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팅 전략

멀리 보고, 신흥시장의 참된 니즈 충족시켜라

77호 (2011년 3월 Issue 2)

 

신흥시장은 경제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아직 낮다. 빈부격차도 크고 정치사회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신흥시장 마케팅에서 성공하려면 이 같은 신흥시장의 특수성부터 잘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라할라드(C.K. Prahalad)가 2004년 출판한 저서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에서 제시한 ‘BOP(Bottom of the Pyramid)’ 모델은 신흥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이 모델은 신흥시장의 구조를 피라미드 형태로 파악하고 진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중산층 내지 하위층을 겨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카나(Khanna), 팔레프(Palepu), 그리고 신하(Sinha)가 2005년에 HBR에 발표한 ‘Strategies that Fit Emerging Markets’에서 신흥시장의 제도적 환경이 선진국들과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신흥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흥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경영학적 연구들은 크게 보아 이 두 연구에서 제시한 통찰을 확장하고 검증하는 것이었다.
 

위의 두 논문을 포함한 기존 연구들이 기업들에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국이나 선진국 시장에서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과 조직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흥시장 마케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물론 소비자들의 낮은 구매력이다. 하지만 프라할라드가 지적했듯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계층만을 공략하거나 본국이나 선진국의 저가제품을 그대로 가져가 판매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선진국들과 달리 신흥시장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제도들(예, 미디어 및 유통채널)이 결여돼 있거나 부족하다. 그러므로 Khanna, Palepu, 그리고 Sinha가 제시한 바와 같이 신흥시장 마케팅의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현지시장의 그러한 제도적 차이를 극복하느냐가 된다. 기업은 이러한 이론적 접근법들 외에도 신흥시장들이 가진 고유한 사회문화적 특성들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오랜 기간 글로벌 경제에서 소외된 경험이 있거나 비교적 잦은 정치적 변화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외국기업들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기업이 본국이나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들을 신흥시장에 그대로 이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BOP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신흥시장의 피라미드 구조, 취약한 사회적 제도와 기반시설들, 현지의 경쟁환경, 정부와 소비자들이 가진 기대와 정서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제품과 마케팅 전략에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그러한 관점에서 신흥시장 마케팅의 주요 장애 요인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설명한다.(그림1)
 

BOP 마케팅 전략 방향: 제품과 서비스 혁신
BOP 모델은 다국적기업들이 신흥시장의 피라미드 구조 때문에 당면하는 어려움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흥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이 판매하는 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한 부유층이다. 하지만 신흥국가의 높은 빈부격차로 이들은 다른 하위 소비자 계층들에 비해 소수이며,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이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BOP 모델은 신흥시장에서 진정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피라미드를 따라 내려와 중산층 및 하위층을 목표시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특히 하위층은 소득이 상당히 낮지만 인구가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큰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으로 중산층 시장은 물론 하위층 시장까지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BOP 모델은 다국적기업들이 가진 기존의 제품과 전략으로는 그러한 시장들에 도달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신흥시장의 중산층이나 하위층 소비자들은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소득이 낮아서 비싼 외국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은 품질을 낮춘 저가 제품들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발전된 통신과 교통으로 개발도상국 소비자들도 최신제품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고, 대부분 주요 신흥시장에는 이미 많은 외국기업들이 진출해 경쟁이 치열하다. 설령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품질이 낮거나 구형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흥시장 마케팅 전략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혁신적 접근을 요구한다. 이는 기존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가격 대 성능 또는 가격 대 기능에 대한 기준을 신흥시장에 맞게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성능/기능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그들의 구매 가능한 가격 범위 내에서 그러한 성능/기능을 가진 제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차원에서 제품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GE의 의료기 사업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지역 의료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R&D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초음파검사기보다 가격이 절반 내지 3분의 1밖에 안 되는 1만5000달러짜리 휴대용 초음파검사기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급적 최신 기술과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는 게 유리하다. 신흥시장은 과거 오랜 기간 외부와 차단돼 있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국내 공급자의 제품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우수한 신제품에 관심이 클 수 있다. 더욱이 신흥국가 소비자들의 구매력 범위 내에서 가능한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낯선 인도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가 단시간 내에 소형승용차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Min Case 1)
 

제도적 공백: 제휴 또는 기회로 활용
선진국에는 일반적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회적 제도들이 잘 발달돼 있다.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주는 시장조사기관, 제품 홍보에 이용될 수 있는 대중매체(예, TV와 신문), 신속하고 저렴한 물류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교통 인프라, 제품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유통채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서는 선진국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그러한 사회적 제도들이 미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인도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도인 뉴델리에서조차 전자제품들이 동네 구멍가게와 같은 소규모 점포들을 통해 유통된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인도에 대형유통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최근 사례로는 롯데백화점의 러시아 진출이 있다. 이 회사는 야심 찬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열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지하 경제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입점한 점포들은 신용거래는 물론 점포의 매출액조차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그 결과 매월 고정된 금액의 임대료를 받는 불리한 계약을 입점 업체들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이 입점한 점포의 매출액에 따라 임대료를 받는 한국의 관행과는 다른 식의 사업을 전개해야 했다.
 
Khanna, Palepu, 그리고 Sinha는 선진국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존재하는 ‘제도적 공백(intuitional voids)’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예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본국의 사업 환경에서 그런 문제에 직면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흥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 매료돼 제도적 차이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자를 감행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제도적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제도들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창의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신뢰할 만한 현지기업과 제휴를 맺어 현지 마케팅을 맡기는 것이다. 전 세계 발포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동진쎄미켐은 1992년 인도네시아 공장을 설립할 때 그러한 전략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는 지역이 넓고 도서지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교통시설이 열악했다. 이 때문에 중소 생산업체가 전국적 마케팅까지 직접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진출기업은 또한 제품생산을 안정화시키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내에서보다 넓은 수직적 통합이나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다. 1973년 인도네시아에 선구적으로 진출한 ‘대상’은 현지의 잦은 정전사고, 원부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 공장 내에 대규모 자가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조미료 생산에 필요한 화학약품부터 최종 포장재까지를 직접 생산하는 수직적 통합을 추진했다.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는 기업은 신흥시장의 사업환경을 자사에 유리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독자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모니터 사업부는 초기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전역을 5개 상권으로 나누고 10개의 총 대리상을 선정해 이들에게 제품공급 보장, 판촉활동 지원, 판매 실적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의 판매를 금지하고 모든 대금을 현금으로만 받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총 대리상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해 모니터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방지하고, 외상매출금 회수가 어려운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창의적인 접근법을 통해 신흥국가의 열악한 유통망을 극복한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Mini Case 2에 소개된 LG생활건강의 베트남 진출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 고급화장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문판매 모델을 현지화했고, 그 결과 다른 외국계 및 현지 화장품회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현지기업들과의 경쟁: 글로벌 이미지와 현지화의 조화
신흥국가들의 현지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약하지만,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중요한 시장에서는 현지기업들의 경쟁력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외국기업으로서 이들과의 경쟁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선진적인 첨단 제품을 제공하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레빗(Levitt)은 1983년에 자신의 고전적 논문 ‘The Globalization of Markets’에서 외국기업이 현지기업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전략은 현지화를 더 잘 하는 게 아니라 현지기업들이 제공할 수 없는 글로벌 통합과 표준화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홀트(Holt), 치(Quelch), 그리고 테일러(Taylor)가 2004년 HBR에 발표한 논문 ‘How Global Brands Compete’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는 품질이 우수하다고 믿고(44%), 글로벌 커뮤니티에 속하고 있다는 정체성을 느끼기 때문이다(12%).
 
이와 같은 학문적 연구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제품 현지화를 통해 현지기업들과 가격경쟁을 벌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기업들은 자국 소비자들을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제품 현지화를 더 잘할 수 있고,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마케팅 전략은 외국기업들이 공급하는 제품이 현지기업들의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선진적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외견상 앞의 설명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앞에서는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이 소득이 낮아서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최신 제품들을 구매할 수 없고, 현지 소비자들의 특유한 요구와 제도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과 마케팅 전략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이러한 모순점을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와 현지화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비록 소비자들에게 저가의 현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더라도 글로벌한 최신 제품을 현지시장에 가장 앞서서 소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많이 판매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이더라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를 다른 경쟁기업들보다 앞서 내놓고 고객들을 유인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흥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경제 발전과 개방화 추진에 따라 최신 제품, 글로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 및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은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우위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한 전략의 좋은 사례는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LG생활건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트남의 평판TV 시장은 규모가 작고 구매력이 낮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과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최첨단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TV를 수입해, 현지에서 조립 생산되는 중고가 모델들과 병행 판매하고 있다. 비록 고가의 LED TV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세계 최첨단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LG생활건강도 베트남에서의 주력 제품은 중고가 혹은 중가의 화장품들이지만 한 개에 400∼500달러가 넘는 최고급 화장품도 수입 판매한다. 이런 제품은 베트남의 최상류층에 주로 판매되지만, LG생활건강이 베트남에서 최고급 화장품을 판매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한다.
 
경계심과 폐쇄성: 사회적 요구 및 소비자 정서에 대응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글로벌 경제에서 소외돼 왔고, 급격한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거나 폐쇄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국민 정서는 선진국의 소비자들과 상당히 다른 점이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가진 경계심과 폐쇄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진출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전략 중 하나는 사회봉사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다. 진출기업은 또한 개발도상국의 정부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헌 마케팅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상당수는 비효율적인 정부, 재원 부족, 부패 등으로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많은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공동체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만일 외국기업으로서 피 투자국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현지의 소비자들은 그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자신들의 공동체에 속한 일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흥시장은 제도적 공백으로 회사의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잘 홍보할 수 있는 대중매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외국기업이 사회공헌 마케팅을 현지 정부 또는 사회단체와 협력해 진행하면, 현지의 매스컴들에 그러한 자선행위가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홍보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신흥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비자 권리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약하고 제품의 품질/기능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생소한 제품의 구매를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기업들이 공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감을 가질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신흥시장에서 기업 브랜드를 홍보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Samsung DigitAll Hop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사회교육 프로그램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했고 인도에서는 Rajiv Gandhi 재단과 연계해 장애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펼쳤다. LG전자는 베트남, 태국, 러시아 등지에서 LG 챔피언 퀴즈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했고, 태국에서는 정부의 마약퇴치 정책에 동참해 2002년부터 매년 회사가 주도하는 전국적인 마약퇴치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가까이 다가가는 마케팅 신흥시장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 정부 및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다가가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안정화된 경제체제를 가진 선진국과 달리 신흥시장은 지속적인 경제 개발 및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 포지셔닝한다면 보다 유리하게 현지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현지 정부도 외국기업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활용해 경제 개발을 추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기 때문에 자국의 경제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협조적 자세를 취하는 외국기업들에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예로 GS건설이 베트남에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는 베트남 정부의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경제개방 이후 베트남 경제가 빠른 성장을 하면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많은 투자가 요구됐지만, 재정 부족으로 베트남 정부는 그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화자본이 부족해 기술이 우수한 외국 건설회사에 대규모 공사를 맡길 수 없었다. GS건설은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도로, 주거용지 등과 같은 사회인프라를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아파트 및 오피스빌딩 건설용 토지를 불하 받는 사업계획을 베트남 정부에 앞장서서 제안했던 것이다.
 
아울러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단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들의 니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된 AS를 제공해 우리기업이 현지 고객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비스센터를 개설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시골지역에 대해 서비스 요원들이 마을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고장난 제품들을 수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유통업체들이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을 진지한 사업파트너로 대함으로써 제품 판매에서 후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LG전자가 인도 시장을 초기에 개척할 때 LG판매원들이 구멍가게와 같은 유통점들을 직접 방문해 진열장의 유리창까지 닦아주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장기적 마케팅 능력 개발
한국기업들은 신흥시장에서 비교적 좋은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수준이 신흥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나 마케팅 프로그램들이 현지시장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1970∼1980년대 근대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비민주적인 정치체제나 비효율적인 사회제도들이 초래하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선진국 기업들보다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재벌그룹들의 다각화된 사업구조는 사회제도가 불완전한 개도국에서 효율적인 경영체제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사람들의 열심히 일하는 자세와 정()에 기초한 문화는 경제발전을 열망하고 공동체의식이 아직 강한 신흥시장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기업들도 부족한 점이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들과 마케팅 기법들을 신흥시장으로 이전시키는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들은 선진국 제품들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를 개발도상국들에 이전시키고 적절한 현지화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신흥시장을 공략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와 같이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큰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마케팅 활동을 더욱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현지에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흥시장 내에서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담당할 우수한 현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흥시장은 소득이 낮고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고도 그 나라 엘리트들을 채용할 수 있다. 이들을 회사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 보수와 승진에서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흥시장 마케팅에서 성공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인력 양성의 중요성은 Min Case 3에 제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도진출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해외시장에서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낮아서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보다 LG의 중고가 제품 전략이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하나 가능한 이유는 삼성 인도법인이 주로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에 의해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LG 인도법인은 우수한 현지인 경영자들을 양성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법인 운영권한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현격한 인도에서 LG는 현지실정에 맞는 제품기획 및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조직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다.
 
최순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skychoe@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국제경영 전공)를 취득했다.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경영학연구 등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개재했으며, <경영학 뉴패러다임: 국제경영> <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영> 등 여러 편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