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푼돈 모아 더 큰 수익 올리는 ‘스마트 프라이싱’

67호 (2010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하이테크 마케팅 그룹(HMG, 회장: 성균관대 경영대학 한상만 교수) 전문가들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HMG는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의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교류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입니다. 한국의 MIT 미디어랩(Media Lab)을 지향하는 HMG는 DBR 기고를 통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가격 결정(pricing)’은 기업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그런데 1996년 돌란(Dolan) 교수와 지몬(Simon) 교수가 집필한 이후 눈길을 끌 만한 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격 결정 방법론은 여전히 ‘생산 비용 더하기 이익 기준 가격 결정(mark-up pricing)’과 ‘경쟁사 가격을 고려한 가격 결정(competitive pricing)’ ‘고객이 인지한 가치에 기준을 둔 가격 결정(customer perceived value based pricing)’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전은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가격 결정 방법, 즉 ‘원하는 만큼 지불(pay as you wish)’ ‘무료화(going free)’ ‘푼돈 지불(penny pricing)’ 등을 가능케 했다. 지난 4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라주(Raju) 교수와 장(Zhang)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가격 결정 메커니즘과 그 적용 사례를 정리한1 을 발간했다. 대표적으로 제시된 사례가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시도한 가격 실험이다. 라디오헤드는 7번째 앨범을 발표하면서 팬들이 온라인에서 앨범을 다운로드할 때 돈을 원하는 만큼만 지불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짜로 다운로드를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부 고객들은 20달러 이상을 내기도 했다. 평균 구매 가격은 6달러에 이르렀다. 이 앨범은 3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두며, 라디오헤드에 사상 최대의 수익을 안겨 줬다. 온라인에서의 성공은 CD와 콘서트 등 오프라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이런 새로운 가격 결정 방법을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경영 성과와 수익 구조를 전환할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모 인터넷 매체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방법을 활용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본고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입한 ‘무료 관람 제도’와 함께, 많은 온라인 게임 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사례를 소개하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무료 관람’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5월 1일 일반 2000원, 청소년 1000원이던 상설 전시관 입장료를 무료화했다.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누릴 권리인 ‘국민 문화 향수권’ 신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200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람객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현재(2010년 8월 기준)까지 상설 전시관은 물론, 어린이박물관과 일부 기획 전시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무료 입장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등을 무료로 운영하다가, 1999년부터 그 외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무료 관람을 확대해 나갔다. 프랑스는 2000년 루브르박물관(Musée du Louvre)을 포함한 국립 박물관에 매월 첫째 일요일 무료입장 및 청소년 무료입장 제도를 도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무료 관람 도입 성과는 어땠을까? 더 많은 국민이 박물관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우선 제도 시행 전과 후의 입장객 수 증가 여부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 봤다. 월별 개장 일수의 차이를 고려해 일 평균 총 입장객(전시 관람객+기타 서비스 사용객)을 비교했다.
   

우선 전체 입장객 수는 무료 관람 정책 실시 이전 12개월(2007년 5월∼2008년 4월)과 실시 이후 12개월(2008년 5월∼2009년 4월)을 비교해 보면 일 평균 5970명에서 7370명으로 약 23% 증가했다. 이는 무료 관람 정책의 직접적인 효과로 일 평균 입장객이 확연하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다음 12개월(2009년 5월∼2010년 4월)에는 일 평균 입장객이 9183명으로 다시 25% 증가했다. 즉 무료 관람이 입장객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입장객 수를 유형별로 나누어 증가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상설전시와 어린이 박물관, 유료 기획전의 관람객 증가 효과는 미미했다. 반면 교육 프로그램, 대관, 극장 ‘용’, 문화행사 참석자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편 본 제도 시행 이전인 2006년 27억 4640만 원에 달했던 입장 수입은 2009년 585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문화상품, 식음료, 주차장 수입 등 기타 수입은 같은 기간 280만 원에서 8억6690만 원으로 증가해 입장 수입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었다.
문화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무료 입장 제도는 도입 초기지만 직접적으로 전체 입장객 수를 증가시켰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일 방문 인원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없는 제약 때문에 무료 입장을 통한 관람객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또 입장료 수입 감소 분이 기타 수입 증가를 통해 모두 충당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방문 횟수와 방문 시간, 이용 서비스 등 관람객 분석을 통한 보다 다각적인 프로그램 개발, 연 회원제도 도입 등 박물관의 수입도 증가시키면서 방문객의 만족도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료 입장 제도의 성과는 수입 증가와 같은 직접적인 성과 지표 향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관람객 증가를 통한 문화 혜택 향유의 보편성 증가와 같은 간접적이고 중장기적인 성과 지표로 판단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민간 기업이 무료화 정책을 도입할 경우, 사회적 책임 실행 또는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같이 중장기적인 성과 지표와 연동해 활용하는 게 보다 적절할 것이다.
 
온라인 게임
부분 유료화’와 ‘푼돈 지불’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즐기되, 필요한 아이템이나 편리한 기능을 큰 부담 없이 푼돈 사용하듯이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과금 방법이다. 즉 특정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과금함으로써, CD타이틀 판매와 월 정액제를 적용하는 과금 방법에 비해 사용자 수를 쉽게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모델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1년 7월이다. 넥슨이 월 정액제 방식이었던 ‘퀴즈퀴즈’를 무료 게임으로 전환하면서 처음으로 부분 유료화를 도입했다. 이후 소액 결제 시스템 등 지불수단의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아이템 개발에 주력한 게임업체들의 노력으로 ‘부분 유료화’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부분 유료화는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정착됐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학생들이 주 수요층이기 때문에 게임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각종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게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도 부분 유료화 바람이 불었다. 넥슨은 2005년 8월 5종의 MMORPG에서 정액제를 폐지하고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웹젠 등 MMORPG를 서비스하는 다른 업체들도 월 정액제에서 부분 유료화로 수익모델을 대거 바꿨다.
부분유료화의 핵심은 추가로 구입하는 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추가 구매에 대한 저항감은 줄이면서 구매 빈도를 올려 전체 매출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9년 5∼6월 전국 5대 도시 일반인 1300명을 대상으로 ‘게임인식 및 소비자 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게임 이용자의 한 달 평균 게임 이용 비용은 1만5947원으로 나타났다. 그 중 온라인 게임 아이템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1만319원이었다.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 5000원 이하 소액을 지불하는 구매자가 많았다(구매자 중48.4%). 또한 응답자 중 33.9%가 문화 상품권, 19.6%가 휴대전화 결제를 활용했다. 즉 소액 지급에 편리한 방법을 사용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템의 성격을 보면, 게임 성적을 높여 주는 기능적 편익을 제공하는 아이템이 주로 판매되고 있지만, 본인을 남에게 표현하는 상징적 편익을 제공하는 아이템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게임들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저가 아이템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넥슨의 ‘카트라이더’의 경우 2009년 1월 기준으로 1000원 미만 아이템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부분 유료화’와 ‘푼돈 지불’과 같은 과금 방법은 온라인게임 업체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산업에만 적합한 모델이 아니다. 무료로 기본 서비스를 제공해도 한계 비용 부담이 적은 놀이 공원, 교육 서비스, 통신, 금융 등 다른 산업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싸기 때문에 고객이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 결제의 53.5%가 문화상품권과 휴대전화 결제다. 즉 낱개로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이와 동시에 결제의 편리성도 함께 추구해야 성공한다. 한편 다이소(Daiso)와 같은 오프라인 저가 매장의 경우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편리성이 중요할 수 있다. 무조건 싸게 판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상품 특성에 맞는 편리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이장혁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ESSEC 경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HEC 경영대학원 조교수 등을 거쳐 고려대 경영대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하이테크 마케팅 그룹(HMG)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고객 평생 가치, 소셜네트워크, 로열티 프로그램 등이며, 논문으로 ‘인터넷 배너 광고 캠페인 최적화’ 등이 있다. 구교령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와 고려대 경영대학 석사를 거쳐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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