹장
    - 대우경제연구소, PWC, 딜로이트컨설팅 등에서 인사조직 전문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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