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들은 스포츠 스폰서십에 열광하는가?

6호 (2008년 4월 Issue 1)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담배제조회사 ‘우리담배’가 최근 제 8구단 센테니얼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센테니얼은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프로야구단. 계약에 따르면 우리담배는 2010년까지 3년간 총 300억 원을 지원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 효과를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이런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리담배는 계약을 진행한 담당자가 광고기획사인 옛 금강기획의 스포츠마케팅팀 출신이었기에 이런 과감한 후원이 가능했다.
 
대한축구협회의 14개 후원사는 매년 8억 원의 후원금을 내면서도 스폰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나이키는 현물 협찬을 포함해 무려 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면서 아디다스에 절대 스폰서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조건으로 2000만 유로(약 300억 원)를 요구한 가운데 광주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왜 이처럼 기업은 물론 지자체까지 스포츠 마케팅에 열광하고 있을까?
 
‘FIFA 월드컵’의 스폰서십 효과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기로 하자. FIFA 월드컵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분석해 본다. 현대자동차는 우선 월드컵 본선 64게임을 통해 200개 이상 국가에서 누적 시청자 600억 명 이상에게 현대차 브랜드를 노출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둘째, 현대차는 미국에 포니 브랜드로 첫선을 보인 뒤 ‘싸구려 자동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디다스, 코카콜라, 소니, 비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들과 함께 FIFA 월드컵의 후원사에 속한 덕택에 일거에 최고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스폰서 유치 과정에서 이미지가 낮다는 이유로 현대차의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FIFA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긴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결국 FIFA를 설득해 후원사로 뽑히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게 된 것이다. 셋째, 현대차는 월드컵을 이용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으며 실제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매출이 오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연례 파업으로 현대차가 노사분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월드컵 후원사 참여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당시 광고대행사였던 금강기획은 “업계 최고 브랜드만이 참여하는 월드컵 후원사가 된다면 현대차 노사는 업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고 서비스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서로 협력하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현대차를 설득했다. 이처럼 스폰서 기업들은 FIFA 월드컵 스폰서십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노출 브랜드 이미지 구축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개발 매출 증대 효과 내부 고객 통합 효과 등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후원사들의 스폰서 권리는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는 ‘FIFA 월드컵 공식 후원사 현대자동차’라는 명칭을 공식 사용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 로고와 엠블럼, 월드컵 공식 음악 등을 활용해 광고했다. 따라서 후원금은 ‘월드컵’이라는 모델의 사용에 대한 모델료라고 여기면 될 것이다.
 
현대차는 또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를 홍보대사로 활용해 활발한 PR 활동을 벌였다. 더불어 월드컵 경기장 주위에 자동차를 전시하고 고객에게 홍보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했으며, 경기장 내 2개면 보드 광고를 통해 축구 경기를 보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했다. 월드컵 사이트를 별도로 제작한 것은 물론 FIFA 사이트를 비롯한 FIFA의 모든 제작물과 FIFA 주최 모든 행사에 참여해 브랜드를 노출했으며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과 공동마케팅도 실시했다.
 
현대차는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때 스페셜 에디션 자동차를 한정 판매한 것은 물론 대회조직위원회에 차량을 제공해 VIP들이 현대차를 이용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VIP들이 월드컵 마크가 부착된 현대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현대차는 또 우수고객들을 경기장에 초청하는 고객접대(hospitality)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월드컵 마크가 새겨진 기념품을 경품으로 사용했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FIFA가 주관하는 여자 월드컵, 청소년 월드컵, 대륙간컵 대회에서도 스폰서 권리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스폰서십 사례를 통해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를 살펴봤다. 스포츠 스폰서십은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대회 후원 이외에 스포츠 단체, 팀, 선수 후원 등이 있다. 최근에는 경기장 후원(Naming Rights)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이런 스포츠 스폰서 유치에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필자가 금강기획에서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며 현대자동차의 FIFA 월드컵 후원사 유치, 기아자동차의 호주오픈 테니스 후원사 유치, 대한축구협회(KFA)의 후원사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현대자동차는 FIFA 월드컵 후원사 유치 협상이 진행되던 1998년 전체 광고 예산 2억∼3억 달러 가운데 5000만 달러를 스폰서 대가(Fee)로 과감히 투자한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낮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고전하고 있던 기아자동차는 금강기획이 호주오픈 테니스 메인 스폰서 유치를 제시하자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결국 이미지 변신 효과를 얻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FIFA 후원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금강기획의 제안을 과감히 받아들여 매년 10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따내고 있다.
 
필자가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기아자동차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후원사 유치 실패 사례다. 당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기아의 후원사 조건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후원사 자격 보장을 약속했다. 금강기획은 현대차가 월드컵 후원사를 맡는 대신 기아차는 삼성처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하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현대차가 베이징올림픽 후원사 참여를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신규 브랜드나 하위 브랜드라면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삼성전자가 오늘날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올림픽 및 첼시 구단 후원처럼 효과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자리하고 있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perception)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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