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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Management

레종이 국산 담배야? 그럼 메리츠증권은?

김동균 | 75호 (2011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지난 10년 동안 국내 대기업에 브랜드·마케팅 전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온 비아이티컨설팅(bit consulting)의 대표인 김동균 박사가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통찰을 제시합니다.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와 함께 제시될 브랜드 전략 스토리를 통해 많은 지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특히 20대 젊은 층들에 큰 인기를 끌던 담배 브랜드로던힐(Dunhill)’이 있다. 던힐은 호텔(특히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카페 등 소위 20대 젊은층이 많이 드나드는호레카를 주요 공략대상 유통채널로 선정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업소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살 수 있었던 당시로선 특정 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판촉 전략이 큰 효과를 거뒀고, 이로 인해 던힐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올라갔다. 특히 이러한 유통 전략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던힐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부분 대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건 특별한 날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는 던힐에는고급스러운’ ‘잘나가는’ ‘세련된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당시 대학생들 중에는 데이트를 할 때에는 던힐을 가지고 나가고 평소에는디스(This)’를 핀다거나, 던힐 케이스에 디스를 넣어 다니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던힐 브랜드는 2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세련된 젊은이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20대를 위한 토종 담배 브랜드레종(Raison)’

2002 8 19일에 출시된 토종 담배 브랜드레종(Raison)’은 바로 외산 브랜드 던힐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전략적으로 개발한 브랜드다. KT&G는 젊은 흡연층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20대를 타깃으로 한 신규 브랜드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우선 던힐의 고급 이미지에 대응하기 위해 독특한 개성을 담은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타깃 고객을 이기적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만의 멋과 자유를 맘껏 즐길 줄 아는, 그리고 내면의 절제력을 갖춘 20대로 좁혔다. 20대 중에서도 자유와 방종을 구분할 줄 알고, 멋과 사치를 구분할 줄 알며, 젊음과 무모함을 구분할 줄 아는 20대 층으로 고객군을 한정한 것이다. 불어로 이성(理性), 이유(理由)를 뜻하는레종(Raison)’을 신규 브랜드 이름으로 삼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불어로 발음도 어렵고 영어 이름에 비해 쉽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네이밍을 통해 젊은 층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계산도 한 몫 했다.

던힐이 업소 위주로 유통망을 활용했던 것과 달리 레종은 출시 초기 20대 타깃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편의점에만 우선적으로 출시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구축을 위해 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유통 역량을 집중한 던힐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사용자 층을 명확히 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 타깃의 특성과 가장 유사한 특성을 지닌 고양이 캐릭터를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설정한 점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고양이=레종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심어줌으로써,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20대 타깃 고객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역점을 뒀다.

출시 이후에도 레종은 브랜드의 개성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병행했다. 출시된 후 약 2년이 지난 시점인 2004 7월에 진행한 ‘19+1’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1 20개비 중 독특한 그림이 그려진 1개비의 담배를 넣는 새로운 시도였다. 출시일인 19일을 상징적으로 활용해 전체 담배의 5%에서만 독특한 그림을 만날 수 있게 했다. 2년 전 출시 당시 네이밍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크게 관심을 일으켰던 레종의 붐이 재현된 것은 물론이다. 소비자들은 독특한 그림이 든 담배를 우연히 사게 되면 그것을 행운으로 생각했고 독특한 디자인들을 수집하는 사용자층이 늘어났으며 고객 상담실에는 그림이 모두 몇 종류가 있는지, 모든 종류를 다 모으면 상품을 주는지 등 다양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 밖에도 2004 12월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버전, 2005년에는 외부 온도에 따라 패키지가 변하는매직 레종(Magic Raison)’을 출시해 브랜드의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2006 12월에는 문화 코드를 디자인한 스페셜 버전인레종 데트르(Raison D’etre)’를 출시했다. 프랑스어로존재의 이유라는 의미를 담은 레종 데트르는 ‘Legend of Revolution(혁명의 전설)’을 테마로 미술(팝아트), 음악(펑크록), 영화(누벨바그), 문학(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아르 누보) 5가지 대표 장르에서 콘셉트를 도출해 이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제품당 5개의 패키지에 나눠 담았다. 대학가에서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디자인에 담아 타깃 고객들과 감성을 교류하는 브랜드로 다가가려는 시도였다. 이는 상품에 문화코드를 입힌 제품, 이른바컬덕트(문화를 뜻하는 culture와 제품을 뜻하는 product의 합성어)’라는 마케팅 요소를 접목시킨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흡연가들, 특히 20대 젊은 흡연층들에 레종은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로 떠오르며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또한 소비자들이 레종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갖게 하는 계기도 됐다.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 관리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브랜드의 매출 성과가 뚜렷한 이유 없이 서서히 하락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제품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소비자의 니즈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브랜드가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특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은 이내 식어버린다.

브랜드도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수명주기)이 있다. 브랜드가 영속성을 가지려면, 바로 이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브랜드가 활기 있고 신선하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다. ,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의 특성을 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도록 하는 게브랜드 라이프 사이클(Brand Life Cycle)’ 관리의 핵심이다. 레종은 이런 점에서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 관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 8년여 동안 초기 설정한 타깃층을 지속적으로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성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전달, 브랜드의 신선함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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