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마케팅:이제 정교함으로 승부하라

88호 (2011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골프만큼 다양한 장비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잘 사용하는가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프로 골퍼들은 각기 다른 브랜드의 공, 채, 신발 등을 사용한다. 심지어 골프채의 경우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퍼터를 각각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사용하는 골퍼들도 많다.
 
올 4월, 골프공과 골프신발 시장에서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골프용품 업체 타이틀리스트(Titleist)의 CMO인 크리스 맥긴리(Chris McGinley)가 켈로그 경영대학원을 찾아 골프클럽의 레이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강의실을 빼곡히 채웠고, 특히 켈로그 내에서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성황리에 특강이 진행됐다.
 
매스 마케팅, 타깃 마케팅, 그리고 레이저 마케팅
미국의 골프 인구는 28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은 1년에 25회 이상 필드에 나가는 ‘Serious Golfer’층을 명확하게 타깃으로 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골프 인구의 10% 이하로 많아야 30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은 이들에게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골프채의 구매 주기가 아이언은 5년, 웨지나 퍼터는 2.5년 이상이 된다고 하니 단순히 이들이 골프채에 투자하는 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신 이들이 자신의 골프 클럽 안에 타이틀리스트 골프채를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간파한 것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들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매스 마케팅(Broad Marketing), 타깃 마케팅(Target Marketing), 레이저 마케팅(Laser Marketing)의 3단계로 접근했다. 매스 마케팅은 대부분의 기업들처럼 광고, 인터넷, 머천다이징 등을 통한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 대한 마케팅 활동들이다. 타깃 마케팅은 주로 스포츠 마케팅, 블로그, 신제품 출시 행사 등으로 매스 마케팅보다 정교한 기법이다. 레이저 마케팅은 타깃 마케팅보다 더 정교하게 고객들을 선별해 접근하려는 기법이다. 크리스 맥긴리는 이 3가지 마케팅 활동에 대해 대략 1대2대1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매스 마케팅에 쏟는 노력만큼을 레이저 마케팅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필자를 놀라게 했다.
 
크리스 맥긴리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 즉 골프 장비의 세련성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Equipment Sophistication), 맞춤 경험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Fitting Experience), 순환적 고객 관계에 대한 요구(Requirement for Circular Consumer Relationship)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레이저 마케팅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장비는 섬세함이 중요하고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주 타깃인 ‘Serious Golfer’들은 골프 클럽의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authenticity)와 전통성(tradition)을 매우 중시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오랫동안 골프용품 전용 브랜드로서 쌓아온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 있기 때문에 이에 소구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택했고,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레이저 마케팅을 주된 수단으로 택했다. ‘Serious Golfer’들에게 중요한 두 번째 요소는 바로 맞춤 경험이다.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 경기 운영 방식에 맞는 피팅(fitting) 서비스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맞춤 서비스를 잘하려면 궁극적으로 1대1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마케팅 기법 또한 타깃 마케팅 이상의 레이저 마케팅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일반 구매자들과 달리 미국 내 다양한 소매점 채널을 통해 빈번하게 정보를 얻고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펼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니즈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끊임 없이 브랜드 관여(engagement)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레이저 마케팅 실행의 중심
- 팀 타이틀리스트

타이틀리스트가 택한 구체적 실행 방안의 핵심에는 팀 타이틀리스트(Team Titleist)가 있다. 팀 타이틀리스트는 타이틀리스트의 하위 브랜드들이 모두 함께하는 상위 브랜드의 이니셔티브로 웹을 기반으로 미국 전역의 타이틀리스트 충성팬(Loyal Fan)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이다. 팀 타이틀리스트의 회원들에게는 골프 클럽 정보, 투어 정보 및 신제품에 대한 최신 정보뿐만 아니라 타이틀리스트의 사내 정보(insider information)까지도 일부 제공한다. 웹 세미나(Webinar), e메일 서비스, 직접 찾아가는 클럽 피팅(Fitting)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에 대한 ‘특별대우’는 지극정성 그 자체다. 심지어 e메일이나 소셜 네트워크 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고려해 1대1 맞춤 전화 서비스와 방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퍼터와 웨지다. 퍼터와 웨지는 매우 정교한 샷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피팅(customization fitting) 전략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고객의 클럽 안에 일단 타이틀리스트의 퍼터와 웨지를 넣고 그 고객이 점점 클럽을 타이틀리스트로 채우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퍼터 제작의 최고 장인으로 알려진 스코티 캐머런(Scotty Cameron)과 웨지 제작의 장인인 밥 보키(Bob Vokey) 등을 전면에 내세워 맞춤형 퍼터 및 웨지 제품과 서비스를 강조한다. 이러한 전략은 현재까지 상당히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은 웨지 시장과 퍼터 시장에서 각각 47%, 37%의 점유율을, ‘Serious Golfer’ 전체 시장에서는 2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산업의 특성과 소비자 인사이트를
이해한 레이저 마케팅
필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재 마케팅 분야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타이틀리스트의 레이저 마케팅 사례는 새로운 자극을 많이 줬다. 아마도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타이틀리스트의 레이저 마케팅 플랜들을 PR의 영역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VIP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극히 일부 고객들에게만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골프는 그 어떤 운동보다도 장비가 많고 복잡하며 다양한 장비들을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뤄야 한다. 또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각 골퍼들이 어떤 골프채를 쓰고 어떤 폼으로 스윙을 하는지 등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 크리스 맥킨리 CMO는 골프용품 시장에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한두 명의 스타에게 천문학적인 모델료를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PGA 랭킹 10위 안의 골퍼 그룹, 50위 안의 골퍼 그룹, 100위 안의 골퍼 그룹 등 일정 집단에서의 점유율을 추적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Serious Golfer’ 세그먼트를 주 타깃으로 한 레이저 마케팅은 골프 시장에서 그들이 프리미엄 소비자임과 동시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타이틀리스트의 레이저 마케팅 사례는 시장의 크기가 작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매우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닌가 생각됐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홍보 효과만을 기대하며 갖은 혜택을 제공해주는 PR 마케팅이나 연예인을 활용한 셀레브리티 마케팅(Celebrity Marketing)에 대한 대안으로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과 맞춤 마케팅을 적절히 배합한 레이저 마케팅(Laser Marketing)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김태경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tkim2012@kellogg.northwestern.edu
 
노스웨스턴대 켈로그(Kellogg) MBA스쿨은 1908년에 설립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널드 제이콥스(Donald Jacobs) 전 학장의 주도로 여러 가지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교과 과정에 팀 활동(Group project)과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기도 하다. 특히 1980, 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얻었으며 최근에는 금융, 회계, 인사, 조직 등을 포괄하는 General Management School로 성장하고 있다. 정규 MBA과정에는 매년 약 65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P&G에서 프링글스, 페브리즈, 오랄-비, 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과 글로벌 인터넷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MBA의 시각으로 본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은 블로그 ‘mbablogger.net’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