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에 성공한 기업만이 21세기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디자인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감성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기술이나 품질, 가격보다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나아가 디자인이 좋으면 가격이 좀 높더라도 비슷한 성능의 다른 제품보다 더 선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이나 품질의 평준화,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디자인은 가장강력하고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이 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의 물결은 2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트렌디한 소비재 제품시장에서부터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디자인이 비즈니스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곳에서도 디자인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항공산업도 그 중에 하나다. 굳이 디자인과 관계 있는 부분을 찾아낸다면,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승무원 복 정도이다. 사실, 비행사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가격, 그리고 서비스 정도였다. 하지만, 영국의 버진아틀랜틱 항공은 디자인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그 비결을 알아보자.
어두운 하늘을 나는 항공사들
최근 세계 항공업계는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와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저가항공사 등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칸에어라인(American Airline)의 모회사인 AMR은 지난 2분기에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했고, 미국 내 운송량 기준으로 최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즈도 주당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7%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의 사정 또한 밝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항공사가 있다. 버진 아틀랜틱항공이다. 버진 아틀랜틱 항공은 영국 버진 그룹의 소속 항공사로 2006년 매출액이 2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디자인
그런데 버진 아틀랜틱 항공이 잘나가는 비결은 놀랍게도 디자인 때문이다. 언듯생각하기에 항공사와 디자인이 썩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버진 아틀랜틱항공은 공항 라운지부터 기내까지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멋진 디자인덕택에 비즈니스 2.0 선정 우수 디자인상, 디자인 위크지 선정 ‘최고의 공항라운지 디자인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고 디자인 전문가들도 찬사를 보낸다. 버진 아틀랜틱 항공의 어떤 전략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까?
디자인 통해 고객들에 기쁨을 선사하라
첫째, 버진 아틀랜틱 항공은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기쁨을 선사하는데 주력했다. 그 중에서도 버진아틀랜틱 항공의 공항 라운지는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동시에 현지 문화와 이용고객의 특성을 함께 고려한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뉴욕 JFK공항의 버진 항공사 라운지는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컨셉으로 화려한 폭포와 진주 빛 조명이 돋보이고 테이블 주변을 감싸고도는 30m에 이르는 수변공간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또 영국 히드로 공항 라운지는 ‘우주로 떠나는 여행’과 같은 느낌으로 곡선형의 천정과 파격적인 붉은 조명으로 우주를 형상화하고 있다. 반면 홍콩 공항 라운지는 비즈니스맨이 많은 점을 고려해서 초고속 무선 인터넷 등 편리성과 첨단 분위기에 중점을 두었다. 이렇게 각 공항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함으로써 이용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함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멋진 디자인은 버진 아틀랜틱 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만이 아니라 버진을 이용하지 않은 고객들도 다음에는 꼭 한번 버진 아틀랜틱 항공을 이용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홍보 효과까지 얻고 있다. 이런 멋진 디자인은 고객들의 합리적인 욕구 즉, 가격이나 편리성을 넘어서 그들의 ‘감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른바 감성공학이 적용되는 것이다.
멋지게 디자인 하되 실용적일 것!
두번째는 고객이 찾는 디자인을 현실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디자인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버진 아틀랜틱은 일반 고객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쟁사 보다 싼 가격에 일등석과 맞먹는 환경을 제공하는 ‘업퍼클래스’(upper class)이다. 업퍼클래스는 비즈니스클래스와 일등석의 중간급으로, 전 세계 수많은 블로그에서 꼭 타봐야 할 좌석으로 소개 될 정도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좌석은 기존 좌석과 달리 각 시트는 부드러운 활처럼 굽은 파티션으로 나누어져 있고, 침대처럼 완전히 수평으로 누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서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등급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전략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 좌석은 이코노미석 보다 약간 여유 있는 급으로 중, 장거리 비행에 적합하게 설계되었는데,특히 중소기업의 비즈니스맨, 은퇴하고 여행을 즐기려는 고령자들로부터 ‘우리가 찾던 바로 그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들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이처럼 좋은 디자인이란 보기에도 멋져야 하지만, 쓰기에도 편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애플의 데스크 탑 컴퓨터인 아이맥은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사랑 받는다. 본체와 모니터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공간 사용을 혁신적으로 줄였고 불필요한 선들을 없애는 실용적인 디자인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 사랑을 받고 있다.
도전적인 기업문화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와
세번째 이유는 혁신적인 디자인에 바로 ‘도전’이란 기업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디자인 만으로도 쉽게 해당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사적 차원의 디자인 전략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바로 CEO이다. CEO가 먼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련부서나 경영진의 요구에 따라 디자인컨셉이 변질되지 않도록 ‘디자인 수호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고, 마케팅, 개발, 생산 등 조직전체에 디자인마인드를 배양해서 전체 구성원의 디자인경영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버진그룹 의 리처드 브랜슨 회 장 은 9·11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도 디자인부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오히려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버진 아틀랜틱 항공의 디자인 경영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의 몇 가지 경쟁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니다. 디자인, 그것이 바로 가장 큰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소니의 명예회장인 오가노리오의 말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다시 알려준다.
“우리는 기술력과 가격, 성능, 기능 면에서 소니의 제품과 경쟁사의 제품이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우리의 제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는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