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가 ‘세계화와 혁신’을 화두로 제안하는 경영 솔루션을 연재합니다. 액센츄어 소속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술 비전, 글로벌 시장 진출, 혁신을 통한 성장 등에 대한 통찰을 전해드립니다.
“5분 뒤 메신저서 긴급회의…못다한 결론은 저녁식사때”
“지금 긴급회의를 해야 하니 5분 뒤 사내 메신저에서 봅시다.”
A사 고 전무가 마케팅 부서 중견 간부들의 휴대전화로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약속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이 부장도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곧장 근처 벤치에 앉아 아이패드를 켜고 메신저에 접속했다. 안건은 새로운 IT 개발비용 투자건. 얼마나 많은 인력과 비용을 언제부터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놓고 A사 핵심 간부들의 ‘온라인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사는 이 온라인 긴급회의로 최종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신기술 투자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럼 오후 7시 3층 회의실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대면(face-to-face) 회의를 갖고 최종 결론을 내립시다.” 고 전무의 정리로 긴급회의는 20분 만에 마무리됐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성과의 큰 차이’를 가져오는 ‘작은 출발점’은 무엇일까? A사는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 차이는 업계의 성과차이로 이어졌다. 액센츄어는 기술(technology), 그 가운데서도 IT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IT의 발전은 이미 기업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는 핵심요인이다. 최고기술경영자(CIO·Chief Information Officer)들은 기업의 가치창출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고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춘 신기술들은 혁신(innovation)과 성장(growth)의 핵심도구로 I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액센츄어는 고성장(high performance) IT 조직이 경쟁기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 CIO 226명을 대상으로 액센츄어의 ‘고성장 IT 연구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사했다. 이 결과 고성장 IT조직의 운영 방식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반 기업들과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어떻게 달랐을까?
고성장 IT조직에 숨겨진 3가지 비밀
IT를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가치창조로 기업 성장을 이끌어 가는 CIO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CIO의 첫째 조건은 차별적인 투자로 사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 그 바탕에는 사업과정(business process), 정보, IT시스템을 하나로 모으고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CIO는 IT 포트폴리오를 복잡하지 않게, 중요한 내용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해 짤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자체 투자는 핵심 분야에만 집중하고 다양한 아웃소싱(outsourcing)을 활용한다. 몸집을 가볍게 하고 조직의 민첩성(agility)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민첩한 조직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다. CIO는 자료 활용, 고객과의 소통, 신상품이나 서비스 제공 등의 분야에서 IT를 활용해 더 큰 사업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갈 길 바쁜 CIO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조사대상 CIO들은 IT 관련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 가운데 36%를 기존 프로젝트의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거나 개선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IT 프로젝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고비용 저효율’의 실패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IO를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CIO를 제외한 다른 최고경영자들의 46%가 ‘CIO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뚫고 고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조직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조사결과 고성장 IT조직의 3가지 ‘핵심 토대(key fundamentals)’는 △실행력(execution) △민첩성(agility) △혁신(innovation)이었다. 특히 이들 핵심 분야에서 고성장 조직과 일반 조직의 성과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장 IT조직과 일반 조직의 혁신 분야 성과 격차는 2008년 31%에서 2010년 44%로 13%포인트나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실행력 격차도 30%에서 39%로 커졌다.
고성장 IT조직의 핵심 IT 역량 9가지
고성장 IT조직의 CIO들은 실행력과 민첩성, 혁신을 무기로 4개 분야에서 일반 조직을 압도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액센츄어는 이를 다시 △전략적 배치(strategic alignment) △IT 관리체계(IT governance) △구성(architecture) △정보 관리(information management) △인력과 자원관리(workforce & resource management) △정보기술 보안(information & technology security) △해결책 운용(solution delivery) △서비스 관리와 운영(service management & operations) △아웃소싱(outsourcing) 등 9가지 핵심 IT 역량으로 정의했다. 고부가가치 창출과 기업 성장의 바탕이 되는 3가지 중요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IT를 기업 활동 전 분야에 걸친 성장 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1.전략적 배치 고성장 IT조직은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IT를 언제,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반 조직과 큰 차이가 없지만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IT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판단과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조사결과 일반 조직은 ‘사업 운영비 절감’을 7가지 항목 가운데 사업 우선순위의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았고 고성장 IT조직도 세 번째 우선항목이라고 답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사업 운영비 절감을 위한 전략적인 IT 활용비율은 고성장 IT조직(69%)과 일반 조직(40%)이 크게 차이가 났다.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 전달’ 항목의 경우 고성장 IT조직의 전략적 IT 활용비율은 69%나 됐지만 일반 조직은 19%로 무려 50%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