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

수요 불확실성, 시나리오로 관리하라

69호 (2010년 11월 Issue 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경영(Scenario Management)을 도입하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이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한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들을 고려해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든 후 각 시나리오별 대응안을 미리 짜놓는 경영전략이다. 시나리오 경영에 충실한 기업들은 해당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통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타기업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한 국내 대기업은 전 세계 사업장의 경영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전사통합리스크관리체계(Enterprise Risk Management: ERM)’의 운영에 돌입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마케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는 최근 그의 저서 <카오틱스(Chaotics)>에서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격동(turbulence)을 감지하고 혼돈을 예측하며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 생존에 절대적 요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각종 리스크에 대한 조기경보(Early warning)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전 대응조치가 가능한 기업경영체계, 즉 시나리오 경영 도입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나리오 경영의 개념은 SCM 관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SCM은 시장수요(market demand)를 기반으로 회사 내 전 부문들의 계획을 단일계획(single plan)으로 일원화해서 회사 전체가 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수요지향적(demand-driven) 공급체제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가는 전체 SCM 운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취향이 더욱 다원화되고 변화주기도 짧아지면서 시장수요의 변동이 심해지고 있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간 융합화(convergence)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 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아지면서 제품의 제조 리드타임(lead time)은 오히려 길어지는 IT기반 전자제품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기 적량을 공급할 수 있는 효과적 공급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란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상황을 감안해서 몇 가지 발생 가능한 수요 예측 시나리오를 미리 수립하고 시장의 변동 양상을 조기에 감지해 상황에 맞는 수요 시나리오를 선택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수요 예측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해당 변동 내용을 회사 내 타 부문에 빠르게 전달함으로써 해당 부문들이 합의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기존 수요관리 체계가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떠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가부터 살펴본다.
 
기존 수요관리 체계의 한계
 
 
수요관리란 단순히 미래의 시장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예측(forecasting)’ 기능 자체만을 강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공급계획 및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서 수요계획(demand plan)을 생성 및 형성하고 그것을 타 부문들과 합의해 실행한 후, 수행 결과에 대해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수요예측 정확도를 개선해가는 일련의 프로세스 전체를 의미한다.
 
수요관리 핵심 프로세스
1)수요계획 프로세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정 및 관련 참조정보(유통정보, 판매실적, 통계적 분석, 경영계획 등)들을 바탕으로 수요계획을 생성(Demand Planning)하는 프로세스
2)수요계획 합의 프로세스: 판매 내부 간의, 공급, 재무 등 타 부문 또는 외부 거래선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요계획을 합의(Demand Consensus)하는 프로세스
3)모니터링 및 수요분석 프로세스: 수요계획 및 실행결과를 모니터링 및 분석해서 그 결과를 다음 플래닝 사이클(planning cycle)에 반영함으로써 계획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모니터링 및 수요분석 (Monitoring & Demand analysis) 프로세스
 
이들 각각의 프로세스들은 변화된 시장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본 기고에서는 글로벌 전자업체의 사례를 통해 현재 운영중인 수요관리의 상세 프로세스들이 각각 어떤 한계점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수요관리의 출발점이 되는 수요계획 프로세스부터 살펴보자.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수요예측 프로세스를 월 단위 주기에서 주 단위 주기로 바꿔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상황에 특별히 큰 변화가 있기 전까지 주 단위 수요계획은 월 단위 확정 실행계획 내에서 움직이고 있고, 월 단위 실행계획은 연 1∼2회 수립되는 경영계획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변화를 수요계획에 적기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수요예측 수립 구간도 10∼12주까지 되는 장납기 자재의 구매 리드타임을 고려해 5∼6개월까지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수요예측은 1∼2개월 내 단기구간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만 집중돼 있었다. 적기 공급체제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장납기 자재에 대한 구매계획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 및 마케팅에서 입력한 수요계획은 회사 내 전부문과 단일계획(Single plan)으로 합의돼 공급실행으로 연계된다. 문제는 수요예측을 수립하는 기준이 시장에서 실제로 제품이 팔리는 시점(sell-thru forecast) 기준으로 관리되기보다 데이터 입수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조업체의 출하기준(sell-in forecast)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고, 이 둘 간의 시점 차이 때문에 불필요한 과다 유통재고나 결품(stock-out)이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있다. AMR Research社가 2006년 북미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수요 변화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리드타임을 조사했는데, 실제 43% 이상의 기업이 실수요 변화 감지에 3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 또는 급감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그 변화에 대해 감지하고 수요예측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3주 후이고, 수요예측 변화치를 공급계획에까지 반영하는 데에는 구조적으로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수요계획에 기반한 합의된 단일계획(single plan)이 실행으로 연결되면 다음 할 일은 계획 기반으로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통채널의 재고가 정해진 목표치를 넘어선다면 유통채널로의 공급량을 줄이거나 프로모션 등 마케팅 정책을 통해 판매를 증진시키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특정 채널 DC(Distribution Center)에서 결품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유통채널이 적정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급량을 늘리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간단한 프로세스라도 실제로 운영하려면 기업 내와 기업 간에 상당히 정교한 프로세스에 대한 정의 및 합의와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의 일간 판매량이나 유통재고를 알기 위해 시스템 기반으로 데이터를 연결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하고, 무엇을 모니터링할 것이고 어떤 상황을 예외사항(exception)으로 규정할지 정의해야 하며, 해당 예외 사항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체계적으로 정의(process playbook)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선도 기업만이 이러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존 수요관리 체계가 변화된 경영환경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떤 어려움과 한계점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향후 수요관리 체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각각의 세부 프로세스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단계로 정의된다. 1단계는 시장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수요변동을 조기에 감지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2단계는 수요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들을 기반으로 과학적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수요 시나리오로 구성해서 관리하는 수요단의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수요단의 시나리오 변경에 따라 유연한 공급대응 및 리스크 관리를 하는 공급단의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러한 세 가지 단계들을 하나씩 구체화해 보자.
 
 수요변동을 조기에 감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및 분석체계 구축
1단계의 달성 목표는 시장정보 모니터링을 통한 시장변동 조기 감지다. 이는 정확한 수요계획 수립 기반을 마련하고, 수요 변동 요인과 수요와의 상관관계 분석 및 수요 시뮬레이션 체계 운영을 통해 예외사항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적기에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장정보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 데이터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정보는 자사제품에 관한 실팔림세 정보다. 유통에서의 주별/ 일별 실팔림세와 유통재고와 자사 프로모션이 수행됐던 히스토리가 프로모션 유형별로 관리돼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경쟁사 정보며, 이 또한 경쟁사의 판매실적/ 유통재고/ 가격/ 프로모션 수행 정보가 필요하다. 자사의 정보는 해당 유통업체로부터 직접 구할 수도 있으나, 경쟁사에 대한 유통정보는 보통 Gfk나 NPD와 같은 시장조사기관으로부터 구입해 활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가 분석을 위해서 원하는 모든 정보를 다 얻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때는 데이터 분석 규칙을 정해서 처리한다. 마지막은 시장정보이며 제품군별/ 시장별 성장률이나 해당 시장에서의 점유율(Market share) 등의 정보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데이터 관리체계가 정의돼서 필요한 데이터들이 모아지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예외사항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예외 사항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할지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일별 실팔림세를 평균 판매량과 비교, 지나치게 크거나 지나치게 작은 경우를 감지해 다음 플래닝 사이클(planning cycle)의 수요계획에 반영하거나, 즉각적인 결품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실행단에서 채널 DC간 균형 조절을 통해 즉시 추가 공급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외사항 처리에 대한 규칙은 세부적일수록 좋다. 주별 데이터보다는 일별 데이터를 기준으로, 채널 DC 레벨의 규칙보다는 점포 레벨의 규칙을 운영할 때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시장정보 모니터링 및 분석체계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리포트들이다.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함수는 가격 조정 시 수요가 얼마나 변동되는가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리포트이고, 제품 변환 계획(Product Transition Plan)은 구제품 유통에서의 재고수준을 고려해서 가격 인하를 결정하거나 신제품 출시일정을 늦추는 등 신·구제품의 전환일정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리포트다.
 
 수요단의 시나리오 Planning 체계 정립
2단계는 시장정보 관리체계에 의해 확보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서 기본 수요 예측값(baseline forecast)을 산출해내는 부분과 핵심 수요변동 요인에 대한 조정을 통해 미래에 발생 가능한 다중의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운영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번 단계에서 생성되는 통계적 수요예측은 중장기 구간에 대한 정확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장납기 자재에 대한 구매계획 및 생산량의 사전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수요변동 요인을 기반으로 사전에 구성한 다중 시나리오들은 시장의 변동에 대해 공급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과적인 공급 대응체계를 갖춰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통계적 기법을 통해 산출하는 기본 수요 예측 값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먼저 시장의 변동을 조기에 감지하기 위해 시장에서 제품이 실제로 팔리는 시점(Sell-thru)을 기준으로 예측 하며, 판매실적 외에 가격 및 프로모션 정보 등을 최대한 확보해 예측모형에 반영함으로써 예측력을 높이는 작업을 한다. 적정 신뢰수준의 수요예측에 필요한 제품의 판매실적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제품 특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타제품의 판매실적을 차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판매물량도 많지 않을 때에는 제품별 판매실적을 기반으로 제품별 수요 예측값을 산출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품의 특성(attribute)이 유사한 제품들을 그룹핑(segmentation)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기법(attribute-based forecasting)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어떤 특성 조합으로 제품을 그룹핑할 것인가가 수요예측 정확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밖에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실팔림세(sell-thru) 기반으로 산출된 수요 예측값을 다시 제조업체 출하(sell-in) 기준으로 역변환하기 위한 로직 개발도 필요하다.
 
중장기 구간의 수요예측 정확도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다중 시나리오 운영을 위한 수요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어떤 변수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결정을 위해서는 수요변동을 야기하는 원인들의 리스트를 뽑은 후, 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데이터의 가용성 및 데이터 측정 가능성이란 세 가지 측면을 기준으로 평가해서 시나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변수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광고에 대한 효과나 제품 차별성 등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큰 편이지만 데이터로서 측정 가능성이 매우 낮고, 경쟁사의 신모델 출시도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데이터 가용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가격(자사/타사)과 프로모션 수행 여부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체계를 수립한다.
 
 
수요에 대한 변동요인이 확정되면 수요 변동요인과 수요 예측량 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서 도출된 함수들을 기반으로 ‘What-if 시뮬레이션’ 체계가 완성된다. 사용자(demand planner)는 확정된 수요 변동 요인을 조정해서 수량의 변화를 예측하는 What-if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후 결과를 저장, 관리함으로써 비로소 시나리오 기반의 수요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는 일반적으로 가장 좋을 경우(best)와 가장 가능성이 큰 경우(most-likely),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경우(worst)의 세 가지로 관리할 수 있는데 공급계획이 확정되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가지 수요계획으로 확정돼야 한다. 이때 각 시나리오별로 매출/ 손익/ 공급량/ 목표 달성 여부 등을 한눈에 비교 분석할 수 있게 정리함으로써 의사결정권자가 효과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단의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 정립
마지막 단계는 변경되는 수요단의 시나리오에 따라서 유연한 공급대응 및 리스크 관리를 하는 공급단의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를 정립하는 단계다. 공급단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수요 시나리오가 변경되거나 단일 계획으로 확정될 때 요청되는 수량에 대해 적기에 공급 가능하도록 만드는 유연한 공급대응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즉, 수요-공급-협력업체 간 협업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정의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시나리오 기반 수요관리 체계에서는 수요의 변동에 따라서 공급도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수요 시나리오는 공급 가용성을 더 이상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한계 시점(timeline)을 기준으로 확정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는 시나리오 기반으로 공급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도가 시점별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의 경우 공급 가용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LCD나 반도체와 같은 장납기 자재에 대한 수급가능 여부와 금형 같은 생산공정의 수용 여부다. 이에 따라 공급수량은 변경이 가능한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중장기 구간에서 공급 가용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납기 자재의 경우 구매주문서(PO·Purchase Order)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수요 및 공급 시나리오의 총량을 정해야 한다. 즉, 이 시점까지 추가 PO 발행이나 PO 취소에 의한 공급 총량 조정이 허용된다. 일단 공급총량이 확정되면 이후 구간에서는 수요 시나리오의 변동에 따라 확정된 총량 한도 내에서만 자재 수급계획을 밀고 (push-out) 당기기(pull-in)를 함으로써 공급 가용량을 변경할 수 있다. 만약 이때 자재를 공동 사용할 수 있다면 확정된 수요의 총량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는 모델별 수요 시나리오뿐 아니라 모델 간 수요를 변경시키는 시나리오도 운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변경되는 공급 시나리오까지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연한 공급 대응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전용자재의 비중이 크다면 공급 대응력의 유연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요 시나리오 변경에 따른 공급의 유연성은 생산량이 확정되는 시점까지만 허용된다. 그 이후 구간에서는 수요 및 공급계획 모두 확정되기 때문에 더 이상 변경 없이 실행돼야 한다.
 
시나리오 기반의 수요관리 활용 사례
시나리오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가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기존 운영체계와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가상의 글로벌 전자업체인 A사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A사는 월 단위로 수요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요 시나리오를 확정하며, 주 단위로는 확정된 수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 부문과 합의된 단일계획(Single plan)을 수립해서 실행하는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월 단위 시나리오 확정 프로세스
- 본사 마케팅의 임 부장은 매월 3주차에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서 생성된 수요예측 값을 기반으로 자사의 프로모션 여부와 프로모션 종류 및 경쟁사의 프로모션 여부 등으로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구성해서 세 개의 수요 시나리오(best/most-likely/worst)를 각각 수립하고, 이를 타 부문과 공유한다.
 
- 글로벌 공급 계획 부서의 조 부장은 마케팅에서 제공한 수요 시나리오별로 각각의 대응안을 수립한다. 공급 대응량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핵심자재의 가용 여부다. 구매 부서 이 차장과 협업 하에 핵심자재 가용 여부를 점검해서 증감될 양이 얼마인지 산출한 후 협력업체와 공급가능 여부를 사전에 협의한다.
 
- 매월 3주차에는 사업부장을 포함해서 전 부문이 참석한 월간 S&OP (Sales&Operation Planning) 회의에서는 수요 시나리오가 확정된다. 확정된 수요를 기반으로 단일계획(Single plan) 또한 확정된다. 이때 확정된 계획을 기반으로 핵심자재 추가 PO 발주 여부가 결정된다. 기존에는 수요계획에 대한 합의 및 공유 지연으로 추가 구매발주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적기 공급 대응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확정계획 기반 구매발주로 공급 대응이 1주 이상 빨라졌다.
 
주 단위 계획 기반 실행 프로세스
- 미주 판매법인의 유통정보 관리담당인 김 대리는 매주 월요일 아침 유통채널로부터 EDI를 통해 자사의 시장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인터페이스 되고 있는 자사 제품의 일별 실팔림(sell-thru) 정보와 유통의 DC별 유통재고(channel inventory) 정보가 시스템에 기한 내에 들어왔는지를 점검한다. 시스템 연계가 안 된 일부 유통채널의 정보들에 대해서는 엑셀로 받은 데이터들을 수작업으로 월요일 오후 5시까지 시스템에 입력한다. 그 밖에 자사의 프로모션 수행여부와 프로모션 종류에 대한 정보 및 경쟁사 프로모션 수행 여부들도 정해진 기한 내에 시스템에 입력해 당주 수요예측 수립을 위한 준비가 모두 완료됐음을 확인한다.
 
- 미주 판매법인의 영업부 제임스 과장은 매주 화요일 시장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주 전미에 대한 실판매량이 과거 4주 평균 판매량보다 예외적으로 높아졌음을 감지하고 분석 결과 그것이 경쟁모델의 판매부진 때문임을 파악해서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는 당주 수요 예측 수립 시 반영될 중요한 인풋 정보다. 수요 변동을 감지해 수요 예측에 반영하기까지 기존에 2주 이상 걸리던 프로세스를 1주 이상 빨라지게 할 수 있다.
 
- A사는 매주 수요일마다 시장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에 모아진 전주 자사 및 경쟁사의 시장정보를 기반으로 향후 6개월 구간에 대한 수요 예측값을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서 생성한다. 이때 생성한 수요 예측값은 실팔림(sell-thru) 기반으로 생성된 값으로 시장의 변동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게 됐다.
 
- 미주 판매법인의 마케팅 매니저 장 부장은 통계적 기법에 의해 생성된 기본 수요 예측값(baseline forecast)에 영업사원들이 작성한 예외치 정보들을 반영해서 당주에 입력할 수요 예측값을 최종 확정한다. 장 부장은 이때 확정한 당주 수요 예측값이 예상외 판매량의 호조로 전월에 확정했던 발생 가능성이 높은(most-likely) 시나리오에서 최선(best)의 수요 시나리오로 이동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금주 말부터 판매증진을 위해 계획됐었던 가격인하 프로모션을 2주 이상 연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매주 S&OP에서 마감된 수요를 기반으로 공급계획을 수립한 후 전 부문이 모여서 단일계획(single plan)을 확정한다. 수요가 최선(best)의 시나리오로 이동하면서 공급부문도 사전 정의된 시나리오에 따라 핵심자재에 대한 구매요청을 앞당기고(pull-in) 타 제품에 이미 할당된 공용자재의 우선순위를 조정함으로써 공급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는 공급부문이 각각의 수요 시나리오별 대응안을 미리 수립해서 준비함으로써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연 없이 바로 실행과 연결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맺음말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시나리오 기반의 수요관리 체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시장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본 체계가 몇몇 기능에 대한 단순한 개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부터 공급까지 전 부문에 대해 SCM 체계 전체를 변화된 시장상황에 맞도록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완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 명확한 도입 전략을 수립하고 작성된 로드맵을 기반으로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영진은 본 체제를 추진하면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 하기보다 꾸준히 과제들을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본 체계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시스템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요관리 및 S&OP 분야의 전문가로 11년 이상 국내외 글로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SCM 컨설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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