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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기법

깜깜한 초행길에도 똑똑한 ‘내비’ 따로 있다

김연성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누군가 경영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에게 예측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그의 코멘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마치 깜깜한 밤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응시하며 라이트도 없이 시골길을 잘 달려가려는 것과 같다”였다. 무척 어렵단 이야기인데, 그래도 경영자는 예측을 하려 애쓴다. 라이트도 있고 내비게이션까지 갖춘 차로 휘영청 보름달 아래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달리 듯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비게이션만 있어도 초행길 가기에 도움이 많이 되는데, 만약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될 똑똑한 방법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요구와 필요에 따라 그동안 많은 예측 기법이 개발돼 왔고, 때론 진가를 발휘해 박수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명가(名家)의 보도(寶刀)’처럼 아무 때나 빼어 들면 잘 통하는 그런 예측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어떤 때 어떤 칼이 적합한 것인지 알고 쓸 수 있다면 다행이 아닐까? 이런 점에 착안해 그동안 개발된 예측 기법을 총망라해 보고, 그 용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업무에 적합한 기법을 선별해낼 수 있을 것 같고, 또 상황에 적합한 기법을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예측 기법 있나
 
 
이런 고민을 누군가 앞서서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찾다 보니 잘 요약된 ‘예측 방법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할 수 있었다.1  다음의 그림에서 보듯이 그동안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예측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예측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판단적(Judgemental)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통계적(Statistical) 또는 계량적 방법이다. 즉, 말로 하느냐 아니면 계산하느냐의 차이다. 판단적 방법에는 도움 받지 않는 판단(Unaided judgment), 시장 예측(Prediction markets), 델파이(Delphi)법, 구조화된 유추(Structured analogies), 게임이론(Game theory), 판단적 분해(Judgemental decomposition), 판단적 부스트랩핑(Judgemental bootstrapping),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s), 상황적 상호작용(Simulated interaction), 의도 및 기대 조사(Intention and expectation surveys),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 등이 제시돼 있다. 통계적 방법에는 추론 모델(Extrapolation models), 질적 유추(Qualitative analogies), 규칙 기반 예측(Rule-based forecasti-ng), 뉴트럴 넷(Neutral nets), 데이터 마이닝(Datamining), 인과 모델(Ca-usal models), 세분화(Segmentation) 등이 있다.
 
 
이제 하나하나의 특성 먼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래야 어떤 경우에 어느 방법이 제격인지 가늠할 수 있다. 먼저 판단적 예측 방법에 해당하는 11가지 기법의 정의와 착안점, 그리고 유의사항을 정리해 보면 <표1>과 같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것이다”라고 주장할 만한 대표 방법도 없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다음으로 통계적 예측 방법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보면 <표2>와 같다. 이 방법들은 모두 계량 자료를 이용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니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잘 찾아내 써야 한다. 좋은 예측은 곧 좋은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측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교육훈련도 없고, 전문가 양성과정도 없이 중요한 예측을 하려 한다. 예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 없이, 중장기 투자를 하거나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예측 기법이 등장하고 발전해 왔다. 이러한 진전으로 기업에서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델파이법, 상황적 상호작용법, 구매의도 연구, 구매의견 조사, 판단적 부스트랩핑 등이 주요한 판단적 기법이며 추론, 규칙 기반 예측, 원인결과 분석법 등이 주요한 통계적 기법이라고 하겠다. 다양한 예측 기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각각의 기법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 주목해 여기에서 소개한 예측 기법의 원칙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어떤 기법이 적합한지 체크해 볼 수 있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예측 기법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개발해 리스크에 대비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제 각 조직에서는 예측 전문가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밤길을 갈 때 우선 헤드라이트를 켜 자동차와 운전사의 한계도 인식하고, 지도도 보고 내비게이션도 켜 도로상황도 파악하면서 가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그 동안 많은 예측 기법이 개발됐다. 처음에는 미래를 하나의 포인트(점)로 예측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간에 예상되는 결과의 평균값을 제시하려 했다. 이후에는 평균에 묻혀버린 각 값들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포인트 대신 레인지(범위)로 예측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단일 포인트로 예측을 하기 어려우니 가능한 결과의 레인지를 제시하는 쪽으로 예측 기법이 발전해 갔다. 연초에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얼마가 될 것인가를 어떤 연구소에서는 1050원이라고 예측하는 것보다 1030∼1070원 사이라는 값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다양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미래에 발생할 일을 몇 가지로 구분해 쪼개서 예측해내는 것이다. 이게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에 해당하는 요인을 구분하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을 몇 가지 요소로 구분해 예측하려는 시도다.
 
또 다른 방식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내 수요를 예측하려는 시도다. 여기에는 물론 몇 가지 중요한 지표를 사용한다. 만약 괜찮은 지표를 찾아낸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매출 예측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변수를 찾아내서 예측을 하면, 조직은 이에 대응할 수 있다. 신규 주택 건설 허가라는 지표가 가전제품의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해 보면, 가전업체는 이 지표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계산해 내려 애쓸 것이고, 또 이 예측 결과를 가지고 영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순한 예측 방법으로 수요를 예상해 영업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대개는 뭔가 복잡한 블랙박스(black box) 같은 모델을 이용해 그럴듯한 결과를 찾아내서 그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그 결과를 잘 해석하지도 못하면서 사용할 때 발생한다. 모델이 복잡하다고 예측 오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모델을 사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모델이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잘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대볼 만한 기법은 과거의 역사적인 자료에서 뭔가 중요한 공식을 찾아내서 예측하는 것이다. 대개 과거와 같은 조건과 패턴으로 상황이 유지된다면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의류업계에서 전년의 매출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제품을 생산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반응을 예의 주시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개발된 예측 기법은 일장일단이 있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있었고,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단일의 포인트 값보다는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는 범위의 값으로 예측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체를 한번에 예측하기 어렵다면, 그것을 여러 요소로 구분해서 예측하려는 방안도 강구됐다. 계절 변동을 제거하려는 노력이나 경기순환을 반영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또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들을 찾아내서 그것을 중심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명해내는 방식도 여러 기업에서 활용돼 왔다. 과거의 지식이나 이론이 현재 및 미래에도 적용되리라는 기대 하에 역사적인 자료를 가공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어떤 기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예측값과 실제값의 갭(gap)을 사후적으로 분석해 어떤 기법에 의한 예측이 보다 오차가 적었는지 분석하여 개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어느 글로벌 컨설팅사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검증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참고할 일이다. 반면, 일라이 릴리(Eli Lilly)라는 제약회사는 모든 약품의 예측값의 정확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예측값과 실제값을 추적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2
 
손자의 병법 중에 인생(人生) 13계(戒)가 있다고 한다. 그 첫째가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 한다. 주춧돌(礎)이 젖어(潤) 있으면 우산(傘)을 펼쳐라(張)! 이는 ‘상대의 작은 언행이나 주변의 사소한 조짐에서 결과를 예측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윤(礎潤) 즉, 주춧돌이 젖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이것이 예측을 하는 의의이고 위험에 대비하고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수요 예측 트렌드
선진 기업들은 어떻게 예측을 해서 좋은 계획을 만들고 실행할까? 공급사슬관리(SCM)를 정교하게 실천하는 기업이라면 고객과의 협의 하에 수요가 얼마나 될지 파악해낼 수 있을 것이다. 판매시점관리(POS)나 그보다 더 진전된 RFID를 이용한 시스템을 가동하면 보다 빠르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인 기업인 자라(Zara)는 전 세계 매장에서 팔려나가는 제품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시장에서 고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빠르게 간파한 뒤 바로 생산해 이를 비행기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으로 티셔츠를 파는 ‘Threadless.com’은 고객들이 디자인한 티셔츠 가운데 무엇이 가장 많이 팔릴지를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선정하게 해 사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의류업계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보면, 예측에도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 예측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 예측은 미래에 영향을 주는 내용과 미래에 조정을 해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예측이 주는 설명은 무엇인가? 무슨 일이 생기는가? 또 무슨 일이 생기도록 노력하려 하는가?
- 너무나 많은 확실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 오로지 전문가에 의존하여 예측을 한 것인가?
-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혀냈는가? 또 그것이 전체를 잘 설명해 주는가?
- 기계가 생각을 하는가? 기법이 해석까지 해 주는가?
- 자료는 실제치를 사용하였는가 아니면 추정치를 사용한 것인가?
- 예측을 협력해서 수행하여 과장되게 만드는 일은 없는가?
 

 

  
그 변화는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중(Crowd)의 힘을 빌려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둘째, 과거의 자료보다는 현재 발생하는 자료를 보다 더 잘 이용하여 예측을 잘해 보려는 시도다. 셋째,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응하는 조직의 문화와 역량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넷째,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수요관리(Demand management)를 통해 벤더와 협력하여 수요를 예측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하늘 아래 새것 없다’는 말처럼 신통한 새로운 기법이 없다고 해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현재의 기법을 잘 적용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예측에 대해 강의할 때 늘 던지는 질문은 “왜 예측이 잘 맞지 않는가?”다. 심지어 많은 노력을 하는데도 왜 예측은 빗나가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SAS의 제품마케팅 매니저인 마이클 길릴랜드(Michael Gilliland)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3  부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거나, 훈련되지 않고 경험도 없는 직원이 예측업무를 하거나, 예측 과정에서 바이어스(bias)나 개인적인 주장이 강조돼 왜곡되거나, 노력을 해도 원하는 수준의 정확성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지적처럼 예측을 잘하고 싶지만 결국은 잘 못하고 마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에 적합한 기법과 도구, 인력과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정말 잘된 예측은 위의 여덟 가지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예측을 할 때, 이런 것들에 대해 물어 보자. 답이 옹색하다면, 예측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서비스경영>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
  • 김연성 김연성 |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다.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motbeol@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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