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는 미디어업계의 혜성, 허핑턴 포스트

74호 (2011년 2월 Issue 1)

 
2009년 9월 미국 미디어 산업계에 사건이 일어났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밖에 안 되는 허핑턴 포스트에 방문자 수를 추월 당한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허핑턴 포스트를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도대체 허핑턴 포스트가 뭐길래 대통령까지 나서서 보라고 한 걸까?
 
허핑턴 포스트는 2005년 여기자 애리아나 허핑턴이 정치 관련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블로그다. 문을 연 지 2년 만에 사상 최초로 미국 대선주자들의 온라인 토론회를 주관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며 2010년엔 10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평범한 여기자였던 애리아나 허핑턴은 포브스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28위에 올랐다. 이에 반해, 기존 미디어의 강자인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는 계속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가 기존 대형 미디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전문 기자의 활동 비율을 낮추고,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블로거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했다. 조사 결과, 2010년 10월엔 6000명이 넘는 블로거들이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유명인사,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마이클 무어 감독, 마돈나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블로거들은 돈을 받지 않음에도 왜 자발적으로 기사를 쓰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을 때 쾌감을 느끼게 된다. 허핑턴 포스트는 이러한 사람들의 내재적 욕구를 활용해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이끌어냈다. 그 방법은 네티즌들에게 마음에 드는 블로거를 팬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글을 작성하는 블로거는 팬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이고 공감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통해 기사를 자발적으로 작성할 뿐만 아니라 더 양질의 기사를 쓰도록 자극을 받는 셈이다.
 
두 번째 비결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소통 채널의 다변화다. 2009년 8월 허핑턴 포스트는 페이스북과 연계하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직전 워싱턴 포스트의 월간 이용자는 1168만 명으로, 허핑턴 포스트에 비해 350만 명이나 많았다. 페이스북과 연계 후 불과 한 달 만에 허핑턴 포스트는 워싱턴 포스트의 방문자수를 넘어섰다. 허핑턴의 구독자들은 허핑턴 포스트에서 본 기사를 페이스북 커넥트를 통해 쉽게 페이스 북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친구들이 무슨 기사에 관심이 많은지,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친구가, 또 그 친구의 친구가 허핑턴 포스트 사이트에 직접 방문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주며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사용자끼리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도록 재미 요소도 부가했다. 바로 네티즌들의 활동과 역할에 맞춰 배지를 주는 일이다. 기사를 많이 공유한 사람에겐 슈퍼 유저 배지를, 많은 팬을 가진 사람에겐 네트워커 배지를, 부적절한 코멘트를 통지한 사람에겐 중재자 배지를 주는 식이다. 거기에 레벨을 부여해 서비스에 차별화를 둠으로써 구독자들이 등급을 높이려고 더 활발히 활동하게 했다. 실제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하는 사용자는 단순히 기사만 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 소셜 네트워크 연계 서비스 덕분에 허핑턴 포스트의 방문자 수는 얼마 전 2600만 명을 기록했다. 광고 및 마케팅 효과 증대 덕에 2010년에는 무려 3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유명 주간지 타임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뉴스위크는 적자에 허덕이다 2010년 8월 현금 1달러에 매각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미디어 시장의 침체에도 허핑턴 포스트는 설립 5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2011년 매출액 1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바로 블로거들의 자발적 참여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의 연계 덕이다. 애리아나 허핑턴은 미디어 산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셜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미래에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미 요소를 첨가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소통 방안을 모색해 발전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김병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SERICEO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회원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http://www.seri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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